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맥루(arteriovenous fistula)나 동정맥 이식편(arteriovenous graft)은 말기 신장질환(end stage renal disease) 환자가 적절한 투석을 받기 위하여 필요한 혈관통로이다[1]. 보통 상지에 혈관통로를 조성하게 되며, 가장 흔한 합병증은 국소적인 협착과 혈전증, 혈류전환증후군(steal syndrome), 중심정맥협착과 심부전 등이다[2]. 신경계 합병증은 시술과 연관된 말초신경 손상이 대부분이다[2]. 저자들은 좌측 상지 동정맥루에서 속목정맥으로 도약 이식편(jump graft) 수술을 시행한 혈액투석 환자에서 동측 목정맥을 통한 역행성 혈류로 인하여 정맥뇌경색이 발생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79세 여자가 15일 전 갑자기 이름, 숫자, 단어 등이 잘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한다며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시간 지남력이 떨어져 있었으며, 구성실행증(constructional apraxia), 실독증(alexia), 실서증(agraphia), 실산증(acalculia), 명칭실어증(anomia)이 관찰되었다. 그 외 뇌신경검사, 사지 운동감각검사 및 소뇌기능검사는 정상이었다. 신체검사에서는 좌측 목 부위에서 혈류 잡음이 들렸다.
환자는 3년 전부터 당뇨에 의한 만성 신장질환을 진단받아 우측 속목정맥(internal jugular vein)을 통한 혈액투석 도관(tunneled cuffed dialysis catheter)을 이용하여 혈액투석을 시작하였다. 이후 우측 상지의 투석혈관 기능부전으로 30개월 전에 좌측 자쪽피부정맥 전위술(left basilic vein transposition)을 통하여 동정맥루 수술을 시행하였지만, 협착이 자주 재발하여 반복적으로 혈관성형술을시행하다가 20개월 전에 도약 이식편(jump graft)을 이용하여 좌측 속목정맥으로 정맥문합을 하는 혈관통로 교정술을 시행하였다. 혈관 시술 이후 아스피린(aspirin) 투약을 시작하였으며, 환자의 약 순응도는 좋았다. 다른 기저질환으로는 고혈압, 만성 C형간염이 있었다.
증상 발생 2주째 입원하여 시행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에서는 좌측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 부위에 T2강조영상과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에서 고신호강도 병변이 확인되었다(Fig. 1-A, B). 자화율강조영상(susceptibility weighted imaging)에서는 출혈 병변을 시사하는 다수의 저신호강도 병변이 확인되었다(Fig. 1-C). 뇌 자기공명혈관조영(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에서 역류하고 있는 좌측 구불정맥굴(left sigmoid sinus)과 속목정맥 혈류가 관찰되었다(Fig. 1-D, E). 뇌 자기공명정맥조영술(magnetic resonance venography)에서는 좌측 상시상정맥굴(left superior sagittal sinus)과 좌측 가로정맥굴(left transverse sinus)로의 정맥배출(venous drainage)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Fig. 1-F).
다음날 시행한 혈관조영술(conventional angiography)에서 좌측 상시상정맥굴과 가로정맥굴이 혈전에 의하여 폐색되어 있어 정맥 배출 장애가 관찰되었다(Fig. 2-A, B). 한편, 혈관통로 정맥조영술에서 좌측 상지로 주입된 조영제가 정맥문합부를 통하여 좌측 속목정맥으로 역행하는 것을 확인하였다(Fig. 2-C, D).
뇌정맥동혈전증(cerebral sinus thrombosis)의 원인 감별을 위하여 시행한 항인지질항체증후군(antiphospholipid antibody syndrome) 및 혈액응고장애검사(anti-cardiolipin antibody, fluorescent antinuclear antibody,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ies, D-dimer, antithrombin Ⅲ activity, protein C, S activity, complement 3, 4, peripheral blood smear, HLA-B27)는 모두 음성이었다.
좌측 두정-측두-후두엽 정맥뇌경색(left parieto-temporo-occipital venous infarction)으로 진단 후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하였다. 역행성 정맥 혈류를 개선시키기 위하여 기존의 혈관통로 결찰 후 좌측 쇄골하정맥으로 정맥문합을 새로 시행하는 혈관통로 교정술을 시행하였고 이후 신경계 증상 악화는 없었다.
