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측 동공에서 자발적인 수축, 확대의 반복 현상을 보인 뇌사 환자
Spontaneous Repetitive Constriction and Dilatation of a Unilateral Pupil in a Brain Death Pat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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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In brain death state, bilateral pupil light reflexes are disappeared, and pupils are fixed with dilated. However, spontaneous movements such as ocular microtremor or bilateral cyclical constriction-dilatation of pupils have been rarely reported in brain death patients. We present a brain death patient whose right pupil displayed spontaneously repetitive constriction and dilatation regardless of external stimuli such as light and pain. Early recognition of this phenomenon may prohibit the delay in the diagnosis of brain death and organ transplantation.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미국신경과학회에서 제시한 뇌사 판정의 지침에 따르면, 뇌사로 판정하기 위해서는 뇌사의 원인질환이 확실하고 치료될 가능성이 없는 기질적인 뇌병변이 있으면서 자발호흡이 없고 저체온, 약물 등으로 인한 상태 변화가 아니어야 하며, 쇼크 상태도 아니어야 하는 등의 기본적인 선행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또한 뇌간반사가 소실되고 자발운동, 제뇌경직, 제피질경직 및 경련 등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소견을 6시간 후 재확인하고 뇌파검사상 민감도 2 μV/mm로 검사 시 전기 신호가 2 μV 이하로 측정되는 평탄 뇌파가 30분 이상 지속되는 것이 확인되어야 비로소 뇌사로 판정할 수 있다[1,2].
그러나 뇌사 판정기준에 합당한 환자에서 드물게 눈의 미세떨림(ocular microtremor)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고[3], 특히 두 눈의 동공이 확대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기준에도 불구하고, 양안의 주기적인 동공 수축과 확대(cyclical constriction and dilatation in light-fixed pupils) 등과 같은 자발적인 움직임들이 보고된 바도 있다[4]. 본 저자들은 다른 뇌사 판정기준은 모두 만족하였으나, 우측 동공이 빛 자극 및 통증 자극에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수축과 확대를 반복하였던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한다.
증 례
56세 남자가 반혼수상태의 의식저하로 병원에 왔다. 병원 도착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43/82 mmHg, 심박수 89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 36℃로 측정되었다. 보호자에 의하면 특이 병력은 없었으며 복용 중인 약은 없다고 하였다. 흡연력은 30갑년(1갑×30년)이었고 음주력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상 글래스고혼수척도(Glasgow coma scale) 3/15점이었으며 양측 동공의 크기는 2 mm였으며 양측 동공반사는 관찰되지 않았다. 좌측 중추안면마비가 있었고 좌측 상, 하지의 근력이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grade 0으로 저하되어 있었다. 뇌 컴퓨터단층촬영에서 우측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시상, 뇌줄기에 걸쳐 8×6.4×5.2 cm3 가량의 급성 뇌내출혈 및 뇌실내출혈 소견이 보였고, 수두증, 후두개와(posterior fossa)에 거미막밑출혈, 대뇌낫밑탈출(subfalcine herniation)과 우측으로 천막경유탈출(transtentorial herniation)이 확인되었다 (Fig. 1).
본원 응급실 내원 3시간 후 뇌압 감압을 위하여 우측 전두두정두개절제술(right frontoparietal craniectomy)을 시행하여 혈종을 제거하였고 우측 전두엽쪽으로 배액관을 삽입하였다. 응급 수술 시행 후 2시간 뒤 의식수준은 혼수상태였으며 죄측 동공 크기는 4 mm, 우측 동공 크기는 6 mm로 증가하였다. 빛 자극을 주었을 때 동공이 수축되는 빛 반사(light reflex)는 양측에서 모두 관찰되지 않았다. 양측 상지, 하지의 근력 모두 MRC grade 0이었다. 뇌출혈 발생 및 두개절제술 시행 4일 뒤에도 혼수상태가 지속되었으며 자발 호흡은 없었고, 통증 자극에도 반응이 없었으며 동공의 크기가 좌측 7 mm, 우측 8 mm로 커졌고 빛 반사도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뇌간반사도 소실된 것으로 판단되어 잠재 뇌사자로 신고되었으며, 보호자가 장기 기증에 동의하여 뇌사판정위원회 입회하에 뇌사 판정을 시행하였다.
