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에서 발병한 마르키아파바-비냐미병
Marchiafava-Bignami Disease in Crohn’s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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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키아파바-비냐미병(Marchiafava-Bifnami disease, MBD)은 드문 신경계질환으로 뇌량(corpus callosum)의 탈수초가 특징적이다[1]. MBD의 증상은 구음장애, 사지 근력 저하, 양측 대뇌반구의 해리증상(symptoms of interhemispheric disconnection), 신경심리 증상, 그리고 의식 저하를 동반하기도 한다[1]. 진단은 다양한 임상 증상으로 인해 어렵기도 하지만 뇌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이 유용한 진단 방법이며, 뇌량 이외에 피질, 앞맞교차(anterior commissure), 소뇌다리 등의 병변이 관찰되기도 한다[1]. MBD는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와 관련하여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고 발생한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2-5].
크론병(Crohn's disease)은 특발염증성장질환으로 소화관 이외에 다른 기관도 침범하는 경우가 있어 전신질환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장외 증상 중 신경계를 침범하여 중추 혹은 말초신경계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6]. 저자들은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는 크론병 환자에서 MBD가 발생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한다.
증 례
크론병이 있는 34세 남자가 4일간의 하복부 통증 및 설사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14년 전 크론병을 진단받았으며 3년 전부터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환자는 크론병 이외에 특이한 병력은 없었으며 평소 크론병으로 인한 간헐적인 설사가 있었지만 식사는 충분히 하였으며 음주는 하지 않았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다. 입원 당시 혈액 검사상 백혈구 13,480/uL (참고치, 4,800-10,800/uL), 적혈구침강속도 34 mm/h (참고치, 0-10 mm/h), C반응단백질 23.3 mg/L (참고치, <0.5 mg/dL)로 증가되었으며, 단백질 4.5 g/dL (참고치, 6.7-8.3 g/dL) 및 알부민 1.6 g/dL (참고치, 3.2-4.8 g/dL) 감소가 관찰되었다. 이는 2주전 단백질 5.2 g/dL 및 알부민 2.6 g/dL에 비해 감소되었다. 단순복부촬영상 부분적인 장폐색이 관찰되었으며, 복부CT상 원위부 대장의 부종과 복벽에 농양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항생제치료를 시행하며 금식을 유지하며 완전정맥영양(total parenteral nutrition)을 시작하였다. 이후 시행한 혈액검사상 단백질 3.5 g/dL 및 알부민 1.5 g/dL으로 지속적으로 감소된 소견 관찰되어 20% 알부민 정맥 투여를 시행하였다. 입원 2주 후 의식저하가 발생하였으며, 신경학적진찰상 의식은 기면상태였으며 구음장애가 관찰되었다. 뇌신경기능검사상 양쪽 동공은 같은 크기였고 대광반사는 정상이었다. 근력 검사상 양측 상하지에서 비대칭 소견은 없었으며 심부건반사는 정상으로 바빈스키징후는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검사상 단백질 3.4 g/dL 및 알부민 1.6g/dL 감소가 지속되었으며, 비타민B12와 엽산 수치는 정상이었다. 의식저하의 원인 감별을 위해 시행한 뇌파검사에서 뇌전증모양방전은 없었으며 뇌척수액검사상 중추신경계감염의 증거는 없었다. MRI상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ing, DWI)에서 뇌량에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으며 겉보기확산계수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에서 해당 부위에 저신호강도가 나타났다(Fig. A). 뇌단일광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single-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상 양측 뇌의 전두부 및 두정부에서 전반적인 관류 저하가 관찰되었다(Fig. B). 임상 병력, 증상, 그리고 특징적인 MRI 소견을 바탕으로 MBD로 진단하였으며, 환자는 티아민 정주를 하며 낮은 혈청 단백질 및 알부민을 교정하기 위해 고단백 식이를 시작하였다. 2개월 정도의 보존적인 치료를 시행한 후 의식은 명료해졌으나 구음장애는 호전되지 않은 상태로 퇴원하였다. 환자는 1년간의 추적관찰 동안 구음장애는 부분적으로 호전되었지만 더 이상 호전되지 않고 신경학적 후유증은 지속되었다.
고 찰
MBD의 정확한 발생 기전을 알 수 없지만 비타민B12부족으로 인한 영양 결핍, 특히 알코올 섭취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그러나, 저자들이 경험한 것처럼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MBD가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2-5]. 그중, 신경성식욕부진 환자가 급격한 체중 감소 후 영양결핍으로 인해 MBD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2]. 또한,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이 높게 지속되거나 고혈당과 저혈당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MBD가 동반된 사례가 있었는데, 발생 기전은 혈당의 변화가 삼투압에 영향을 주어 뇌조직의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변화를 가져와 MBD가 발병한 것으로 보고하였다[3,4]. 이외, 난소암 환자에서 MBD가 동반된 사례가 있었는데 정확한 기전은 알 수 없었지만 신생물딸림증후군 가능성으로 보고된 적이 있다[5].
크론병에서 다양한 신경계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염증성장질환에서 신경계증상의 발생기전은 영양결핍,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감염, 약물 부작용, 그리고 면역학적 이상으로 인한 것으로 설명한다[3]. 본 증례의 경우 증상 발생 당시 단백질과 알부민 수치가 입원 시에 비해 더 감소된 소견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금식을 하면서 완전정맥영양법 및 알부민 정맥 투여를 시행하였지만 충분한 영양 공급이 되지 않아 발병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이외 종양괴사인자억제제는 탈수초를 활성화시키는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어 중추신경계의 탈수초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6], MBD는 독성 탈수초 및 괴사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약물보다는 영양결핍으로 인해 발병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 증례는 알코올 섭취는 하지 않았지만 영양결핍의 임상 소견과 뇌량을 침범한 특징적인 MRI 소견으로 MBD를 진단하였으며, SPECT를 통해 MRI에서 관찰되는 뇌량 병변 이외 양측 대뇌피질의 광범위한 관류저하가 동반됨을 확인하였는데 이는 뇌량을 지나가는 피질간 연락망(cortical-cortical network)의 파괴로 인한 것으로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7].
MBD는 증상이 비특이적이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심각한 신경학적결손이 남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MBD는 알코올 섭취 이외에도 다양한 질환에서 동반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발병 시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증상 발생 이전에 적절한 영양 공급을 통해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