편두통에서의 칼시토닌유전자관련펩티드 표적 치료: 편두통 치료의 새로운 시대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Targeting Therapies for Migraine: A New Era for Migraine Trea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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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Development of medications targeting the trigeminal sensory neuropeptide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 or its receptor has ushered in the new era for the treatment of migraine. Some of these drugs are approved by the US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and European Medicines Agency since 2018, and others are in the process of approval. Since the CGRP-related therapies act directly on the migraine pathophysiology, they have advantages over conventional treatments not only in effect but also in terms of adverse effects. CGRP receptor antagonist have an effect on both acute and preventive treatment of migraine, while monoclonal antibodies for CGRP ligand (fremanezumab, galcanezumab, and eptinezumab) or receptor (erenumab) reduce migraine frequency and related disability. Galcanezumab was approved by the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in Korea in September 2019. As of December 2019, it is available for use in adult patients with migraine. We describe the pathophysiology of CGRP in migraine, summarize the results of recent CGRP antagonism related clinical trials, and provide opinions about the use of CGRP-related therapies in clinical practice.
서 론
편두통의 기전에 기반을 두고 개발된 약제들이 2018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의 승인을 받았다. 편두통의 병태생리에 근거하여 개발된 약제로는 1991년 급성기 편두통 치료제인 수마트립탄 이후 근 30년만이고, 예방 약제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의 예방 약제들은 고혈압이나 협심증에 사용하는 베타차단제와 칼슘통로차단제, 우울증에 사용하는 항우울제, 뇌전증에 사용하는 항전간제 등 다른 질환에 사용하는 약물들이 편두통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 수십 년간 편두통의 기전과 치료에 대한 연구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다. 과거에는 편두통이 뇌혈관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였으나 삼차신경혈관계(trigeminovascular system)의 활성화가 편두통 통증의 병태생리이고 칼시토닌유전자관련펩티드(calcitonin-gene related peptide, CGRP)가 그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임이 밝혀졌다[1]. 편두통발작 시 C-감각신경의 말단에서 CGRP가 분비되며[2], 외부에서 이를 주입하였을 때에도 편두통 환자들 중 많게는 75%까지 편두통 발작이 발생하였다[3]. 또한, 증가되어 있는 체내의 CGRP 농도는 트립탄 등 항CGRP 치료에 의하여 정상화되었다[2,4]. 만성편두통 환자에서 삽화편두통이나 편두통이 없는 대조군에 비하여 발작 사이 기간에도 CGRP의 농도가 높았고[5,6], 보툴리눔톡신A 치료 이후에 CGRP의 농도가 감소함을 확인하였다[7,8]. 그 외에도 수많은 전임상 및 인간 대상 연구를 통하여 CGRP를 치료 목표로 삼는 것이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 및 예방 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지난 20년간 항CGRP를 표적으로 한 많은 약제들이 개발되어, 최근 급성기 치료제로는 게판트(gepant)라고 불리는 경구 CGRP 수용체 길항제 중 두 가지가 FDA의 승인을 받았고, 예방 치료제로는 CGRP 자체 또는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 네 가지가 FDA 승인을 받았다. 본고에서는 편두통에서 CGRP의 생리,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제 및 관련 주요 임상 연구 결과의 종합 그리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본 론
1. 병태생리
1) 칼시토닌유전자관련펩티드(CGRP)
CGRP는 칼시토닌(calcitonin), 아밀린(amylin), 아드레노메둘린(adrenomedullin)과 더불어 칼시토닌군(calcitonin family)에 속하는 신경펩티드로 말초감각신경세포와 중추신경계의 다양한 부위에서 생산된다. 칼시토닌을 부호화(encoding)하는 유전자로부터 나온 37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에서는 알파-CGRP와 베타-CGRP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알파-CGRP는 편두통 치료의 주된 표적으로,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 모두에서 발견된다. 베타-CGRP는 알파-CGRP와는 아미노산 3개가 다르며, 장관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에서 발견되고 알파-CGRP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덜 연구되어 있다[9]. 11번 염색체에 있는 칼시토닌유전자를 전사(transcription)하는 과정에서 갑상선에서는 칼시토닌을, 감각신경세포에서는 알파-CGRP를 만들어낸다[9,10]. CGRP는 치밀소포(dense core vesicle)에 저장되어 축삭의 말단으로 이동하여 다른 신경전달물질처럼 칼슘의존세포외배출(calcium dependent exocytosis)을 거쳐 G-단백결합수용체(G-protein coupled receptor)와 결합하게 된다. 삼차신경세포에 있는 시냅스이전 수용체는 CGRP의 분비를 조절하며, 이 중 세로토닌(5-hyrdoxytryptamine, 5-HT) 수용체 1B/1D는 CGRP의 분비를 억제한다[11]. 급성기 편두통 치료제인 트립탄의 표적이 바로 이 수용체이다. 그 외에 편두통과 관련이 있다고 최근 밝혀진 5-HT 1F 수용체의 활성화 역시 CGRP 분비를 억제한다[12]. 이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5-HT 1F 작용제인 라스미디탄(lasmiditan) 역시 최근 급성기 편두통의 치료에 FDA의 승인을 받았다[13].
