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은 벼락두통(thunderclap headache) 시 반드시 감별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로, 광범위한 뇌혈관수축으로 인해 발생하며 대개 3개월 이내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1].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심장수술 이후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저자들은 심장이식 후 의식의 변화가 있던 환자에서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을 진단한 경험이 있어, 두개경유도플러(transcranial doppler, TCD)를 통한 뇌혈동학적 변화와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 및 원발아밀로이드증(primary amyloidosis)의 심장 침범에 의해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44세 여성이 심장이식을 위해 입원하였다. 다발골수종은 항암 치료 후 혈액학적으로 완전관해 상태였으나, 심장아밀로이드증으로 인한 심손상이 비가역적이었기 때문에 심한 심부전 상태였다. 심장초음파검사상 심박출률은 20-25%로 감소되어 있었고, New York Heart Association (NYHA) 기능분류 3의 호흡곤란을 동반하였으며, 오랜 병상 생활로 제대로 걷지는 못하는 상태였으나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두통 등 중추신경계 증상은 호소하지 않았다. 수술 전 수축기 혈압은 80-100 mmHg 정도로 유지되었다. 2016년 12월 29일 심장이식수술이 끝난 후 3시간 정도 경과한 뒤 환자는 오른쪽 입과 팔을 움찔거리는 경련을 하기 시작하였고, 경련이 지속되어 뇌전증지속상태(status epilepticus) 진단하 미다졸람(midazolam) 6 mg, 로라제팜(lorazepam) 6 mg을 투약하였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어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 1,000 mg, 발프로에이트(valproate) 1,200 mg 투약하였고, 이후 케타민(ketamine), 펜토바르비탈(pentobarbital)로 혼수 치료를 시작하였다. 치료 시작 후 12시간 경과 후부터 임상적으로 경련을 하지 않게 되었고, 뇌파에서도 돌발파억제(burst suppression) 소견이 관찰되었다. 심장수술 뒤 삽입된 임시심장조율와이어 때문에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은 촬영할 수 없어서 시행한 비조영증강 뇌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상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경련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요추천자에서 뇌압이 37 cmH2O로 측정되었고,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분석결과는 백혈구 1/μL, 적혈구 1/μL, 단백 61.6 mg/dL, 당 56 mg/dL 소견이었다. 뇌졸중 등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CT혈관조영술 및 CT관류영상에서는 전대뇌동맥, 중대뇌동맥, 후대뇌동맥, 뇌기저동맥 등 주요 뇌내혈관에서 염주알실(string of beads) 모양으로 뇌혈관이 광범위하게 수축되어 있는 소견(
Fig. 1-A)과 왼쪽 전두엽의 혈류감소 소견이 확인되었다. 뇌혈관의 수축을 추적검사하기 위해 시행한 TCD검사에서 좌측 중대뇌동맥의 평균혈류속도가 101-107 cm/sec으로 증가되어 있었으며, 박동성지수(pulsatility index)는 0.81-0.85였다(
Fig. 2-A). CT혈관조영술 및 TCD 소견을 바탕으로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 진단하 니모디핀(nimodipine) 30 mg을 하루 세 번 투약하였다. 투약을 시작하고 5일 뒤부터 여전히 협조는 되지 않는 상태였으나 스스로 눈을 뜨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리고 환자는 이식거부반응 예방을 위해 예정되어 있던 타크롤리무스(tacrolimus) 투약을 하였다. 5일 뒤 재시행한 TCD 결과 평균 혈류속도는 비슷하였으나 좌측 중대뇌동맥의 혈류는 이전과 비교하여 더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Fig. 2-B). 환자는 심한 혈압 변동이 있어 니모디핀 30 mg을 하루 세 번에서 두 번으로 감량하였다. 그리고 6일 뒤 세 번째 TCD를 시행한 결과, 좌측 중대뇌동맥의 평균혈류속도가 72-85 cm/sec로 이전보다 호전되었고, 파형도 이완기 혈류의 경사도 완만해지는 변화가 관찰되었다(
Fig. 2-C). 하지만 더 이상 신경학적인 호전은 보이지 않고 의식상태가 혼돈에서 반혼수 정도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2개월 만에 다시 시행한 CT혈관조영술에서는 좌측 중대뇌동맥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어 있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Fig. 1-B). 환자는 3개월간 니모디핀을 투약하였고, 현재는 투약을 중단하였다. 현재 환자의 의식은 여전히 반혼수 정도로 유지되고 있고, 주변의 자극에도 크게 반응이 없는 모습으로 증상은 거의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비조영증강 뇌 CT 촬영을 하였으나, 이전과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고 찰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에 대해서는 1960년대부터 보고되었는데, 초기에는 대뇌혈관의 가역적인 수축에 대해 여러 논문에 기술이 되어 있다. 그러다 2007년 Calabrese 등에 의해 ‘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쓰여졌으며, 처음 진단기준이 제안되었다[
2]. 이 기준에 따르면, 벼락두통이 있어야 하며, 증상 후 한 달 후에는 다른 증상이 생기지 않으며, 동맥파열성 거미막하출혈의 증거가 없어야 하고, 뇌척수액 분석에서 거의 정상이어야 하며, 뇌동맥에서 다양한 부분에 혈관수축이 관찰되어야 하고, 12주 이내에 회복이 되어야 한다[