고 찰
본 증례는 동정맥루 시술한 혈액투석 환자가 혈관통로의 합병증으로 속목정맥에 정맥문합술을 시행받은 후, 정맥문합부 협착으로 뇌내 정맥압이 상승하면서 뇌정맥동혈전증(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과 함께 정맥뇌경색이 발생한 예이다. 특히 투석 혈관통로의 정맥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속목정맥으로 혈류가 역행하며 좌측 상시상정맥굴에 혈전이 동반되었고 이러한 발병 기전을 뇌 자기공명정맥조영술, 뇌혈관조영술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던 증례이다.
뇌내 정맥압이 증가하면서 신경계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정맥울혈뇌병증(venous congestive encephalopathy)이라 한다. 혈액투석 환자의 혈관통로 이상이 뇌정맥내 고혈압(intracranial venous hypertension)으로 이어져 정맥울혈뇌병증까지 발생한 경우는 드물다. 이전의 몇몇 증례보고를 고찰해 보면, 상지 동정맥 이식편이 있는 환자에서 완두정맥(brachiocephalic venous trunk) 폐쇄가 동반되어 뇌내 정맥계(cerebral venous system)에 고혈류단락(high flow shunt)이 발생한 증례가 있었다[3]. 또 다른 증례로는 상완동맥(brachial artery)과 속목정맥을 잇는 이식편을 통하여 혈액투석을 받던 환자가 속목정맥문합부 아래쪽 협착으로 뇌내출혈(intracranial hemorrhage)이 발생하였다[4]. 두 증례 모두 횡정맥동(transverse sinus)의 저형성(hypoplasia)을 동반한 특징이 있었다는 점은 단순동정맥루나 동정맥이식편 시술받은 투석 환자에서 정맥울혈뇌병증 발생이 드문 이유이다[3]. 즉, 뇌정맥내 폐쇄나 혈관기형 같은 주요 정맥배출 경로 장애가 동반되지 않으면 속목정맥의 역행성 고혈류만으로는 뇌정맥내 고혈압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4]. 특히 상시상정맥굴은 뇌정맥계의 주요한 배출경로이며, 상시상정맥굴에 혈전이 있으면 뇌정맥의 흐름에 유의한 혈류역학적인 변화가 생긴다[5]. 불충분한 정맥배출은 뇌내 정맥압을 높이고 이는 뇌관류의 감소, 허혈손상, 세포독성부종(cytotoxic edema), 혈류뇌장벽(blood-brain barrier)의 파괴로 이어져 결국 뇌실질에 경색을 일으킨다[5].
뇌정맥동혈전증 환자의 85%에서 과도한 혈액응고 성향의 위험 요인이 동반된다[6]. 유전적인 원인, 이차적인 과도한 혈액응고 성향 상태, 감염, 면역성질환, 약물, 외상, 암과 같은 여러 원인이 있다[6]. 본 증례에서는 말기 신장질환, 당뇨, 고혈압, 만성 C형간염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각각의 질환은 모두 뇌정맥동혈전증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본 증례와 같이 당뇨신장병(diabetic nephropathy)에 의한 신증후군(nephrotic syndrome)이나 잦은 혈관성형술에 따른 손상으로 이차적인 혈전유발상태(acquired prothrombotic state)가 나타날 수 있다. 혈액투석에 필요한 혈관통로를 만들 때 섬유화 유발 인자들과 전단응력(shear stress)으로 인하여 혈관벽에 변화가 생기고, 혈관통로에 의한 고압력의 와류(turbulent flow)로 정맥내 협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7,8]. 그 외 요독(uremic toxins)에 의하여 염증반응 증강과 혈소판 기능 감소도 원인이 될 수 있다[7]. 또한, C형간염도 바이러스의 피막(envelope) 단백질이 응혈을 촉진하고, 바이러스 게놈(genome)이 응혈촉진제로서 작용할 수 있는 세린 가수분해효소(serine proteases)를 암호화(encode)하는 과정을 통하여 혈전증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9]. 본 증례 환자도 말기 신장질환과 당뇨, 고혈압, 만성 C형간염으로 혈전을 잘 생성할 수 있는 특성을 동반하고 있었다.
정맥울혈뇌병증은 임상적인 증상이 다양하고 전형적이지 않으며, CT영상만으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초기 병력과 신체검사를 통하여 질환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말기 신장질환 환자인 경우 뇌정맥내 고혈압과 연관된 신경계 증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하여 뇌 자기공명정맥혈관조영술이나 정밀 혈관조영술 시행을 고려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