2) CGRP 수용체
CGRP는 CGRP수용체뿐만 아니라 아밀린수용체, 칼시토닌수용체, 아드레노메둘린수용체와 같은 칼시토닌군의 다른 수용체에도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아밀린수용체에는 CGRP수용체와 같은 정도의 높은 친화력을 가지고 작용하지만 그 임상적 의의는 아직 모른다. CGRP수용체는 칼시토닌유사수용체(calcitonin-like receptor), CLR), 수용체 활성 조절 단백질(receptor activity-modifying protein 1) 및 수용체 성분 단백질(receptor component protein)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CGRP수용체의 활성화는 고리형AMP (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를 생성하고 그 결과 단백질키나아제A (protein kinase A)가 활성화된다. 그 후 세포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신호전달에 관여하여 여러 가지 작용을 하게 된다. 혈관에서는 산화질소합성효소(nitric oxide synthase)를 활성화하여 혈관의 확장에 관여하고, 글루탐산 N-메틸-D-아스파르테이트(N-Methyl-D-Aspartate)수용체의 인산화는 편두통 조짐에 관여하는 피질확산억제를 초래할 수 있다[14-17]. 뇌막에서의 CGRP 분비는 혈관 확장, 신경염증을 일으켜서 편두통성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18-20].
3) 편두통에서의 CGRP의 역할
CGRP는 다양한 말초 및 중추신경세포에서 생산된다. 1980년대 초 처음 발견 당시에는 강력한 혈관 확장 효과에 의한 심뇌혈관의 조절을 주된 작용으로 생각하였다[21]. 그 후 신경면역작용, 골대사, 상처 치유 등 CGRP의 다양한 작용이 알려지게 되었다. 1990년부터 CGRP가 편두통과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펩티드임을 뒷받침하는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었다[2,18,22]. CGRP는 혈관의 확장뿐만 아니라 신경인성염증의 발생과 통증 신호의 전달을 통하여 편두통의 병태생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삼차신경경부복합체(trigeminocervical complex)에서는 이차신경세포에 작용하여 외측척수시상로(spinothalamic pathway)를 활성화시킨다[23]. 편두통 환자에서 편두통 발작 시에는 외경정맥(external jugular vein)의 CGRP 수치가 증가하고, 발작 사이 기간에는 낮아지며, 외부에서 CGRP를 주입하면 편두통이 유발된다[2,3,24]. 현재 급성기 편두통에 널리 사용하고 있는 트립탄은 시냅스이전 5-HT 1B/D 수용체에 작용하여 삼차신경말단에서 CGRP의 분비를 억제한다[12,22]. 급성기 편두통 때에 수마트립탄 치료는 CGRP 수치의 상승을 정상화하고 통증을 경감시켰다[4].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들을 바탕으로 CGRP를 표적으로 하는 편두통 발병기전에 기반한 물질들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25].
2. 주요 임상시험 결과 요약
1) 소분자 CGRP수용체길항제(gepant)
(1) 올세게판트(olcegepant)
올세게판트는 CGRP를 표적으로 하여 그 효과가 입증된 첫 치료제로 2004년에 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급성기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약물 투여 후 2시간 이내에 통증의 경감이 올세게판트군에서는 60%, 위약군에서는 27%였다[27]. 하지만 편두통발작 시기에 정맥으로 약물을 투여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어렵기 때문에 경구 제형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2) 텔카게판트(telcagepant)
1,380명의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에서 편두통 발작 시기에 약물 복용 후 2시간 내에 통증이 사라진 환자들이 위약군에 비하여 텔카게판트 150 mg군에서 더 많았다(9.6% vs. 23.3%, p=0.0031) [28]. 1,294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역시 위약군(10.7%)에 비하여 2시간 내에 통증이 사라진 환자들이 텔카게판트 150 mg 투여군에서 더 많았다(23.2%) [29]. 효과 측면뿐 아니라 혈관 확장 효과가 있는 칼시토닌유전자펩티드를 차단하는 것이 심혈관계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안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알아보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치료 용량보다 더 많은 용량(supratherapeutic dose)의 텔카게판트(600 mg 또는 900 mg)를 투여한 후 트레드밀운동 시간과 최대 운동 심박수, ST분절하강이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30]. 하지만 편두통 예방 치료를 위하여 매일 2회씩 12주간 복용을 하였을 때 간독성이 유의하게 발생하였고[31,32], 이보다 짧게 복용하는 월경편두통의 예방을 위하여 사용하였을 때에도 간독성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33] 텔카게판트의 개발은 중지되었다.
(3) 유브로게판트(ubrogepant, Ubrelvy)
유브로게판트는 2019년 12월에 4개의 임상 연구 결과(ACHIEVE I, ACHIEVE II, UBR-MD-04 and 3110-105-002) [34-37]를 토대로 급성기 편두통의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ACHIEVE I 연구는 1,672명을 대상으로 유브로게판트 100 mg, 50 mg을 위약과 비교한 연구이며, 2시간 내에 통증이 사라진 환자들이 각각 21.2%, 19.2%, 11.8%로 위약군에 비하여 유의하게 많았다(p=0.0003 for 100 mg, p=0.0023 for 50 mg). 또한 2시간 내에 가장 성가신 동반증상(most bothersome symptom)도 의미 있게 감소시켰다(37.7% for 100 mg, 38.6% for 50 mg, 27.8% for placebo, p<0.0023) [34]. 1,686명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3상 임상시험인 ACHIEVE II 연구에서도 역시 위약군(14.3%)에 비하여 유브로게판트 투여군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2시간 내에 통증이 사라졌다(21.8% for 50 mg, p=0.0129; 20.7% for 25 mg, p=0.0285 for 50 mg). 2시간 내에 가장 성가신 동반증상이 사라진 분율은 50 mg 투여군에서 38.9%로 위약군의 27.4%보다 유의하게 높았다(p=0.0129). 48시간 이내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과 졸림, 어지럼이었지만 5% 미만에서 나타났고, 간독성은 없었다[35]. ACHIEVE I, II 연구 환자를 대상으로 한 52주 장기 투약 연장 연구[36] 및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37]에서도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하였다.
