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쏘임 후 발생한 이상급성중증과민증과 지연 소뇌실조증
Biphasic Anaphylaxis and Delayed onset Cerebellar Ataxia following a Wasp Sting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Anaphylaxis usually develop immediately after wasp sting, but may develop even after few days later. Neurological complications after stings are uncommon, although several cases have been reported involving central and/or peripheral nervous system. Although wasp sting-induced encephalitis has been rarely reported, all reported cases showed mental change and severe neurological deterioration. Herein, we report an atypical case who showed biphasic anaphylaxis and delayed-onset cerebellar ataxia following a wasp sting, characterized by mild cerebellar ataxia and excellent response to corticosteroids.
말벌쏘임은 전 세계적으로 흔하며, 국내의 경우 말벌의 개체 수가 늘기 시작하는 6월부터 벌초나 성묘가 많은 9월까지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대개 말벌에 쏘이면 쏘인 부위에 붓기와 통증을 동반한 국소반응이 일어난다. 전신알레르기과민반응인 급성중증과민증(anaphylaxis)은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지만 종종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중증과민증은 대개 쏘임 직후에 발생하나 드물게 이상반응(biphasic reaction)으로 3일 뒤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1,2]. 말벌쏘임 후 발생하는 신경계 합병증으로는 뇌출혈, 뇌경색, 뇌염, 급성 다발신경병 및 시신경병 등이 보고된 바 있다[1,3]. 특히 말벌쏘임에 의한 뇌염은 매우 드물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4예 정도에 불과하다[4-6]. 국내에서는 벌쏘임 후 지연성으로 발생한 신경계 합병증은 보고된 바가 없다. 이에 저자들은 말벌쏘임 후 이상급성중증과민증과 지연 신경계 합병증으로 소뇌실조증이 생긴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1세 남자가 두통, 전신 위약감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방문하였다. 기저질환 없이 건강한 남자였고, 과거력에서 7일 전 작업 도중 말벌에 쏘인 경험이 있었다. 말벌쏘임 직후 환자는 어지럼과 저혈압이 발생하여 지역병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았다. 말벌쏘임 2일 후 1회 실신하였고, 이후 두통, 어지럼, 전신 위약감, 경미한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지역병원에 입원하였다가 갈수록 증상이 악화되어 말벌쏘임 7일째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두통, 어지럼, 전신 위약감의 원인 감별을 위하여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척수 자기공명영상 그리고 근전도검사를 시행하였으며 결과는 정상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가 9개로 경미하게 증가되어 있었고, 포도당과 단백질은 정상범위였다. 호흡곤란의 원인 감별을 위하여 시행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검사는 정상이었다. ImmunoCAP System (Phadia, Uppsala, Sweden)을 이용한 honeybee, common wasp, yellow hornet venom에 대한 특이 면역글로불린E (specific immunoglobulin E [IgE])검사를 시행하였으며 모두 정상 소견을 보였다.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항원(allergen)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앞선 검사에서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만한 원인이 없었고 임상경과를 고려하여 말벌쏘임에 의한 이상급성중증과민증으로 진단하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였다.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 SolumedurolⓇ 70 mg/day)을 투여하면서 환자는 두통, 어지럼, 전신 위약감, 호흡곤란이 점차 호전되었으며, 스테로이드 투여 4일째 모든 증상이 호전된 상태로 스테로이드를 끊고 퇴원하였다.
퇴원 3일 후(말벌쏘임 15일째) 환자는 조음장애와 보행장애가 발생하였고, 갈수록 악화되어 응급실에 방문하였다. 신경계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고 조음장애가 관찰되었다. 뇌신경기능검사는 정상이었고 자발안진 및 유발안진은 관찰되지 않았다. 사지의 근력 그리고 위치와 진동감각을 포함한 감각기능은 정상이었으며 심부건반사 역시 정상이었다. 소뇌기능검사에서 손가락코검사와 빠른 교대운동은 정상이었으나 발꿈치정강이검사에서 양쪽 모두 겨냥 이상(dysmetria) 소견을 보였다. 보행 시 속도는 정상이나 넓은 보폭으로 불안정하게 걷는 실조보행(ataxic gait) 양상이 보였으며 Romberg 검사는 음성이었다. 환자의 증상을 소뇌장애에 기인한 실조증이라 판단하였고, 뇌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다. 뇌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Fig. 1), 뇌척수액검사는 환자의 거부로 시행하지 못하였다. 비록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하지 못하였지만, 환자의 과거력과 임상경과를 토대로 말벌쏘임 후 지연성으로 발생한 소뇌실조증으로 진단하고 고용량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시작하였다(methylprednisolone 1 g/day). 실조증은 치료 시작 후 호전되기 시작하였으며 스테로이드는 점진적으로 감량하여 총 2주 사용 후 끊었다. 환자의 실조증은 약물 치료 시작 후 3일 뒤 모두 호전되었으며, 이후로 증상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고 찰
본 환자의 경우, 말벌쏘임 직후 그리고 2일 뒤 저혈압과 호흡곤란의 급성중증과민증이 발생하였다. 이후 점차 호전 추세를 보이다가 말벌쏘임 13일 후 소뇌실조증이 발생하였고, 말벌 독에 의한 지연성 신경계 합병증으로 진단하고 스테로이드로 성공적으로 치료한 증례이다(Fig. 2).
