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환자에서의 톡소포자충뇌염
Toxoplasma Encephalitis in a Patient with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Inf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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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oxoplasma encephalitis is an opportunistic infection that may occur in immunocompromised or advanced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patients and lead to serious complications in the CNS. We report a 44-year-old man with toxoplasma encephalitis combined with HIV infection. He was admitted with headache and neck stiffness. Brain computed tomography showed normal findings. Tuberculous meningitis was suspected from CSF and serum tests. However, his symptoms continued to progress, and toxoplasma encephalitis was diagnosed based on 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and serum tests.
톡소포자충뇌염(toxoplasma encephalitis)은 빠르게 진행을 하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기회감염으로 주로 장기 이식 수용자와 같이 세포면역이 저하된 사람 혹은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환자에서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기회감염의 원인 중의 하나이다[1]. 톡소포자충뇌염은 잠복감염된 톡소포자충에 의하여 일어나며 국소신경증상, 의식변화, 경련, 수막뇌병증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2]. 우리나라의 HIV감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회감염의 빈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톡소포자충뇌염의 발생 빈도가 0.9%로 매우 드물었다[3]. 저자들은 결핵뇌수막염이 의심되어 처음에는 항결핵제로 치료하였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이후 톡소포자충뇌염으로 진단하여 성공적인 치료를 한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한다.
증 례
44세 태국인 남자가 7일 전부터 지속되는 두통, 미열, 근육통으로 본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두통은 심도의 강도였다(시각아날로그척도 8). 두통은 주로 초저녁부터 심해지기 시작하여, 자다가 2-3차례 이상 잠에서 깰 정도의 심한 양상으로 반복되었다. 방문 당시 혈압은 140/80 mmHg, 맥박 82회/분, 호흡수 24회/분, 체온은 38℃였다. 응급실에 왔을 때는 신경학적 진찰에서 기면 상태와 경부경직을 보였다(Fig. 1).
심전도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으며, 혈액검사는 혈색소 10.5 g/dL, 백혈구 4,270/μL, 혈소판 197,000/μL,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 1.35 mg/dL,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103 mm/hr, 포도당 105.8 mg/dL, 젖산 20 mg/dL이었고 아데노신탈아미노기효소(adenosine deaminase, ADA)는 30 U/L였다. HBs 항원과 HBs 항체 그리고 HCV 항체는 음성이었으나,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항체는 약한 양성으로 확인되어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었고 확진 검사를 필요로 하였다. 뇌수막염 감별을 위하여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 뇌척수액의 색깔은 투명하였으며, 단백질 123.6 mg/dL, 포도당 60.3 mg/dL (혈장 포도당 105.8 mg/dL), 백혈구 247/mm3 (림프구 95%), ADA 8.9 U/L가 확인되었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뇌 전산화단층촬영에서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Fig. 2-A).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과 뇌척수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결핵뇌수막염 진단 하에 경험적 항결핵제인 이소니아지드(Isoniazid) 300 mg/day, 리팜피신(rifampicin) 600 mg/day, 피라진아미드(pyrazinamide) 1200 mg/day, 에탐부톨(ethambutol) 900 mg/day 그리고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12 mg/day 치료를 시작하였다.
항결핵제와 스테로이드(덱사메타손 12 mg/day)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도 환자의 두통증상은 호전이 없었으며, 입원 2일째 의식저하가 기면에서 혼미로 더욱 진행되었다. 결핵뇌수막염 외의 다른 원인을 감별하기 위하여 뇌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T1 강조영상에서는 조영이 증강되는 고리형태(ring enhancement)의 다발성 병변이 관찰되었고(Fig. 2-B), T2 강조영상과 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 영상에서 좌측 기저핵과 좌측 소뇌 부위에 고밀도 음영을 보였다(Fig. 2-C). 입원 3일째 방문한 환자의 부인에게서 환자가 과거 애완동물로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HIV 항체가 약한 양성으로 확인된 후 바로 시행한 혈청 HIV 항체와 웨스턴블롯검사에서 양성으로 관찰되어 HIV감염으로 진단하였으며, 혈청 톡소포자충 immunoglobulin G (IgG) 항체는 379.6 IU/mL, immunoglobulin M (IgM) 항체는 음성이었고 CD4 림프구는 9.9/μL (1.09%)였다. 세균배양, 진균배양과 결핵균배양에서 균은 분리되지 않았으며, 뇌척수액의 크립토코쿠스 항원검사와 VDRL면상반응검사(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 flocculation test)는 음성이었고, 혈청 아스페르길루스 항원검사와 거대세포바이러스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polymerase chain reaction)도 음성이었다. 이러한 결과로 톡소포자충뇌염으로 진단하여 pyrimethamine 25 mg/day, sulfadiazine 2 g/day로 치료를 시작하였다.
