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측 다발성 뇌병변을 보였던 쯔쯔가무시 뇌염
Scrub Typhus Encephalitis Presenting with Unilateral, Multifocal Brain Le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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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쯔가무시병(scrub typhus)은 발열과 발진을 특징으로 하는 가을철 급성 질환으로, 우리나라, 인도,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1]. 우리나라에서는 쯔쯔가무시병을 매개하는 대잎털진드기(Leptotrombidium pallidum) 유충의 활동 시기와 맞물려 9월에서 11월 사이에 호발한다. 대부분 항생제 치료에 반응이 좋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경련, 청력저하 또는 뇌수막염 같은 신경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2]. 저자들은 우측 대뇌에 다발성 병변으로 발현한 쯔쯔가무시 뇌염 환자를 뇌 자기공명영상 이상 소견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75세 여자가 발열과 의식저하로 병원에 왔다. 일주일 전 여수여행을 다녀온 이후부터 발열이 지속되었고, 내원 전일 쯔쯔가무시병이 의심되어 타 병원에 입원 치료 중에 의식저하와 빈호흡, 소변량 감소를 보여 전원되었다. 고혈압 이외의 다른 과거력은 없었다. 신체검사에서 전신 발진과 함께 복부에 가피가 관찰되었다(Fig. A). 내원하였을 때 혈압 92/59 mmHg, 맥박 136/분, 호흡수 27/분, 체온은 38.6℃였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22,090/μL (호중구 66.4%, 림프구29.1%), 혈색소 11.2 g/dL, 혈소판 37,000/μL였고, 혈액요소질소 58.6 mg/dL, 크레아티닌 1.72 mg/dL, C-반응 단백질 19.9 mg/dL,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322 IU/L,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 138 IU/L로 증가하여 있었다.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기면 상태였고 생체징후가 불안정하였으며 폐부종과 급성신부전 소견을 보여 중환자실로 입실하여 진정, 투석 및 기계환기 치료를 하며 독시사이클린과 azithromycin 투약을 시작하였다. 내원 3일째 양 안구가 왼쪽으로 편위되면서 왼쪽 팔다리의 간대움직임(clonic movements)이 발생하였고 lorazepam 2 mg을 정맥 투여한 뒤 소실되는 양상의 경련이 두 차례 발생하여 신경과에 의뢰되었다. 경련 후 신경계 진찰에서 양쪽 동공반사는 정상이었고, 수막증(meningismus) 소견은 없었으며 심부건반사는 양측에서 정상이었다. 통증 자극에 왼쪽 팔다리 반응이 오른쪽에 비하여 떨어져 있었고 왼쪽에서 바빈스키징후가 나타났다. 패혈증으로 인한 의식저하 이외에 쯔쯔가무시 중추신경계 합병증으로 뇌전증 발작이 동반된 것으로 판단하였고, 왼쪽 바빈스키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에 오른쪽 대뇌 병변을 의심하였다. 경련 당일 요추천자검사에서 뇌척수액은 투명하였고, 개방압력은 8 cmH2O, 뇌척수액 내 백혈구가 103개/UL (lymph 90)로 증가, 단백질이 346 mg/dL로 상승, 포도당비(glucose ratio: 뇌척수액 포도당 농도/혈청 포도당 농도 44.3/131) 0.33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오른쪽 관자후두부엽, 속섬유막뒤다리(posterior limb of internal capsule) 부위에 다발성의 확산 제한 소견이 보였고(Fig. B, C), 전반적인 뇌막 조영증강 소견이 있었다(Fig. D). 심전도와 경식도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색전증을 유발할 만한 이상 소견은 없었으며,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도 협착이나 폐색은 없었다. 뇌파검사에서 양쪽 대뇌에서 서파가 자주 나타났으나 뇌전증모양방전은 없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간접면역형광항체법으로 시행한 혈청 쯔쯔가무시 항체검사에서 양성 소견이었고(항체가 >1:5120), 뇌척수액검사에서도 쯔쯔가무시 항체가 1:640으로 확인되었다. 급성 뇌경색을 확실히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발열이 동반된 의식변화, 신체진찰 및 배양검사를 고려할 때 최종적으로 쯔쯔가무시 뇌염으로 임상적 진단하였다. 항생제 투약을 유지하며 보존적 치료를 병행하였고, 환자는 생체징후가 안정화되면서 의식이 조금씩 호전되어, 중환자실 입실 2주 후 일반 병실로 옮겨 왼쪽 팔다리 마비에 대하여 재활 치료 중이다.
