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마비와 청력 소실 없이 전정신경염과 유사하게 발현한 귀 대상포진
Herpes Zoster Oticus without Facial Palsy and Hearing Loss Masquerading as Vestibular Neuriti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Herpes zoster oticus, also called Ramsay-Hunt syndrome, involves the geniculate ganglion and presents with facial nerve palsy, sensorineural hearing loss, vestibular dysfunction, and auricular vesicular lesion. In this case, the patient presented with isolated vestibular dysfunctions without facial palsy and hearing impairment, and these findings were confirmed by electrophysiologic studies including video head impulse testing. Clinicians should be aware of this variation, and differentiate it from vestibular neuritis which usually does not require intensive antiviral therapies.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ZV)는 알파헤르페스바이러스(α-herpes virus)에 속하는 사람바이러스(human virus) 로, 직접적인 접촉이나 비말을 통해 감염되어 유년기에 수두를 일으킨다. 이후 무릎신경절(geniculate ganglion)이나 등뿌리신경절(dorsal root ganglion)에 잠복하게 되며, 이러한 VZV의 재활성화에 의해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두경부의 대상포진은 흔히 귓바퀴(auricle) 주위에 발생하며, 이러한 경우를 귀 대상포진(herpes zoster oticus)이라 한다. 귀 대상포진은 귓바퀴 주위에 통증을 동반한 수포병변과 함께 동측의 얼굴마비를 동반하기도 하는데, 임상적으로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것을 Ramsay-Hunt 증후군이라 한다[1]. 또한, 귀 대상포진은 청력 소실과 어지럼을 종종 동반할 수 있으며, 드물게 혀인두신경, 미주신경, 더부신경 등 다른 뇌신경을 침범할 수 있다[2]. 저자들은 얼굴마비와 청력 소실 없이 전정신경병으로 발현한 귀 대상포진을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70세 여자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어지럼 및 구역, 구토로 신경과 외래를 방문하였다. 과거력 및 가족력은 없었고, 약 2주 전부터 우측 귓바퀴 주위의 가려움, 통증이 있었으며, 1주 전부터는 우측 귓바퀴 및 외이도에 수포발진이 나타났다(Fig. A). 3일 전부터는 지속적인 회전성 어지럼과 함께 경도의 보행장애도 동반되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제일안위의 자발적인 좌향안진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안진은 수평주시를 하였을 때 알렉산더의 법칙을 따랐으며, 안진의 서상 쪽을 볼 때도 안진의 방향이 변하지 않는 3등급의 안진이었다. 안진은 시고정에 의해 약화되었으며, 머리충동검사(head impulse test)에서 우측의 교정신속보기(corrective saccades)가 관찰되었다. 얼굴마비, 침샘 및 눈물샘 기능장애, 청력 소실이나 청각 과민은 관찰되지 않았고(Fig. B), Rinne검사와 Weber검사도 각각 정상이었다. 그 외 운동신경, 감각신경 및 소뇌기능검사 모두 정상이었다.
비디오머리충동검사에서 우측 수평 및 수직 반고리관 모두에서 전정안반사 이득(gain)의 감소와 함께 교정신속보기가 관찰되었고(Fig. C), 냉온교대 온도안진검사(caloric test)에서 45%의 우측 반고리관마비가 확인되었으며, 경부 전정유발근전위(cervical vestibular evoked myogenic potential)에서 우측에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다(Fig. D). 그러나 얼굴신경전도검사(facial nerve conduction study)와 눈깜박반사(blink test)에서 얼굴신경의 손상은 없었으며, 순음청력검사(pure tone audiogram) 및 뇌간청각유발전위검사(brainstem auditory evoked potential)에서 달팽이신경의 문제는 없었다(Fig. E). 따라서 얼굴신경과 달팽이신경은 보존되면서 우측 전정신경의 상하분절이 모두 손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혈청학적 검사에서 대상포진바이러스 면역글로불린M (immunoglobulin M, IgM)항체는 음성, 면역글로불린G (IgG)항체는 양성으로 확인되어, 대상포진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판단하였다. 귀 대상포진에 의한 상하분절의 전정신경병으로 최종 진단하고, 스테로이드(prednisolone 30 mg/day for 2 weeks) 및 항바이러스제(famciclovir 750 mg/day for 1 week)를 경구 투여하였고, 약 1개월 이후 어지럼은 호전되었으며, 6개월의 외래 추적 관찰에도 얼굴 마비와 청력 소실은 관찰되지 않았다.
