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inetobacter baumannii는 병원 내 감염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그람음성막대균(bacillus)으로, 균 자체가 지닌 약물 저항에 대한 다양한 기전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Acinetobacter baumannii에 의한 병원 내 감염이 이전에 비해 최근 점점 많이 보고되고 있다[1]. 주로 사람의 피부나 외부와 연결된 외이도 같은 기관에 존재하는 상재균이기 때문에 폐렴, 패혈증, 수막염 같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기회감염균이다[2]. 가장 흔한 임상적 합병증은 폐렴으로 알려져 있으며[3], 중추신경계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이는 주로 뇌 수술 혹은 카테터를 통해 외부 뇌실배액을 시행 받은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Acinetobacter baumannii로 인한 세균수막염을 보인 경우 대부분 치명적인 합병증이 유발된다[4].
Acinetobacter baumannii는 다약제 내성을 지니고 있어 항생제 선택이 쉽지 않은 균으로, 최근 콜리스틴(colistin)이 균에 대한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저자들이 찾아본 바로는 아직까지 Acinetobacter baumannii 수막염에 대한 국내 보고는 없었고, Acinetobacter baumannii에 의한 세균수막염에서 콜리스틴으로 성공적인 치료를 보인 경우를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한다.
증 례
58세 남자 환자가 고열과 두통 및 발작으로 본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6년 전 교통사고로 뇌출혈이 있었고, 이로 인해 두개절제술을 받았으며, 이후 부축을 하여 보행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어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방문 당시 혈압은 150/90 mmHg이었고, 맥박은 70회/분, 호흡수는 22회/분, 체온은 37.9℃였다. 내원 당시 신경학적 검사에서 의식은 혼미하였으며, 목 경직 소견을 보였다. 내원 시 심전도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혈청학적 검사에서 혈색소 11.0 g/dL, 백혈구 12,200 mm3, 혈소판 400,000/mm3였고, D-dimer 484 ng/mL (0-255 ng/mL), procalcitonin 0.133 ng/mL (0-0.5 ng/mL), 암모니아 97 μg/dL (12-60 μg/dL), C-반응단백(CRP) 15 mg/dL (0-0.3 mg/dL), 젖산(lactic acid) 41 mg/dL (10-22 mg/dL)였다. 소변검사 및 배양검사에서 백혈구는 50-99/HPF였고, Acinetobacter baumannii가 동정되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단백질 490.2 mg/dL (20-40 mg/dL), 당 0.9 mg/dL (75-120 mg/dL), 백혈구 684/mm3 (림프구 65%)가 확인되었다. 결핵균 및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거대세포바이러스, 엡스타인-바바이러스 같은 뇌막염 혹은 뇌염을 유발한 다른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혈청학적 검사 및 뇌척수액검사에서 모두 음성을 보였다. 감염성 심내막염 같은 심장성 원인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한 심초음파에서는 특이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세균수막염 진단하에 경험적 항생제로 ceftriaxone 및 vancomycin을 5일간 몸무게와 용량에 맞춰 정맥 내 투입하였으나, 환자의 의식은 지속적으로 혼미상태였으며 발작은 간헐적으로 발생하였다. 내원 첫째 날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e, MRI)에서 조영증강이 되는 고리형태의 뇌농양 소견이 다발성으로 관찰되었고(Fig. A), 뇌파검사에서는 발작파(epilepticform discharge) 가 왼쪽 대뇌 전두엽, 두정엽 부위에서 관찰되었다(Fig. B). 이후 뇌척수액 배양에서 Acinetobacter baumannii가 동정되어, Acinetobacter baumannii 수막염으로 진단하였고 콜리스틴(5 mg/kg/day)을 정맥 내 투여하였다. 환자의 의식 상태 및 발작은 콜리스틴을 투여한 이후 7일째부터 호전되기 시작하였으며, 콜리스틴 투여 2주 후 의식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발작도 멈추었다. 콜리스틴 투여 1주일 후 시행한 뇌척수액배양검사에서 Acinetobacter baumannii는 줄어들었으며, 2주일 후 다시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 균은 더 이상 동정되지 않았다. 내원 2주일 후 시행한 뇌 컴퓨터단층촬영에서 내원 첫째 날 시행한 뇌 MRI에서 보였던 뇌농양은 호전되었으며, 뇌농양 주위 부종도 많이 감소한 소견을 보였다(Fig. C). 이후 환자는 증상이 더욱 호전되어 현재 외래에서 15개월째 추적 관찰 중이며, 후유증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고 찰
Acinetobacter baumannii는 병원 내 감염을 주로 일으키는 기회 감염균으로 알려져 있다[1,2].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한 세균수막염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Acinetobacter baumannii가 원인인 환자는 0.2%로 보고되었고[6],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세균수막염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Acinetobacter baumannii가 원인인 환자는 3.6%가 보고되어[7] 지역사회 감염에 비해 병원 내 감염이 훨씬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Acinetobacter baumannii의 중추신경계 감염을 보인 환자 대부분은 뇌수술 혹은 카테터를 통한 외부 뇌실배액술과 같은 신경외과적인 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 많이 발견된다[4]. 신경외과 수술 후 발생한 세균수막염의 경우 수술 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한 세균수막염에서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균이 검출된 경우로 정의하는데[8], 본 환자의 경우는 6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뇌출혈이 있어 두개절제술을 받았으나 이후 문제없이 잘 생활하였고, 수막염과 관련된 증상은 없었으므로 수술과 관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내원 당시 소변검사에서 Acinetobacter baumannii가 검출되었으나 Acinetobacter baumannii 수막염의 경우 병원 내 감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수막염보다는 다른 일반적인 세균수막염으로 판단하여 초기에 콜리스틴 투여가 늦어지게 되었다. 본 증례의 경우 원인균이 정확하지 않은 세균수막염이나 중추신경계 감염 시 소변이나 혈액검사에서 흔히 검출되는 상재균인 Acinetobacter baumannii균이 검출되었을 때, 병원 내 발생이나 혹은 신경외과적인 수술 3개월 이내에 발생한 경우가 아닌 지역사회 감염 같은 경우에서도 원인균으로 의심해보고 빠른 뇌척수액 배양 검사를 통한 진단과 적절한 항생제를 통한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Acinetobacter baumannii 뇌막염의 경우 균 자체가 지난 다약제 내성과 감염 부위의 항생제 농도가 치료 농도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5]. 최근에는 콜리스틴으로 성공적인 치료를 보인 경우가 보고되고 있는데[5], 콜리스틴은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잘 통과하지 못하며, 수막염 같은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도 잘 통과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9]. 정맥 내 콜리스틴 투여로는 혈액뇌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하므로 경막 내 혹은 뇌실 내 투여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보고도 있었으나[9], 최근 Acinetobacter baumannii로 인한 중추신경계 감염 환자에서 경막 내 투여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이며 뇌척수액의 멸균에 실패하였다는 보고도 있다[10]. 본 증례의 경우는 정맥 내 콜리스틴 투여로 성공적인 치료를 한 증례이며, 향후 Acinetobacter baumannii의 중추 신경계 감염 시 정맥 내 콜리스틴 투여와 경막 내 혹은 뇌실 내 콜리스틴 투여에 대한 치료 효과 및 합병증 발생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Acinetobacter baumannii에 의한 중추신경계 감염은 세균수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드문 균이라고 하더라도 원인균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중추신경계 감염 시 상재균에 의한 기회감염균이라고 하여 Acinetobacter baumannii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없어야 하겠으며, 콜리스틴 같은 적절한 항생제의 선택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