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과 동측에서 감각운동결손을 보인 Opalski증후군
Opalski Syndrome Presenting as Sensorimotor Deficits Ipsilateral to Cerebral Infar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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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Opalski syndrome is a rare lateral medullary infarction variant presenting with ipsilateral motor deficits known to be caused by involvement of the post-decussating pyramidal tract. Here, we report two rare cases of Opalski syndrome presenting as ipsilateral sensorimotor deficits in cerebral infarction.
가쪽연수증후군은 후순환 뇌경색에서 비교적 흔하며, 주로 척추동맥의 동맥경화성 협착과 폐색으로 인하여 가쪽연수에 혈류 공급이 차단되면서 실조증, 삼킴 곤란, 현훈, Horner증후군 및 감각저하 등의 여러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 이 중 감각저하는 허혈 병변이 삼차신경 경로와 가쪽척수시상로를 침범하면서 동측 얼굴과 반대쪽 몸통 및 팔다리에 주로 나타나는데[1], 병변의 동측 반신에 감각저하는 드물게 나타난다[2,3].
가쪽연수증후군에서 운동마비는 병변이 안쪽으로 확장되면서 피라미드로를 일부 침범하는 경우 병변 반대쪽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와 달리 병변의 동측으로 운동마비가 나타나는 경우는 주로 소뇌실조증으로 인한 근긴장저하(hypotonia)에 의한 위약으로 많이 설명된다[4]. 그러나 병변이 하부 연수에서 상부 경수에 걸쳐 위치하는 경우에는 교차후 피라미드로가 침범되면서 척수경색과 비슷하게 병변 동측으로 순수 운동마비가 나타날 수 있는데, 1946년 Opalski [5]가 가측연수증후군에서 동반된 동측 운동마비 증례를 보고한 후로 Opalski증후군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저자들은 Opalski 증후군에서 병변 동측으로 감각저하가 함께 나타났던 환자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증례1
평소 건강하였던 49세 남자가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나타난 오른쪽 반신의 감각저하로 응급실로 왔다. 처음 증상은 바람이 불 때 오른쪽의 두피가 저리고 만져보면 감각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던 중, 내원 3일 전 발치를 위하여 마취주사를 맞았는데 그 뒤로 오른쪽 얼굴이 계속 얼얼하면서 오른쪽 팔까지 감각이 떨어져서 응급실로 오게 되었다. 음주는 하지 않았으며 15갑년의 흡연력이 있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구음장애나 삼킴 곤란은 없었고, 얼굴의 감각은 정상이었다. 다른 뇌신경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오른쪽 상지에 국한되어 가벼운 촉각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있었고 통증이나 온도에 대한 감각은 정상이었다. 팔다리에 근력저하나 실조증은 없었으나 일자보행을 시켰을 때 경미한 오른쪽 쏠림이 나타났다. 본원 응급실로 오기 하루 전 다른 병원에서 시행한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중 확산강조영상에서는 오른쪽 연수의 가측에 뚜렷한 초점성 고신호강도 병변이 보였고, T2강조영상과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도 확산강조영상에서 확인된 병변과 같은 부위로 고신호강도 병변이 희미하게 보였다. 자기공명혈관영상에서는 양쪽 두개내 척추동맥 원위부와 척추뇌기저동맥 이행부(vertebrobasilar junction)에 경한 협착이 관찰되었다(Fig. 1). 급성 뇌경색으로 진단하였고 항혈소판제를 투여한 뒤 입원하였다.
입원 후 이틀 째, 오른쪽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호소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오른쪽 팔다리에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등급 4의 근력저하가 나타났다. 오른쪽 팔과 다리에서 모두 위치감각이 저하되었고, 병변 반대쪽인 왼쪽 팔다리는 온도 및 통각에 대한 감각저하가 추가로 나타나 해리감각소실(dissociated sensory loss)을 보였다. 왼쪽의 위치 및 진동 감각은 정상이었다. 심부건반사는 항진되지 않았으며 바빈스키징후는 없었다. 소뇌기능검사에서 오른쪽 팔다리에 뚜렷한 실조증이 있었고 보행 시 오른쪽 쏠림이 뚜렷하였다. 추적 확산강조영상에서 가쪽연수 부위의 고신호강도가 연수의 등쪽 및 안쪽으로 확장되어 있었다(Fig. 2).
입원 중 시행하였던 일반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지질검사, 혈액응고검사 및 자가면역질환 항체검사는 모두 정상이었고, 심장초음파 및 24시간홀터검사도 이상 없었다. 증상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고 한 달 간의 재활 치료 후 퇴원하였다. 발병으로부터 약 두달 뒤, 오른쪽 팔다리에 경한 실조증과 오른쪽 상지에 촉각에 대한 감각저하가 남아있었다. 이후 1년 이상 재발 없이 안정적이다.
