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의 신경증상은 병변의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눈돌림신경마비에 의한 증상도 그중 하나이다. 저자들은 최근 내경동맥의 해면정맥굴 부분에 발생한 부분 혈전을 동반한 뇌동맥류로 인하여 눈돌림신경마비가 발생한 환자에서 스텐트 보조 코일 색전술(stent-assisted coil embolization) 시행 후 눈돌림신경마비가 완전히 회복된 것을 경험하였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7세 남자가 3일 전부터 발생한 좌안 통증과 양안 복시로 응급실로 왔다. 통증은 욱신거리는 양상이었고 통증평가척도 8-10점 정도로 심하였다. 증상 발생 다음날부터 좌측 눈꺼풀이 처졌고, 셋째 날부터 좌안의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30년 전부터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immunoglobulin A 콩팥병증으로 27년 전 콩팥 이식을 받고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었다(사이클로스포린 50 mg 하루 2회, 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 250 mg 하루 1회, 프레드니솔론 5 mg 하루 1회). 콩팥 이식 이후 투석은 하지 않았으나 사구체 여과율이 만성 콩팥병증 범위였다. 복시가 발생하기 전 발열, 기침, 가래와 같은 감염은 없었고 복통, 설사도 없었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다. 신경학적검사에서 좌측의 안검하수, 외사시, 하사시가 관찰되었으며 좌측 동공이 산동되어 있었고(좌안 4 mm, 우안 3 mm), 빛반사도 떨어져 있었다. 또한, 좌안의 상전, 하전 그리고 내전의 제한이 확인되었지만 좌안을 하전시켰을 때 내회선은 잘 관찰되었다. 우안은 정상이었다. 좌안 주변으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으나 얼굴 감각저하는 없었으며 양측 각막반사를 포함한 다른 뇌신경검사와 운동 및 감각기능검사도 정상이었다. 실조증은 없었고 심부건반사도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에서 C-반응단백 0.1 mg/dL로 정상이었고, 적혈구침윤속도 21 mm/hr로 약한 염증 반응을 시사하였으며, 크레아티닌 2.08 mg/dL, 혈중요소질소 23 mg/dL, 사구체 여과율 32 mL/min/1.73 m2로 콩팥 기능은 환자의 평소 상태와 비슷하였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뇌실질은 정상이었으나 왼쪽 눈돌림신경이 바깥쪽으로 치우쳤으며, 두꺼워지고 조영증강되는 소견을 보였다. 뇌 자기공명혈관조영검사에서 1.3 cm 정도 크기의 뇌동맥류가 왼쪽 내경동맥의 해면정맥굴 부분에서 발견되었으며(Fig. A) 그 안쪽으로 일부 조영제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동맥류 내부에 부분적으로 혈전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원인이 뚜렷하게 확인되어 뇌척수액검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수술 전 사시 정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시행한 헤스(Hess)검사에서도 좌안의 외사시와 하사시가 보였다(Fig. B)
입원 4일째에 동맥류 병변에 대하여 스텐트 보조 코일 색전술을 시행하였다. 마이크로카데터를 모혈관(parent artery)으로 진입시킨 후 뇌동맥류를 선택하여 코일로 틀을 만들었다. 이후 그 위에 스텐트를 거치시켜 마이크로카데터 코일이 스텐트와 뇌혈관 사이에 갇히도록(jailing) 하면서 색전술을 하였고, 뇌동맥류에 코일을 채워 시술을 종료하였다(Fig. C). 시술 1일 전부터 아스피린 300 mg, 클로피도그렐 300 mg을 투약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클로피도그렐 저항성이 확인되어(P2Y12 resistance unit 214, 25%), 아스피린 200 mg, 클로피도그렐 75 mg, 실로스타졸 서방정 200 mg을 하루 1회 복용하며 시술 후 5일째 퇴원하였다.
퇴원 시 좌안의 내전이 일부 호전되었고, 시술 후 3개월 시점에는 증상이 모두 소실되었다(Fig. D). 시술 후 7개월 시점부터 아스피린 100 mg 단일 투약으로 변경하였다. 추적관찰한 뇌 자기공명혈관검사에서 뇌동맥류는 재발하지 않았으며, 스텐트를 삽입한 모혈관의 혈류도 잘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 찰
환자는 좌측의 동공 확대와 눈돌림신경의 이상을 보였다. 눈돌림신경 이상은 혈관성, 감염성, 염증성 혹은 허혈성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또한 종양이나 안근마비편두통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외안근 이상뿐 아니라 동공 확대도 동반하는 경우에는 동맥류나 종양 등에 의한 압박성 눈돌림신경마비 가능성이 높으며, 그 이유는 동공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섬유가 눈돌림신경의 가장 표면에 위치하고 있어 압박성 병변에 취약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1].
본 증례의 경우 뇌 자기공명영상검사 및 혈관조영검사에서 왼쪽 내경동맥의 해면정맥굴 부분에 혈전을 동반한 뇌동맥류가 관찰되었고, 그로 인하여 눈돌림신경이 압박을 받고 있었다. 동맥류의 크기가 직경 1.3 cm 정도로 컸고, 뇌신경장애가 동반되었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2].
치료 방법으로는 스텐트 보조 코일 색전술을 선택하였다. 코일색전술의 단점은 뇌동맥류의 목이 넓은 경우에 뇌동맥류가 재개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인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재개통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스텐트 내 혈전증이 발생할 가능성 있기 때문에 시술 전후 필수적으로 항혈소판제를 사용해야 한다. 적어도 시술 후 3개월까지는 항혈소판제 두 가지를 같이 사용해야 하고, 이후에도 아스피린 단독 요법을 평생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3].
모혈관 폐쇄술이 혈전이 동반된 뇌동맥류에서 일반적인 코일 색전술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4,5]. 혈전이 동반된 뇌동맥류는 대개 크기가 크기 때문에 코일 색전술을 시행할 경우 많은 환자(75%)에서 동맥류가 재개통된다. 이에 비하여 모혈관 폐쇄술을 시행한 경우 동맥류가 커지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 이유는 혈전을 동반한 뇌동맥류에서 크기가 커지는 기전 중 하나가 동맥류 벽이 찢어지기 때문인데, 모혈관 폐쇄술을 사용하면 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5]. 그러나 본 환자에서는 동맥류가 내경동맥에서 기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뇌경색 위험이 있어 모혈관 폐쇄술을 시행하기 어려웠다.
본 증례는 왼쪽 내경동맥에서 기시한 혈전을 동반한 뇌동맥류로 인하여 왼쪽 눈돌림신경마비가 발생한 환자로,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 이후 신경학적 이상이 완전히 호전된 경우였다. 뇌동맥류로 인한 압박성 신경병증이 심하고 동맥류의 목 부분이 넓은 경우, 수술적 접근이 어려운 경우라면 스텐트 보조 혈관색전술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이 증례를 통하여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