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실어증으로 나타난 저혈당인지장애
Hypoglycemic Cognitive Impairment Presenting as Anomic Aph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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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당은 어지러움, 발한, 두근거림, 혼수 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인지와 언어장애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증례 환자는 내원 당시 저혈당 상태였으나 명칭실어증과 인지장애만을 보였으며, 저혈당 교정 후 호전되었다. 환자는 전형적인 저혈당 증상 없이 인지장애만을 보였고 당시 뇌영상 및 뇌파검사에서 이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증 례
67세 남성이 5일 전부터 물건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을 주소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익숙한 물건이나 사람은 인지할 수 있으나 해당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증상은 주로 아침 기상 또는 낮잠 후에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수일 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집 근처 신경과를 방문하여 시행한 보스톤이름대기검사에서 9점(총 60점)을 받고, 혈관치매 혹은 뇌경색 의심소견으로 본원에 내원하였다. 과거력에서 고혈압이 있었으며, 16년 전부터 당뇨로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이었으나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신경학적 검사상 저명한 명칭실어증을 보였으며, 경도의 단기기억장애, 따라말하기장애, 관념운동실행증(못 박는 흉내를 내지 못함)과 계산불능증을 보였다. 이외에 다른 국소신경학적결손은 없었다. 활력징후는 혈압 150/90 mmHg, 맥박 분당 76회, 호흡수 분당 19회, 체온 36.7℃로 정상이었다. 당화혈색소(HbA1c)가 9.2%로 높았으나, 나머지 혈액검사, 생화학검사, 심전도 및 뇌자기공명영상을 포함한 영상검사는 정상이었다(Fig. A). 하지만 혈당검사에서 49 mg/dL로 낮은 수치를 보여 즉시 50% 포도당 주사액을 정주하였으며 혈당교정 후에 환자의 주관적인 인지장애는 서서히 호전되었다. 환자는 안정적인 혈당조절을 위해 입원하였다. 입원 다음 날 저혈당이 아닌 상태에서(231 mg/dL) 추적검사를 위한 보스톤이름대기검사를 시행하였으며 17점(이전 검사에서 9점)으로 명칭실어증 소견을 보였으나, 응급실에서 관찰되었던 다른 언어 및 인지장애는 모두 호전된 상태였다. 입원 3일째 뇌기능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뇌파검사에서 좌측 반구 배경파가 7-8 Hz 세타파를 보였으며 4-5 Hz의 서파가 종종 관찰되어, 좌측 반구에 저명한 뇌기능 저하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Fig. B). 내원 6일째 두개내혈액관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단일광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을 하였다. 검사일 아침 공복혈당 98 mg/dL, 검사 5시간 후 269 mg/dL, 저녁 식후 2시간 116 mg/dL로 측정되었으나, 검사 당시 혈당은 66 mg/dL이었으며 양측 전두엽을 포함한 대뇌혈류감소가 확인되었다(Fig. C). 이후 혈당은 안정적으로 조절되었으며 내원 7일째 시행한 보스톤이름대기검사도 48점으로 호전되었다. 이에 인슐린 투약하며 외래에서 진료 받기로 하고 퇴원하였다. 입원한 날로부터 24일 후에, 추적검사를 위해 SPECT를 하였으며, 이전에 보였던 양측 대뇌혈류감소가 모두 호전되었음을 확인하였다(Fig. D).
고 찰
명칭실어증은 대상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음을 주증상으로 하는 실어증의 한 종류이다. 또한 명칭실어증은 허혈뇌혈관질환에서 종종 관찰되므로 이러한 증상의 환자가 내원하면 일차적으로 뇌혈관질환을 가정하게 된다. 증례의 환자가 내원하였을 때도 좌측 반구에 편측화된 급성 뇌병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뇌자기공명영상을 하였으나 정상소견이었다. 혈액검사를 포함한 나머지 검사에서도 저혈당 이외에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저혈당은 주로 어지러움, 발한, 두근거림 등 전형적인 증상을 일으키지만, 이외에도 인지 및 언어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임의 유도된 저혈당 환자에서 청각지각력이 감소한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저혈당이 읽기폭(reading span)과 주어-동사 일치(subject verb agreement) 기능을 악화시킨다고 보고되었다[1,2]. 또한 저혈당이 작업기억과 지연기억의 장애를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3]. 이외에도 저혈당이 인지와 언어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본 증례와 같이 명칭실어증이 주요한 증상으로 보고된 증례나 연구는 없었다. 환자는 내원 당시 명칭실어증 외에도 다른 인지장애를 동반하였으나 저명하지 않았으며 발한, 두근거림과 같은 전형적인 저혈당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입원 다음날부터 명칭실어증 이외의 증상은 모두 호전되었다. 유사한 증상을 보인 증례를 살펴보면, 약 한달 간의 저혈당혼수에서 회복된 후에 운동실어증을 보인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4]. 그러나 해당 증례는 비교적 긴 시간의 저혈당 상태에서 회복된 이후 실어증을 보여, 본 증례처럼 저혈당 상태에서 명칭실어증을 보였다가 혈당이 회복되며 호전되는 소견과는 차이가 있다.
저자들은 저혈당이 뇌관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SPECT를 하였다. 환자는 저혈당 상태에서 양측 전두엽을 포함한 대뇌관류가 감소하였으나, 퇴원 후 정상 혈당 중에 시행한 검사에서는 회복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저혈당 중 뇌관류 변화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당뇨 환자에서 저혈당을 유도하여 뇌혈류를 측정한 연구에서, 우측 조가비핵과 띠다발이랑의 저관류를, 양쪽 상전두엽피질과 우측 시상의 과관류가 있었음이 보고되었다[5]. 다른 연구자는 저혈당 상태에서 SPECT를 하여 중등도의 저혈당이 급격한 뇌혈류 증가를 야기한다고 보고하였다[6]. 본 증례의 환자는 이전 보고들과는 달리 양측 전두엽을 포함한 대뇌관류감소를 보였다. 이와 같이 저혈당 시에 혈류변화 및 분포가 다양하고 저혈당 상태의 당뇨환자에서 SPECT를 보고한 연구가 많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례 환자는 혈당에 따라 가역적인 뇌관류를 보였음을 고려해 볼 때, 저혈당에 의해 양측 반구의 관류가 한시적으로 감소하였으며, 이에 따라 명칭실어증이 발생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저혈당과 뇌파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연구된 바가 많지는 않다. 한 보고에 따르면 저혈당 정도가 심해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배경파에서 서파가 차지하는 비율과 범위가 커진다고 하였다[7]. 또한 혈당이 50-80 mg/dL 수준이 되면 알파파가 세타파로 느려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증례 환자도 입원 중에 시행한 뇌파검사에서 왼쪽 반구의 배경파가 세타파로 느려졌으며, 4-5 Hz의 서파가 관찰되었다. 환자는 언어장애가 주증상이었음을 생각해볼 때, 언어중추가 있는 왼쪽 반구에서 관찰된 서파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본 증례 환자는 명칭실어증을 주증상으로 내원하였으며 저혈당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당뇨환자라고 해도 언어장애를 주증상으로 내원하면 일과성허혈발작이나 뇌졸중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본 증례와 같이 저혈당에 의해 명칭실어증과 같은 특징적인 언어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혈당검사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