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측두엽변성-TDP C형으로 확진된 의미변이원발진행실어증
An Autopsy Confirmed Case of Semantic Variant Primary Progressive Aphasia with Frontotemporal Lobar Degeneration-TDP typ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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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A 62-year-old man presented with a one-year history of word finding difficulty, impaired single word comprehension and personality changes including aggression, apathy and eating change. Brain MRIs showed severe atrophy in the left anterior temporal lobe. The clinical syndromic diagnosis was semantic variant primary progressive aphasia. He died at age 70 of pneumonia. At autopsy, transactive response DNA-binding protein (TDP) immunoreactive long dystrophic neurites were predominantly found in the cerebral cortices, which were compatible with frontotemporal lobar degeneration-TDP type C pathology.
전두측두엽치매는 행동변이형전두측두엽치매, 의미변이원발진행실어증(의미치매), 비유창/비문법원발진행실어증(진행비유창실어증)의 세 가지 임상아형이 있다[1]. 전두측두엽치매의 병리 소견은 전두측두엽변성(frontotemporal lobar degeneration, FTLD)이라 통칭하고, 신경세포내 축적된 단백질인 타우, transactive response DNA-binding protein 43 (TDP 43), tumor associated protein fused in sarcoma (FUS), ubiquitin proteosomal system (UPS)에 따라 네가지 아형으로 구분한다[1]. 의미치매의 주요 병리 소견은 FTLD-TDP C형이다. 저자들은 뇌부검을 통하여 FTLD-TDP C형으로 진단한 의미치매 환자를 국내 최초로 보고한다.
증 례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진 62세 오른손잡이 남자가 언어장애에 대한 평가를 위해 신경과에 왔다. 병원에 오기 약 1년 전부터 단어의 뜻을 모르는 증상이 생겼는데, 환자에게 ‘드라이버’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면, ‘드라이버’가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의 이름을 대지 못하고, 친척을 만나면 알아보기는 하나 이름을 생각해내지 못하였다. 육체노동을 하던 환자는 상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일터에서 동료의 행동을 보고 작업을 그대로 따라 하였고, 말수도 점차 줄었다. 병전 읽기와 쓰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던 환자는 예전보다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였다. 언어 이상이 생긴 지 6개월 후부터 건망증 정도의 기억력저하가 있었고, 병원에 찾아 올 무렵에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오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 가야 하는 날짜는 기억하고, 병원에서 무슨 검사를 언제 하였는지 알고 있었다. 약을 처방 받은 날짜, 약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그리고 약을 먹은 시간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잘 알고 있었다. 시공간기능에 이상은 없었다. 고장난 가전제품을 고치고, 주식과 돈 관리는 문제 없이 하였지만, 병전에 비해 소지품 관리를 소홀히 하고, 취미생활이 없어졌다. 언어장애가 나타난 지 6개월 정도가 지난 후부터 성격변화와 이상행동이 생겼다. 병이나 우산 등 쓸모 없는 물건을 주워오고, 돈, 일, 절약에 집착해서 밤에도 형광등을 끄게끔 가족들을 윽박질렀다. 고집이 세지고 의욕이 없고 우울감도 호소하였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예의가 없어졌으며 이전에 비해 단 것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병원에 오기 1년 전에 폐렴과 위궤양으로 치료 받은 병력이 있었고, 과음을 일시적으로 한 적이 있었지만 이후 금주하였다. 담배는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다가 병원에 방문하기 1년 전에 금연하였다. 