증례2
39세의 왼손잡이 남자가 9일 전부터 나타난 왼쪽 팔의 감각이상과 위약으로 내원하였다. 특별한 병력은 없었으며, 10갑년의 흡연력과 한 달에 3-4번 정도 소주 1병 정도의 음주력이 있었다. 10일 전 저녁식사 후 TV를 보면서 쉬고 있던 중 갑자기 왼쪽 뒤통수부터 목, 가슴, 팔 전체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후에도 그 부위를 만지면 찌릿찌릿한 느낌이 더 심해진다고 하였다. 내원 며칠 전부터는 왼손의 쥐는 힘이 떨어지고 숟가락도 집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얼굴 감각은 정상이었고, 이 외의 뇌신경 기능에는 이상이 없었다. 왼쪽 팔에서 원위부 근육의 MRC 등급 4정도의 전반적인 위약이 있었고, 특히 손가락 모음근에서 MRC 등급 2로 위약이 심하였다. 왼쪽 T4 수준 피부분절 아래의 몸통과 다리에 촉각 및 진동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있었다. 왼쪽 손가락에서도 진동 및 위치 감각이 떨어져 있었다. 심부건반사는 항진되지 않았으며 바빈스키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소뇌기능검사에서 왼쪽 팔에 실조증이 있었으나 다리에는 실조증이 없었고, 일자보행은 정상적으로 가능하였다. 타 병원에서 찍은 뇌 컴퓨터단층촬영은 이상 없었고, 뇌 확산강조영상과 뇌와 경추의 T2강조영상에서 왼쪽 꼬리쪽 연수에서 C1 수준까지 확장된 고음영 병소가 발견되었다. 자기공명혈관영상에서 큰 혈관의 유의한 협착은 없었다(Fig. 3).
급성 뇌경색으로 진단하고 항혈소판제를 투여한 후 입원하여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였다. 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지질검사, 혈액응고검사 및 자가면역질환 항체검사는 이상이 없었다. 경식도심장초음파에서 1 mm 크기의 열린타원구멍이 확인되었고, 24시간홀터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다. 체성감각유발전위(somatosensory evoked potential)검사에서 왼쪽의 정중신경을 자극하였을 때 동측의 Erb전위와 경추 5번째 부위에서 기록한 전위의 파형과 절대잠복기는 모두 정상이었으나, 반대쪽 두피에서 기록한 N20의 절대잠복기가 연장되었다. 왼쪽의 후경골신경을 자극하였을 때 같은 쪽 오금전위(popliteal potential)와 요추 3번째와 흉추 12번째 부위에서 기록한 전위의 파형성과 절대잠복기는 모두 정상이었으나, 정중부 두피에서 기록한 P37과 N45파의 절대잠복기가 연장되었다. 입원 후 증상은 진행하지 않아 한 달 정도 재활 치료 후 퇴원하였다. 발병으로부터 약 두 달 뒤에는 왼쪽 팔에 저린감이 남아있었으나 입원 시 있었던 감각저하, 실조증 및 위약은 호전된 상태였다. 현재까지 1년 이상 재발 없이 안정적이다.
고 찰
두 증례는 가쪽연수경색에서 병변 동측으로 운동마비 및 감각 증세가 같이 나타났던 경우로 1946년 Opalski [5]가 병변과 동측의 반신부전마비 및 실조증을 보이는 2명의 가쪽연수증후군 환자를 보고하면서 알려진 Opalski증후군 중에서도 드문 예이다.
연수경색에서 운동마비는 주로 피라미드로가 위치하는 안쪽연수경색에서 나타나는데, 안쪽연수는 앞척수동맥 영역이고 가쪽연수는 척추동맥의 관통동맥으로부터 혈류를 직접 공급받기 때문에 가쪽연수경색에서 운동마비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6]. 그러나 가쪽연수경색의 병변이 안쪽으로 확장되면서 피라미드로를 침범하게 되면 가쪽연수경색의 전형적인 증상들과 함께 반대쪽의 반신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데, 소뇌실조증 동반 여부에 따라 Babinski-Nageotte증후군과 Cestan-Chenais증후군으로 알려져 있고, 통틀어 Wallenberg-plus증후군으로도 불린다[7]. 척추동맥의 폐색 등으로 인하여 연수의 반쪽이 광범위하게 손상되는 심각한 경우에는 가쪽연수경색의 증상들과 함께 안쪽연수경색의 증상인 반대쪽 반신마비와 혀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반쪽연수증후군(hemimedullary syndrome)이라고 일컫는다[7].
