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추론: 수면 중 이상행동과 인지기능저하로 내원한 70세 남자
Clinical Reasoning: A 70-year-old Man Presented with Nocturnal Abnormal Behavior and Cognitive Decline
Article information
증 례
70세 남자가 2년 전부터 발생한 기억력 저하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오른손잡이이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자영업자로 배우자와 함께 판매점을 운영하여 왔다. 발병 전까지는 고혈압, 당뇨 등을 비롯한 질환의 과거력이 없었으며 적극적이며 꼼꼼한 성격으로 판매점을 주도적으로 관리하여 왔고 이를 위한 컴퓨터 사용에 능숙하였다. 약 2년 전부터 배우자가 환자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몇 년 전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기에는 주로 2-3년 이상 된 오래된 일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였고 최근 수개월 이내의 일들을 기억하는 데에는 문제를 느끼지 못하였다. 그러나 기억력 저하가 점진적으로 악화되어 부인과 함께 운영하는 판매점에서 물건의 위치를 잘 기억하지 못하여 부인에게 물어보며 거래처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점차 판매점을 혼자 운영하기 어려운 상태로 악화되었고, 잘 다루던 컴퓨터도 다루기 어려워하였다. 자주 한숨을 쉬며 낙담하는 표정을 지었고 우울감을 호소하였으며 업무상의 대인 관계에서 소극적으로 변하였다. 환자는 판매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일상생활의 활동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환자에게 기억력 저하로 인한 것 외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없었다.
배우자에 따르면 환자는 기억력이 저하되면서부터 수면 중 자다가 상체를 일으키며 손을 흔들거나 침대 등을 주먹으로 치는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행동은 약 30초 이내에 멈추며, 행동 중에는 환자를 깨우려 하여도 깨지 않으나 행동이 멈춘 후에는 바로 깨어났다. 환자를 깨우면 이러한 행동을 왜 하였는지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증상은 야간 수면 중 뿐만 아니라 초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30분 내지 1시간 정도의 쪽잠을 잘 때에도 나타났다. 최초 발병 시에는 며칠에 한 번 꼴로 관찰되었으나 내원 시에는 2일에 한 번 이상으로 빈도가 점차 증가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국소신경학적 결손은 없었고, 떨림, 근긴장 이상, 보행이상, 전두엽유리징후 등의 이상 소견도 관찰되지 않았다. 서울신경심리선별종합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SNSB)에서 전두엽수행기능, 언어기능, 시공간기능 및 주의집중력은 각각 48.93%ile, 87.05%ile, 57.80%ile, 65.05%ile로 정상범위에 속하였으나 기억 능력은 1.52%ile로 뚜렷한 장애를 보였으며, 시각 및 언어 기억 모두 저하되어 있었다(Table 1).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Mini Mental Status Examination, K-MMSE)는 30점 만점에 27점,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은 0.5점이었다. 바텔일상생활능력지수(barthel activity of daily living index)는 20점이었다. 전혈구검사, 일반화학검사, 갑상선기능검사, 혈청 비타민B12는 모두 정상 범위였다. 뇌 자기공명영상은 국소병변, 뇌위축, 백질 변화 등의 이상이 없는 정상 소견이었다.
질문 1. 이 환자의 인지기능저하의 감별진단은 무엇인가?
질문 2. 이 환자의 야간 이상행동이 인지기능저하의 감별진단에 있어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일상생활활동은 가능하나 인지기능이 연령대의 기대수준 이하로 저하된 경우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를 의심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과 치매 사이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며, 연평균 5-20%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치매로 진행한다[1].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도 치매와 마찬가지로 인지저하의 일차적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알츠하이머병 외에 다른 원인에 대한 세심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주된 감별점으로는 (1) 루이소체치매에서 흔히 관찰되는 파킨슨증이나 뚜렷한 환시, 혹은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 (2) 혈관성 인지장애와 연관되는 복수의 혈관성 위험인자나 뇌혈관질환, (3) 전두측두엽치매를 시사하는 뚜렷한 행동장애나 언어장애, (4) 프리온병, 신생물 등을 시사하는 빠르게 진행하는 인지저하 등이다[2]. 또한 치료할 수 있는 원인인 대사 이상(비타민B12 결핍), 내분비 이상(갑상선 기능저하), 독성 물질(약물 등), 매독이나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등의 감염성 질환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 환자는 혈관성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뇌혈관질환의 근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행동장애나 언어장애도 뚜렷하지 않았으며 2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는 경과를 보였다. 평소 복용하여 오던 약물이나 환경적으로 노출된 물질은 없었으며 검사실 검사상 비타민B12와 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는 정상이었다. 병력이나 신경학적 진찰상 파킨슨증은 없었으며 환시도 없었다. 환자의 초기 기억장애가 최근 기억보다는 과거 기억에 대한 장애였다는 점은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기억장애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수면 중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상행동이 이 환자의 감별진단에 단서가 될 수 있다. 신경퇴행성 질환이 의심되는 노인, 특히 남성에서 수면 중 이상행동은 렘수면행동장애를 의심케 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루이소체치매, 다계통위축 등 알파시누클레인병(alpha-synucleinopathy)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들 질환의 전구단계로 간주된다[3]. 렘수면행동장애의 특징은 렘수면을 조절하는 뇌간 부위의 이상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렘수면 중의 운동 억제가 소실되어 꿈에서의 행동을 실제로 행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렘수면 중 발생하는 사건수면(parasomnia)이다. 렘수면행동장애에서 관찰되는 이상행동은 잠꼬대, 팔다리의 움찔거림부터 주먹을 치거나 발길질을 하는 복합적인 운동행동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성인에서 렘수면의 주기는 평균 90-120분이며, 수면이 개시된 이후 최초의 렘수면이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도 렘수면의 주기와 같은 90-120분이다. 따라서 렘수면장애의 이상행동은 수면 초기 1시간 내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렘수면행동장애의 이상행동의 또 다른 특징은 깨우기 어렵지 않으며, 깨우면 꿈을 꾼 것을 기억한다는 점이다. 본 환자에서는 30분 내지 1시간의 짧은 수면에서도 이상행동이 관찰되었으며, 이상행동을 보이는 중에는 깨우려 하여도 깨지 않는다는 점에서 렘수면행동장애와 맞지 않다.
