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염 이후 일시적으로 나타난 급성 자율신경기능이상
Acute Temporary Autonomic Dysfunction Following Encephal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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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뇌염은 동반되는 임상양상으로 의식의 저하, 발열, 두통과 함께 성격 변화, 실어증, 실조증, 편마비, 뇌신경 손상, 뇌전증 및 자율신경기능이상 등의 신경계 증상을 동반한다[1]. 바이러스뇌염에 의한 자율신경기능이상은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2] 아직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 저자들은 바이러스뇌염 이후의 급성 자율신경기능이상을 나타낸 환자 1예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9세 여자가 갑자기 발생한 의식의 저하로 왔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외 특이병력은 없었으며 앤지오텐신2수용체차단제(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telmisartan 40 mg 하루 한번) 외 마약성 진통제, 삼환계 항우울제나 베타차단제 등을 복용하지 않던 분으로 일을 하는 도중 갑자기 멍해지고 주변의 자극에도 반응이 없는 모습을 보여 병원으로 왔다. 환자의 의식은 혼미하였으며, 통증 자극에만 찡그리거나 회피하는 반응을 보였다. 첫 번째 입원시 심초음파검사 및 갑상샘기능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색은 투명하였고 압력은 292 mmH2O, 백혈구는 120/mm3 (단핵구 88%, 다형핵백혈구 12%), 단백질은 57.0 mg/dL, 포도당은 55 mg/dL였으며 뇌척수액과 혈장에서 포도당의 비율은 0.53으로 나타났다. 뇌척수액의 배양검사,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 및 비특이항체검사에서 음성이었다. 자기공명혈관조영술을 포함한 자기공명영상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뇌파검사에서 우측 두정엽 및 후두엽에서 주기적인 극서파 및 주기편측뇌전증모양방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임상소견, 뇌척수액검사, 뇌 자기공명영상 및 뇌파소견으로 단순헤르페스뇌염이 추정되어 acyclovir (10 mg/kg, 8시간마다) 및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4 mg, 6시간마다)을 투여한 3일 후 환자의 의식은 호전되고 국소신경학적 결손도 보이지 않았으며, 10일 후 혼자서 거동 가능한 상태로 어지러움 호소 없이 병전상태로 회복되어 퇴원하였다. 퇴원 시 뇌파 이상에 대하여 levetiracetam (500 mg, 하루 2번)이 포함되어 있으며 기존 고혈압 약제는 중단하였다.
퇴원 후 3일만에 심한 어지러움이 나타나 다시 입원하였다. 어지러움은 기립 시나 갑자기 움직일 때 아찔하게 수초간 지속되다 사라졌으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이 있었으나 동공의 크기나 동공반사에 이상은 없었다. 환자는 이전에 어지러움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입원 시 시행한 혈압검사에서 130/80 mmHg로 측정되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자발안진 및 두위변경으로 유발되는 안진은 관찰되지 않았고 걸을 때 양측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으나, 그 외 국소신경학적 결손은 보이지 않았다. 체위변화에 따른 혈압의 변동은 누워있을 때의 혈압과 맥박이 105/67 mmHg, 72회/분으로 나타났으며 기립 시 바로 시행한 혈압과 맥박이 85/67 mmHg, 89회/분으로 혈압 저하와 맥박 상승이 관찰되었다. 이는 혈관운동 교감신경섬유에 영향을 주는 압력반사경로의 이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신경전도검사 및 H반사, F파 등의 후기반응검사에서 특이소견이 보이지 않았으며 자율신경기능검사에서 호흡에 의한 심박수 차이에서 날숨과 들숨의 심박동 비가 1.07 (정상참고치 >1.06)로 정상범위 내로 확인되었으나 발살바비가 1.25 (정상참고치 >1.35)로 부교감심장미주신경이상과 연관이 있으며, 교감피부반응검사에서 피부자극시 나타나는 교감신경반응이 나타나고 있지 않아 교감 콜린땀분비신경지배의 이상을 확인하였다. 자율신경검사 소견을 종합하였을 때 범자율신경기능이상이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이후 midodrine 2.5 mg 하루 3번 사용 후 체위에 따른 혈압의 변동에서 정상 소견을 보였으며, 입원 15일째 어지러움이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퇴원 이후 7일간 사용 유지하였으며 이후로는 어지러움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 찰
본 증례 환자의 경우, 항체검사 및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에서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뇌파에서 주기적인 극서파 및 주기편측뇌전증모양방전을 보이고, 이 외의 임상양상에서도 뇌염에 합당한 소견이 관찰되며, acyclovir 투여로 뇌염증상이 회복된 점을 볼 때, 단순헤르페스뇌염으로 추정 진단할 수 있다.
중추신경계의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은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률은 25-50만 명당 1명으로 나타나며 발병 연령은 전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6개월부터 20세까지가 3분의 1가량, 50세 이상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남녀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3]. 이런 바이러스감염은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계 기원으로 교감신경계 및 부교감신경계 경로를 침범할 수 있다. 이 중 급성 자율신경기능이상은 흔하지는 않으나, 나타나는 경우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 기립 시에는 심장으로의 정맥 반환이 떨어져 심장의 출력이 감소하는데, 이는 보상적으로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며 부교감신경을 억제하여야 하나[4] 교감, 부교감신경계의 광범위한 이상으로 혈압의 저하와 동반된 뇌관류 저하가 나타난다. 시각적인 흐림 및 실신으로 나타나는 기립저혈압이 대표적이며 복부 팽창 및 설사와 변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소화기계, 비뇨기계 이상 및 땀이 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5].
현재까지 보고된 바로는 바이러스뇌염 이후 자율신경기능이상이 나타난 예는 드물며 13세 여아에서 단순헤르페스뇌염 후 기립저혈압과 더불어 나타난 설사와 복통 등의 소화기계 문제를 보인 증례와[2] 50세 남성이 단순헤르페스뇌염 발생 후 회복 중 기립저혈압이 나타난 증례[6] 등 적은 수만이 보고되고 있고, 아직 국내에서 보고된 바는 없다. 바이러스뇌염 이후 발생하는 자율신경기능이상의 원인은 바이러스의 말초신경계의 침범보다는 중추신경계 침범, 특히 뇌간이나 시상하부의 침범에 의한 것으로 사료된다[6].
본 증례는 바이러스뇌염에 의하여 자율신경기능이상이 나타난 국내 최초 보고이다. 바이러스뇌염 발생 시 자율신경기능이상에 의하여 기립저혈압이 나타나 어지러움이 나타났고, 이는 체위변화에 따른 혈압의 변동 등의 자율신경기능검사를 통하여 입증되었다. 기립저혈압의 경우 midodrine 사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었고, 증상의 지속 여부를 보기 위하여는 향후 더 오랜 기간의 추적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