상기 증후군들과는 달리 Opalski증후군은 병변의 동측에 운동 마비가 나타나는 게 특징인데, 동측 마비의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1946년에 Opalski가 처음으로 보고하였을 때에는 허혈 병변이 하위 연수와 상부 경수에 걸쳐 분포하여 교차 후 피라미드로를 침범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동측 마비가 나타난다고 설명하였다[5]. 이후의 연구들에서 동측 마비는 소뇌기능저하에 의한 실조증이나 근긴장저하에 의하여 나타나거나, 심부감각저하 때문에 운동조절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것으로 교차 후 피라미드로 침범에 따른 순수운동마비가 아니라고 하였다[2,7].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가쪽연수경색 환자 32명의 병변과 증상을 분석한 결과, 동측의 위약이 있었던 7명의 환자들의 상당수가 팔다리의 실조증이나 심부감각저하 없이 순수운동마비를 보였다고 보고하였고[4], 또 다른 연구에서는 동측 마비를 보였던 환자에서 뇌 MRI 중 확산텐서영상을 통하여 병변 동측의 교차 후 피라미드로가 침범된 소견을 확인하면서 과거 Opalski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8].
본 증례의 환자들은 가쪽연수경색에서 동측 운동마비를 동반하는 Opalski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면서 병변의 위치가 하부 연수에서 상부 경수의 등쪽과 안쪽까지 확장되어 있어 과거 보고되었던 Opalski증후군의 여러 증례들과 매우 흡사하다[2,9]. 그러나 Opalski가 보고하였던 환자에서는 심부건반사 항진이나 바빈스키징후가 나타났던 반면, 본 증례의 환자들은 심부건반사 항진이나 바빈스키징후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부건반사는 근긴장저하가 있으면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바빈스키징후는 피라미드로 침범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예민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피라미드로 침범을 배제하기는 어렵다[4]. 본 증례에서 확산텐서영상이나 운동유발전위검사를 시행하였다면 교차 후 피라미드로 침범 여부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가쪽연수경색에서 나타나는 감각증상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얼굴의 경우 상행 또는 하행 삼차신경경로를 침범하면서 어느 쪽에도 나타날 수 있는 반면, 몸통과 사지는 가쪽시상척수로를 침범하면서 반대측의 온도 및 통각에 대한 감각저하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1]. 본 증례의 환자들은 모두 발병 초기부터 동측의 감각장애가 나타났는데, 두 환자 모두 촉각과 진동, 위치감각의 저하를 주로 호소하였고, 병변의 위치가 가쪽연수뿐 아니라 등쪽과 안쪽까지 병변이 넓게 분포하고 있어 교차전의 뒤섬유기둥-안쪽섬유띠로(dorsal column-medial lemniscal pathway)가 침범되었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두 번째 환자에서는 체성감각유발전위검사를 통하여 상부경수와 뇌피질 사이의 뒤섬유기둥-안쪽섬유띠로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Opalski증후군에서 본 증례의 환자들과 비슷한 감각증상을 보였던 보고들이 있었는데, 병변 동측의 팔다리 위약과 함께 동측 손의 경한 이상감각(paresthesia)이 나타났고, 뇌경색 병변이 하부연수와 연수-척수접합부 연수에 걸쳐 있으면서 등가쪽에서 안쪽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어 본 증례의 영상 소견과 매우 흡사하다[2]. 또한 본 증례의 첫 번째 환자처럼 병변 반대쪽으로는 온도감각저하(hypothermalgesia)가, 병변 동측으로는 팔다리의 촉각에 대한 감각저하(tactile hypesthesia)가 나타나는 해리감각소실을 동반한 증례보고도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병변은 가쪽연수부위에 주로 위치하면서 아래쪽으로 하부 연수 및 경수부의 등쪽까지 확장되어 있었다[3]. 이런 경우 연수에 위치하는 병변이 가쪽척수시상로, 교차 후 피라미드로, 뒤섬유기둥-안쪽섬유띠로를 모두 포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연수경색은 대부분 척추동맥의 동맥경화에 의한 협착 및 폐색에 기인하지만 심장색전, 척추동맥박리에 의하여 발생하기도 하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열공뇌경색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10]. 본 증례의 첫 번째 환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흡연력이 있으면서 혈관영상에서 두개내 척추동맥에 협착이 의심되어 큰동맥죽상경화에 의한 뇌경색일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환자의 경우 뇌혈관영상이나 혈액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없고 심초음파에서 열린타원구멍이 확인되어 모순색전(paradoxical embolism)에 의한 뇌경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
본 증례는 가쪽연수경색에서 동측의 운동마비를 동반하는 Opalski증후군과 같은 임상증상을 보이면서 동측의 심부감각저하도 함께 나타났다. 이는 가쪽연수증후군에서는 드문 증상이다. 특히 심뇌혈관질환의 병력이 없는 비교적 젊은 환자에서 발병 초기에는 가쪽연수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특정피부분절 이하의 감각저하 및 위약을 호소하였다는 점은 척수병증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또한 뇌경색을 의심하였다 하더라도 병변 위치가 하부 연수와 경수의 바깥쪽에 치우쳐 있어 자칫하면 뇌 MRI에서 발견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본 증례보고를 통하여 임상의들이 가쪽연수경색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들과 감각저하의 양상에 대하여 재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