모친이 치매증상이 있다가 사망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국소신경학적 이상은 없었다. 심한 알아듣기장애로 자세한 신경심리검사는 하지 못하였고, 한국판-웨스턴실어증검사(Korean version-Western Aphasia Battery)에서 실어증 지수는 42.1로 중등도의 감각실어증에 해당하였다(Table). 실어증검사를 수행할 때 환자는 검사 지시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여러 번 설명하거나 동작으로 보여줘야 알 수 있었다. 검사자에게 반말을 하였고, 모든 질문에 ‘몰라’로 일관하거나, ‘내가…인간적으로 들을 수가 없다’는 등의 말을 자주 하였다.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는 11/30점, 치매단계평가척도는 5점이었다. 신경정신행동검사는 10/144점, 전두엽행동검사는 10/72점으로 무감동, 감정표현의 저하, 융통성 저하, 추상적 사고 결여, 주의부족, 통찰력 저하, 말수의 감소, 언어구사력 저하, 보속증 등을 확인하였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좌측 앞측두엽의 심한 위축이 있었다.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서 좌측 측두엽 부위에 포도당대사가 심하게 떨어져 있었고, 좌측 전두엽에서도 경한 대사저하가있었다(Fig. 1). 임상경과와 신경영상 결과를 바탕으로 의미치매로 진단하였다[2]. MAPT (microtubule associated protein tau), GRN (progranulin) 유전자검사에서 병적 변이는 없었고, C9orf72 (chromosome 9 open reading frame 72) 유전자의 비정상적 hexanucleotide repeat expansion도 없었다. 환자는 진단 1년째 마트에서 물건을 훔쳐오고, 진단 2년째 집 밖으로 계속 나가려는 증상이 생겼지만 길을 잃지 않고 집을 찾아왔다. 폭력성과 거부증이 점차 심해졌다. 진단 3년째부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였으나 보행은 정상이었다. 휴지통에 있는 종이, 비누, 화분 안에 있는 흙, 스티로폼을 먹으려고 하였고, 이 무렵 요양소에 입소하였다. 진단 6년째부터는 몸이 옆으로 기우는 증상이 생겼고, 우측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치아가 없어 죽으로 식사를 하고 자발적 발화는 거의 없었다. 환자 나이 70세, 증상 발생 약 9년째에 폐렴으로 요양소에서 사망하였다.
사후 8시간 만에 뇌를 적출하였고, 뇌 무게는 1,114 g이었다. 좌측 뇌를 포르말린에 고정하여 30일이 지난 후 육안으로 볼 때, 앞측두엽극(anterior temporal pole)과 편도,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 중간측두이랑(middle temporal gyrus), 하측두이랑(inferior temporal gyrus), 무릎하앞띠다발이랑(subgenual anterior cingulate gyrus)의 심한 위축과 앞띠다발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안와전두엽피질(orbitofrontal cortex)에 중등도의 위축이 있었다(Fig. 2-A). 흑질(substantia nigra)과 청색반점(locus ceruleus)에 중등도로 색소가 감소되어 있었다. 기저핵, 시상, 해마, 소뇌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광학현미경으로 볼 때 대뇌피질 전반에 걸쳐 신경아교증과 공포가 있었고 하측두이랑, 편도, 내후각피질에서 신경세포가 소실되어 있었다(Fig. 2-B). TDP-43 면역조직화학염색에서 양성을 보이는 긴 디스트로피신경돌기(dystrophic neuritis)를 피질 전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비해 비정상 TDP-43 신경세포질포함체(neuronal cytoplasmic inclusion)는 많지 않아 FTLD-TDP C형에 합당하였다(Fig. 2-C). 베타아밀로이드염색에 양성을 보이는 미만아밀로이드판(diffuse amyloid plaque)은 중간전두엽피질(middle frontal cortex), 모이랑(angular gyrus), 새발톱피질(calcarine cortex)에서 경하게 있었고(Thal 분류 1단계), 타우면역조직화학염색에 양성인 신경원섬유매듭을 내후각피질과 해마에서 확인하여(Braak & Braak 병리분류의 2단계) 낮은 알츠하이머병 신경병리변화(A1B1C0, low Alzheimer’s disease neuropathological change)에 해당하였다[3]. 이 외에 타우염색에 양성을 보이는 전매듭(pretangle)과 은친화입자(argyrophilic grain)가 해마의 CA2, CA1/subiculum영역에 두드러지게 있었고, 코일형체(coiled bodies)가 내후각피질의 피질하조직에 존재하여 은친화입자병(argyrophilic grain disease)이 동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Fig. 2-D). 뇌아밀로이드혈관병(cerebral amyloid angiopathy)이 모이랑, 새발톱피질 근방의 뇌척수막혈관에서 경하게 동반되어 있었다. 시누클레인 염색에 양성을 보이는 레비소체는 없었다.
