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청소년기는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그리고 인지 영역 등에서 급격한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지는 시기로서, 신체의 물리적인 성장과 함께 가족, 학교, 사회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인격이 형성되는 변화의 시기이다[
1,
2]. 특히 이 시기에 다량의 지식을 습득하고 정신적, 사회적 성장을 크게 이루게 되므로, 청소년기의 건강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이 제도화되어 있으므로 육체적 건강에 대하여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고 하겠으나, 현대 사회의 많은 청소년들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로 발전하기 쉽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부족한 상태이다[
3,
4]. 수면 부족은 집중력, 기억력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을 포함하는 고위 인지 영역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울감, 주간 졸림, 습관적인 코골이 등과도 관련이 있는데, 특히 주간 졸림은 학업성적을 떨어뜨릴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
5-
7].
일반적으로 사춘기가 되면서 수면 위상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는데[
8],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등하교시간의 변화, 방과 후 학원이나 과외 활동,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사용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하루 적정 수면시간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전 연구들에 의하면, 한국 고등학생들 중 약 20% 이상의 학생들이 병적인 주간 과다졸림증을 호소하고, 70% 이상의 학생들이 자신의 수면의 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하였고[
9], 이들은 주말에 주중보다 2-3시간 더 많은 잠으로서 평소 부족한 주간 수면을 보충하였다[
10]. 스페인 청소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 의하면, 수면 양상은 학업성적에 영향을 주었는데, 저녁형 학생들이 아침형 학생들보다 유의하게 낮은 학업성적을 보였다[
11].
지금까지 여러 연구 결과들은 청소년기에 충분한 평균 수면시간의 확보가 중요함을 보여주었으며, 청소년들의 신체, 정신 건강을 위하여 잘못된 수면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9,
12]. 하지만 이전의 연구들에서는 청소년들의 수면 자체에 대한 분석에만 머물러, 교정 가능한 생활습관이나 정서적 문제점에 대한 관련성 조사와 평가가 부족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수면 양상과 학업성적에 대한 연구 및 체계적인 분석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일반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1, 2학년 남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수면 양상을 평가하고 일상생활에서 교정 가능한 요인들을 조사하여 학업성적과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결 과
남자 고등학교 재학생 648명(1학년: 277명, 2학년: 371명)과 여자 고등학교 재학생 818명(1학년: 385명, 2학년: 433명)에게 본 연구의 취지를 설명하였다. 연구 참여에 동의하고 설문지를 작성한 학생의 수는 모두 752명(남: 300명, 여: 452명)이고, 이들 중 설문지의 모든 항목에 정확하게 응답한 학생의 수는 691명이었으며, 남학생은 279명(40.4%), 여학생은 412명(59.6%)이었다. 전체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16.03±0.66세이며, 평균 등교시간은 7시 31분, 평균 하교시간은 20시 08분이었다. 등하교시간의 성별 비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의 평균 등교시간은 7시 30분과 7시 33분이었고(
p=0.016), 평균 하교시간은 21시 19분과 19시 19분으로(
p<0.001) 각각 통계적으로 차이가 유의하였다. 총 평균 수면시간은 주중 5시간 24분, 주말 7시간 36분이었고, 성별 평균 수면시간에서 남학생은 주중 5시간 35분, 주말 7시간 29분이었으며, 여학생은 주중 5시간 17분, 주말 7시간 41분으로 통계적으로 주중 평균 수면시간에서만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p<0.001). 수면의 질이 나쁜 것으로 평가된 학생은 111명(16.1%)이었으며, 성별 비교에서 여학생 77명(18.7%), 남학생 34명(12.2%)으로 각각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p=0.022). 불안(hospital anxiety scale [HAS] >8)과 우울(hospital depression scale [HDS] >8)은 각각 166명(24%)와 254명(36.8%)에서 확인되었으며, 성별 비교에서 각각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수면의 질이 나쁘고 우울감을 동시에 보이는 경우는 전체 학생의 8.54%였고 수면의 질이 정상이고 우울감도 같이 보이지 않을 경우는 전체 학생의 55.7%였다. 불면증과 주간 졸림 정도는 성별 간의 차이가 없었다(
Table 1).
