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습성각기병을 동반한 베르니케뇌병증
Wernicke Encephalopathy Associated with Acute Wet Berib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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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Wernicke encephalopathy is usually accompanied with peripheral neuropathy, known as dry beriberi. In contrast, wet beriberi presenting as cardiovascular symptoms rarely occurs. The acute type of wet beriberi can be fatal, if untreated quickly. It is reported that the cerebellar vermis has a role of the coordination and control of cardiovascular and autonomic reflex activities. We report a 58-year-old man showing acute wet beriberi in Wernicke encephalopathy with cerebellar vermis lesion.
티아민 결핍은 몇 가지 임상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데, 임상발현 형태에 따라 크게 신경계를 침범하는 건성각기병,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과 심혈관계를 침범하는 습성각기병으로 나눌 수 있다[1]. 건성각기병은 말초운동신경 및 감각신경 이상을 나타내며, 습성각기병은 주로 심근대사장애로 빈맥, 부종, 흉통, 저혈압, 심부전 등 순환기 증상을 나타낸다[2]. 베르니케뇌병증에서 건성각기병은 흔하게 동반되는 것에 비해, 습성각기병의 저명한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3]. 또한, 습성각기병이 급성으로 나타나는 경우 순환기 부전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1]. 저자들은 소뇌 충부병변을 동반한 베르니케뇌병증 환자에서 급성습성각기병을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한다.
증 례
58세 남자가 혼동상태와 보행장애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3개월 전 조기 위암으로 복강경보조원위부위절제술(laparoscopic assisted distal gastrectomy)과 위십이지장문합술(Billroth-I)을 받았고, 내원 시까지 식사를 제대로 못 하였다. 내원 당일 아침 거동이 불편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며, 멍한 모습을 보여 내원하였다.
활력징후에서 혈압은 110/50 mmHg에서 80/50 mmHg 사이로 불안정하였고, 맥박수는 106회/분, 체온은 36.5℃, 호흡수는 18회/분이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 수준은 졸리운(drowsy) 상태였고,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지남력장애가 있었다. 혼동 상태로 구음장애가 동반되어 있었으며, 안구운동검사에서 수평주시유발안진(horizontal gaze-evoked nystagmus)과 양측 외전마비가 있었다. 운동검사는 상하지 근력 모두 정상이었으며, 병적반사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양측 하지 심부건반사가 대칭적으로 감소되었다. 체간운동 실조로 혼자서 앉거나 서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내원 당시 실시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ing)과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에서 소뇌충부와 양측 내측시상 및 양측 유두체에서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다(Fig. 1-A, B). 겉보기확산계수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는 시상, 유두체 및 소뇌 병변에서 동신호와 저신호가 혼재된 강도를 보였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17,140/μL로 다소 증가되어 있었고, 저나트륨혈증(sodium 119 mmol/L)과 심근효소 수치가 트로포닌I (troponinI)는 0.309 ng/mL, 크레아틴키나아제-MB (creatine kinase-MB)는 8.44 ng/mL로 상승되어 있었고, 동맥혈가스분석에서 젖산염(lactate)은 9.2 mmol/L로 증가되어 있었다.
흉부 X선 사진에서 폐부종이 관찰되었고(Fig. 2), 심전도에서 ST분절의 하강(ST segment depression, V1-V4)이 관찰되어(Fig. 3) 시행한 심장초음파에서는 전반적인 운동감소증(global hypokinesia)이 관찰되었으며, 박출률이 30%로 저하되어 있었다.
임상 소견과 뇌 MRI 소견을 종합하여 베르니케뇌병증으로 진단하고, 티아민을 정주하였으며, 뇌 MRI와 심장초음파는 티아민 투여 전에 실시되었다. 환자는 3일 후부터 혼동증상 및 양측 외전 마비가 호전되었으며, 내원 4일부터 약간의 보조하에 화장실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보행이 호전되었다. 내원 7일째 추적 관찰한 심장초음파검사상 내원 당시 보였던 전반적인 운동감소증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며, 박출률도 59%로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내원 10일째 활력징후가 안정되고, 독립적으로 보행 가능한 상태로 임상 경과가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발병 78일 후 시행한 추적 뇌 MRI에서 확산강조영상과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이전에 보였던 고신호강도병변은 사라졌으며(Fig. 1-C, D), 경미한 보행장애 외에 신경계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고 찰
본 증례는 신경학적 소견, 티아민에 대한 반응, 뇌 MRI 소견 등을 고려해 볼 때 베르니케뇌병증에 합당하였다. 베르니케뇌병증의 기전은 티아민 결핍으로 설명한다. 티아민은 십이지장(duodenum) 에서 흡수되어 티아민피로인산(thiamine pyrophosphate)으로 전환되고 이는 뇌에서 탄수화물대사의 중간 효소로 작용하여 adenosine triphosphate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수초의 생성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지질대사에 관여한다. 또한 글루탐산,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mma-aminobutyric acid)과 같은 아미노산과 신경전달 물질 생산에도 관여한다[4]. 티아민은 인체에서 합성할 수 없고, 음식 섭취에 의해서만 공급될 수 있어 알코올 중독, 위장관 수술, 만성 영양결핍, 악성 신생물, 혈액투석 등으로 그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결핍 증상을 일으킨다[5]. 본 환자는 알코올 복용력은 없었으나 3개월 전 위암으로 위장관 수술 후 티아민 흡수장애로 베르니케뇌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티아민 결핍이 심한 경우 합병증으로 각기병이 나타날 수 있다. 각기병에는 두 종류가 있으며, 건성각기병과 습성각기병이 있다. 건성각기병은 말초신경병으로 사지의 대칭적인 감각, 운동, 심부건 반사의 손상이 특징적이며, 사지 원위부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습성각기병은 티아민 결핍에 의해 심혈관계에 손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하는데, 급성 혹은 만성 형태에 따라 빈맥, 호흡곤란, 부종 등 심혈관계와 관련된 임상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1]. 건성각기병은 베르니케-코르사코프 환자에서 80% 이상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이에 비해 습성각기병의 저명한 징후의 발생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3]. 남아프리카에서의 한 연구에 의하면 티아민 결핍 환자의 약 25% 정도에서 심부전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6].