(4) 리메게판트(rimegepant, Nurtec)
리메게판트 또한 급성기 편두통의 치료에 있어서 2020년 2월 FDA의 승인을 받았다. 1,466명의 편두통 환자를 리메게판트 75 mg군과 위약군에 1:1로 무작위 배정하였고, 2시간 내에 통증이 사라진 비율은 리메게판트 75 mg 투여군에서 21%로, 11%인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p<0.0001). 2시간 내에 가장 성가신 동반 증상도 치료군의 35%, 위약군의 27%에서 사라졌다(p=0.0009).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메스꺼움으로 리메게판트 투여군의 2% (11명)에서 발생하였다(위약군 1%, 4명) [38]. 1,186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3상 임상시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하였다[39]. 위약군에 비하여 리메게판트 75 mg 투여군에서는 더 많은 환자들이 2시간 내에 통증이 사라졌으며(19.6% vs. 12.0%, p<0.001), 2시간 내에 가장 성가신 동반증상의 감소도 리메게판트군(37.6%)에서 위약군(25.2%)보다 많았다(p<0.001). 리메게판트는 편두통 예방에도 3상 임상시험을 통하여 효과를 입증하였다고 2020년 4월 공개하였다.
(5) 아토게판트(atogepant)
아토게판트는 편두통의 예방 치료를 위하여 개발된 최초의 소분자 CGRP수용체길항제로 2b/3상 임상시험의 결과가 2019년 미국 신경과학회에서 공개되었다[40]. 18세부터 75세까지의 834명 삽화편 두통 환자에서 편두통 예방 치료에 대하여 여러 가지 용량(10 mg 1회, 30 mg 1회, 60 mg 1회, 30 mg 2회, 60 mg 2회)의 아토게판트의 효과를 알아보았다. 위약군에 비하여 모든 용법에서 일차 결과 변수인 월편두통일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뿐만 아니라, 매일 3개월간 약제를 복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약군에 비하여 모든 용량에서 간독성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간독성으로 인하여 편두통 예방 치료의 영역에서 게판트가 더 이상의 개발이 중단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6) 임상 현장에서의 게판트의 사용 예상
텔카게판트가 위약군에 비하여 2시간 내에 통증이 사라진 비율이 높고(26% [369/1377] vs. 10% [143/1394]), 텔카게판트 300 mg이 졸미트립탄 5 mg과 비슷한 효과를 보이긴 하였으나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리자트립탄(41%)이나 알모트립탄(35%)에 비해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41]. 게다가 리메게판트와 유브로게판트 역시 치료 이득은 기존의 트립탄보다는 낮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존의 트립탄 연구보다 위약에서의 반응이 낮았고 트립탄과 직접 비교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게판트는 트립탄보다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보여 내약성(tolerability)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심혈관계 및 혈역학적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42] 심혈관계질환이 있어 트립탄이 금기인 환자에게 보다 안전하게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트립탄은 5-HT 1B/1D 수용체에 작용제(agonist)로 작용하여 수용체를 하향 조정하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 시 약물과용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반면, CGRP 길항제(antagonist)에 의한 CGRP수용체의 직접 차단은 약물과용두통 발생의 위험이 거의 없을 것으로 추측한다. 즉 CGRP길항제는 약물과용두통이 있는 편두통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에 유용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31].
2) 항CGRP 및 항수용체 단클론항체
최근에는 많은 질환에서 단클론항체 치료가 전통적인 소분자 치료의 대안으로 이용되고 있다. 단클론항체 치료제는 소분자 치료제에 비하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표적 특이성이 높기 때문에 표적을 벗어난 부위에 작용하여 발생하는 부작용이 적고, 분자량이 커서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추신경계 부작용도 적다. 또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망상내피계에 의하여 대사가 되기 때문에 간대사과 신배설을 거치지 않아 다른 약제와의 약물 상호작용이 거의 없고 간질환 또는 신질환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반감기가 길어 수주에서 수개월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단백질이라 분자량이 크고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하여 위장관에서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경구제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는 긴 반감기로 인하여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였을 때 비침습적으로 빨리 제거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소분자 약제와는 달리 항체에 대한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의 생성과 주사 부위에 대한 과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CGRP항체들은 면역계를 억제하거나 암 발생의 위험이 없게 조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 CGRP를 표적으로 하는 소분자 치료제가 급성기 치료로 개발된 이후 예방 치료제로도 연구가 시작되었다. 만성편두통의 예방에 효과적인 보툴리눔톡신A도 CGRP 분비의 억제가 중요한 작용기전으로 생각된다[43,44].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들을 극복해야 하였는데, 첫 번째는 CGRP를 목표로 하는 치료제는 과거 게판트, 특히 텔카게판트에서 문제가 되었던 간독성이 없어야 하고, 두 번째는 편두통의 병태생리에만 특이하게 작용하고 표적 외 부위의 작용에 따른 이상반응이 최소화되어야 하며, 세 번째는 편두통 예방 치료 약물의 낮은 순응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긴 반감기를 가진 약물이어야 하였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CGRP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가 개발되었다. 현재까지 4개의 항CGRP단클론항체가 편두통의 예방 약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1개는 CGRP 수용체에 대한 단클론항체인 에레누맙(erenumab, Aimovig)이고 나머지 3개는 CGRP 리간드 자체에 대한 단클론항체로 프레마네주맙(fremanezumab, Ajovy), 갈카네주맙(galcanezumab, Emgality) 및 엡티네주맙(eptinezumab, Vyeti)이다. 에레누맙과 갈카네주맙은 매달 피하주사하고 프레마네주맙은 매달 또는 3개월마다 피하주사한다. 엡티네주맙은 3개월에 한번 정맥내 주사한다. 각 약제의 특성(Table 2) 및 주요 임상시험 결과(Table 3)를 표로 정리하였다.
