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작열감증후군(burning mouth syndrome, BMS)은 구강 내에 특별한 이상 소견 없이 혀나 구강점막에 나타나는 타는 듯한 통증으로 주로 여성에서 많이 보고되었고, 중년 이후의 폐경기 여성들에서 많이 나타난다[1]. 가능한 유발요인이나 병태생리에 대한 가설들이 많으나 아직 명확하지는 않으며, 이에 대한 치료법 또한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저자들은 폐경 이후 여성 환자에 발생한 BMS에서 다양한 약물치료 시도 중 클로나제팜에 의하여 호전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 현재까지 보고된 문헌을 바탕으로 BMS의 유발요인, 유형, 진단기준 및 치료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하였다.
증 례
증례1
65세 여자가 10년 전부터 입안 전체의 통증, 혀의 타는 듯한 느낌이 지속되어 병원에 내원하였다. 50세에 폐경이 된 것 외에 특별한 과거 병력은 없었다. 증상은 폐경 이후부터 시작 되었으며, 혀의 타액분비 저하도 호소하였다. 통증은 지속성으로 하루종일 일정한 강도로 지속되었으며, 만지거나 씹을 때 통증이 더 유발되지는 않았다. 발치나 신경치료, 치주치료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미세외상이나 조직손상을 일으킬 만한 원인은 없었다. 환자는 이 증상으로 인하여 우울한 기분이 동반되어 있었으며 불면증도 호소하였다. 신체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고, 신경학적 검사에서도 국소신경학적결손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도 대사성 질환이나 영양결핍 등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신경인성통증에 대하여 카르바마제핀 200 mg, 아미트립틸린 5 mg을 2주간 투여하였으나 혀가 더 뜨거운 느낌이 있다고 하여 카르바마제핀과 아미트립틸린을 중단하고 프리가발린 75 mg으로 약물을 변경하였다(Fig. A). 이후 증상이 약간 호전된 상태로 프리가발린을 150 mg으로 증량하여 한 달간 유지하였다. 한 달 후 혀가 뜨거운 증상이 다시 악화되어 둘록세틴을 60 mg으로 추가하였다. 그래도 증상의 개선이 없어 클로나제팜 0.5 mg을 추가하여 시도하여 보았다. 환자는 2주 후 외래에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였고, 현재 용량으로 증상조절이 잘 되는 상태로 외래에 다니고 있다.
증례2
61세 여자가 6개월 전부터 시작된 목부터 입안 전체, 혀끝까지 얼얼하고 화끈거리는 느낌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고혈압, 고지혈증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이 외의 다른 이상은 없었다. 우울한 기분은 없었으나 평소 불면증이 있다고 하였다. 이전 치과치료 병력이나 구강 내 외상력도 없었으며, 이비인후과 진료에서도 구강 내 증상과 연관될 만한 육안상 특이 소견은 없다고 하였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도 증상을 유발할 만한 구조적 이상은 없었다.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 양상은 신경인성 통증으로, 이에 대하여 처음에 가바펜틴 600 mg과 알프라졸람 0.25 mg으로 한 달간 투약하였으나 증상의 개선을 보이지 않아 항전간제인 발프로산을 500 mg으로 추가하였다(Fig. B). 증상이 약간은 호전된 듯 하나 큰 변화는 없었고, 졸림을 호소하였으나 오히려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클로나제팜을 0.5 mg으로 추가하였다. 한 달 후 환자는 증상이 호전된 상태로 내원하였다. 증상의 강도가 크게 호전되었고, 빈도도 감소하여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만 증상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후로도 외래로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현재 약물 및 용량을 그대로 유지 중이다.
고 찰
본 증례는 폐경 후 여성에서 발생하였던 BMS 증례이다. 대부분의 BMS 환자들은 구강 내의 타는 듯한 통증을 주소로 치과를 방문하여 잇몸 및 치아에 대한 이상 여부만 확인하고 장기간 통증을 가지고 사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하여 삶의 질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본 증례의 두 환자 모두 처음에는 구강 내 증상을 주소로 치과 및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였으나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특별히 진단을 받지도 않은 상태로 통증과 불편이 지속된 채로 수개월간 지내오다가 신경과에 내원하게 되었다.
