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역적 뇌혈관수축증후군(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 RCVS)은 벼락두통과 여러 뇌혈관의 다발성 수축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3개월 이내에 완화(remission)되는 것이 특징이다. RCVS에 흔하게 동반되는 혈관의 이상소견은 거미막밑출혈, 두개내출혈, 뇌경색증, 가역적 뇌부종 등이 있다[
1,
2]. 또한 뇌혈관박리가 동반되기도 하는데, 주로 경동맥이나 척추동맥에 호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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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지만 RCVS와 함께 전대뇌동맥의 박리가 발생한 증례는 보고된 적은 없다. 이에 본 저자들은 RCVS와 전대뇌동맥의 박리가 병발된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평소 건강하던 28세 남자가 내원 3주 전부터 반복되는 두통으로 내원하였다. 양측 전두부에 터질 것 같은 수치통증등급(numeric rating scale, NRS) 9/10점의 두통이었으며, 기침을 하면 악화되었다. 극심한 두통은 1분 이내에 최대강도에 도달하였고, 20분 가량 지속되었다. 병원에 오기 전 같은 양상의 두통이 3차례 있었으며, 모두 기침에 의해 악화되었고 기침이 멈추면 호전되었다. 구역과 구토는 동반되었으나 광선공포증과 소리공포증은 없었고, 시야장애와 시력저하는 호소하지 않았다. 환자는 음주, 흡연은 하지 않았고, 복용하는 약물은 없었으며, 최근 외상병력도 없었다. 당시 활력 징후는 혈압은 130/90 mmHg였고, 발열은 없었다. 신체진찰에서 양안 동공은 빛반사에 대칭적인 정상 반응을 보이고 있었고, 복시, 외안근마비 및 구음장애, 삼킴곤란 등의 호소는 없었으며, 사지의 위약감 및 감각저하, 경부경직 및 Kernig징후, 브루진스키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입원 당시의 뇌척수액검사는 정상이었으며, 일반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적혈구침강속도, 갑상선기능검사, 항핵항체검사, 류마티스인자 루푸스항응고인자, 항카디오리핀항체, 항beta 2 glycoprotein 1 항체도 모두 정상이었다.
내원 1일째에 뇌혈관 조영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 CTA)을 진행하였다. CTA에서 양쪽 전대뇌동맥의 A2와 왼쪽 A3분절에 불규칙하게 혈관이 좁아져 있는 소견을 보였다(
Fig. 1-A). CTA 촬영 다음 날에 환자는 기침두통 및 벼락두통이 재발하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NRS 5/10의 두통을 호소하였다. 내원 7일째에 시행한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MRA)에서는 양쪽 A2분절의 불규칙한 혈관 협착은 남아 있었으나 왼쪽 A3분절의 협착은 사라진 모습을 보였고, 오른쪽 A2분절에서 혈관박리로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Fig. 1-B). 확산조영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액체감쇄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기울기에코영상(gradient echo)에서 뇌경색이나 출혈은 보이지 않았다. 내원 8일째 혈관조영술을 통해서 왼쪽 A2분절의 혈관연축을 동반한 협착과 오른쪽 A2분절의 혈관박리를 확인하였다(
Fig. 1-C,
D). 혈관벽영상을 추가 촬영하였고, 이를 통해 오른쪽 A2분절의 혈관박리를 진단하였다(
Fig. 1-E).
하루에 아스피린 100 mg, 클로피도그렐 75 mg, 니모디핀 90 mg을 경구 투여하였고, 투약 1주일 후 환자는 기침두통 및 벼락두통이 소실되었다. 퇴원 3개월 후 외래에 올 때까지 증상의 재발은 없었으며, 추적 MRA에서 왼쪽 A2분절의 혈관연축과 오른쪽 A2분절의 혈관박리 소견이 모두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 2).