(1) 에레누맙(erenumab)
에레누맙은 4개의 단클론항체 중 유일한 CGRP수용체에 대한 단클론항체다. 70 mg 또는 140 mg 두 가지 용량이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피하주사한다. 효과, 안전성, 내약성은 2상 임상연구를 통하여서 입증하였고[45,46], 3상 임상시험인 ARISE [47], STRIVE [48] 연구에서 삽화편두통에 대한 예방 효과를 확인하였다.
ARISE 연구는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 대조 3상 임상시험으로 북미와 유럽, 러시아의 69개 기관에서 진행되었다[47]. 18-65세의 성인 삽화편두통(월 4-14회) 환자 577명을 위약군과 에레누맙 70 mg 피하주사군을 1:1로 무작위 배정하여 기저치(baseline)로부터 3개월 후의 월편두통일(monthly migraine headache day)의 평균 변화를 비교하였다. 기저치 월편두통일은 위약군에서 8.4±2.6일, 에레누맙군에서 8.1±2.7일이었다. 월편두통일은 위약군에서 1.8일, 에레누맙 군에서 2.9일 감소하였다(위약군과의 차이 1.0일, 95%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 CI] -1.6 to -0.5, p<0.001). 50% 이상 월편두통일이 감소한 환자들은 위약군의 29.5%, 에레누맙군의 39.7%였다(교차비[odds ratio, OR] 1.59, 95% CI 1.12-2.27, p=0.010). 2% 이상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은 상기도 감염, 주사 부위 통증, 독감, 피로, 메스꺼움, 편두통, 부비동염, 인후염, 변비였으며, 양 군에서 비슷하였다. 이상반응으로 인하여 연구를 중단한 환자는 위약군에서 1명(0.3%), 에레누맙군에서 5명(1.8%)이었다. 에레누맙에 대한 항체가 생긴 대상자는 12주째에 12명(4.3%)이었다.
STRIVE 연구 역시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 대조 3상 임상시험으로 북미와 유럽, 터키의 121개 기관에서 진행되었다[48]. 18-65세의 성인 삽화편두통(월 4-14회) 환자 955명을 1:1:1 무작위 배정하였고, 위약, 에레누맙 70 mg, 에레누맙 140 mg에 각각 319명, 317명, 319명이 배정되어 6개월간 관찰하였다. 이 중 각각 316명, 312명, 318명이 분석에 포함되었다. 기저치 월편두통일은 각각 8.2일, 8.3일, 8.3일이었다. 일차 결과 변수인 4-6개월째의 월편두통 일의 감소는 각군에서 1.8일, 3.2일(위약군과의 차이 1.4일, 95% CI -1.9 to -0.9), 3.7일(위약군과의 차이 1.9일, 95% CI -2.3 to -1.4)이었으며, 50% 이상 월편두통일이 감소한 환자들은 위약군의 26.6%, 에레누맙 70 mg군의 43.3% (OR 2.13, 95% CI 1.52-2.98, p<0.001), 에레누맙 140 mg군의 50.0% (OR 2.81, 95% CI 2.01-3.94, p<0.001)였다. ARISE 연구와 마찬가지로 이상반응으로 인하여 연구를 중단한 대상자는 에레누맙 70 mg, 140 mg군에서 각각 7명씩(2.2%)으로 위약군의 8명(2.5%)과 비슷하였다.
장기간 사용 시의 효과와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2상 연구[45]에 참여하였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383명이 참여한 5년 기간 개방표지시험이 진행 중이며 최근 4.5년 중간 결과가 발표되었다[49]. 221명이 연구를 마쳤거나 진행 중에 있는데 4.5년간 허가 임상과 비교하여 새로운 부작용은 없었으며 효과도 계속 지속되었다.