중추신경기능억제제나 신경근육이완제 등의 약물은 투약되지 않았으며, 혈액검사에서도 의식저하를 포함하여 신경계 이상 소견을 초래할 만한 소견은 없었다. 체온은 36℃, 혈압은 100/55 mmHg으로 유지되었다. 통증과 같은 유해자극에도 눈 깜빡임, 눈동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안구두부반사(oculocephalic reflex), 안구전정반사(oculovestibular test), 각막반사(corneal reflex), 구역반사(pharyngeal reflex or gag reflex), 기도반사(tracheal reflex)를 비롯한 뇌간반사는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유해자극에 따른 사지 움직임도 관찰되지 않았다. 뇌사자관리팀이 시행한 무호흡검사(apnea test)에서 1분 뒤 동맥혈이산화탄소분압(partial pressure of carbon dioxide in arterial blood)이 76 mmHg으로 측정되어 뇌사판정기준을 만족하였다. 뇌파검사에서도 30분 이상 평탄 뇌파 소견을 보였다.
그러나 1, 2차 뇌사 판정 후 6시간 뒤, 뇌사 진단기준에는 여전히 합당한 소견이었으나 우측 동공이 4-6 mm 크기로 자발적으로 수축, 확대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빛 반사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빛 혹은 통증 자극의 유무에 상관없이 우측 동공의 수축과 확대가 나타났다(Fig. 2A, B). 우측 동공의 수축과 확대는 1-2초 주기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좌측 동공은 입원 후 6일째에 발생한 노출각막염으로 상피 손상이 있었으나 빛 반사 없이 7 mm 크기로 유지되었다(Fig. 2C). 산동제는 투약된 적이 없었다. 우측 동공의 수축과 확대 소견이 24시간 이상 양상의 변화 없이 지속되어 보호자에게 뇌사 판정 및 연구를 위한 안구 증상 영상 촬영에 대한 동의를 받은 뒤 환자의 동공 수축과 확대 영상을 중앙뇌사판정위원회에 보고하였으며, 중앙뇌사판정위원회에서는 뇌사로 진단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정하였다. 이후 환자는 장기 기증 후 사망하였다.
고 찰
본 환자는 신경학적 진찰 및 뇌사 판정을 위한 검토상 회복이 불가능한 기질적인 뇌 손상이 있었으며, 마취제, 수면제, 진정제와 같은 약물이 투약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수상태가 유지되었으며 대사장애, 내분비장애, 쇼크 상태가 동반되지 않았다. 또한 뇌사 판정기준에 합당한 신경학적 진찰 소견을 보였고, 무호흡검사 및 뇌파 소견기준도 뇌사 판정기준을 충족시켰다. 따라서 뇌사 확정 판정에 합당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환자의 우측 동공이 자발적인 수축과 확대를 반복하는 소견이 있어 1, 2차 뇌사 판정 조사 후 곧바로 뇌사로 확정 판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며, 뇌사 확정 판정 및 장기 기증 절차에 일정 시간의 지연이 있었다.
최근까지 뇌사로 확정된 환자에서 외부 자극에 반응이 없는 편측 동공의 수축과 확대가 보고된 경우는 거의 없다. 뇌사로 확정된 환자에서 외부자극에 반응이 없던 양측 동공 수축과 확대가 관찰된 보고가 있으며[4], 우리의 증례보고에 해당하는 환자는 양측이 아니라 편측 동공의 자발적인 수축과 확대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이전 보고와 차이가 있다.
본 증례처럼 뇌사 판정기준에 합당하지만 자발운동 혹은 반사운동이 관찰되는 경우로 안면 근육잔떨림, 간헐적 양측 손가락 떨림, 반복적인 하지 움직임, 눈의 미세 떨림, 양측 동공의 반복적인 수축과 확대 등이 보고된 바 있다[3-7]. 이는 뇌 또는 중추기관으로부터 유발되는 신호전달 또는 신경전달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서, 중추보다는 말초원인 및 기전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소견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잠재적 뇌사 환자에서 상기 소견들이 관찰되는 경우, 뇌사 판정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면 뇌사 확정 판정을 지연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빛 반사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뇌간을 포함한 반사궁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 반사궁의 구심신경 경로는 시신경이며, 중추는 에딩거-웨스트팔핵이고, 원심신경은 눈돌림신경이다. 빛은 시신경을 따라 덮개앞핵신경세포를 자극하고 덮개앞핵신경세포는 양측 에딩거-웨스트팔핵에 축삭을 낸다. 눈돌림신경의 부교감신경섬유는 섬모체신경절에서 시냅스 한 후 짧은섬모체신경이 되어 홍채의 동공괄약근을 작용시킨다[8]. 따라서 빛 자극이 있을 시 양측 동공이 수축하는 빛 반사가 나타난다. 만약 원심신경 경로에 병변이 발생한다면 편측 빛 반사만 소실될 것이며, 동공은 확대된 양상을 보일 것이다. 만약 빛 반사가 양측에서 다 나오지 않는다면, 구심신경 혹은 구심과 원심신경의 손상, 즉 뇌간의 기능 소실을 의미한다.