일반적으로 티아민 결핍에 의해 발생하는 습성각기병의 임상양상은 급성 혹은 만성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만성인 경우는 말초혈관확장에 의해서 박출량이 높게 유지되고, 이러한 혈관저항의 감소로 레닌-엔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통(renin-angiotensin- aldosterone system)을 매개하여 체액저류가 발생하여 말초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종말 기관의 요구량이 증가됨에 따라 더욱 심장에 과부하가 생기게 되어 빈맥, 부종 그리고 높은 동맥압과 정맥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점진적으로 발생하고, 다양한 임상증상과 혼재되어 있어 종종 진단을 놓치곤 한다. 또 다른 형태로 급성으로 발생하는 경우, Shoshin beriberi라고 알려져 있는데, 저혈압, 빈맥, 젖산혈증 등이 관찰된다. 만성형과는 달리 부종은 관찰되지 않으며, 좌심실의 기능부전으로 인한 저박출량 양상을 보인다. 만약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순환허탈 및 폐부종으로 이른 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다[1].
상기 환자는 내원 당시 심전도 이상, 심근효소 상승, 저혈압, 빈맥, 젖산혈증, 심부전 및 폐부종 소견 등을 보였고, 말초 부종은 없었으며, 시행한 심장초음파에서 전반적인 운동감소증 및 박출량 저하 소견이 관찰되어 급성 습성각기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런 심장기능장애는 티아민 정주 후에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혈역학적으로 안정되고 젖산혈증도 개선되었다.
베르니케뇌병증에서 습성각기병이 동반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으나, 본 증례와 같이 특히 급성으로 발병하는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순환허탈과 폐부종으로 진행하여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베르니케뇌병증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기본적으로 심전도, 심근효소검사 및 흉부 X선 사진을 시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본 증례에서와 같이 활력징후 및 심장기능에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급성 습성각기병으로 인한 심부전일 가능성을 고려하여 이에 즉각적인 티아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활력징후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습성각기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변 부위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일반적으로 베르니케뇌병증에서 뇌 MRI에서 이상이 있는 부분은 수도관주위회색질(periaqueductal gray matter), 등쪽내측시상(dorsal medial thalamus), 유두체(mamillary body), 시상하부(hypothalamus) 등에서 관찰되고[7], 비전형적으로는 소뇌, 뇌신경, 치아핵, 미상핵(caudate nucleus), 적색핵, 뇌량팽대, 대뇌 피질 등에도 관찰되기도 한다[8]. 본 증례에서는 양측 내측시상과 유두체 및 소뇌 충부병변이 티아민 정주 후에 가역적으로 회복된 소견을 보였다. 이러한 부위 중 습성각기병을 동반할 수 있는 병변 부위를 고려해보면 소뇌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여러 동물 실험에서 소뇌 충부는 심장혈관 및 이와 관련된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되었다. 소뇌 충부피질의 위치에 따라 자율신경조절기능에 다소 차이가 있는, 국소화(localization) 되는 영역이 제시되었다. 구심성체신경 및 내장신경의 자극 정보는 이러한 소뇌 충부의 특정 피질 미세영역(cortical microzone)에 의해 처리가 되어, 그로 인한 협응 신호는 꼭지핵(fastigial nucleus) 혹은 뇌줄기의 다양한 핵을 통한 복합 회로(complex circuit)에 의해 자율전운동신경세포(autonomic premotor neuron)로 전달된다. 후소뇌충부(posterior cerebellar vermis)는 혈압과 맥박에 관여하는 심혈관 조절의 중요한 반사로 알려져 있으며, 후소뇌충부의 그외 다른 부분 또한 자율신경 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또한 확산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ing)을 이용한 심부전 환자의 연구에서 아래소뇌다리(inferior cerebellar peduncle)에서 소뇌 피질과 충부까지의 경로(pathway)가 심혈관 조절을 한다고 제시되었다[10].
본 증례 환자는 소뇌 충부에 병변이 확인되고, 급성 습성각기병이 발병되었던 환자로, 이러한 급성 습성각기병이 발생하게 된 여러 원인 중 한 가지 기전으로 상기 동물 실험에서 제시된 소뇌 충부에 대한 연구와 확산텐서영상을 이용한 심부전 환자 연구를 근거로, 이러한 소뇌 충부병변이 급성 습성각기병을 유발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따라서 베르니케뇌병증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특히 소뇌 충부에 병변이 관찰되는 경우, 심혈관 혹은 자율신경장애로 인한 순환장애 가능성을 염두하여 활력징후 및 심장기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례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