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실 환자에서 발프로산에 호전된 얼굴변형시증과 시야장애
Prosopometamorphopsia and Visual Field Defect Improved by Valproic acid in a CADASIL Patient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ersistent aura without infarction is defined as an aura persisting for 1 week or more without evidence of infarction on neuroimaging. It is difficult to differentiate persistent visual aura without infarction from occipital lobe epilepsy. We report a Cerebral Autosomal Dominant Arteriopathy with Subcortical Infarcts and Leukoencephalopathy patient with prosopometamorphopsia and visual field defect improved by valproic acid. We also review ambiguity between visual aura in migraine and occipital lobe epilepsy.
편두통과 뇌전증은 모두 일시적인 발작적 뇌기능의 변화라는 공통점을 가진 질환으로, 두 질환의 관계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연구되었으나 확실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특히 환시 등 시각증상이 발생하는 후두엽뇌전증의 경우 1/3에서 2/3의 환자가 경련 후 두통을 가지고 있어 시각 조짐증상을 동반한 편두통과 감별하기 어렵고, 편두통을 경련으로 혹은 경련을 편두통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들은 편두통을 가진 카다실 환자에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뇌경색 소견이 없고 얼굴변형시증과 시야장애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었다가 발프로산을 복용한 이후 증상이 호전된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한다.
증 례
56세 여자가 눈 앞의 번쩍거림과 그 이후 발생한 두통으로 응급실에 왔다. 번쩍거림은 시야 가운데에서 번개 모양으로 발생하여 점차 양측으로 퍼지는 양상이었고, 약 30분 후 머리의 양측 뒷부분에 욱신거리는 양상의 Wong-baker척도 6-7점 강도로 두통이 발생하였다. 두통이 있는 동안에는 약간의 구역감이 동반되었다. 두통과 동시에 양팔 전체의 저린감이 동반되었으며, 저린감은 2시간 가량 지속되다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아세트아미노펜 325 mg, 트라마돌 37.5 mg) 복용 후 호전되었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에서는 주관적인 양팔의 저린감 외에 감각이상 혹은 시야장애 등 국소 신경학적 이상은 없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은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뇌실 주위 피질하 백색질과 기저핵의 고음영과 열공경색이 관찰되었고(Fig. 1-A), 확산강조영상과 겉보기확산계수영상은 정상이었다(Fig. 1-B). 환자는 고혈압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받고 있었으며, 약 10년 전 2년 사이 3차례 반복된 뇌경색으로 시행한 Notch 3 유전자 변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피부 조직검사에서 과립모양의 오스뮴친화성물질(granular osmiophilic material)의 침착이 확인되어 카다실로 진단받은 병력이 있었다. 가족력에서 아버지가 50대에 반복되는 뇌경색과 인지장애로 치료받은 이후 69세에 사망하였으나 유전자검사는 하지 않았고 환자는 아버지의 두통 병력에 대하여 모른다고 하였다. 카다실 진단 이후 1년에 3-4회 정도 간헐적으로 우측 측두엽에 수시간에서 하루 이내로 지속되는 박동성의 두통이 반복되었고 메스꺼움이 동반되었다고 한다. 6개월 전부터는 두 달에 1회 정도 수분간 지속되는 좌측 시야의 불빛 번쩍거림이 두통과 동반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다음 날에도 두통은 호전되지 않았으며, 양측 시야에서 빛이 번쩍거리는 증상은 사라졌으나 사람 얼굴이 자주색이나 검정색으로 보이고, 얼굴 좌측이 넓적하고 눈썹이 아래로 쳐져 괴물같이 보인다고 호소하였지만 다른 물체를 볼 때는 이러한 현상이 없다고 하였다. 사람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 보게 하였을 때 좌측 얼굴(환자의 우측 시야)을 일그러지게 표현하였다(Fig. 2-A). 경련을 감별하기 위하여 시행한 뇌파는 정상이었다. 병력과 뇌 자기공명영상, 뇌파 결과를 바탕으로 조짐편두통이라 판단되어 졸미트립탄(2.5 mg)을 투약하였다. 투약 후 심한 두통은 호전되었으나 두통 발생 6일 째까지 양쪽 시야에 먼지 같은 금가루가 보이고 눈을 감으면 나뭇가지가 떨리거나 풀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고 호소하였으며 얼굴변형시증도 여전히 지속되었다. 이외에 얼굴실인증, 동시실인증, 실독증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통 발생 6일째에 옆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안 보인다고 호소하여 시행한 신경학적검사와 시야검사에서 좌측 동측시야결손이 확인되었으나(Fig. 2-B), 다시 시행한 확산강조영상과 뇌파에서는 뇌경색이나 뇌전증을 시사하는 특이 소견은 없었다(Fig. 1-C). 경련을 고려하여 로라제팜(0.25 mg)을 두 차례 투여하였으나 얼굴변형시증과 시야결손은 호전되지 않았다.
시야결손를 설명할 수 있는 뇌경색이나 뇌전증의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시야결손이 1주 이상 지속되는 시각조짐일 가능성을 고려하여 ‘뇌경색이 없는 지속조짐’ 진단 하에 부하 없이 경구 발프로산 250 mg 하루 2번 복용을 시작하였다. 복용 3일째에는 간헐적으로 있던 두통이 완전히 사라졌으며, 5일째부터 시야장애와 시각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7일째에는 얼굴변형시증이 사라져 사람의 양측 얼굴을 대칭적으로 표현하였으며(Fig. 2-C) 시야결손도 완전히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2-D).