3].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에서 벼락두통이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그 외에도 경련(seizure), 뇌경색이나 가역적후뇌병증(posterior reversible encephalopathy syndrome, PRES)으로 인한 국소신경학적결손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의 약 25-60%에서는 유발인자가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유발인자로는 교감신경흥분제(sympathomimetic drug), 혈관작용약(vasoactive drug)과 임신 중과 출산 후, 수영, 편두통, 외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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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의 병태생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교감신경의 과활동과 엔도텔린(endothelin) 기능 이상, 혈관긴장도의 조절장애,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 파괴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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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고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에서 가역적후뇌병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혈압이 상승되어 있는 상태에서 뇌혈류자동조절능력의 저하와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엔도텔린 기능 이상이 혈액뇌장벽의 파괴를 일으킨다는 것이 가설로 제시되고 있다[
7].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은 보통 벼락두통과 함께, CT나 MRI의 혈관조영술로 진단하게 되며, 혈관 이상이 호전되는 가역성을 확인하는 것도 진단기준에 들어간다[
1].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의 치료는 우선 외부 원인인자를 제거하고, 니모디핀, 베라파밀(verapamil), 니페디핀(nifedipine) 등의 칼슘통로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를 경구 혹은 정맥 내로 투약할 수 있다[
1,
3,
8]. 이러한 칼슘통로차단제는 수축되어 있는 혈관을 다시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4-12주 정도 투약하게 된다[
1]. 만약 PRES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 면역억제제 등의 유발약물이 있다면 중단하고 혈압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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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본 증례는 심장이식 후 발생한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을 CT와 TCD로 진단한 예이다. 본 환자에서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을 일으킨 유발인자로는 심장이식 수술과 관련된 심한 스트레스, 심장 이식 후 급격한 심박출량 상승으로 인한 뇌혈류량의 급격한 변화, 또한 이에 동반하여 갑작스런 수축기혈압이 상승(20-30 mmHg)한 것 그리고 면역억제제 사용을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으나, 본 환자는 경련 후 면역억제제로 타크롤리무스를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처음 증상은 면역억제제와 관련이 없으나 환자의 증상이 악화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면역억제제 사용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식 후 면역반응 억제를 위해 타크롤리무스를 사용하였으나 단기간 사용 후 중단하였다. 동반된 경련은 광범위 혈관수축에 의한 혈관성부종으로 인한 증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본 환자는 뇌 MRI를 촬영할 수 없어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명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으나 장기간 뇌전증지속상태에 있어 뇌가 광범위 손상을 받았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 심장이식 후 발생한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은 1예가 보고되어 있다. 50세 남자가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4일 후 전신간대발작이 발생하였고, 수술 후 7, 8일째 다시 전신간대발작이 있어 뇌 MRI 촬영 후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과 가역적후뇌병증이 진단되었다[
9]. 그리고 폐이식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PRES가 진단된 5예가 있다. 모두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였고 시클로스포린(cyclosporine), 미코페놀레이트(mycophenolate), 타크롤리무스를 사용하였으나 다섯 번째 증례에서는 본환과 마찬가지 로 증상 발생 당시에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증상 발생 후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였으나 증상의 악화가 없었다[
10]. 본 증례의 경우, 의식이 없는 환자가 대상으로, 환자가 벼락두통을 호소할 수 없었다는 것과 편측징후(lateralizing sign)가 없고, 뇌 MRI를 촬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단이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치료과정 중 혈동학적 관찰을 위해 TCD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이 이 증례의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심장이식의 적응증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심장이식을 받는 환자의 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뇌경색, 뇌출혈, 과관류증후군 및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 등의 다양한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심장 이식 후에는 혈압 등 활력징후가 불안하고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고, 본 증례와 같이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하는 등 MRI검사를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뇌혈관계의 적절한 검사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동검사가 가능하고, 방사선 노출의 걱정이 없으며, 비침습적인 신경초음파검사는 심장이식 등 전후의 중환자에서 안전하고 간단하게 진단에 도움을 주고, 뇌혈관계의 변화를 모니터할 수 있으며 치료 중인 환자의 추적 관찰에도 유용한 검사로 생각된다[
8].
본 증례를 통해 심장이식 후 갑작스럽게 발생한 신경학적 이상이 있을 경우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을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며, 뇌혈동학적 변화의 추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TCD 등 신경초음파검사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