수면의 질에 관련하여 분석하였을 때, 수면의 질이 좋은 학생들은 나쁜 학생들보다 성적이 좋았다(2.38±1.10 vs. 2.62±1.12;
p=0.043). 2학년보다 1학년 학생 비율이 높았으며(383명[66.0%] vs. 62명[55.9%];
p=0.040), 여학생보다 남학생의 비율이 높았고(245명[42.2%] vs. 34명[30.6%];
p=0.022), 하교시간이 늦은 경향을 보였다(20:13±2:11 vs. 19:37±2:06;
p=0.009). 또한 MEQ 점수가 높았으며(45.58±6.65 vs. 42.90±6.40;
p<0.001), ISI (3.66±3.28 vs. 9.31±4.98;
p<0.001), ESS (5.96±3.42 vs. 7.95±4.24;
p<0.001), HAS (4.83±3.27 vs. 7.38±3.95;
p<0.001), HDS (6.25±3.51 vs. 7.98±3.90;
p<0.001) 점수가 모두 유의하게 낮았다(
Table 2). 남녀 학생을 비교를 하였을 때 수면의 질이 좋은 남학생들은 나쁜 학생들에 비하여 MEQ 점수가 높았고(47.77±6.28 vs. 43.14±6.15;
p<0.001), ISI (3.40±3.42 vs. 9.82±4.91;
p<0.001), ESS (5.14±3.62 vs. 7.82±5.03;
p=0.005), HAS (4.58±3.37 vs. 7.71±4.72;
p=0.001), HDS (5.88±3.64 vs. 8.10±3.87;
p=0.002) 점수가 유의하게 낮았다. 반면에 수면의 질이 좋은 여학생들은 수면의 질이 나쁜 학생들과 비교하였을 때 ISI (3.84±3.16 vs. 9.08±5.03;
p<0.001), ESS (6.55±3.15 vs. 8.01±3.88;
p=0.003), HAS (5.00±3.19 vs. 7.24±3.61;
p<0.001), HDS (6.51±3.40 vs. 7.93±3.94;
p=0.002) 점수가 유의하게 낮았으며, MEQ 점수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수면 유형에 따른 분석에서 전체 학생 중 저녁형 학생들은 총 183명(28.8%)이었으며 중간형 학생은 438명(69%), 아침형 학생은 14명(2.2%)이었다. 여학생이 저녁형의 비율이 많았으며(MEQ: 36.3% vs. 17.3%), 남학생들은 중간형(MEQ: 78.3% vs. 63.0%)과 아침형(MEQ: 4.4% vs. 0.8%)이 많았다(
p<0.001). 아침형 학생들일수록 하교시간이 늦고, 평일 수면의 질도 좋으며, 낮 동안 졸림이 없었다. 수면 유형 각 그룹 간의 등교시간, ISI, HADS의 차이는 없었다(
Table 3).
전체 학생에게서 상위권의 성적일수록 수면의 질이 좋았으며(A: 5.29±2.58, B: 5.41±2.98, C: 6.00±2.65, D&E: 6.15±2.97,
p=0.011), 하교시간이 늦은 경향을 보였다(A: 21:34±2:04, B: 20:13±2:09, C: 19:24±1:54, D&E: 19:16±1:43,
p<0.001). 그중 성적이 가장 좋은 A그룹의 학생들은 D&E그룹의 학생들에 비하여 MEQ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46.70±6.29 vs. 43.02±6.98) (
Table 4). 성별로 나누어 보았을 때 남녀 학생 모두 상위권의 성적일수록 하교시간이 늦고(남학생 A: 22:16±1:49, B: 21:20±2:18, C: 20:28±2:06, D&E: 20:21±1:59,
p<0.001; 여학생 A: 20:30±1:58, B: 19:38±1:50, C: 18:52±1:33, D&E: 18:47±1:21,
p<0.001) 방과 후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적었다(남학생 A: 2.54±1.44, B: 2.51±1.49, C: 3.00±1.28, D&E: 3.58±1.48,
p=0.001; 여학생 A: 3.48±1.67, B: 3.70±1.69, C: 4.27±1.37, D&E: 4.82±1.46,
p<0.001). 여학생은 상위권에서 MEQ 점수가 높았다(A: 45.33±5.96, B: 44.00±6.07, C: 43.93±6.56, D&E: 42.09±7.10,
p=0.035).
학업성적의 세부 항목에 대한 다중 회귀분석에서 하교시간이 늦을수록 그리고 방과 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적을수록 학업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Table 5). 수면의 질의 세부 항목에 대한 다중 회귀분석에서 아침형일수록, 불안지수 및 주간 졸림지수가 낮을수록, 등하교시간이 늦을수록 그리고 방과 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적을수록 높은 수면의 질을 보였다(
Table 5).
