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실금을 주 증상으로 보인 삼투탈수초증후군
Osmotic Demyelination Syndrome Presenting with Emotional Incontin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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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투탈수초증후군(osmotic demyelination syndrome)은 삼투변화에 의한 탈수초질환으로서 교뇌 중심부에 발생하는 중심교뇌수초용해증(central pontine myelinolysis)과 교뇌 이외 부위에서 병터가 존재하는 교뇌외수초용해증(extrapontinemyelinolysis)이 있다. 사지마비, 조음장애, 거짓숨뇌마비, 의식장애, 뇌병증, 경련, 안구운동장애, 이상운동 등의 다양한 신경계 증상들이 발생할 수 있다[1]. 저나트륨혈증의 급속 교정 이후 삼투탈수초증후군이 발생하여 감정조절장애를 주 증상으로 보인 증례는 매우 드물기에 이를 보고한다.
증 례
44세 여자가 보행장애와 감정조절장애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응급실 방문일 3주 전부터 전신쇠약감이 발생하였고 혈액검사에서 저나트륨혈증(Na+ 97 meq/L)이 관찰되어 입원 후 11시간 만에 16 meq/L로 나트륨 급속 교정이 이루어졌다. 다음날부터 멍하게 허공을 보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혀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아 말이 어눌하였으며, 음식 삼킴곤란을 보였고,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간단한 의사표현은 할 수 있었으나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울음이 계속 지속되어 대화가 어려웠으며, 간단한 대화 자극에도 울음이 터져 나오는 감정실금(emotional incontinence) 양상이 지속되었다. 환자는 저나트륨혈증이 정상범위로 교정되어 23일간 입원 치료 후 퇴원하였으나 상기의 증상이 지속되어 다음날 응급실을 다시 방문하였다. 과거력에서 환자는 30세에 조현병 진단을 받고 안정적인 항정신병 약물 치료(aripiprazole 15 mg/day) 중이었으며, 최근 정신병 증상들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신경계 진찰에서 의식수준은 정상이었고 뇌신경검사에서 자발안진은 없었으나 수평 방향 주시에 따라 주시유발안진이 나타났다. 또한 조음장애 및 삼킴곤란이 있었다. 양측 상지 근력은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4등급(grade 4), 양측 하지 근력은 MRC 3등급(grade 3)으로 저하되어 있었고 통각, 온도감각, 위치감각 및 진동감각을 포함한 몸감각검사는 대칭적으로 정상이었다. 심부건반사 또한 대칭적으로 정상이었고 병적반사는 보이지 않았다. 소뇌기능검사 및 보행기능검사는 사지 위약으로 인하여 시행하지 못하였다. 교육 년수 14년, 한국판 간이 정신상태검사는 23점이었으며, 자세한 신경심리검사(A Korean version of the consortium to establish a Registry for 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Packet, CERAD-K) 결과, 이름 대기 능력, 언어적 기억력은 양호한 반면, 길 만들기 검사와 stroop test의 단어/색깔 검사에서 점수가 저조하여 전두엽의 기능저하를 알 수 있었다.
증상 발생 3일째 촬영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저나트륨혈증의 급격한 교정 후 발생한 삼투탈수초증후군을 의심하여 증상 발생 25일째 뇌 MRI를 재촬영한 후 확산강조영상과 T2강조영상, 액체감쇠역전회복(FLAIR)영상에서 양쪽 전두엽피질 영역, 미상핵, 조가비핵, 시상 및 교뇌에 대칭적인 고신호강도의 병변을 발견하였다(Fig.). 뇌 단일광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영상에서는 양측 전두엽, 변연계,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 및 우측 미상핵과 시상 부위에서 관류저하가 관찰되었다. 환자의 병력 및 신경계 진찰, 영상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삼투탈수초증후군으로 진단하였다. 감정실금에 대하여 입원 3일째부터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중 플루옥세틴(fluoxetine 10 mg/day 투여 시작 후 20 mg/day까지 증량)을 투여하였다. 환자는 응급실 방문 당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감정실금을 보였으나, 약물 치료 7일째부터 점차 호전되어 감정실금이 현저히 줄어들어 대화가 가능한 정도로 호전되었다. 또한 상하지 근력저하와 조음장애 및 삼킴곤란도 점차적으로 호전되었으며, 증상 발생 약 2개월 경과 후 퇴원 시에는 감정실금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고, 양측 상하지 근력은 MRC 4등급(grade 4) 이상으로 호전되어 혼자 서는 것까지 가능하였으며, 보행 및 계단 오르내리기가 가능한 수준까지 호전되었다.
