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evoix-Saguenay의 상염색체열성강직실조(autosomal recessive spastic ataxia of Charlevoix-Saguenay, ARSACS)는 상염색체열성소뇌실조(autosomal recessive cerebellar ataxia)에 속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이른 나이에 발병하여 진행하는 소뇌실조, 심부건반사 항진을 동반한 강직과 같은 피라미드징후, 근위축을 동반한 말초감각운동신경병증이 세 가지 주된 특징이다. 1970년대 처음 보고된 당시에는 캐나다 퀘벡 주의 Charlevoix-Saguenay 지역에만 국한된 질병으로 생각되었으나[1], 2000년에 염색체 13q12.121에 위치한 SACS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다고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수의 증례가 보고되었지만[2], 한국의 경우 현재까지 하나의 증례만 보고된 상태로 국내에서는 ARSACS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3]. 이에 저자들은 전형적인 임상양상을 보이고 유전자검사로 SACS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한 ARSACS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한다.
증 례
35세 남자가 진행하는 보행장애로 내원하였다. 유아기 시절 또래에 비하여 보행 발달이 느려 첫 걸음마 시기가 늦었고, 학령기 시절에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하였으나 일상 보행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20세부터 보행장애가 점차 악화되어 자주 발목을 다쳤으며, 30세부터는 휠체어를 이용하여 이동하였다. 근력저하 및 보행장애의 가족력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양하지 강직 및 바빈스키징후 양성 등의 상위운동신경세포징후가 관찰되었다. 또한 감소된 심부건반사, 하지의 근력저하(Medical Research Council grade 4+), 양 발의 휜발(pes cavus), 양 손가락의 백조목기형을 동반한 근위축 등 하위운동신경세포징후도 함께 관찰되었다. 수평주시유발안진과 구음장애도 관찰되었다. 진동 및 위치감각은 양측 엄지 발가락에서 감소되어 있었으며, 촉각 및 온도감각은 정상이었고, 지능도 정상이었다. 신경전도검사는 축삭손상과 탈수초병변이 혼합된 감각운동신경병 소견을 보였다(Table). 근전도검사에서는 상하지 원위부 근육에서 비정상자발전위가 관찰되었으며 운동단위활동전위의 동원 및 간섭 양상이 감소되어 있었다.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T1강조영상에서 상소뇌벌레와 경수의 위축이 관찰되었고, T2강조영상 및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영상에서 다리뇌의 선형 저신호강도가 관찰되었다(Fig. 1). 광학간섭단층영상(optical coherence tomography)에서는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가 관찰되었다(Fig. 2). 심장초음파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SACS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하여 최종적으로 ARSACS를 진단할 수 있었다.
고 찰
본 증례의 환자는 진행하는 보행장애를 주소로 내원하였으며 소뇌실조, 피라미드징후, 말초감각운동신경병증 등 ARSACS의 특징적인 징후를 모두 보이고 있었다. 신경전도검사에서 축삭손상과 탈수초병변이 혼합된 감각운동신경병 소견을 보여, 축삭성감각운동신경병 소견을 주로 보이는 다른 상염색체열성소뇌실조와 감별할 수 있었으며[4], 안과 검진에서 관찰된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 및 MRI의 특징적인 소견을 통하여 ARSACS의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었다. 진단용엑솜시퀀싱 방법을 통한 유전자검사 결과, SACS유전자에서 병적 변이(pathogenic variant)가 이형접합자 형태로 관찰되었다. SACS유전자의 c.8844delT (p.Ile2949Phefs*4) 변이의 경우 병적 변이로 보고된 바 있으며, 또 다른 c.11781_11782dupGC (p.Pro3928Argfs*17) 변이는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신규 유전자 변이로, 이러한 유전자 변이가 단백질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 프로그램인 polyphen-2 (http://genetics.bwh.harvard.edu/pph2)를 사용하여 확인한 결과 “probably damaging”으로 예측되었다. 이에 The American College of Medical Genetics and Genomics 진단기준을 바탕으로 병적 변이로 확인되어, ARSACS를 진단할 수 있었다.