고 찰
신경계 합병증이 동반된 쯔쯔가무시병은 드물지 않게 보고되었다. 대부분의 문헌보고에서 신경계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 의식 저하가 중추신경계 감염의 주된 증상이었으나 목경축(neck stiffness), 청력저하, 경련의 증상뿐만 아니라 한쪽 팔다리 마비 같은 국소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2]. 한 연구에서 왼쪽 6번 뇌신경마비만 보인 증례를 보고하였고[3], 양측 6번 뇌신경마비, 양측 안면신경마비 그리고 삼킴장애가 동반된 다발성 신경학적 증상을 보였던 사례도 있었다[4]. Orientia tsutsugamushi 균 독소가 혈액 또는 림프액을 통하여 직접적인 신경계 독작용(neurotoxic effect)을 일으키거나 뇌혈관염의 양상으로 뇌병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 관자후두부엽, 속섬유막뒤다리 부위에 다발성 병변이 나타난 본 증례에서도 이러한 기전으로 선택적인 중추신경 침범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5].
신경계 감염이 동반된 쯔쯔가무시병 환자와 신경계 감염이 없는 환자를 비교하였을 때 간질폐렴(pneumonitis) 발생 여부가 신경계 감염 발생의 중요한 예측인자로 보고되었다. 국내 한 연구에서도 325명의 쯔쯔가무시병 환자들 중에 수막염 또는 수막뇌염으로 진단된 22명의 환자와 신경계 감염이 없는 303명의 환자를 비교 분석하였을 때 간질폐렴 발생이 신경계 감염이 동반된 환자군에서 유의하게 많았다[1]. 본 증례 환자 역시 응급실 방문 당시부터 폐부종 및 호흡기 증상이 있었고 폐영상에서도 간질폐렴의 소견이 관찰되어 이전에 보고된 쯔쯔가무시 뇌염과 비슷한 임상 경과를 보였다.
증례의 환자는 10월 말 여수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일주일 뒤부터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났고, 신체진찰에서 발진과 함께 특징적인 가피가 발견되어 쯔쯔가무시병을 쉽게 진단할 수 있었다. 발열, 저혈압, 빈맥 등 패혈증 소견이 있어, 내원 초기 의식저하는 패혈증 관련 뇌병증(sepsis associated encephalopathy)으로 인한 뇌기능 저하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6]. 하지만 치료 과정 중에 뇌경련과 함께 피질척수로(corticospinal tract)의 침범된 신체진찰 소견이 나타났기 때문에 저자들은 단순한 패혈증이 아니라 뇌염 또는 국소병터의 뇌농양 등으로 의식저하가 동반되었을 것으로 의심하였다. 초기 평가에서 목경축, 브루진스키징후(Brudzinski’s sign) 같은 수막증 소견이 없었기 때문에 중추신경계 감염이 동반되었다는 의심이 늦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수막증은 중추신경계 감염의 증거로서 중요한 신체진찰 소견이지만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본 증례처럼 기계환기 등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는 해석에 더욱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다[7].
패혈증 환자의 경우 패혈증 관련 뇌병증으로 인하여 의식저하가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다른 감염병처럼 신경계 감염이 동반되는 상황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임상 경과에 따른 신경학적 변화를 면밀히 감시해야 하고, 본 증례처럼 신경계 감염이 있어도 수막증 소견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겠다. 본 증례는 쯔쯔가무시병이 한쪽 뇌에 국한된 다발성의 뇌염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