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Korean Neurol Assoc > Volume 36(4); 2018 > Article
조현병을 동반한 파킨슨병
조현병(schizophrenia)은 도파민 시스템의 과다 활성이 주요 발병 기전인 반면,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의 운동증상은 주로 도파민의 생성 부족으로 유발된다[1]. 두 질환의 주요 증상이 도파민을 중심으로 하나는 과다, 다른 하나는 과소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언뜻 두 질환은 공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동반된다 하더라도 조현병을 가진 환자에게서 항정신병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약물유발파킨슨증(drug-induced parkinsonism)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파킨슨병이 동반되었는지 감별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다행히 도파민운반체 영상을 비롯한 여러 영상 기법의 개발로 약물유발파킨슨증과 파킨슨병의 감별에 큰 도움을 받게 되었으나 아직 두 질환의 동반에 대한 생리기전과 치료법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상황이다[1,2]. 이에 저자들은 파킨슨병과 조현병을 동시에 가진 환자를 짧지 않은 기간에 걸쳐 진단하고 증상에 대한 약물 치료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8세 여자가 내원 한 달 전부터 발생하여 점차 심해지는 전신떨림, 보행장애로 내원하였다. 27세경 직장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환청, 환시, 수면장애를 호소하여 정신장애진단통계매뉴얼-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 DSM-5)을 기준으로 양극성 조현병으로 진단되었던 환자로 외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였다. 후각저하(hyposmia)와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는 동반되지 않았으며, 변비가 있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가면얼굴(masked face)과 함께 운동완만(bradykinesia), 사지의 경축(rigidity), 안정시떨림(resting tremor), 손가락 마주치기(finger tapping) 속도저하가 대칭적으로 동반되어 있었다. 보행검사에서는 구부정한 자세로 종종걸음을 걸었으며 팔 휘저음은 양쪽 모두 감소해 있었다. 통합파킨슨병척도(Unified Parkinson Disease Rating Scale, UPDRS) part III 점수는 총 63점이었고, Hoehn and Yahr stage (H&Y stage)는 III였다. 외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여 복용 중인 약물은 설피리드(sulpiride) 400 mg/day, 발프로산(valproate) 800 mg/day, 플루옥세틴(fluoxetine) 20 mg/day, 리튬(lithium) 900 mg/day, 로라제팜(lorazepam) 0.5 mg/day, 트리헥시페니딜(trihexyphenidyl) 4 mg/day였다. 초기에는 약물유발파킨슨증을 고려하여 먼저 설피리드와 리튬을 각각 200 mg/day와 600 mg/day로 감량하고 쿠에티아핀(quetiapine) 25 mg/day, 클로나제팜(clonazepam) 1 mg/day를 추가 처방하였다. 약물 변경 3개월 후 내원하였을 때는 H&Y stage는 여전히 III였으나 이전에 비하여 가면얼굴과 손가락 마주치기만 약간 호전되었다.
추가 약물 조절없이 지내던 중 2개월 만에 증상이 다시 이전과 같이 악화되어 내원하였다. 외부 정신건강의학과에 우선 설피리드를 줄이면서 쿠에티아핀으로 변경할 것을 권유하였고 호전되지 않는다면 다른 약물도 순차적으로 조절하여 볼 것을 권유하였다. 이후 약을 다음과 같이 조절하였으나 4개월 동안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쿠에티아핀 200 mg/day, 발프로산 750 mg/day,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10 mg/day, 아만타딘(amantadine) 200 mg/day, 리튬 600 mg/day. 파킨슨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약물을 감량하였음에도 수개월간 증상이 지속되어 파킨슨병을 포함한 퇴행파킨슨증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여 F-18 fluoropropylcarbomethoxyiodophenylnortropane,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을 시행하였다. 검사 결과 양측 기저핵에서 도파민운반체 방사선 트레이서의 섭취가 감소되었으며 우측이 더 심하였다(Fig.).
이후 본원에 5개월 만에 보행장애 및 심한 전신떨림을 주소로 다시 내원하였다. 당시 약물 변동은 없었으며 리튬독성으로 인한 전신의 안정시떨림이 심하여 보행도 어려운 상태였다. 파킨슨증도 전반적으로 악화되어 H&Y stage IV에 해당하였다. 리튬독성이 해결된 이후 조현병 증상이 악화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레보도파제제 투여를 시작하였고 서서히 증량 후 퇴원하였다. 처음 내원 후 약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협진 하에 아만타딘 150 mg/day, 레보도파 450 mg/day, 쿠에티아핀 250 mg/day, 발프로산 750 mg/day, 리튬 600 mg/day, 클로나제팜 0.5 mg/day,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40 mg/day를 사용하면서 조현병 증상은 악화되지 않았으며, 파킨슨증은 호전되어 스스로 보행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UPDRS part III 39, H&Y stage II).