고 찰
본 연구에서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주중 5시간 10-30분, 주말 7시간 30-40분으로 미국(주중 7시간 0-30분, 주말 8시간 30분), 일본(주중 6시간, 주말 8시간 30분) 그리고 중국(주중 7시간 30분, 주말 9시간 20-30분) 학생들의 수면시간보다 많이 부족하였다[
18-
20]. 조사 대상 전체 691명의 고등학생 중 111명(16.1%)의 학생들이 수면의 질이 나빴으며 254명(36.8%)에서 우울 지수가 높았다. 수면의 질이나 정서 관련 지표에서 문제를 가지는 학생들의 비율은 187명(27.1%)으로서 약 30%의 많은 학생들이 수면의 질 저하와 불안 및 우울감을 보일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었다. 학년별 비교에서 카페인 섭취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수면시간 양상과 학업성적의 분포 차이도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1학년보다 2학년에서 수면의 질이 감소하고 불면 척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행 국내 연구에서 신체활동을 하는 시간이 부족해질수록 수면의 만족도가 감소하고 학업 스트레스의 취약성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21], 본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학년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단순히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차이가 아니라, 운동시간이 줄어들고 입시 제도와 관련하여 학습에 소요되는 시간이 증가하는 등의 세부적인 생활 양상의 변화가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21,
22].
수면의 질이 좋았던 학생들은 주로 남학생이 많았고 아침형 생활의 비율이 높았으며, 학업성적이 높았다. 그리고 불면증 척도, 주간 졸림 척도, 불안과 우울 척도 점수가 낮았다. 등하교시간이 각각 늦을수록 수면의 질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수면의 질과 등하교시간이 관련이 있으며, 아침 수면시간이 수면의 질에 긍정적으로 기여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저녁형 학생들은 성별과 상관없이 방과 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유의하게 높았는데(남: 3.37±1.62, 여: 4.41±1.58), 이러한 요인이 수면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며, TV 시청, 게임, 학원 및 과외 활동 시간은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요약하면, 수면시간 양상 분석에서 저녁형 학생일수록 여학생의 비율이 높았고 낮의 졸림 정도도 높았으며, 반대로 아침형 학생들이 하교시간이 늦고, 수면의 질도 좋으며 낮에 졸린 정도가 적은 뚜렷한 경향성을 확인하였다.
상위권의 학생들이 수면의 질이 좋다고 조사되었으며 등교시간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하교시간이 늦은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에서 남녀 학생들 중 상위 성적에 속하는 경우, 하위권 학생들보다 방과 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유의하게 적었고, 하위 그룹에서는 게임 시간이 상위권 학생들보다 유의하게 많았는데, 실제로 방과 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수면의 질과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여 이는 학업성적의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정 가능한 인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학업성적과 하교시간의 해석에 앞서, 기존 연구에서 청소년들의 이른 등교시간이 만성적인 수면 부족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대조군과 비교하여 등교시간을 약 25-30분 늦춤으로써 카페인 섭취 감소, 수면시간과 주간 기능의 향상의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으나[
23,
24] 아직 우리나라에서 등하교시간과 학업성적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상위권 학생들이 하교시간이 늦은 것은 하교 후 수면시간이 줄어들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되고 그만큼 학교에서의 생활시간이 길다고 가정할 때, 이들은 대체적으로 수면 만족도가 높고 수면 위상이 전진된 상태로서 하위권의 학생들보다 학교 수업시간 동안 학업 수행의 효율성이 높아 상위권의 성적을 보일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단순히 수면 양의 중요성을 제시한 이전의 연구와 달리, 아침형의 수면 양상과 하루 생활의 패턴이 중요하게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각 성적 그룹의 학생들이 하교시간 전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것은 설문에 포함하지 않아 후속 연구가 필요하리라 사료된다.
본 연구에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첫째, 한 지역의 인문계 학생에 국한하여 검사를 시행하였다. 둘째는 3학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입시를 앞두고 학교일정이 많아 설문조사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셋째, 조사한 성적 분포는 개인정보 보호의 제한으로 인하여 학생의 석차를 실제로 비교한 것이 아니라 다섯 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주관적으로 성적을 구분하였고, 이로 인하여 객관적인 지표대신 자가 시행한 설문지를 기반으로 분석한 것이 한계점이었다. 따라서 학업 수행의 효율성과 상위권 성적 간의 경향성은 생각할 수 있겠으나 정량적 인과관계를 평가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학생들과 그 보호자의 최고 관심사인 학업성적과 건강 문제의 접점에서, 학생들의 수면 상태에 대한 단순한 조사에서 머무르지 않고 학업성적과의 연관성 및 관련 생활 요인을 조사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고등학생들 중 적지 않은 수에서 여전히 수면의 질이 나쁘고, 정서의 문제점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1학년보다는 2학년에서 수면의 질이 더 낮았고, 학생들의 수면 상태는 학업성적과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수면의 질이 좋고 일주기리듬이 아침형인 경우에 더 나은 학업성적을 보였다. 또한, 수면 양상은 청소년들의 학업성적에 영향을 주는데 단순히 수면시간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과 일주기리듬 그리고 방과 후 스마트폰 등의 생활습관의 중요성 등에 대하여 함께 관심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