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에서 발생하는 진행하는 강직불완전마비(spastic paresis)는 자가면역질환, 혈관 이상, 감염, 유전 및 대사 이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그중 부신백질형성장애(adrenoleukodystrophy, ALD)는 강직불완전마비를 일으키는 유전질환 중 드물지만 감별해야 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1]. ALD는 소아기에 발생하며 뇌기능 이상이 주된 증상인 대뇌형 ALD가 가장 대표적이나 성인에서는 척수증상이 주된 증상인 부신척수신경병(adrenomyeloneuropathy, AMN)으로 발병하며 20-30대에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저자들은 강직불완전마비를 주증상으로 내원한 56세 남자 환자에서 AMN을 진단하고 새로운 ABCD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7세 남자가 2년 전부터 진행하는 손발저림과 보행장애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2년 전부터 간헐적인 허리통증과 다리가 뻣뻣한 증상이 나타났고, 1년 전부터는 걸을 때 양발이 끌리고 균형을 잡기 어려워 자주 비틀거렸다. 이와 비슷한 시기부터 발끝의 저림이 시작되어 발목과 손끝까지 증상이 진행되었다. 하루 평균 2회의 야뇨증이 있었으나 그 외의 배뇨장애나 성기능장애는 동반되지 않았다. 가족력은 2남 5녀 중 막내로, 첫째 형이 백혈병으로 사망하였고, 여섯째 누나의 아들이 11세부터 몸이 굳기 시작하여 14세에 사망하였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혈압, 당뇨 및 고지혈증 등의 과거력은 없었다. 이학적 검사에서 피부가 검은색으로 과다색소침착되어 보였는데(Fig. A), 어릴 때부터 환자의 가족 중 유일하게 얼굴이 검은 편이었다고 하며 탈모는 없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인지기능과 뇌신경기능은 정상이었다. 근력은 양측 하지가 Medical Research Council 등급 4로 대칭적으로 저하되어 있었으나 그 외의 근력은 정상이었다. 심부건반사는 양측 무릎반사가 증가되어 있었고, 호프만징후, 트룀너(Trömner)징후, 차도크(Chaddock)징후와 바빈스키(Babinski)징후가 모두 양성이었으며, 지속적인 발목간대(ankle clonus)가 관찰되었다. 양측 손발의 이상감각(dysesthesia)이 확인되었고, 진동감각이 양측 하지에서 감소되어 있었지만 위치감각은 보존되었다.
콩팥 및 간기능검사, 갑상샘기능검사, 전해질검사는 정상 범위였고, 류마티스인자와 항핵항체검사를 포함한 자가항체검사 및 사람T세포백혈병/림프종바이러스(human T-cell leukemia/lymphoma virus)와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항체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혈액의 항-아쿠아포린 4 (anti-aquaporin4)항체와 뇌척수액의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검사는 음성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고, 단백이 56 mg/dL로 경미하게 증가되어 있었다. 과다색소침착의 원인으로 원발알도스테론증(primary aldosteronism)의 유무를 감별하기 위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급속자극검사(rapid 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 stimulation test)를 시행하였고, 기저의 코티졸과 알도스테론의 농도는 각각 5.667 μg/dL (정상 5-25 μg) 및 1.7 ng/dL (정상 0.75-15 ng)로 정상범위에 해당되었으나, ACTH는 1,970 pg/mL (정상 6-60 pg/mL)로 매우 증가되었다. 250 mg의 cosyntrophin을 근육 주사한 뒤 30분째 측정한 혈중 코티졸과 알도스테론의 농도는 4.573 μg/dL와 1.5 ng/dL로 증가되지 않아 일차 알도스테론증으로 진단되었다. 매우긴사슬지방산(very long chain fatty acid, VLCFA) 검사에서 C26:0 4.01 μmol/L (정상 ≤1.39), C24:0/C22:0 1.89 (정상 ≤1.39), C26:0/C22:0 0.104 (정상 ≤0.023)로 각각 증가되어 있었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좌측의 3.2 cm의 부신종양이 발견되었으나 부신우연종으로 확인되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의 T2 강조영상에서 경도의 백질(white matter)병변이 보였으나 T1 강조영상과 조영증강영상에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B, C). 경부 자기공명영상에서는 T1과 T2 강조영상에서 이상 신호는 보이지 않았으나 광범위한 척수의 위축이 확인되었다(Fig. D, E). 신경전도검사에서 운동신경 중 정중신경(median nerve)과 자신경(ulnar nerve)의 잠복기와 F파의 연장 및 종아리신경(peroneal nerve)과 정강신경(tibial nerve)의 F파가 연장되는 이상이 있었고, 감각신경에서는 자신경의 신경전도속도가 감소되어 있었으나 그 외 신경기능은 정상이었다. 정중신경과 뒤정강신경자극 몸감각유발전위검사(somatosensory evoked potential study)는 정상이었다.