고 찰

도파민은 흑질(sustantia nigra)과 복측피개부위(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주로 생성된다. 조현병의 경우 복측피개부위에서 출발하는 중간변연계도파민경로(mesolimbic dopaminergic pathway)에 의한 도파민의 과활성화가 주된 발병기전인데 반하여, 파킨슨병은 흑질선조체로(nigrostriatal pathway)의 도파민세포 감소로 인한 운동증상이 주된 특징이다[3]. 이처럼 두 질환 모두 도파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주로 관여하는 신경 경로가 다르고 발병기전도 다르기 때문에 두 질환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도파민이라는 공통된 신경전달물질이 정반대의 방식으로 발병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 임상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현병 환자가 파킨슨증을 보일 경우 일반적으로 먼저 생각해야 하는 질환은 약물유발파킨슨증이라는 점이다. 원인이 되는 약물을 중단한 뒤 수개월 안에 호전되는 것이 약물유발파킨슨증의 일반적인 임상양상이므로 소화불량이나 불면증 환자에서 약물유발파킨슨증이 발생하는 경우 조절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4]. 그러나 조현병에서 항정신병 약물을 줄이거나 변경할 경우 정신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큰 제한점이다. 본 증례에서도 발병 초기에 조현병 증상의 악화를 우려하여 급격하게 감량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일부 감량하였을 때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항정신성 약물 증량없이 증상이 다시 악화된 점은 전형적인 약물유발파킨슨증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다[5].
둘째, 도파민운반체핵의학검사를 이용하는 것이 감별에 도움이 된다[5]. 파킨슨병은 흑질선조체 경로의 도파민세포가 줄어드는 것이 기본 발병기전이기 때문에 해당 도파민세포의 신경말단에 분포한 도파민운반체에 결합하는 방사선 트레이서의 흡수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반면 순수한 약물유발파킨슨증은 흑질선조체 도파민세포는 정상이기 때문에 도파민운반체 영상은 정상으로 나타난다. 약물유발파킨슨증에서 도파민운반체 영상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도 보고되었으나 이들 환자들은 대부분 유발약물 중단 후에도 파킨슨증이 남아있고 레보도파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5]. 파킨슨병의 증상이 유발약물 때문에 좀 더 빠르게 나타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도파민운반체영상 외에도 흑색질에 대한 경두개초음파, 심장 I-123 metaiodobenzylguanidine 단일광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등의 영상검사, 그리고 비록 본 증례의 환자는 없었지만 후각저하, 수면장애 등 비운동증상의 동반 여부가 두 질환의 감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셋째, 조현병 환자에게서 파킨슨병이 진단되었을 경우 약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신증상의 조절을 위하여 쿠에티아핀, 클로자핀(clozapine) 등이 주로 추천되며 올란자핀(olanzapine)도 고려될 수 있으나 파킨슨증을 비롯한 추체외로 증상이 적지 않게 보고되어 주의를 요한다[6]. 일부 연구에서 쿠에티아핀이 파킨슨병 환자의 정신분열 증상 조절에 비교 우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오히려 환자의 운동증상이 악화된다는 보고도 있으나 클로자핀을 사용하였을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무과립증으로 인하여 1-2주마다 전혈구검사(complete blood cell count)를 추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쿠에티아핀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7].
또한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도파민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여야 하지만 정신증상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조현병 증상을 주시하면서 서서히 증량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증례에서는 현재까지 쿠에티아핀으로 정신증상이 잘 조절되고 있으며 파킨슨증 역시 레보도파 용량 조절을 통하여 적절히 조절되고 있다.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파킨슨증이 나타나는 경우 일반적으로 약물유발파킨슨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본 증례에서와 같이 약물 중단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파킨슨병의 동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도파민운반체영상은 두 질환이 동반되었는지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고 적절한 약물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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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risch R, Saniotis A, Wolf R, Bielau H, Bernstein HG, Steiner J, et al. The role of dopamine in schizophrenia from a neurobiological and evolutionary perspective: old fashioned, but still in vogue. Front Psychiatry 201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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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Lim TT, Ahmed A, Itin I, Gostkowski M, Rudolph J, Cooper S, et al. Is 6 months of neuroleptic withdrawal sufficient to distinguish drug-induced parkinsonism from Parkinson’s disease? Int J Neurosci 2013;123:170-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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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Brigo F, Erro R, Marangi A, Bhatia K, Tinazzi M. Differentiating drug-induced parkinsonism from Parkinson's disease: an update on non-motor symptoms and investigations. Parkinsonism Relat Disord 2014;20:80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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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Freidman JH, Factor SA. Atypical antipsychotics in the treatement of drug-induced psychosis in Parkinson’s disease. Mov Discord 2000;15: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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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Im JH, Kang JH, Lee MC. Treatment of Parkinson’s disease. J Korean Neuroll Assoc 2001;19:315-336.

Figure.
Brain F-18 FP-CIT PET image. It presents markedly decreased uptake bilateral putamen with more on the right side. FP-CIT; fluoropropyl-carbomethoxyiodophenylnortropane, 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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