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클로스포린 사용 중 발생한 한쪽 깊은종아리신경병
Unilateral Deep Peroneal Neuropathy during Cyclosporine 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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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클로스포린의 신경계 합병증은 주로 중추신경계의 이상을 일으키며 말초신경병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1,2]. 시클로스포린 사용과 연관된 신경독성 증례들은 대부분 장기 이식 환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 저자들은 T-림프구 선택면역억제인자인 시클로스포린 사용 중에 발생하였다가 약물 중단 후 호전된 깊은 종아리신경 손상으로 생긴 한쪽 발처짐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크론병과 보통건선으로 매일 200 mg의 시클로스포린을 복용하고 있는 23세 남자가 2주 전 시작된 오른쪽 발처짐으로 본원에 방문하였다. 그는 7년 전 피부생검 후 보통건선으로 진단되었으며 22개월간 시클로스포린을 복용 중이었다. 3년 전 크론병이 타원에서 진단되었으며, 무증상인 상태로 추가 약물은 복용하지 않았다. 약 1년 전 시클로스포린의 중지를 권유받았으나, 환자가 강력하게 원하여 유지하며 경과 관찰 중이었다. 이외 다른 병력은 없었으며 이와 관련 있는 가족력도 없었다. 그의 몸무게는 큰 변동이 없었으며 외상의 과거력과 다리꼬기 습관 등에 의한 압박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다.
신체검사에서 오른쪽 발목 및 발가락의 발등굽힘이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등급 2로 약해져 있었으며 그 외 다른 부위 근력은 모두 정상이었다. 함께 오른발 첫 번째 발가락 사이 감각저하를 호소하였으며 깊은힘줄반사는 정상이었다. 전체 혈구 계산, 갑상선기능검사, 비타민수치(엽산 및 코발라민), 자가면역검사, 염증 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척추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신경전도검사에서 오른쪽 종아리신경의 전도속도는 정상이었지만 복합근육활동전위가 의미 있게 감소되고 전도차단이 확인되어 탈수초질환을 시사하였다(Table). 얕은종아리신경과 왼쪽 종아리신경을 포함한 다른 신경들은 모두 정상이었다. 침근전도검사에서는 앞정강근 및 긴엄지폄근에서 근육섬유자발전위와 양성예파가 확인되었으며, 이차적으로 축삭변성이 동반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소견들을 종합하여 환자를 오른쪽 깊은종아리신경병으로 진단하였다.
환자는 처음에 50 mg의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을 5일간 유지하며 비타민을 투약받았으나 호전을 보이지 않았다. 그 뒤 프레드니솔론을 줄여 중지하였고, 시클로스포린을 중단하였다. 또한 외상 및 신경이 눌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하여 주의하도록 교육하였다. 환자의 증상은 점차 호전되었으며 시클로스포린 중단 10일 뒤 발가락을 조금 굽힐 수 있었고 20일 뒤에는 MRC 등급 4로 호전되었다.
통례적으로 시클로스포린의 신경독성 부작용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떨림, 혼동, 실어증, 근긴장이상증, 무운동함구증, 파킨슨증, 발작, 긴장증, 시각상실 및 혼수로 나타난다[1]. 저마그네슘혈증, 저콜레스테롤혈증,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고혈압 및 염증은 시클로스포린의 신경독성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나 본 증례에는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3]. 시클로스포린은 칼시뉴린억제제(calcineurin inhibitor)로서 이와 관련된 말초신경병으로 보고된 증상은 길랭-바레증후군과 유사한 작열감각이상, 사지불완전마비, 단일신경염 및 다발신경병 등이 있다[2]. 약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의 대부분은 양측에 대칭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칼시뉴린억제제인 시클로스포린 및 타크로리무스(tacrolimus)의 사용과 연관된 한쪽종아리 신경마비가 보고된 바 있다. 시클로스포린에 의한 발처짐 증례는 신장 이식 후 시클로스포린을 매일 240 mg씩 6주간 복용하던 55세 환자에서 보고되었다[3]. 이 환자는 신경전도검사에서 왼쪽 종아리신경의 복합근육활동전위 감소 및 신경전도속도의 경미한 감소를 보이며 침근전도검사에서 근섬유자발전위가 확인되어 축삭변성으로 판단되었으며 시클로스포린을 감량 후 4-5일 만에 증상은 급격히 호전되었다. 타크로리무스에 의한 발처짐 증례의 경우 신장 이식을 한 25세 남자에서 발생하였으며, 신경전도검사에서 복합근육활동전위가 측정되지 않아 종아리신경병이 확인되었고 스테로이드 및 보존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약물 중지 이후 바로 증상이 호전되었다[4].
시클로스포린 사용에 의한 말초신경독성의 명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시클로스포린의 지속적인 노출이 에너지 대사와 연관된 4-아미노부티르산(aminobutyrate)과 글루탐산염을 포함한 여러 대사물들을 억제 조절하며, 축삭운반에 필수적인 미세관관련단백질타우(microtubule-associated protein tau) 역시 시클로스포린의 노출에 의하여 억제된다고 알려져 있다[5]. 이로 인한 직접적인 독성 효과가 취약한 신경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간의 시토크롬 P-450 III-A에 의한 비정상적 시클로스포린 대사 혹은 작은 혈관의 손상이 부가적인 원인일 수 있겠다. 또한 시클로스포린은 세포 내 단백질인 시클로필린(cyclophilin)과 결합하여 칼시뉴린을 억제하는데, 칼시뉴린 및 세포 내 단백질 모두 중추 및 말초신경계에 분포되어 있어 신경독성이 생길 수 있다. 탈수초질환의 원인이며 칼시뉴린이 풍부한 희소돌기아교세포의 세포자멸사를 통한 기전도 고려해 볼 수 있다[6]. 한 연구에서는 칼시뉴린억제제를 수 개월간 복용한 19명의 환자에서 대조 그룹에 비하여 전기긴장(electrotonus)의 역치가 감소하고, 신경흥분성의 변화를 보이는 등 신경병 발생을 촉진할 수 있는 상태로 신경이 바뀌고, 칼시뉴린억제제를 중지한 후 호전되는 양상을 보고하였다[7].
본 증례의 경우, 환자는 압박 및 외상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장기간의 시클로스포린을 복용하며 취약해진 신경이 경미한 외상 등에 의하여 손상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약 2주간 악화되었고, 일주일 이상 유지되던 증상이 시클로스포린을 중지하고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한 점 및 지속적으로 시클로스포린을 복용하여 온 점 등이 시클로스포린과 신경병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특별한 체중 변화 및 뚜렷한 압박, 외상의 과거력이 없던 환자에서 장기간 복용해 오던 시클로스포린을 중단 후 바로 깊은 종아리신경병의 증상의 호전을 보이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시클로스포린과의 관련성이 의심되어 본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특히 장기간 시클로스포린을 사용하였거나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 드물지만 가능한 시클로스포린과 깊은종아리신경병의 연관성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