ABCD1 유전자 분석검사에서 새로운 c.431C>T (p.A144V) 돌연변이가 확인되어 부신척수신경병증으로 확진하였고 히드로코르티존 10 mg을 처방하고 있다.
고 찰
지방산의 분해는 베타산화(β-oxidation)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대부분의 경우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지만, VLCFA는 과산화소체(peroxisome)에서 분해된다. VLCFA가 과산화소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과산화소체막을 구성하는 특별한 단백질인 부신백질이형성단백(adrenoleukodystrophy protein)이 필요하며, ALD는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인 ABCD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3]. ABCD1 유전자는 Xq28에 위치하여 일반적으로 남성에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코호트 연구를 통해 60대 이상의 여성 보인자 중 80% 이상에서 임상증상이 나타남이 확인되었다. 전형적인 ALD와는 달리 보인자의 경우 부신기능저하나 대뇌형 ALD가 발생하는 빈도는 1% 이하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고, 대부분에서 진행하는 강직불완전마비증상을 호소하므로 다발성 경화증으로 오인되기도 한다[4]. 또한 여성 보인자의 경우 VLCFA 수치가 정상이므로 유전자검사를 통해서만 진단할 수 있어 여성에서 발생하는 강직불완전마비의 경우 ABCD1 유전자를 검사하도록 권장된다.
2010년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총 17명의 성인 ALD 환자가 보고되었고, 그중 3명에서 가족력이 있었다(Table) [5-10]. 강직불완전마비 증상으로 인한 보행장애가 모든 환자에서 발생하였고,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감각장애, 배뇨장애, 부신기능장애, 소뇌기능장애, 인지기능장애 및 시야장애의 순서였다. 전체 ALD 환자를 임상증상으로 분류하여 빈도가 높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대뇌형 ALD, AMN, 1차성 부신기능저하만을 동반한 애디슨병(addison’s disease) 및 올리브다리뇌소뇌형(olivopontocerebellar type)이며 성인의 경우는 AMN의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 보고된 성인 ALD 환자들은 전형적인 AMN이 12명 올리브다리뇌소뇌형이 5명으로 확인되었다. 올리브다리소뇌형은 전체 ALD 환자의 1-2%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제시된 환자들의 상당수가 증례 보고된 환자들로 증상의 특이성으로 인한 선택치우침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12명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도 올리브다리소뇌형 환자 3명이 포함되었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서구에 비해 비교적 드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제 빈도도 다른 ALD의 아형과 비교하여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5,9,10]. 대부분 환자들의 증상은 20-30대에 발생하여 기존의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증례 환자처럼 40대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가 2명 포함되었고, 이들은 모두 대뇌증상이나 부신기능 이상 없이 척수증상만을 호소하는 전형적인 AMN 환자로, 후기에 발병할수록 경한 임상증상을 보였다[5]. 본 증례의 특징은 50세 이상에서 발병하였음에도 부신기능저하가 동반되어 있어 기존의 환자들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무증상의 일차성 부신기능저하증이라 진단이 지연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환자에서 확인된 새로운 ABCD1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매우 경미한 신경학적 증상 간의 연관성을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그 까닭은 가족력을 고려하였을 때 소아기에 대뇌형 ALD로 사망한 조카가 있었고, 기존의 보고에서도 동일한 가계에서 다양한 임상증상이 발생하여 유전형과 임상증상 간의 관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위 환자는 50세 이상의 성인에서 진행하는 강직불완전마비와 피부의 과다색소침착으로 ALD를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VLCFA의 증가가 확인되었고, 새로운 ABCD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된 경우이다. 성인에서 발생한 강직불완전마비에서 가족력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강직하반신마비(hereditary spastic paraplegia)나 척수소뇌실조(spinocerebellar ataxia)를 감별해야 하지만 해당 유전자검사 전 진단이 되어 이에 대한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50대 이상의 남성이라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진행하는 강직불완전마비가 있는 경우 ALD는 중요한 감별진단 중 하나이므로 혈중 VLCFA검사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첫 증상이 AMN으로 발현하더라도 10년 이내에 전체 AMN의 20%에서 대뇌증상이 동반됨이 알려져 있어 6개월에서 1년의 간격으로 주기적인 뇌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시행하여 대뇌형 ALD로 진행하는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