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다발뇌신경병증이 선행한 간림프종
Hepatic Lymphoma Preceded by Recurrent Multiple Cranial Neuro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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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 환자에서 신경에 대한 직접적인 침범이나 압박, 항암 치료 혹은 방사선 치료, 신생물딸림 증후군 등에 의해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1]. 뇌신경침범도 유사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데, 드물게는 뇌신경병증이 림프종의 첫 증상으로 보고된 바 있다[2,3]. 저자들은 31개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뇌신경병증이 발생한 후 간에서 림프종이 확진되었던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73세 여자가 얼굴마비와 복시로 입원하였다. 환자는 2011년부터는 류마티스인자가 증가되어(318 IU/mL) 있는 혈청양성류마티스관절염을 진단받고 프레드니솔론(2.5 mg/day)과 메토트렉세이트(12.5 mg/week)를 복용하고 있었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치료받고 있었다.
환자는 2013년 11월 복시가 발생하여 처음으로 신경과를 방문하였으며 신경학적 진찰에서 오른쪽 외전신경마비로 진단되었다. 조영증강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은 정상이었고, 뇌척수액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허혈뇌신경병증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프레드니솔론과 메토트렉세이트를 동일 용량으로 유지하면서 펜톡시필린(pentoxifylline, 800 mg/day)만 추가 복용하였으며, 복시는 호전되었다.
이후 1년 간격으로 두 차례 얼굴마비와 눈돌림신경마비가 다시 발생하였고, 2015년 11월부터는 반복적인 뇌신경병증이 수개월 간격으로 발생하였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경과 중 뇌 MRI 2회, 안와 MRI 1회, 복부 및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rized tomography, CT)을 1회 검사하였으며, 모두 정상이었다. 자가면역항체, 종양표지자검사에서 류마티스인자 증가 외에는 정상이었다. 신경근전도검사, 반복신경자극검사, 뇌척수액검사도 정상이었다.
면역억제제(프레드니솔론, 메토트렉세이트,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사용하면서 경과를 관찰하던 중 2016년 6월 복부 CT 및 MRI에서 조영증강되는 간종괴를 발견하였고(Fig. A), 조직검사에서 광범위 B형 대세포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이 확진되었다(Fig. B). 2016년 9월부터 항암 치료(rituximab-cyclophosphamide, hydroxydaunorubicin, oncovin, prednisone)를 시작하였고, 당시 안구운동장애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재차 시행한 안와 MRI에 좌측 동안신경의 조영증강 병터가 있었다(Fig. C). 항암 치료 3개월 후 조영증강 병터는 호전되었다(Fig. D).
고 찰
이 증례에서는 31개월에 걸쳐 말초신경병증 등 다른 신경계 침범의 증거 없이 반복적으로 말초얼굴신경마비 및 눈돌림신경마비만 독립적으로 발생하였다. 초기 2년 동안은 신경학 증상이 비교적 잘 호전되었으나 프레드니솔론, 사이클로포스마마이드 등의 면역 억제 치료를 강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뇌신경병증의 재발 주기는 더 짧아졌으며 결국 간림프종으로 확진되었다.
간림프종 진단 당시 간 이외의 다른 장기에는 종양의 증거가 없었으므로 환자의 진단은 원발간림프종(primary hepatic lymphoma, PHL)이 적절하다. PHL은 림프절외림프종(extranodal lymphoma) 중 1% 이내로 매우 드물게 보고되는 형태로, 신경계 침범도 드물고 이 증례와 같이 신경계 침범이 선행된 예는 보고된 바 없다. PHL 외에 림프종 환자에서 뇌신경마비가 첫 증상으로 보고된 바는 있으나 이 환자와 같이 장기간에 걸쳐 3번, 6번, 7번 뇌신경마비가 양쪽에서 번갈아가면서 림프종에 선행하여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3,4].
눈돌림신경의 조영증강 병터는 PHL 진단 3개월 후에 발견되었으므로 PHL 진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눈돌림신경조영증강 병소가 염증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종양의 침윤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있다. 안구운동장애는 PHL 진단 당시 불완전 회복 상태였고, PHL 진단 3개월 후 눈돌림신경병터 발견 시에도 비슷한 상태였으므로 안구운동장애가 PHL 진단 전후에 서로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눈돌림신경 병터가 초기 미세침범상태를 거쳐 성장한 후에야 MRI에서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면역억제 치료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눈돌림신경 조영증강 병터가 발견되었고, 항암제 치료 후 추적 MRI에서 병터가 없어진 점도 종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소견이다.
그러나, 림프종 진단 전 31개월에 걸친 장기적인 경과에도 불구하고 간림프종 진단 후에야 비로소 병터가 관찰되었고, 여러 뇌신경이 번갈아 가면서 침범되었으며, 뇌신경병증이 수차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시행된 MRI가 모두 정상이었던 것 등은 종양의 미세침범 및 성장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다. 또한 눈돌림신경 병터가 관찰된 후 추적 MRI는 3개월 후에 시행되었는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던 뇌신경병증의 이전 경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항암 치료와 관계 없이 호전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면역 이상에 의한 기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환자는 류마티스인자 양성 류마티스관절염이 있었으므로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뇌신경병증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뇌신경병증 발병 초기부터 자가면역질환의 증거를 찾기 위해 수차례 검사를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검출되었던 류마티스인자 외에는 새로운 자가항체를 발견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면역억제 치료를 강화하였지만 뇌신경병증이 계속 재발하였던 점은 자가면역 기전과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신생물딸림 증후군은 종양 발생에 선행할 수 있고, 종양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상과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종양과 특정 장기에 존재하는 항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증례에서도 뇌신경병증이 선행하고 종양이 발생하였으므로 반복적인 뇌신경병증을 신생물딸림 증후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2년 동안에 뇌신경병증이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완전 회복되었고, 말초신경병증 등의 추가 징후가 없으며 종양특이항체에 대한 검출 과정도 없었으므로 확정은 어려우나 향후 유사한 증례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다면 새로운 종류의 신생물딸림 증후군으로 정립될 가능성은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는 2011년부터 종양이 발견된 2016년까지 6년 동안 지속적으로 면역억제 치료를 받았다. 장기간 면역억제 치료는 종양 발생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 환자에서도 간림프종 발병에 기여했을 것이다[5]. 그러나 뇌신경병증의 경우에는 눈돌림신경 조영증강 병터의 성격이 불분명하므로 장기가 면역억제 치료가 뇌신경병증의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증례는 림프종의 선행 증상으로 반복적인 뇌신경병증 및 간림프종에서 병발한 뇌신경병증에 대한 처음 보고로서 의미가 있다[6,7]. 반복적인 뇌신경병증의 병태생리는 불분명한 점이 있으나 이 증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양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복적인 뇌신경병증이 있는 경우 면역 이상뿐 아니라 림프종을 포함한 종양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