BMS의 진단은 지속적으로 구강에 타는 듯한 느낌이 있으나 구강 내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고,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BMS에 대한 여러 증상 및 진단기준들이 기존 문헌(Table 1) [2] 및 국제두통질환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ders, ICHD-II) (Table 2) [3]에서 언급되었으며, 본 증례 환자의 증상들은 이 진단 기준에 모두 부합하였다. 본 증례들에서 치과치료 관련, 흡연, 캔디다와 같은 국소적 원인과, 빈혈, 비타민결핍, 약물부작용 등의 전신적 원인은 모두 배제되었다. BMS의 type은 3가지로 구분하는데[4], 1형은 진행형이며, 일중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으로 전체 BMS 환자의 35%를 차지하고, 2형은 지속형이며 주로 화끈거리거나 따끔거리는 통증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로서, 주로 작열감 때문에 잠들기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신적 요인과 관련이 높은 경향이 있고 약 55%를 차지한다. 3형은 간헐적 증상을 보이며 구강점막과 관련된 알러지 항원과 관련이 있고 약 10%를 차지한다. 1형과 2형은 증상의 완화없이 지속되지만, 3형은 증상 완화의 가능성이 있다[5]. 본 증례의 환자들은 2형인 지속형이었고, 우울감이 동반되어 있었으며 불면을 호소하였다.
BMS의 원인병리에 대하여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크게 정신적인 요소와 생물학적인 요소들이 주요한 원인인데, 특히 우울과 불안같은 정신적 요소들이 BMS 환자들에서 통증 자각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증례의 환자처럼 우울과 불안, 불면이 있는 경우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치가 증가되면서[6] 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고, 말초 수용체들로부터의 신경전도를 증감시키면서 통증을 지각하는 정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이전 보고에 의하면 BMS 환자의 30-50%에서 우울증이 동반, 30-60%에서 불안장애가 동반되었고 암에 대한 두려움이 동반된 경우도 많았다[7]. 또 다른 기전으로는 도파민계의 작용 저하로 인하여 신경의 민감도가 증가되면서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이에 도파민계에 반작용하는 gamma-amino butiric acid (GABA)계에 영향을 주는 약물인 가바펜틴과 클로나제팜 같은 항전간제를 투여하는 것이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8]. 이 중 클로나제팜은 GABA-A 수용체를 조절하면서 뇌의 세로토닌계를 강력히 조절하는 기전으로 작용하여서 현재까지 BMS 환자에 경구 약물 또는 입 안에 머금었다가 뱉는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BMS에 시도된 치료 약물들에 대한 리뷰에서도[9] 여러 가지 약물 중 클로나제팜에 대한 시도가 가장 많았고, 증상의 개선에 대한 보고도 클로나제팜이 다른 약물에 비하여 더 높은 편이었다[9]. 본 환자들에게 초기에 프리가발린을 사용하였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였고, 이후로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NRI)와 같은 세로토닌계에 작용하는 약물 역시 사용하여 보았으나 증상의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클로나제팜을 추가하여 투약하였을 때 환자가 만족할 정도로 증상의 개선을 보였다. 이런 점은 클로나제팜이 BMS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 중 하나로, 일차적으로 투여하여 볼 수 있는 약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클로나제팜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클로나제팜의 경우 식약처 허가 사항에 따라 뇌전증 및 공황장애 등의 질환에만 급여로 처방이 가능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 전산심사에서 자동 삭감되고 있는 약물이기 때문에 초기에 다른 약제들을 먼저 시도하여 본 후에 사용하게 되었다.
본 증례 모두 폐경 이후에 증상이 시작되었는데, 폐경과 BMS의 관계에 대하여서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한 가설이 있다. 폐경 후 호르몬 변화는 세포 성숙과정의 조절장애 및 상피세포의 위축을 야기하여 위축성질염과 같은 점막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조절장애가 구강 내 점막에도 영향을 미쳐 구강 내 통증과 불편감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침샘 내의 코티솔 농도의 상승이 구강점막소신경섬유의 신경퇴행성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10]. 이를 근거로 호르몬대체요법(hormone replacement therapy)을 시도해 본 연구들이 있었으나 효과에 있어서는 아직 연구들 간에 이견이 있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1]. 이 외 보조적으로 항우울제, 비타민B, 가바펜틴, 캡사이신, H2R대항제, 알파리포산(alpha lipoic acid), 리코펜(lycopene) 및 심리치료와 같은 치료법 들도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60세 이상의 폐경 후 여성에서 BMS가 잘 발생할 수 있고 대부분 치과를 방문하지만 통증 조절이 잘 안될 경우 신경과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본 증례와 같이 통증의 양상이 만성지속형일 경우, 조기에 뇌 영상에서 혈관에 의한 압박과 같은 구조적 원인과 기타 생물학적 원인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조기에 BMS로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로는 다양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여러 가지 약제들 중 클로나제팜의 투약을 먼저 시도하여 보는 것이 환자의 빠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BMS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므로 유발하는 요인과 기전을 이해하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