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발현된 무통대동맥박리
Cerebral Infarction Caused by Painless Aortic Dis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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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대동맥박리 환자는 흉통이나 복통을 호소하고 주로 심혈 관계 이상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1]. 그러나 전체 대동맥박리 환자 중 약 5%에서는 통증이 동반되지 않고, A형대동맥박리 환자의 17-40%에서는 신경계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초기 진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1]. 특히 뇌경색이 동반된 대동맥박리 환자의 경우 발병 후 4-5시간 이내에 내원하면 혈전용해 치료의 대상으로 오해될 수 있다. 시간적 제약으로 충분한 검사를 하지 않고 혈전용해제가 투여된다면 혈흉, 혈심낭, 심장압전 등의 합병증을 조장하고 지혈을 저해하여 외과 처치를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2,3]. 저자들은 흉복부의 통증 없이 급성 뇌경색으로 내원한 환자의 검사 중 대동맥박리가 진단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8세 남자가 내원 3시간 전 갑자기 좌측 상하지의 근력저하가 발생하고 두통, 구역이 동반되어 두통약을 먹고 지켜보았으나 호전되지 않아 응급실로 왔다. 내원 시 우측 팔에서 측정한 혈압은 98/36 mmHg, 심박수 78회/분, 호흡 15회/분이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기면상태(drowsy state)였고 좌측 안면마비가 관찰되었으며, 좌측 편마비 medical research council grade II로 측정되었다.
급성 뇌졸중을 의심하여 시행한 뇌 computed tomography (CT)에서 우측 중대뇌동맥 영역의 저음영과 고음영중대뇌동맥징후(hyperdense middle cerebral artery sign)가 보였다(Fig. A, B). 흉부 X-ray 검사상 종격동 확장이 관찰되었고, 흉부 CT에서 상행대동맥, 대동맥궁, 하행대동맥을 모두 침범하는 DeBakey I형의 대동맥박리가 확인되었다(Fig. C, D). 대동맥박리는 팔머리동맥, 좌측 총경동맥, 좌측 쇄골하동맥까지 침범하였으나 내경동맥으로의 진행 여부는 뇌 혈관영상을 시행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하였다(Fig. E). 심전도검사에서는 좌심실비대 외에는 정상이었다. 환자는 대동맥박리에 의하여 유발된 뇌경색으로 진단 후 대동맥박리에 대한 수술 치료를 위하여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었다.
고 찰
대동맥박리는 혈관내막(intima)의 파열에 의하여 혈류가 대동맥 내 중막(media)으로 흘러 들어가 혈관벽의 박리를 일으키는 매우 치명적인 혈관질환으로 연간 10만 명당 3-30명의 발생률을 보인다[4]. 대동맥박리는 병변이 발생한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분류하는데 DeBakey분류는 일차내막파열의 위치에 따라 상행 대동맥에서 박리가 시작되어 대동맥궁과 하행 대동맥을 모두 침범하는 I형, 상행 대동맥에서 박리가 시작되고 국한된 II형, 하행 대동맥에서 박리가 시작되고 국한된 III형, 흉부 하행 대동맥에만 박리가 국한된 IIIa형, 박리가 횡격막 이하로 진행된 IIIb형으로 나눈다[4]. 또, Stanford분류는 이와 달리 대동맥박리의 기시와 관계없이 위치에 따른 분류로서 하행 대동맥으로의 진행과 상관없이 박리가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A형, 박리가 대동맥궁을 포함한 하행 대동맥에만 국한된 경우 B형으로 분류한다[4]. 상행 대동맥을 침범하는 급성 대동맥박리의 경우 응급수술을 시행해야 하고, 하행 대동맥을 침범하는 경우 내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이러한 분류법에 따르면 상기 환자는 Debakey I형, Stanford A형에 해당하며, 상행 대동맥을 침범하여 응급수술이 필요하였으므로 적절한 조치가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동맥박리에서 신경계 합병증 발생은 흔한 편으로 전체 환자의 17-40%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고, 그중에서도 뇌경색에 의한 증상이 가장 많았다[1]. 그 외에 허혈척수병증, 허혈신경병증, 저산소뇌손상, 기절 등의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1]. 대동맥박리에 의한 신경계 합병증의 발병기전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대동맥박리가 진행하면서 여러 동맥들의 출구를 좁게 만들어 허혈증상을 유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심낭압전, 늑막이나 후복막출혈, 대동맥파열 등으로 저혈압이 유발되어 관류량이 적어지며 저산소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2].
전형적인 대동맥박리 환자는 흉골하부, 견갑골간, 배부 등에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지만 5-10%의 환자들은 통증이 없거나 간헐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만약 뇌경색에 의하여 실어증이 발생하거나 심한 의식저하가 유발되는 경우, 통증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본 증례의 환자 또한 흉복통은 없었으나 두통을 호소하였으므로 경동맥의 박리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내원 시 의식저하로 두통에 대한 자세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특히 급성 뇌경색에서 혈전용해제 사용은 증상 발현 후 4.5시간 이내로 제한되므로 뇌경색의 원인질환에 대한 충분한 검사를 시행하기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는 급성 뇌경색 환자에서 흉복통이 동반되지 않은 대동맥박리 환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세한 신체검사를 통하여 맥박소실 여부, 양팔의 혈압 차이 비교, 심잡음 청진, 흉부 X선검사 상 종격동 확장, 심전도검사 상 이상 소견 등에 대한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겠다[3].
대동맥박리로 인하여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에서 원인질환을 파악하지 못하고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게 되면 혈흉, 혈심낭, 심낭압전, 사망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2,3]. 즉, 뇌경색 환자에서 대동맥박리는 흔한 질환이 아니고, 증상이 불분명한 경우가 흔하며, 진단을 위하여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의심하고 있지 않으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뇌경색을 진료하는 신경과 의사들은 특히 그 원인질환의 하나로 대동맥박리의 가능성을 항상 명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