기존 예방 약제에 실패한 환자들에서 단클론항체의 효과는 STRIVE 연구의 하위집단 분석을 통하여 발표되었다[50]. 1개 또는 2개 이상의 예방 약제 복용에 실패한 환자들에서 월편두통일이 50% 이상 감소한 교차비(OR)가 에레누맙 70 mg은 두 환자군(예방 약제 1개에서 실패/2개 이상에서 실패)에서 모두 2.9, 140 mg은 각각 3.1, 4.5였다. 이러한 결과는 2-4개의 편두통 예방 약제에 실패한 246명의 삽화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LIBERTY 연구를 통하여서 재확인되었다[51]. 위약군과 에레누맙 140 mg에 1:1로 무작위 배정하여 12주간 관찰하였을 때 월편두통일이 50% 이상 감소한 대상자는 위약군에서 14%였던 것에 비하여 치료군에서는 30%였다(OR 2.7, 95% CI 1.4-5.2, p=0.002).
만성편두통에 대한 연구는 북미와 유럽의 667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46]. 위약군, 에레누맙 70 mg군, 에레누맙 140 mg군을 3:2:2로 무작위 배정하여 12주 동안의 치료하였다. 667명 중 위약군, 에레누맙 70 mg군, 에레누맙 140 mg군에 각각 286명, 191명, 190명이 무작위 배정되었고, 이 중 281명, 188명, 187명이 분석에 포함되었다. 기저치 월편두통일은 각각 18.2일, 17.9일, 17.8일이었다. 월편두통일은 위약군에서 4.2일, 에레누맙 70 mg군, 에레누맙 140 mg군 모두에서 6.6일(95% CI -7.0 to -6.2, 위약군과의 차이 2.5일[95% CI -3.5 to -1.4], p<0.001) 감소하였다. 50% 이상 월편두통일이 감소한 환자는 에레누맙 70 mg군에서 40% (OR 2.2, 95% CI 1.5-3.3, p=0.0001), 에레누맙 140 mg군에서 41% (OR 2.3, 95% CI 1.6-3.5, p<0.001)로 위약군 23%에 비하여 유의하게 많았다.
(2) 프레마네주맙(fremanezumab)
프레마네주맙은 CGRP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다. 앞에서 설명한 에레누맙처럼 월 1회 피하주사를 하기도 하고(225 mg), 3배 용량인 675 mg을 3개월마다 주사할 수도 있다.
HALO EM 연구는 9개국(미국, 일본, 러시아, 체코, 이스라엘, 캐나다, 폴란드, 스페인, 핀란드) 123개 기관에서 진행되었다[52]. 18세부터 70세까지의 성인 삽화편두통 환자를 위약, 프레마네주맙 225 mg 월 투여군, 프레마네주맙 675 mg 분기 투여군으로 1:1:1로 무작위로 배정하였다. 월 투여군에는 처음, 4주, 8주째에 225 mg씩 피하주사하였다. 분기 투여군에는 처음에 프레마네주맙 675 mg (225 mg 3회)을 투여하여 4주, 8주째에는 위약을 투여하였다. 스크리닝을 한 2,995명 중 포함 기준을 만족하는 875명을 무작위 배정하여 각각 294명, 290명, 291명이 연구에 참여하였고, 이 중 290명, 287명, 288명이 분석에 포함되었다. 일차 결과 변수는 첫 주사 후 3개월간 월편두통일의 평균이었다. 기저 28일간 월편두통일은 9.1일, 8.9일, 9.3일이었다. 연구 기간 동안 월편두통일은 위약군에서 2.2일, 월 투여군에서 3.7일(95% CI -4.15 to -3.18; 위약군과의 차이 1.5일, 95% CI -2.01 to -0.93, p<0.001), 분기 투여군에서 3.4일(95% CI -3.94 to -2.96; 위약군과의 차이 1.3일, 95% CI -1.79 to -0.72, p<0.001) 감소하였다. 50% 이상 편두통일이 감소한 환자는 위약군의 27.9%에 비하여 월 투여군에서는 44.4% (p<0.001), 분기 투여군에서는 47.7% (p<0.001)로 유의하게 많았다.
HALO CM 연구에서는 18-70세의 성인 만성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프레마네주맙의 효과, 안전성, 내약성을 비교하였다[53]. 총 1,130명의 환자가 위약군, 월 투여군, 분기 투여군에 1:1:1로 무작위 배정되었다. 월 투여군에는 처음에 675 mg (225 mg 3회) 투여 후 4주, 8주째에 225 mg씩 피하주사하였다. 분기 투여군에는 처음에 프레마네주맙 675 mg (225 mg 3회)을 투여하고 4주, 8주째에 위약을 투여하였다. 일차 결과 변수는 첫 주사 후 3개월간 월두통일(월간 4시간 이상 지속하는 중등도 이상 강도의 두통 발생일 또는 편두통특이 급성기 약물을 복용한 일로 정의)의 평균이었다. 각 군당 371명, 375명, 375명이 분석에 포함되었다. 일차 결과 변수인 월두통일은 각각 13,3일, 12.8일, 13.2일이었고, 치료 기간 동안 위약군에서 2.5일, 분기 투여군에서 4.3일(위약군과의 차이 1.8일, 95% CI -4.6 to 4.0, p<0.001), 월 투여군에서 4.6일(위약군과의 차이 2.1일, 95% CI -2.4 to -1.8) 감소하였다. 기저 28일간 16일 정도였던 월편두통일(위약군 16.4일, 분기 투여군 16.2일, 월 투여군 16.0일)는 각 군에서 3.2일, 4.9일(p<0.001), 5.0일(p<0.001) 감소하였다. 월두통일이 50% 이상 감소한 환자는 위약군에서 18%, 분기 투여군에서 38% (p<0.001), 월 투여군에서 41% (p<0.001)였다.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이상반응이 발생한 대상자는 위약군의 64%, 분기 투여군의 71% (p=0.03), 월 투여군의 70% (p=0.06)였다. 대부분은 경도의 이상반응이었고, 연구를 중단한 경우는 위약군에서 8명(2%), 분기 투여군에서 1명(<1%), 월 투여군에서 7명(2%)이었다. 프레마네주맙에 대한 항체는 분기 투여군에서 2명 발생하였다.