질문 3. 이 환자의 이상행동에 대하여 어떠한 검사를 시행하겠는가?
환자에게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였다. 수면다원검사에서 렘수면 중 비정상적인 근긴장 증가(REM sleep without atonia)는 관찰되지 않았다. 수면 개시 1시간 이내 시점에 비렘수면의 N2 단계에서 이상행동이 나타났는데 수면 중 갑자기 눈을 뜨고 상체를 반쯤 일으킨 상태를 약 25초간 유지하다가 깨어났다. 우측으로 누운 상태에서 상체를 일으켰고, 상체를 일으키는 동작 외에 팔과 다리에서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Fig. 1, Video). 상체와 머리가 카메라의 반대 방향인 침대 머리쪽을 향하였기 때문에 기록된 비디오에서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듯한 움직임 외에 별다른 행동상의 특징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상행동 중 신음소리나 말소리 등의 발성은 없었다. 수면다원검사상 무호흡-저호흡 지수(apnea-hypopnea index, AHI) 21.8/h의 폐쇄성 무호흡이 관찰되었으나 이상행동 발생 시 이상 호흡이 선행되지는 않았다(Fig. 1). 심전도에서 이상행동 발생 전 분당 약 60회이던 심박수가 이상행동 중 약 130회로 증가되는 것이 관찰되었으나 발한 및 빈호흡은 없었다. 이상행동이 종료된 직후의 면담에서 환자는 이상행동을 기억하지 못하였으며 꿈에 대한 기억도 없었다.
질문 4. 이 환자의 이상행동에 대하여 어떤 질환이 의심되고 어떤 점에서 비전형적이라 생각되는가?
질문 5. 이상행동에 대한 진단을 위하여 어떤 검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겠는가?
이상행동은 병력에서 시사된 바와 같이 비렘수면 중에 나타났다. 비렘수면 중 나타나는 사건수면은 각성장애(disorders of arousal)로 표현되는데, 주로 수면 전반기 1/3에서 불완전한 각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깨우려 할 때 잘 깨지 않고 꿈 등의 인지 경험과의 연관성이 없으며 삽화(episode) 모두 혹은 일부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러한 점들은 이 환자에서 기록된 이상행동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각성장애에 속하는 사건수면에는 혼동각성(confusional arousals), 몽유병(sleepwalking), 야경증(sleep terrors)이 있다(Table 2) [4]. 이 환자에서는 이 중 혼동각성을 의심할 수 있다. 혼동각성은 불완전한 각성으로 나타나나 몽유병과는 달리 아직 침대를 벗어나지 않는 상태로, 흔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상태로 혼돈스럽게 주위를 돌아보는 행동을 보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침대 밖으로 나가 걸어가면 몽유병이 되나, 이 환자는 수면다원검사에서 및 병력에서도 일어나 걸은 적은 없어 몽유병으로 볼 수는 없다. 야경증은 혼동각성에 공포와 관련된 행동(울거나 소리치는 등)과 자율신경반응(산동, 빈맥, 빈호흡, 발한 등)이 동반되는 현상이다. 이 환자에서는 이상행동 시 뚜렷한 심박수 증가가 동반되기는 하였으나 공포와 관련된 행동반응은 보이지 않아 야경증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결국 비렘수면 사건수면 중 혼동각성의 가능성이 높으며, 진단기준에도 부합한다(Table 3) [4].