고 찰
두통의 과거력이 없던 환자에서 3차례의 갑작스러운 심한 기침두통 및 벼락두통이 발생하였고, 초기 뇌혈관영상에서 보이는 다발성 협착이 3개월 이내에 저절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혈액검사와 뇌척수액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RCVS의 진단기준에 부합한다[
2]. 또한 뇌혈관조영술과 혈관벽영상에서 다발성 협착뿐만 아니라 전대뇌동맥에 혈관박리가 확인되었는데, RCVS와 전대뇌동맥의 박리가 함께 병발된 보고는 국내와 해외 모두 보고된 바가 없다.
이전에 보고되었던 혈관박리가 동반된 RCVS 환자는 대부분 경동맥이나 척추동맥에 혈관박리를 보였다[
1,
3]. RCVS의 전형적인 두통 양상은 후두부에서 시작하여 양측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2]. 이에 따라 후두부의 벼락두통이 동반되면 경동맥이나 척추동맥의 혈관박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1]. 하지만 본 증례는 양쪽 전두부에 기침두통 및 벼락두통이 발생하였고, RCVS와 함께 전대뇌동맥의 혈관박리가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비전형적인 위치에 발생한 벼락두통 환자에서 RCVS 및 혈관박리를 감별하기 위한 뇌혈관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CVS의 경우 이전 연구에서 임신, 편두통, 외상 및 약물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1], 핵심적인 병태생리기전은 혈관긴장도의 변화로 인한 혈관의 수축으로 알려져 있다[
8]. 하지만 RCVS와 혈관박리의 병태생리 관련성은 그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전 연구에서 RCVS가 교감신경을 과자극시켜 혈관긴장도를 변화시킴으로써 혈관의 박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2], 그와 반대로 혈관박리로 인한 벽혈전이 교감신경섬유를 자극하여 혈관작용물질들을 분비하게 하고 이 과정이 RCVS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3]. 최근 증례 보고에서는 경동맥박리가 RCVS의 잠재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어 여전히 RCVS와 혈관박리가 동반되었을 때 어느 부분이 선행하는지 논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4]. 하지만 이전의 보고에서는 환자의 뇌혈관영상을 연속적으로 검사하지 않았고, RCVS에 대한 여러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2]. 본 증례는 이전에 보고된 증례들과는 달리 RCVS에 대한 위험요인이나 관련된 병력이 없었고, 연속적으로 뇌혈관검사를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초기 CTA에서는 전대뇌동맥의 혈관박리가 보이지 않았으나 7일 뒤 시행한 MRA와 뇌혈관조영술에서는 전대뇌동맥의 혈관박리가 발견되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본 증례는 RCVS가 전대뇌동맥박리보다 먼저 발생하였고 RCVS가 혈관박리를 일으킨 선행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한편, 환자는 두통을 호소할 때 항상 기침이 선행되었는데, 이는 원발기침두통의 진단기준에 부합한다. 원발기침두통은 기침 또는 발살바조작 등에 의해 유발되는 갑작스러운 두통이 1초에서 2시간까지 지속되며, 최소 2차례 이상 발생할 경우 진단할 수 있는데[
9], 환자는 3차례의 벼락두통이 있었으며, 모두 기침과 동반하여 발생하였고, 지속시간이 20분 가량이었다는 점에서 진단기준을 대부분 충족한다. 하지만 진단기준 중 ICHD 3의 다른 진단으로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뇌혈관영상이 꼭 필요하다. 기침 및 발살바조작은 교감신경을 과활성시킴으로써 혈관긴장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교감신경의 과활성과 혈관 긴장도의 변화는 RCVS와 혈관박리의 병리 기전을 설명하는 중요한 가설임을 확인한 바 있으며[
2,
7], 본 증례에서 기침이 RCVS와 혈관박리를 발생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유발인자로 작용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기침과 RCVS가 동반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나[
1,
2,
10], 기침두통으로 발현된 RCVS가 혈관박리와 병발된 증례는 보고된 바가 없었다.
저자들은 본 증례를 통해 비전형적인 위치의 기침두통 및 벼락두통 환자에게 반복적인 뇌혈관영상촬영이 필요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또한 연속적으로 영상촬영을 시행하여 RCVS가 혈관박리보다 먼저 발생하였음을 확인함으로써 둘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였고, 향후 RCVS와 혈관박리의 병태생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