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AS 증후군에서 발생한 급성 가성 장폐쇄
Acute Intestinal Pseudo-Obstruction in a Patient with MELAS Syndrome
Article information
사립체질환은 사립체유전자(mitochondrial DNA)의 돌연변이 혹은 결손에 의해서 유전되는 질환이다[1]. 사립체질환 중 MELAS증후군(mitochondrial encephalomyopathy with lactic acidosis and stroke- like episode) 환자에서는 근병증, 뇌병증, 젖산산증, 뇌졸중양 발작 및 심근병증 같은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2]. 소화기계 증상으로는 삼킴곤란, 식욕부진, 만성 설사, 복통이 올 수 있으며, 드물게 가성 장폐쇄(intestinal pseudo-obstruction)를 유발할 수 있다[2,3]. 하지만 대부분은 만성 가성 장폐쇄로 오는 경우가 많고, 급성가성 장폐쇄는 훨씬 드물다. 또한, 급성 가성 장폐쇄가 직접적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경우는 저자들이 찾아본 바로는 국내 보고는 없었다. 저자들은 급성 가성 장폐쇄로 인한 패혈증(sepsis)으로 사망하게 된 MELAS 증후군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한다.
증 례
30세 남자가 내원 3일 전부터 시작된 급성 복통 때문에 응급실로 왔다. 사립체유전자A3243G 변이로 확정된 전형적인 MELAS 증후군 환자로, coenzyme Q10, 티아민(thiamine), 카르바마제핀 400 mg/일을 복용 중이었다. 과거 간헐적인 변비 및 설사를 호소한 적이 있었으나 증상은 심하지 않았고, 마그네슘 수산화물 및 지사제로 보존적인 치료만을 하였으며 복통 증상을 호소한 적은 없었다.
내원 3일 전 급성 복통이 있었으나 특별한 치료 없이 지내던 중 내원 당일 오전부터 의식이 저하되어 응급실로 왔다. 신체 진찰에서 복부는 부드러우며 팽만하여 있었고, 장음은 감소되어 있었다. 글래스고우 혼수척도 8점이었으며 활력징후는 혈압 60/40 mmHg, 맥박 128회/분, 호흡수 24회/분, 체온 36℃였다. 중심정맥압은 0 cmH2O였으며 혈청검사에서 혈색소는 10.2 g/dL, 백혈구는 2,900/mm3, 혈소판은 99,000/mm3 크레아티닌 2.5 mg/dL, 빌리루빈 5 mg/dL였고, 젖산 농도(lactic acid)는 131.7 mg/dL로 증가되어 있었다. 동맥혈가스분석은 pH 7.17, 동맥혈산소분압 80.0 mmHg, 동맥혈탄산가스분압 36 mmHg, 중탄산이온 13.6 mEq/L였다. 동맥혈산소분압 대 흡입산소농도 비는 290 mmHg였다. 도파민을 15 mcg/kg/min을 한 시간 이상 주어도 평균동맥압은 60 mmHg 이상으로 오르지 않았다. Sequential organ failure assessment 점수 17점으로 심한 패혈증을 보이고 있었다. 심장초음파에서는 심근병증(cardiomyopathy) 소견을 보였으며, 단순흉부촬영에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나(Fig. A), 복부 컴퓨터단층촬영(abdominal computed tomography)에서는 대장 전반에 걸친 확장 및 대변막힘(fecal impaction), 소변정체(urinary retention)를 보였고, 기계적 장폐쇄는 보이지 않았다(Fig. B, C).
환자는 급성 가성 장폐쇄 및 대변막힘으로 인해 발생된 패혈증으로 생각되었으며, 응급으로 전결장절제(total colectomy) 및 돌창자창냄술(ileostomy)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수술 후 의식은 회복되지 않았고, 패혈증도 호전을 보이지 않다가 수술 2주 후 패혈쇼크(septic shock)가 발생하여 사망하였다.
고 찰
본 환자는 사립체유전자A3243G 변이로 확정된 MELAS 증후군 환자로, 평소 특별한 소화기계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으나, 갑작스러운 복통과 의식 저하를 보였고, 소변정체 및 급성 가성 장폐쇄 증상이 동반되었으며, 이후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MELAS 증후군에서 가성 장폐쇄를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된 것은 없다. 주로 알려진 기전으로 근육층신경얼기신경병증(myenteric plexus neuropathy) 또는 내장 근육병증(visceral myopathy)이 있다[4]. 만성 가성 장폐쇄는 반복적으로 장폐쇄의 증상을 보이나 원인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특발성이 많으며, 장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중추 및 말초 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한 신경병증과 평활근 세포의 섬유화 및 장벽의 공포화로 인한 근육병증 및 cajal 사이질세포 이상으로 인한 간엽병증(mesenchymopahty)으로 유발될 수 있다[5].
기존의 보고에 의하면 MELAS 증후군에서는 대부분 만성 가성 장폐쇄가 발생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3]. 하지만 최근 MELAS 증후군 환자 226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 30명(13%)의 환자가 급성 가성 장폐쇄를 보였고, 그중 4명의 환자가 급성 장폐쇄와 관련된 흡인폐렴(aspiration pneumonia)으로 사망하였다[6]. 이는 기존의 가성 장폐쇄가 치명적이지 않다는 보고와는 달리[3], 급성 가성 장폐쇄가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본 증례는 급성 가성 장폐쇄 증상으로 응급실로 내원하였고, 소변정체(urinary retention) 증상도 함께 나타났다. 급성 장폐쇄는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항진과 부교감신경계의 억제와 같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될 수 있다[7]. 장으로 가는 부교감신경은 미주신경(vagal nerve)과 골반내장신경(pelvic splanchnic nerves)이 있는데, 그중 골반내장신경은 2, 3, 4 천골신경(sacral nerve)에서 나오며, 주로 가로창자(transverse colon)의 말단부와 왼창자굽이(left colic flexure) 하행, 구불창자(sigmoid colon) 및 직장(rectum)을 지배한다. 또한, 방광을 지배하는 부교감신경 역시 2, 3, 4 천골신경에서 나온다. 따라서 저자들은 본 증례의 경우 같은 부교감신경의 지배를 받는 대장 및 방광의 근육층신경얼기신경병증으로 인해 급성 가성 장폐쇄와 소변정체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났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MELAS 증후군 환자를 진찰할 때 다른 증상에 비해 소화기계 증상은 간과하기 쉬우나, 본 증례와 같이 뚜렷한 소화기계 증상이 없이도 급성 가성 장폐쇄가 발생할 수 있고, 치명적인 결과를 보일 수 있다. 소변정체도 급성 장폐쇄와 연관되어 나타날 수 있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소변정체가 동반되면 가성 장폐쇄만 있는 경우보다 장기 및 신경계 침범이 광범위하게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소변정체가 좋지 않은 예후를 의미하는 증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MELAS 증후군 환자를 진찰할 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증상 뿐만 아니라 소화기계 증상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가성 장폐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MELAS 증후군 환자가 소화기계 증상을 보일 경우 비교적 경한 증상이라 하더라도 영상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고, 적절한 대처가 늦을 경우 소화기계 증상으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