중추기원의 신호에 따른 동공의 움직임은 전형적으로는 양측이 동시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근접반사도 양측에서 동시에 동공 수축과 눈 모음 양상을 보이며, 동공동요(hippus) 현상에서도 양측 동공이 규칙적인 리듬으로 수축과 확대가 반복된다[8]. 동공 동요는 교감신경계의 활성 혹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되먹임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주로 중추부교감신경계의 반작용에 의하여 양측 동공 모두에서 나타난다[9]. 또한, 광범위한 뇌간 손상 이후 사멸직전상태의 신경세포로부터 발생한 간헐적 방전에 의한 자발적인 동공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역시 양측 동공에서 관찰된다. 따라서 본 증례 환자의 경우처럼 편측에서만 나타나는 동공의 움직임은 중추보다는 말초기원일 가능성이 높다.
본 환자의 경우 빛 자극에 따른 반응이 전혀 없었고 우측 동공에서만 수축과 확대가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좌측 동공에서는 상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첫 번째, 뇌사 상태에서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 작용도 소실되기 때문에 빛 자극에 의한 동공괄약근 수축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두 번째,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 뇌출혈의 양이 좌측보다 우측에서 더 크며 대뇌낫밑탈출 및 천막경유탈출 소견이 우측에서 확인되었다. 이러한 소견은 부교감신경계를 포함하는 눈돌림신경의 손상이 좌측보다 우측에서 더욱 심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동공 동요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대로 부교감신경계의 활성 또는 동요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9], 본 환자의 경우 부교감신경계 자체의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공동요보다는 부교감신경계 자체의 손상에 의한 말초기전으로 인하여 동공의 수축, 확대가 우측에서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록 좌측 동공에서 동공의 반복적인 수축과 확대 소견이 관찰되지는 않았으나 좌안의 노출성각막염으로 인하여 발생한 안구 혼탁 등이 좌안의 빛 반사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본 환자의 진찰 소견을 해석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동공 확대에는 뇌혈류량의 감소, 무산소증, 질식 등의 신경계 요인이 아닌 요소들도 영향을 줄 수 있다[10]. 즉, 신경손상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닌 뇌혈류량의 감소나 무산소증 등에 의해서도 동공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10].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에도 뇌출혈로 인하여 뇌압이 급격하게 높아져 뇌혈류량이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뇌혈류량의 감소로 인하여 동공의 크기가 변하는 경우는 대부분 동공이 확대되어 고정된 상태가 된다[10]. 본 증례의 환자는 편측에서만 동공 수축 및 확대가 반복되었기 때문에, 뇌혈류량 감소 등의 신경계 요인이 아닌 요소들이 동공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본 환자의 빛 반사 없이 나타나는 편측 동공 움직임은 중추기원보다는 섬모체신경절 혹은 동공괄약근과 관련된 말초기원의 신경계 현상에 가깝다고 추측된다. 실제 이러한 신경학적 진찰 소견 및 관련 기전을 근거로 중앙뇌사판정위원회 및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본 환자의 상태를 뇌사에 합당한 것으로 판정하였다.
우리의 증례는 외부 자극에 완전히 반응하지 않는 자발적인 편측 동공의 수축 및 확대가 뇌사 환자에서 관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신경학적 소견은 아마도 중추원인보다는 말초원인에 기인한다고 추정된다. 본 증례는 분초를 다투는 뇌사 판정, 장기 기증 및 장기 이식 과정 중 뇌사 추정자에서 우리의 증례와 같은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 뇌사로 확정 판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