과거 예방약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서의 프레마네주맙의 효과는 FOCUS 연구를 통하여 입증되었다[54]. 2-4개의 다른 계열의 약제에 실패하였던 18-70세 83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 치료하였을 때 기존 연구와 같은 효과와 대조군과 같은 정도의 부작용이 관찰되었다.
(3) 갈카네주맙(galcanezumab)
갈카네주맙은 CGRP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다. 120 mg, 240 mg 두 가지 용량으로 월 1회 피하주사할 수 있다. 갈카네주맙의 삽화성편두통 예방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EVOLVE-1, EVOLVE-2 연구, 만성편두통의 예방에 대해서는 REGAIN 연구가 진행되었다.
EVOLVE-1 연구는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 대조 3상 임상시험으로 북미의 90개 기관에서 진행되었다[55]. 858명의 18-65세 성인 삽화편두통(월4-14회) 환자를 위약군, 갈카네주맙 120 mg, 갈카네주맙 240 mg에 2:1:1로 무작위 배정하여 6개월간 월 1회 주사하였다. 일차 결과 변수인 월편두통일의 기저치는 9.1일, 9.2일, 9.1일이었다. 연구 기간 동안 각 군에서 월편두통일은 2.8일, 4.7일(위약군과의 차이 1.9일, 95% CI -2.5 to -1.4), 4.6일(위약군과의 차이 1.8일, 95% -2.3 to -1.2) 감소하였다. 이차 결과 변수 중 하나인 50% 이상 월편두통일이 감소한 환자들은 위약군의 38.6%에 비하여 갈카네주맙 120 mg에서 62.3% (OR 2.6, 95% CI 2.0-3.4, p<0.001), 240 mg에서 60.9% (OR 2.5, 95% CI 1.9-3.2, p<0.001)로 유의하게 많았다. 치료 이후에 생긴 이상반응은 위약군의 60%, 120 mg군의 66%, 240 mg군의 68%에서 발생하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가려움은 갈카네주맙 240 mg군(6명, 2.7%)에서 위약군(1명, 0.2%)에 비하여 많이 발생하였다.
EVOLVE-2 연구 역시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 대조 3상 임상시험으로, 아시아 국가(대한민국, 타이완)를 포함한 전 세계 109개 기관에서 진행되었다[56]. 915명의 18-65세 성인 삽화편두통 환자를 위약군, 갈카네주맙 120 mg군, 갈카네주맙 240 mg군에 2:1:1로 무작위 배정하여 6개월간 월 1회 주사하였다. 기저 월편두통일은 각각 9.2일, 9.07일, 9.06일이었다. 일차 결과 변수인 월편두통일의 감소는 위약군에서 2.3일, 갈카네주맙 120 mg군에서 4.3일(위약군과의 차이 2.02일, 95% CI -2.6 to -1.5), 240 mg군에서 4.2일(위약군과의 차이 1.90일, 95% CI -2.4 to -1.4)이었다.
REGAIN 연구는 북중미와 유럽, 타이완을 포함하는 12개 국가 116개 기관에서 진행된 연구이다[57]. 18-65세의 성인 만성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군, 갈카네주맙 120 mg (240 mg 초기 용량) 또는 갈카네주맙 240 mg군으로 2:1:1 무작위 배정하여 3개월간 치료하였다. 일차 결과 변수는 월편두통일의 변화였다. 1,113명이 각 군에 558명, 278명, 277명씩 배정되었다. 월편두통일의 기저치는 위약군, 갈카네주맙 120 mg군, 갈카네주맙 240 mg군에서 각각 19.6일, 19.4일, 19.2일이었다. 이는 치료 기간 동안 각 군에서 2.7일, 4.8일(위약군과의 차이 2.1일, 95% CI -2.9 to -1.3, p<0.001), 4.6일(위약군과의 차이 1.9일, 95% CI -2.7 to -1.1, p<0.001) 감소하였다. 이차 결과 변수 중 하나인 50% 이상 월편두통일이 감소한 환자는 각각 15.4%, 27.6% (OR 2.1, 95% CI 1.6-2.8, p<0.001), 27.5% (OR 2.1, 95% CI 1.6-2.8, p<0.001)였다.
1개 또는 2개 이상의 기존 예방 약제 복용에 실패한 환자들에서 갈카네주맙의 효과는 EVOLVE-1와 EVOLVE-2 연구를 통합한 하위집단 분석 연구를 통하여 발표되었다[58]. 기존 예방 약제 복용에 실패한 환자에서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하여 위약 효과가 적어서 더 좋은 효과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치료 불응 환자를 대상으로 한 CONQUER 연구에서 다시 확인되었다[59].