그러나 이 환자의 이상행동은 각성장애가 주로 나타나는 서파수면, 즉 N3 단계가 아닌 N2 단계에서 나타났다. 또한 각성장애는 소아와 35세 미만 성인에서 특히 호발하며, 3-13세에서의 유병률은 17.3%이고 평생 유병률은 18.5%로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 환자는 70세에 가까워진 시점에서 발병하였다는 점에서 비전형적이다. 이 환자에게는 수면다원검사에서 일반적으로 부착하는 6개의 뇌파 전극(F3, F4, C3, C4, O1, O2) 외에 국제 10-20 전극계에 따른 뇌파 전극을 추가로 부착하고 뇌파를 기록하였다. 이상행동 당시의 뇌파에서 좌측 전측두부를 중심으로 율동성 세타에서 율동성 델타로 진행하는 발작 패턴이 관찰되었다(Fig. 2). 발작간기에는 양측 전측두부에서 빈번한 뇌전증모양 방전이 관찰되었다.
이상의 소견을 바탕으로 배우자에게 환자의 이상행동을 다시 관찰하게 하였다. 그 결과 환자가 수면 중 침대를 주먹으로 치는 행동은 상지의 근위부까지 크게 움직이는 공격적인 주먹질이 아닌 주로 원위부를 움직이는 자동증으로 판단되었으며, 입을 우물거리는 형태의 자동증도 확인되었다. 환자는 측두엽뇌전증으로 진단되었고, 이에 대한 치료로 옥스카바제핀(oxcarbazepine)이 처방되었다. 옥스카바제핀을 점진 증량하면서 발작의 빈도도 점진 감소하여 6개월 경부터는 발작이 관찰되지 않았고, 인지기능도 호전되어 도네페질을 중단한 상태로 1년이 경과한 시점에 환자는 병전 수준으로 인지기능이 회복되었고 판매점 운영 업무도 병전 수준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K-MMSE도 30점으로 회복되었다.
토 의
알츠하이머병은 이 환자의 연령에서 발생하는 기억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러한 기억장애 환자의 진단적 접근에 있어서 알츠하이머병 외의 다른 병인을 배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장기기억은 사실이나 사건에 대한 기억인 사실사건기억(declarative memory)과 숙련된 기술이나 잠재화(priming), 습관 등에 대한 기억인 비사실사건기억(non-declarative memory) 혹은 암묵기억(implicit memory)의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측두엽은 사실사건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측두엽의 해마는 사실사건기억의 저장과 인출(retrieval)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측두엽 피질은 장기기억을 저장한다[5]. 해마 등 내측두엽 구조들의 기억에 대한 역할을 고려할 때 측두엽 뇌전증 활동이 기억장애를 일으킬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빈번한 측두엽발작이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기억저하를 일으키며, 적절한 항뇌전증치료가 기억저하를 회복시킨 증례들이 보고되었다[6-8].
수면 중 복합적인 운동을 동반하는 이상행동을 보일 때에는 사건수면(parasomnia)과 야간뇌전증발작(nocturnal epileptic seizure)을 감별하여야 한다[9]. 스트레스 유발인자나 정신외상(trauma)이 있다면 수면 관련 해리장애(sleep related dissociative disorder)도 고려하여야 한다. 사건수면은 크게 렘수면 중 나타나는 사건수면과 비렘수면 시 나타나는 사건수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Table 2) [4]. 렘수면 관련 사건수면의 대표적인 질환인 렘수면행동장애의 진단을 위하여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Table 3) [4]. 사건수면에 대한 평가 시에 뇌전증발작의 가능성이 있다면 수면다원검사에서 추가적인 뇌파 전극을 같이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폭력적 행동으로 상해의 위험이 있거나 사건수면이 의심되나 발병 연령, 발생 시간, 빈도 등이 비전형적일 경우 추가적인 뇌파 기록이 필요하다[10]. 이 환자의 경우 연령과 동반된 인지 이상을 고려할 때 렘수면행동장애를 우선적으로 의심할 수 있겠으나, 발생 시간과 각성 반응 등 몇 가지 특징들이 전형적인 렘수면행동장애와 일치하지 않았다. 수면다원검사에서 이상행동이 기록되었으나 국제 10-20 전극계에 따른 뇌파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비렘 사건수면으로 오진될 여지가 충분하며, 결국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경도인지장애 및 이와 별개의 비렘 사건수면으로 진단되어 인지저하를 치료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사건수면의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서는 각각의 사건수면의 병력 상의 특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심한 병력청취를 통해 환자의 수면 중 이상행동의 발생 시간, 발병 연령, 행동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진단에 가장 중요하다. 병력이 비전형적이라면 뇌전증발작 등 다른 질환을 감별하여야 한다.
KEY POINTS
1. 수면 중 이상행동의 주요 감별진단:
• 사건수면(렘 관련 및 비렘 관련)
• 뇌전증발작
• 수면관련해리장애
2. 수면다원검사에서 국제 10-20 전극계에 따른 뇌파 기록이 권고되는 경우:
• 뇌전증발작이 의심될 경우
• 폭력적 행동으로 상해의 위험이 있을 경우
• 사건수면이 의심되나 발병 연령, 발생 시간, 빈도 등이 비전형적일 경우
3. 측두엽 뇌전증발작이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인지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