고 찰
귀 대상포진은 무릎신경절의 대상포진바이러스의 재활성화에 의해 발생한다. 인두운동 분지(branchial motor branch)의 침범으로 동측의 얼굴마비가 나타나고, 감각분절(general somatic sensory branch)의 침범으로 귓바퀴의 피부병변과 함께 통증을 유발한다. 1904년 James Ramsay Hunt는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귀 대상포진을 Ramsay-Hunt 증후군이라 하고, 동반되는 증상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1]. 첫 번째는 얼굴신경의 감각분절만을 침범한 경우, 두 번째는 감각분절과 함께 운동분절을 포함한 경우, 세 번째는 감각 및 운동분절과 함께 전정-달팽이신경의 손상이 동반된 경우이다.
그러나 이후에 Ramsay Hunt가 최초 분류한 임상 유형들 외에도 다양한 신경계의 손상이 보고되었다. 얼굴신경마비를 포함한 다수의 뇌신경마비를 동반한 경우, 얼굴신경마비를 포함한 뇌신경 마비와 뇌수막염을 동반한 경우 그리고 얼굴신경마비를 동반하지 않고 전정 또는 달팽이신경마비가 발생한 경우와 같이 병의 정도나 개인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의 비정형적인 귀 대상포진들이 보고되었다[2-4].
얼굴신경과 전정-달팽이신경 이외에 다른 뇌신경을 침범한 비정형적인 귀 대상포진의 발생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세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 무릎신경절의 염증이 인접한 삼차신경절, 추체부, 더부신경, 2-3번 경추 등뿌리신경절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1]. 하지만 이러한 가설로는 외안근마비를 일으키는 귀 대상포진 환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둘째, 경동맥, 중뇌막동맥, 오름인두동맥(ascending pharyngeal artery) 등 뇌신경에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의 염증에 의해 신경손상이 유발된다는 가설이다[5]. 이러한 가설로는 다양한 뇌신경들의 침범을 설명하기에 용이하지만, 혈관염의 다른 증상 없이 특정 신경만 선택적으로 손상되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후 귀 대상포진 환자의 DNA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를 통해 대상포진바이러스의 분포를 분석한 연구에서 무릎 신경절 외에도 전정신경 및 달팽이신경에 대상포진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6]. 특히 어지럼과 청력 소실을 동반한 환자에서 해당 신경의 침범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에 의한 다발신경손상이 가장 유력한 기전으로 생각되었다. 전정신경, 달팽이신경 외 인접하지 않은 뇌신경의 손상은 전정안구반사, 등자뼈반사(stapedial reflex), 삼킴반사, 기침반사, 구역반사와 같은 뇌간반사경로 내의 신경간 접합부를 통해 대상포진바이러스가 전파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7].
이 증례에서는 신경학적 진찰 및 신경생리학검사를 통해 우측 얼굴신경의 체성감각분절과 동측의 전정신경 상하분절이 손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임상경과를 볼 때, 무릎신경절 내의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우측 얼굴신경의 체성감각분절을 침범한 이후 상행하여 전정신경절로 전파된 것으로 생각된다. 비정형 귀 대상포진에서 다양한 뇌신경침범이 보고되었으나, 얼굴마비를 동반하지 않고 다른 신경마비가 동반된 경우는 매우 드물며, 이로 인하여 단독 전정신경염으로 오인할 수 있어 의미 있는 경우라 하겠다.
전정신경염의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투약이 권고되고 있으나, 항바이러스제 투약은 권고되지 않는다[8]. 스테로이드는 임상증상에 대한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전정기능의 회복에 대한 효과가 확인되었다[9]. 항바이러스제 투약의 필요성은 전정신경염 환자에서 제1형 단순포진바이러스, 대상포진바이러스가 전정신경절에서 확인됨으로써 제기되었다. Strupp 등[8]은 급성, 아급성 전정신경염 환자를 대상으로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가 전정기능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분석하였다[8]. 스테로이드를 투약한 군은 전정신경 회복에 효과를 보였으나,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한 군은 전정기능의 회복에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전정신경염에서 항바이러스제의 투약은 권고되지 않으나, 대상포진바이러스의 임상적인 증거가 뚜렷하다면 스테로이드와 함께 항바이러스제의 투약이 필요하며[10], 저자들은 상기 환자에서 항바이러스제 투약 후 임상적으로 좋은 경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본 증례는 귀 대상포진에 의한 전정신경병으로서, 흔히 알려진 얼굴신경, 삼차신경, 달팽이신경의 침범 없이 발생하여 단순전정신경염으로 오인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초기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투약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급성전정신경염 환자에서 문진과 귓바퀴와 외이도의 시진을 통해 귀 통증과 수포병변 여부를 확인하고, 대상포진에 의한 전정신경병으로 진단된 경우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의 투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