(4) 엡티네주맙(eptinezumab)
엡티네주맙 역시 프레마네주맙, 갈카네주맙과 마찬가지로 CGRP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다. 다른 항CGRP항체와는 달리 정맥내 주사를 한다. 또한, N-연결 탄수화물이 제거되어 있어서 항체 및 보체의존세포독성에 의한 면역반응을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생체 이용률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60].
엡티네주맙이 편두통의 예방 치료에 FDA의 승인을 받은 주요 임상시험은 두 개의 PROMISE 연구이다[61,62]. 삽화편두통 예방에 대한 3상 임상연구인 PROMISE-1은 18-75세의 삽화편두통 환자 888명을 위약군, 엡티네주맙 30 mg, 100 mg, 300 mg군으로 무작위 배정하였다. 월편두통일의 기저치는 각 군별로 8.4일, 8.7일, 8.6일이었다. 연구 기간 동안 위약군에서는 3.2일, 100 mg군에서는 3.9일(p=0.0179), 300 mg군에서는 4.3일(p=0.0001) 월편두통일이 감소하였다. 50% 이상 편두통 일수가 감소한 환자는 위약군에서는 37.4% 였던 것에 비하여 100 mg군에서는 49.8% (p=0.009), 300 mg군에서는 56.3% (p<0.001)였다[61].
18-65세의 만성편두통 환자 1,050명을 대상으로 한 PROMISE-2 연구는 위약군, 엡티네주맙 100 mg군, 300 mg군으로 1:1:1로 무작위 배정하였다. 일차 결과 변수인 월편두통일의 기저치는 위약군 16.2일, 100 mg군 16.1일, 300 mg군 16.1일이었으며, 치료 기간 중에는 각 군별로 5.6일, 7.7일(p<0.0001), 8.2일(p<0.0001) 감소하였다. 50% 이상 월편두통일이 감소한 환자는 위약군에서는 39.3%인 것에 비하여 100 mg군에서는 57.6% (p<0.0001), 300 mg군에서는 61.4% (p<0.0001)였다[62].
3.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 및 제한점
비록 항CGRP단클론항체를 이용한 모든 임상 연구들에서 일차 결과 변수를 월편두통일의 감소를 선택하였으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월편두통일의 50% 감소 비율이 좀 더 직관적이고 편두통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용이한 변수일 수 있다. 4개의 항CGRP단클론 항체 치료는 대략적으로 50% 정도의 환자들에서 평균 월편두통일이 50% 정도 감소하였으며, 위약군과 비슷한 정도의 안전성 및 내약성 결과를 보였다[63].
항CGRP단클론항체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효과를 판정할 수 있는 시기도 기존의 편두통 예방 약제보다 빠른 장점이 있다. 경구 편두통 예방 약제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목표 용량까지 도달하는데 수주 이상 소요되고, 목표 용량 달성 후에도 효과 판정까지 최소 수개월이 필요하며, 그 이후에는 필요에 따라 증량하거나 다른 약제를 추가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64]. 또한, 만성편두통 예방에 효과가 있는 보툴리눔톡신 A도 첫 번째 주사 이후 일반적으로 2주 정도는 지나야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PREEMPT 임상 연구 결과로 미루어볼 때 효과 판정을 위해서는 최소 12주 간격으로 2-3회는 투여 후 효과를 판정한다[65]. 부작용과 약제 증량 등의 이유로 인하여 20% 미만의 환자만이 12개월 동안 계속 약제를 유지하는 등 약제 순응도가 매우 낮다[66]. 하지만 항CGRP단클론항체는 위약군과 비교하였을 때 주사 후 빠르면 24시간 이내부터, 일반적으로는 투여 후 1주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용량 조절이 필요 없으며 부작용이 적고 반감기가 길어서 기존 예방 약제의 낮은 약물 복용 순응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 보인다. 또한 항CGRP단클론항체는 여러 약제에 실패한 환자들과 약물과용두통 환자들에서도 효과가 입증된 장점이 있다. 약물과용두통 환자에서 과용 약물의 중독치료(detoxification)나 금단(withdrawal) 없이도 효과적이고, 급성기 약물의 복용 횟수를 줄일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환자 관점에서 봤을 때, 편두통으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 또는 낙인을 줄일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삽화편두통 환자에서 만성 질병에서의 징표 척도(Stigma Scale for Chronic Illness)는 뇌전증 환자와 비슷하였고, 만성편두통 환자에서는 더 높게 나타났으며, 부정적인 징표는 직장에서의 능률 저하와 관련이 있었다[67]. 세계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에서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편두통의 장애생활년수(years lived with disability)는 요통에 이어 2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편두통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지만[68], 편두통은 다른 질병들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질병이기 때문에 직장과 사회에서 부정적인 낙인을 상대적으로 더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 기술한 항CGRP단클론항체의 임상 연구들에서는 편두통장애평가점수(Migraine Disability Assessment), 두통영향검사(Headache Impact Test-6), 편두통신체기능영향일기(Migraine Physical Function Impact Diary), 편두통기능영향설문(Migraine Functional Impact Questionnaire), 편두통발작간부담척도(Migraine Interictal Burden Scale) 등 환자들의 삶의 질, 가정 및 직장에서의 활동, 기능적인 상태, 환자들의 느낌 등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환자중심평가지표(patient-reported outcome)를 평가하였고 치료 후 이러한 지표들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두통학회(European Headache Federation) 및 미국두통학회(American Headache Society)에서는 이례적으로 항CGRP단클론항체가 시판되기 전부터 진료지침에서 언급을 하였다[64,69]. 약제에 대한 관심 및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삽화편두통에 대하여 에레누맙 70 mg, 140 mg 월 투여, 프레마테주맙 225 mg 월 투여, 675 mg 분기 투여, 갈카네주맙 240 mg 초기 투여 후 120 mg 월 투여를 모두 강력히 추천하였으며, 근거수준도 높게 평가하였다. 만성편두통에 대해서도 역시 비슷한 권고를 하고있다(Table 4). 