급성중증과민증은 대개 쏘임 발생 직후 또는 수시간 내에 발생하나, 이상반응(biphasic reaction)으로 인하여 72시간 뒤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2]. 이상반응은 4-4.5% 빈도로 발생하며, 이 때문에 초기 중증 호흡기계나 심혈관계 증상이 있었던 환자는 수시간(4-10시간) 이상 관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급성중증과민증의 임상증상으로는 피부발진, 호흡곤란, 복통, 저혈압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진단은 환자의 병력과 증상에 의하여 대부분 이루어진다. 급성중증과민증의 진단기준은 2005년 확립되었으며 세 가지 항목 중 한 가지 항목에 해당되면 급성중증과민증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할 수 있다(Table) [7]. 즉각적인 전신반응은 IgE가 관여하는 1형 과민성(type I hypersensitivity)에 의하여 발생한다[1]. 알레르기항원(allergen)으로 불리는 항체가 외부에서 체내로 유입되면 B세포(B-cell)가 항원에 대한 IgE 항체를 만들어내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한다. 벌독 특이 IgE 항체의 혈청검사 및 피부바늘따끔검사는 급성중증과민증의 원인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음성으로 나온다고 해도 의심되는 원인 물질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 한다[8]. 벌쏘임 후 급성중증과민증이 발생한 환자들을 조사한 국내 연구에서도 전체의 56.9%가 특이 IgE가 정상이거나 의미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8]. 전신 급성중증과민증의 중증도와 IgE 항체와의 관계를 본 연구에서도 특이 IgE 항체와 전체 IgE 항체 수치는 오히려 벌쏘임에 의한 전신반응이 심할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나, IgE 항체(antibody titer)가 급성중증과민증의 진단이나 중증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겠다[9].
말벌쏘임에 의한 신경계 합병증은 주로 수일 내지는 수주 후 발생하며, 이 같은 지연 발생은 3형 과민성(type III hypersensitivity)에 의한 반응으로 알려져 있다[1,4]. 3형 과민성은 항원항체복합체(antigen-antibody complex)와 보체계(complement system)가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활성화된 면역복합체는 혈관과 조직에 침착하여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혈관의 투과성 증가로 조직의 부종을 유발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말벌쏘임에 의한 뇌염은 전 세계적으로 4개의 증례보고가 있다[4-6]. 기존에 보고된 증례들은 모두 한꺼번에 수차례의 벌쏘임 후 의식저하와 경련을 보였고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뇌척수액세포증가증은 뚜렷하지 않았으나(0-10/mm3) 주로 단백질 수치가 상승(82-120 mg/dL)되어 있었다. 본 증례의 경우, 환자의 거부로 뇌척수액 추적검사를 하지 못하였으나 6일 전 뇌척수액검사에서 경미한 뇌척수액세포증가증을 보였고 소뇌실조증을 일으킬만한 약제나 다른 원인이 없었기 때문에 소뇌의 염증반응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판단하였다. 본 증례는 이전에 보고된 뇌염들과 달리 증상이 다소 경미하고 소뇌에만 국한된 증상으로 발현하였다. 이전 보고들과 달리 본 증례에서는 단 한 차례의 벌쏘임 후 발생하였기에 환자 체내에 들어온 벌독의 양이 적고 뇌에 침투된 염증반응의 부하가 다소 경미하여 소뇌에만 국소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하였다.
뇌척수액에서 항GQ1b항체검사를 시행하지 못한 점은 제한적이지만, 임상적으로 안구운동장애, 뇌신경병, 근력저하, 보행장애 및 심부건반사 저하 소견은 관찰되지 않아 Miller-Fisher증후군과 Bickerstaff뇌간뇌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였다. 일부 자가면역항체(GAD65, PCA-1 (Yo), ANNA-1 (Hu), DNER (Tr), mGluR1, VGCC 등)에 의한 자가면역뇌염이나 신생물딸림소뇌변성(paraneoplastic cerebellar degeneration)의 가능성도 고려하였으나, 아급성 형태로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과는 임상경과가 다르다고 판단하여 자가면역항체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본 증례를 통하여 벌쏘임 후 이상급성중증과민증과 지연 신경계 합병증으로 소뇌실조증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벌쏘임에 의하여 과민반응이 발생하는 경우 대개 쏘임 후 즉시 발생한다. 하지만 이상반응으로 인하여 수일 후에도 전신 급성중증과민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다. 또한 신경계 합병증은 벌쏘임 이후 수일 내지는 수주 후 지연형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증상 발생 시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