ARSACS가 처음 보고된 퀘벡 지역에서 ARSACS의 발생률은 1,500-2,000명 당 1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퀘벡 이외 지역에서의 정확한 발생률은 알려져 있지 않다[5]. 퀘벡 환자의 경우 일관된 표현형을 보이는데, 12-18개월에 보행장애가 시작되어 구음장애와 안진을 동반한 소뇌실조가 질병 초기에 나타난다. 강직은 점차 진행하여 결국 특징적인 증상이 되며 심부건반사항진과 바빈스키징후도 관찰된다. 말초신경병 발생은 비교적 병의 후기에 나타나며, 발목 반사 소실 및 원위부 근위축을 일으킨다.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는 퀘벡 환자의 일관된 특징으로 퀘벡 이외 지역의 환자에서는 관찰되지 않을 수 있다[2]. 퀘벡 이외 지역의 경우 튀니지, 이탈리아, 일본, 터키,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이런 환자들의 경우 퀘벡 환자와 달리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를 동반하지 않으며 지능이 정상 수준 이하이고, 발병연령이 조금 늦은 특징이 있다. 아시아의 경우 2012년 일본에서 17가족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임상적 특징을 분석하였다[2]. 이 보고에 따르면 강직을 동반하지 않고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를 동반하지 않으며, 지능저하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에 보고된 우리나라 ARSACS 환자의 경우 퀘벡 환자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전형적인 ARSACS의 증상을 보였으며[3], 이러한 특징은 본 증례의 환자에서도 관찰된다. 이는 지리적 인접성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우리나라 ARSACS 환자의 임상적 특징이 다를 가능성을 시사한다.
ARSACS의 원인 유전자인 SACS유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170개 이상의 변이가 보고되었으며, 이는 sacsin이라는 단백질의 기능 이상을 초래한다. Sacsin단백질은 매우 큰 분자량을 가진 인간 단백질 중 하나로, 단백질의 기능에 대하여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6]. Sacsin단백질은 비-신경원세포와 일차신경원의 미토콘드리아에 위치하며, 미토콘드리아 분열에 관여하는 디나민 연관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함이 밝혀졌다. 따라서 sacsin단백질의 기능 이상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7], 나아가 신경세포의 퇴행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ARSACS 환자의 MRI는 다양한 특징을 나타낼 수 있다. 소뇌벌레의 위축 및 소뇌 반구와 경수의 위축이 관찰될 수 있으나 이는 다른 상염색체열성소뇌실조에서도 관찰될 수 있어 질병 특이적인 소견은 아니다. 질병 후기에 대뇌 위축이 대부분의 경우에서 관찰되나 대뇌 백질의 경우 이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Martin 등[8]은 ARSACS 환자 5명의 MRI 결과를 분석한 연구에서 T2강조 또는 FLAIR영상에서 다리뇌의 선형 저신호강도가 관찰됨을 보고하였는데, 이는 다른 소뇌실조와 감별되는 특징적인 소견이다. SACS유전자 변이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장애 및 신경세포 발달문제를 초래하며[7], 이 과정에서 다리뇌-소뇌 신경섬유가 과형성되어 중소뇌다리의 비후를 유발하는데, 이 소견이 MRI에서 다리뇌의 선형 저음영으로 관찰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본 2가지 증례에서도 다리뇌의 선형 저신호강도가 관찰되어 진단에 도움이 되었으며 기타 소뇌벌레, 소뇌 반구 및 경수의 위축이 관찰되었다.
대다수의 ARSACS 환자에서 안과 검진시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가 관찰될 수 있다. 이전에는 안저검사시 관찰되는 이 소견을 망막신경섬유의 과수초화에 의한 것이라고 여겼으나, Garcia-Martin 등[9]의 보고에서 망막신경섬유 수의 증가로 인한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라고 주장하고 있다. ARSACS 환자의 광학간섭단층영상에서 4분면에서 균일하게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가 관찰되는데, 이는 국소적 부분에서만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를 보이는 망막신경섬유의 과수초화 환자와 다른 소견이다[9]. 광학간섭단층영상과 같은 디지털 이미지 기술의 발달로 망막신경섬유층의 비후를 더욱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ARSACS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안과 검진은 매우 의미 있는 진단검사라고 할 수 있다[10].
우리나라에서 ARSACS는 희귀 질환으로 여겨지나 본 증례로 미루어 보았을 때 ARSACS가 실제보다 과소 진단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보행장애를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소뇌실조와 상위 및 하위운동신경세포징후가 함께 관찰되는 경우 ARSACS를 의심할 수 있으며, 전기생리학적검사를 비롯하여 MRI 및 안과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저자들은 본 증례를 통하여 국내 ARSACS 환자의 특징을 이해하고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