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에 의한 하부 뇌신경마비
Lower Cranial Nerve Palsy Due to Vertebrobasilar Dolichoectasia
Article information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vertebrobasilar dolichoectasia)은 척추뇌기저동맥의 확장, 연장, 비틀림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1], 주로 뇌경색, 일과성허혈발작, 폐쇄수두증, 뇌줄기 압박, 뇌출혈 등의 양상으로 나타난다[2,3]. 그중 연수압박과 그로 인한 하부 뇌신경마비가 드문 임상양상으로 보고된 바 있다[4]. 최근 저자들은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에 의하여 하부 뇌신경마비가 발생한 두 증례를 경험하여 이에 대하여 보고한다.
증 례 1
64세 여자가 1개월 전부터 발생한 쉰소리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았고 후두경검사에서 우측 성대마비가 관찰되어 신경과로 의뢰되었다. 고혈압과 심부전으로 암로디핀, 퓨로세마이드를 복용 중이었다. 증상의 일중변동은 없었다. 신경학적검사에서 안면감각, 운동기능, 구음은 모두 정상이었고, 구역반사는 우측의 감소가 약간 의심되는 정도였으나 연구개의 편평이나 목젖 편위는 관찰되지 않았다. 사지근력, 감각기능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에서 일반화학검사, 갑상선기능검사, 자가면역질환/대사성질환 관련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뇌신경 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척추동맥의 장대확장증으로 연수의 다리뇌연수연결 부위가 함입되면서 우측 미주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 관찰되었다(Fig. A-D). 저자들은 쉰소리를 유발한 성대마비는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으로 인한 우측 미주신경 압박 때문으로 판단하였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어서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경과 관찰하였고, 수개월 뒤 추적관찰 때에는 환자가 주관적으로는 쉰소리가 일부 호전됐다고 호소하였으나 우측 성대마비는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증 례 2
45세 남자가 2주 전부터 발생한 쉰소리, 경미한 구음장애와 연하곤란(물을 마시면 코로 넘어온다고 호소)으로 왔다. 고혈압은 진단받았으나 생활 교정으로 잘 조절되고 있었다. 증상의 일중변동은 없었다. 후두경검사에서 좌측 성대부마비가 관찰되었다. 신경학적검사에서는 좌측 구역반사 저하가 의심되었고 경미한 구음장애가 있었으나 다른 뇌신경검사는 정상적이었다. 사지근력, 감각기능 모두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에서 일반화학, 갑상선기능, 자가면역질환/대사성질환 관련 검사 소견은 정상이었다. 신경근육이음부 질환에 대하여 진행한 아세틸콜린 수용체 차단/결합 항체, 반복신경자극검사도 정상이었다. 뇌신경 자기공명영상에서 좌측 후측부 연수와 9, 10, 12번 뇌신경의 압박이 관찰되었으며, 뇌혈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이 관찰되었다(Fig. E, F). 저자들은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에 의한 하부 뇌신경마비로 진단하고 경과 관찰하였다. 약 3개월 뒤 외래 추적관찰 때에는 물이 코로 넘어오는 증상은 호전되었다고 하였으나 6개월 뒤 추적관찰 때에도 쉰소리, 좌측 성대부분마비, 경미한 구음장애는 변화가 없었다.
고 찰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은 전체 인구의 약 0.06-5.8%에서 관찰되는 드문 질환으로 대부분 50세 이상에서 관찰된다. 정의는 1) 기저동맥이나 척추동맥의 직경이 4.5 mm 이상, 2) 예상 주행 경로에서의 편위가 10 mm 이상, 3) 기저동맥의 길이가 29.5 mm 혹은 뇌 내 척추동맥의 길이가 23.5 mm 이상인 경우를 포함한다[4]. 발생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고혈압, 유전질환, 매독을 포함한 일부 감염성 질환 등이 가능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2]. Savitz 등[4]은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에 의하여 연수압박이 발생한 증례 9개를 보고하였는데, 증례들은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발견되었고 증상도 이명, 두통, 현훈, 일과성 편마비, 진행성 마비 및 감각이상, 쉰소리, 의식소실 등으로 다양하였지만 성대마비를 보인 경우는 한 증례뿐이었다. 우리의 두 증례는 연령대, 성별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쉰소리와 편측 성대마비 증상을 보였다.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의 치료는 유발된 증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뇌경색이 동반된다면 항혈전제나 항응고제 치료가, 수두증이 동반된다면 뇌실복막관류와 같은 수술적 처치가 도움이 될 수 있다[1].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에 의한 뇌줄기나 뇌신경 압박 증상은 미세혈관감압술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보고도 있으나[3], Savitz 등[4]의 보고에서처럼 재발이나 다른 합병증(후두신경통 등)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출혈을 포함한 감압술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맥압의 엄격한 조절과 같은 보존적인 처치를 제외한 적극적인 처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5]. Savitz 등[4]의 보고에도 7개의 증례는 보존적 처치를 시행하였었다.
우리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수개월간 보존적 처치를 하면서 경과관찰을 하였고 일부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였지만 성대마비는 변화가 없었으며 추가 증상 발생, 진행, 악화는 없었다. 척추뇌바닥장대확증은 다양한 연령, 성별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으므로 두 환자처럼 쉰소리를 주소로 편측 성대마비를 보이는 경우 유전질환, 혈관성 질환, 의인성, 감염, 면역질환, 대사성 질환, 퇴행성 질환, 종양 등의 다양한 원인과 함께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에 의한 하부 뇌신경마비 가능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경과관찰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