고 찰
2011년에 발표된 의미치매의 임상진단 기준[2]은 단어이름대기에 이상과 단단어 이해의 저하가 있으면서 다음 중 적어도 세 가지를 만족해야 한다: 1) 사물 지식에 대한 결핍, 2) 표면읽기장애 또는 표면쓰기장애, 3) 따라 말하기는 보존, 4) 말산출(speech production)은 보존. 여기에 임상진단을 지지하는 영상 결과로 앞측두엽위축이 뚜렷하거나 동일 부위 관류저하 또는 대사저하가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확진은 임상진단기준에 부합되고 병리검사에서 신경퇴행병리 소견이 있거나 병적 돌연변이가 밝혀지는 경우 내려질 수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질환의 초기부터 단어이름대기와 단단어 이해력 저하의 증상이 있었다. 심한 알아듣기장애와 실어증검사의 많은 항목에서 수행을 거부하여 정확한 평가가 되지 않았지만, 말산출은 상대적으로 보존되어 있었고, 8어절의 문장을 정확하게 따라 말할 수 있었으며, 받아쓰기 일부에서 표면쓰기장애가 의심되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좌측 측두엽의 위축과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서 좌측 측두엽 대사저하가 있어 의미치매의 임상진단기준에 부합하였다. 또한 뇌부검을 통하여 국내 처음으로 FTLD-TDP C형의 신경병리를 확인하였다[2].
의미치매의 경우 임상진단과 병리진단의 관련성이 매우 높은 편으로 83%에서 FTLD-TDP C형을 가지고, 나머지는 FTLD-tau, 픽병(Pick’s disease)을 가진다[1,4]. FTLD-TDP 병리는 비정상 TDP-43 신경세포질포함체와 디스트로피신경돌기의 양, 형태, 위치에 따라 A에서 D까지 네 가지 아형으로 나눌 수 있다. 본 증례의 환자와 같은 FTLD-TDP C형은 비정상 TDP-43 신경세포질포함체는 거의 없고, 길이가 긴 디스트로피신경돌기가 주로 피질 Ⅱ층에 많이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C형의 거의 대부분이 본 증례의 환자처럼 의미치매로 발현한다. A형은 많은 수의 TDP-43 신경세포질포함체와 디스트로피신경돌기가 주로 피질 Ⅱ층에 분포하고, GRN 유전자변이가 있는 행동변이형 전두측두엽치매, 진행비유창실어증이 흔한 임상발현형이다. B형은 TDP-43 신경세포질포함체가 피질 전층에 중등도로 있고, 상대적으로 디스트로피신경돌기는 적은 특징이 있다[5]. B형은 전두측두엽치매-운동신경원질환의 주요 병리 소견이고, 국내 부검 증례가 최근 보고된 바 있다[6]. D형은 길이가 짧은 디스트로피신경돌기가 피질 전층에 분포하고 비정상 TDP-43 단백질이 신경세포핵 안에 존재한다. VCP (valosin containing protein) 유전자 돌연변이가 주된 임상발현형이지만 매우 드물다[5].
동반된 은친화입자병은 4 Repeat 타우병증으로 성인 부검의 4-9%에서 발견되고, 나이가 많을수록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다[7]. 일차은친화입자병은 FTLD-타우의 4% 정도를 차지하여 다른 일차 FTLD-타우질환에 비해 드물고 40%에서 알츠하이머병, 픽병, 피질기저핵변성 등과 같은 다른 신경퇴행질환의 병리 소견과 혼합형으로 존재한다[1]. 은친화입자병은 주로 해마, 내후각피질, 편도 등의 변연계에 분포하는데, 본 증례의 환자에서도 변연계에서만 관찰할 수 있었다. 은친화입자병이 인지기능저하, 성격변화 같은 임상증상과 관련 있다는 보고[7]가 있지만 인지가 정상인 사람들의 60%에서도 동반되고[8], 오히려 알츠하어머병 관련 타우병증에 대한 보호 효과를 주장하는 연구결과[9]도 있어 아직까지는 그 임상적 의미가 불분명하다.
본 증례는 의미치매의 국내 첫 부검 증례로, 의미치매와 FTLD-TDP C형과의 높은 연관성을 한국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Acknowledgements
*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뇌연구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뇌조직은행구축사업(Korea Brain Bank Network Project)에 의해 수행되었음.
이 논문에 이용된 자원(뇌조직)은 2016년도 미래창조과학부의 재원으로 추진 중인 국가뇌조직은행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뇌은행네트워크(부산대학교병원 뇌은행)로부터 제공되었습니다. 치매 연구를 위해 부산대학교병원 뇌은행에 뇌를 기증해 주신 환자와 보호자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