투약 후 두통, 미열과 의식저하는 점차 호전되었으며, 치료 시작 2주 후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T2 강조영상 및 FLAIR에서 보였던 좌측 기저핵과 좌측 소뇌의 결절주위 부종은 호전되었다(Fig. 2-D). 약물 치료 4주 뒤 환자는 지남력이 회복되고, 의식은 뚜렷하였으며 두통이 없는 상태로 퇴원하였다.
고 찰
본 환자의 경우 두통, 미열과 경부경직이 동반되어 있었고, 뇌 전산화단층촬영에서 특이 소견이 보이지 않아 전형적 뇌수막염 증상으로 생각되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ADA가 30 U/L로 올라가 있고, 뇌척수액검사에서 단백질 수치 상승(123.6 mg/dL)과 백혈구 247/mm3 (림프구 95%) 소견을 보여 임상적으로 결핵뇌수막염을 의심할 수 있었으나, 치료 중에 환자의 의식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조영 증강되는 고리형태의 다발 결절을 확인하였다. 또한 혈청 HIV 항체검사와 웨스턴블롯검사에서 양성으로 HIV감염이 진단되었고, 혈청 톡소포자충 IgG 항체 양성으로 HIV감염 환자에서의 톡소포자충뇌염을 진단한 증례이다.
톡소포자충은 원생생물이며 난모세포(oocyte), 빠른 분열소체(tachyzoite), 느린 분열소체(bradyzoite)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사람에서의 감염은 주로 난모세포가 포함된 음식을 먹은 양, 혹은 돼지의 설익은 고기를 먹어 느린 분열소체를 섭취하게 되거나 혹은 고양이의 변에서 떨어져 나온 난모세포가 포함된 물 혹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다[4]. HIV감염 환자의 톡소포자충증은 대부분 톡소포자충 잠복감염의 재활성화에 의하여 발생한다[2]. 본 증례의 환자는 HIV감염 과거력을 모르고 있었으나 CD4 림프구가 낮아 진행된 HIV감염 환자로 생각할 수 있으며, 혈청 톡소포자충 IgG 항체가 양성이면서 IgM 항체는 음성인 것으로 이전 톡소포자충 잠복감염의 재활성화에 의하여 톡소포자충뇌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애완동물로 고양이를 기른 과거력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고양이의 분변이 포함된 물 혹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톡소포자충뇌염은 두통과 의식변화와 같은 전신신경증상 및 경미한 반신불완전마비와 언어장애 같은 국소신경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5]. 그리고 뇌척수액검사에서는 단백질 상승과 백혈구 상승을 동시에 보인다[6]. 본 환자는 두통, 미열과 기면에서 혼수로 진행되는 의식저하를 보였고, 뇌척수액검사에서 단백질과 백혈구 상승을 보여 톡소포자충뇌염에 합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최근 HIV감염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신장이식이나 골수이식도 늘어나면서 톡소포자충으로 인한 중추신경계 합병증이 늘어나고 있다[2]. HIV감염 환자에서 톡소포자충뇌염의 빈도는 그 지역에 사는 HIV감염 환자의 톡소포자충 혈청 유병률 및 진행된 HIV감염 환자 수에 의하여 결정된다[7]. 일반적으로 사람에서 후천적으로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는 경우는 고기의 조리 방법 및 위생상태와 식이습관 및 가축의 톡소포자충 감염률 같은 인자들이 영향을 줄 수 있다[8]. 프랑스의 한 연구에서 HIV감염 환자의 톡소포자충 혈청 유병률은 72.2%이며 톡소포자충뇌염 발생률은 4.5%로 우리나라의 HIV감염 환자의 유병률 8.5%와 뇌염 발생률 0.9%에 비하여 현저히 높았다[3,9].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톡소포자충 유병률이 다른 이유는 식습관 및 가축의 톡소포자충 감염률 차이와 가정에서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빈도의 차이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육고기를 섭취하는 빈도가 아직까지는 서양의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낮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4,8]. 습관이나 생활 문화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연구에서는 톡소포자충 혈청 유병률 및 톡소포자충뇌염의 유병률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었다[10].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으며 서구적인 식습관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이전에 비하여 HIV감염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톡소포자충뇌염의 발생 빈도는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본 증례의 경우처럼 두통 및 미열 같은 증상으로 뇌염 혹은 뇌수막염이 의심되는 경우 HIV감염 여부 확인과 톡소포자충에 대한 진단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증례의 경우 초기에는 전형적인 뇌수막염 증상으로 인하여 응급실에서 쉽게 시행할 수 있는 뇌 전산화단층촬영과 뇌척수액검사에서 결핵뇌수막염이 의심되어 항결핵제로 치료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후 혈액검사에서 HIV감염이 의심되고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어 뇌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여 톡소포자충뇌염의 가능성을 고려하게 되었다. 본 증례와 같이 전형적인 뇌수막염 증상이라 하더라도 HIV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HIV감염 환자에서 증상이 일반적인 뇌막염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 톡소포자충 뇌염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조기에 추가적인 영상검사와 혈액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