고 찰
삼투탈수초증후군은 삼투변화에 의한 탈수초질환으로 저나트륨혈증의 급속 교정이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저나트륨혈증 상태에서 세포는 세포외액의 유입으로 부피가 커지게 된다. 유기물과 양이온의 세포 내 이동을 통한 삼투농도의 균형으로 세포 부피가 정상화된다. 저나트륨혈증의 빠른 교정은 상대적으로 세포 외부로 물이 이동하며 아교세포의 수축과 탈수초화를 유발한다. 또한 사이토카인의 분비, 치밀이음(tight junction)의 파괴로 세포 사멸 및 혈액뇌장벽의 붕괴를 유발한다[2]. 혈중 나트륨의 급속 교정 등 삼투변화가 있는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의심할 증상이 동반되었을 때, 뇌 MRI를 촬영하여 삼투탈수초증후군에 합당한 병터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의 발생보다 뇌 MRI상의 변화가 더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3]. 삼투탈수초증후군에 의하여 감정실금이 주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만성 알코올 중독자에서 알코올 금단 중 발현한 중심교뇌수초용해증에서 낯선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나는 감정실금 증상에 대한 증례보고가 있다[4].
본 증례의 경우 환자의 병력 및 신경계 진찰을 바탕으로 고혈압뇌병증, 다발경화증과 같은 탈수초질환이나 뇌간뇌염 등에 대한 감별진단이 필요하여 뇌영상검사, 뇌척수액검사, 뇌파검사 등을 고려하였으며, 혈중 나트륨의 급속 교정 이후 발생한 증상 및 재촬영한 MRI검사에서 보인 영상 소견을 바탕으로 삼투탈수초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환자의 경우, 특징적으로 감정조절장애가 극심하게 나타났으며, 본인도 모르게 울음이 계속 나오는 모습을 보였는데 대화를 걸면 곧바로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 내어 울음을 터트려 대화가 불가능하였고 의사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였다. 기존의 조현병 증상이 기존 약물에 의하여 적절히 조절되고 있어 새로 발생한 감정조절장애 증상들은 교뇌외수초용해증 및 중심교뇌수초용해증에 의한 피질-교뇌-소뇌 경로(corticopontine cerebellar circuit)의 손상으로 인하여 나타난 것으로 추정하였다. 감정의 운동표현은 대뇌피질, 교뇌, 소뇌를 연결하는 피질-교뇌-소뇌 경로를 통하여 일어나며, 이때 소뇌는 웃음과 울음과 같은 감정의 운동 표현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관문(gate-control)으로 작용한다[5]. 감정조절장애를 보이는 환자에서는 피질-교뇌-소뇌 경로의 이상에 의하여 감정조절의 역치가 낮아지게 되고, 감정 표현의 이상 활성으로 인하여 병적인 울음이나 웃음이 나타나게 된다[5,6]. 세로토닌과 글루탐산염이 감정조절 이상과 관련된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로서, 세로토닌계 약물 또는 항글루탐산계 약물을 사용하여 감정조절 이상을 치료한다[7]. 본 증례의 경우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를 사용한 다음 감정조절장애는 효과적으로 조절되었다.
상기 증례는 삼투탈수초증후군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증상 중에서 비교적 흔하지 않은 감정실금이 특징적으로 나타난 경우이다. 급작스럽게 나타난 감정조절장애의 원인으로 삼투탈수초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병력이 있는 경우 이를 의심하여 뇌 MRI검사를 적절히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또한 치료로서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증상의 점진적인 호전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