또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삽화편두통, 만성편두통 구분 없이 편두통 발생 일수가 월 4일 이상인 경우를 항 CGRP단클론항체 치료의 적응증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가격적인 면을 고려하였을 때 현실적으로는 두 종류 이상의 고전적 편두통 예방 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나 다른 편두통 예방 약제의 부작용, 환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질병들 그리고 복약 순응도가 좋지 않은 경우에 사용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약제이기 때문에 향후 추가 연구와 경험이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임상 이슈들이 있다. 첫 번째는 CGRP가 혈관의 확장 및 보호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차단하는 약물들을 이용한 치료법을 적용하게 되면 고혈압, 뇌경색, 심근경색 등 기존의 혈관질환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고혈압의 발생을 높이거나 급성 혈관허혈 상황에서 심뇌혈관의 확장 또는 예비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행히도 기존의 임상시험들에서 혈압과 심전도 등의 심혈관계검사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안정협십증 환자들에서 에레누맙이 트레드밀검사 결과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70]. 두 번째는 항CGRP단클론항체가 중추신경계로 투과하게 되는 경우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이다. 항CGRP단클론항체는 크고 친수성이어서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뇌수막염이나 뇌진탕 등 혈액뇌장벽의 손상이 오는 상황에서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임신이다. 실제로 전체 임신 중 절반 가까이에서 예기치 않은 임신이 이루어지고 편두통 환자의 상당수가 가임기 여성임을 고려할 때 흔히 임상에서 접하게 될 문제이다. 이때는 항CGRP단클론항체의 장점인 긴 반감기가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신 중에는 CGRP의 수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71], 아마도 태반의 혈류를 증가시켜서 태아와 모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혈관을 확장시켜서 임신성 고혈압, 자간전증, 임신중독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 또한 단클론항체는 임신 후반기에는 태반을 통과하기 때문에 태아와 태반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태아 신체의 CGRP 차단이 초래할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향후 전향적인 임신 등록 연구를 통한 많은 경험과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
결 론
세계질병부담연구에서 2017년 발표한 편두통의 장애생활년수는 요통에 이어 2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편두통은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들 중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다[69].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는 삶의 질과 가사 및 업무 생산성의 저하와 관련이 있으며 편두통을 겪는 사람은 일주일 평균 4-8시간 정도의 생산성 손실을 초래한다[72]. 따라서 편두통 발작은 효과적으로 조절이 필요하나 현재 흔히 사용하고 있는 트립탄제제는 혈관 수축 작용이 있기 때문에 심뇌혈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금기이며[64], 부작용들로 인하여 트립탄의 사용이 제한되기도 한다. 급성기 발작 자체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편두통 발생 일수를 감소시키고 급성기 치료제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한 적절한 예방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예방 치료가 필요한 편두통 환자들 중 예방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5%가 채 되지 않는다[73,74]. 또한, 예방 치료를 시작하였다고 하더라도 50%의 환자들은 경구 편두통 예방 치료를 60일 내에 중단하게 된다[75]. 이렇듯 현재까지 편두통 치료를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약물들은 효과, 부작용, 복용 순응도 등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 약물들이 비록 편두통 예방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편두통 기전에 근거하여 만들어지기 보다는 뇌전증, 고혈압, 우울증 등 다른 질환을 위하여 개발된 약물이었기 때문에 각 약제별로 부작용이 흔히 발생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편두통 기전에 근거하여 CGRP를 치료의 목표로 개발된 약제를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4개의 단클론항체는 월편두통일의 감소와 50% 반응률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내약성과 부작용 측면에서도 투여 부위 반응(발적, 통증 등) 및 변비가 약간 증가하는 것 외에는 위약군과 비슷하였다. 4개의 단클론항체가 편두통의 예방 치료에, 2개의 소분자 CGRP수용체길항제가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에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일반 인구 집단의 10-15%가 편두통을, 1-2%는 만성편두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편두통은 그 질병의 모습이 실체가 없으며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리 주목 받지 못하였고, 실제 존재하는 질병인지조차도 모르겠다는 무시 아닌 무시를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왔던 소분자 CGRP수용체길항제와 항CGRP단클론항체는 편두통의 발생기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편두통의 급성기를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되면서 편두통이라는 질병의 실체가 조금씩 눈에 보이고 있다. 또한 대한두통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두통 관련 캠페인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편두통에 대한 환자와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하였다. CGRP를 표적으로 삼은 치료제의 개발 그리고 사회적인 변화의 물결은 결국 의료 교육 및 의료 현장에서 편두통에 대한 교육 및 의료진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는 두통 연구의 활성화 및 두통 연구에 대한 투자의 활성화로 이어져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예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