발프로산을 복용한지 7개월째에 주간 졸림증과 어지럼을 호소하여 약을 중단하였다. 중단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육체적 활동으로 악화되는 우측에 국한된 두통이 발생하였다. 좌측 시야장애가 동반되었고 얼굴변형시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확산강조영상과 뇌파에서 이상은 없었다. 발프로산 250 mg 하루 2번 복용을 시작한 2일째부터 두통과 시야장애는 호전되었으나 5일째에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고 시야가 뿌옇다는 증상을 새로이 호소하여 발프로산을 500 mg 하루 2번으로 증량하였다. 발프로산 증량 다음날부터 변형시증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증상은 호전되기 시작하여 3일 뒤 완전히 회복되었다. 하지만 어지럼이 너무 심하여 발프로산을 300 mg 하루 2번으로 감량한 채로 유지하였다.
고 찰
편두통과 뇌전증은 병태생리기전은 다르지만 동반이환되는 경우가 많아 편두통 환자의 6%가 뇌전증을 가지고 있으며, 뇌전증의 경우 8-15% 환자가 편두통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두 만성 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최근 연구는 두 질환이 공통된 유전자 결함을 가진다고 시사하였다[1].
본 증례는 시각증상과 편두통이 함께 있다가 시각증상만 오래 지속되었고 발프로산에 증상이 호전된 경우다. 명확한 경련발작이나 두통을 동반하지 않고 시각증상만 지속되어 후두엽뇌전증과 조짐을 동반한 편두통의 감별진단에 애로가 있었는데, 저자들은 뇌전증보다는 시각조짐을 동반한 편두통이 있다가 시각조짐만 지속되는 ‘뇌경색이 없는 지속조짐’으로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는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뇌경색이 없는 지속조짐’의 진단기준에 부합한다. 뇌경색이 없는 지속조짐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시각, 감각, 언어, 운동, 뇌줄기, 망막조짐 중 1개 이상의 가역적인 조짐이 존재하고, 2) 조짐편두통 환자에서 발생하여 1개 이상의 조짐이 1주 이상 지속되며, 3) 신경영상에서 뇌경색의 증거가 없어야 하고, 4) 국제두통분류 제3판의 다른 진단으로 설명이 되지 않아야 한다[2]. 본 증례는 조짐편두통이 있던 환자에서 가역적인 시각증상이 1주 이상 지속되었고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뇌경색의 증거가 없었다. 둘째, 시각증상의 양상이 뇌전증보다는 편두통의 조짐증상에 가까웠다. 뇌전증의 시각증상 지속 시간은 일반적으로 수초에서 3분 이내지만[3], 편두통 조짐증상은 진단기준으로도 5분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다채로운 색과 원형과 같은 기하학적 무늬가 편측에 보이는 경우가 많은 뇌전증 발작에 비하여 편두통 조짐증상은 흑백 선형의 지그재그 패턴이거나 시야결손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4]. 셋째, 오래 지속되면서도 다른 양상의 경련으로 진행하거나 이차적으로 전신화되지 않았다. 또한 뇌파에서도 뇌전증모양방전이 관찰되지 않았다. 넷째, 후두엽뇌전증은 전체 뇌전증의 5-10%로 드문 편이며[3], 카다실 환자에서는 조짐증상을 동반한 편두통의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45-67%). 카다실 환자에서 편두통 병력은 75%까지도 보고되며[5], 특히 조짐편두통의 빈도는 일반 인구보다 5-10배 높다[5,6]. 카다실 환자의 편두통에서 발생하는 조짐의 종류 중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본 증례와 같은 시각조짐이고, 그 다음은 감각조짐이다[5]. 시각조짐의 종류는 시야장애가 약 25%, 섬광이 약 21%로 보고되었고, 얼굴변형시증은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6].
그러나 부분뇌전증지속상태의 가능성도 있어 후두엽뇌전증을 배제할 수 없다. 환자의 특징적인 증상이었던 얼굴변형시증은 1947년 첫 증례 이후 아주 드물게 보고되었는데, 주로 뇌전증 혹은 편두통과 같은 기능적 이상 질환이나 뇌경색, 뇌출혈, 종양 등 구조적 이상이 후두엽 또는 측두엽의 얼굴 영역에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7]. 본 증례에서 보였던 얼굴변형시증이나 시야결손 모두 편두통뿐만 아니라 뇌전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점도 감별진단을 어렵게 하였다.
주로 뇌전증 발작의 예방 및 치료에 사용하는 발프로산을 사용하고 증상이 호전된 점도 뇌전증을 시사하는 소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편두통의 예방약으로도 발프로산이 널리 사용되었으며, 최근에는 편두통 급성기 치료로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많다[8]. 특히 ‘뇌경색이 없는 지속조짐’의 치료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지만 발프로산, 라모트리진, 푸로세미드 등이 효과가 있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9]. 발프로산이 편두통을 완화시키는 기전으로는 뇌내 감마아미노부티르산 농도 증가, 뇌줄기의 세로토닌 세포 억제, 삼차신경핵에서 c-fos의 활성화를 감소시켜 염증 반응 감소 등이 제시된다[10].
편두통과 뇌전증이 중첩되는 부분이 많고 같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Lennox 등은 편두통뇌전증(migralepsy)이라는 단어를 제안하였고, 현재 국제두통분류에도 ‘조짐편두통 발작 도중 또는 이후 1시간 이내 발생하는 경련’으로 정의되어 있으나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4]. 특히 뇌 자기공명영상 등 신경영상이나 뇌파에 특이소견이 없을 경우 감별진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가 없고 질환의 정의가 아직 모호하여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진단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련발작이 동반되지 않고 편두통이 있는 카다실 환자에서 시각 증상이 지속될 때는 지속조짐 혹은 후두엽 경련을 고려하여 조기에 발프로산 투약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