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유사천포창(bullous pemphigoid)은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표피밑물집(subepidermal blister)로 발현하는, 가장 흔한 자가 면역 피부 질환 중 하나이다. 이는 피부의 기저막 영역(basement membrane zone)에 존재하는 반결합체 부착 복합체(hemidesmosome adhesion complex)의 BP230, BP180항원에 결합하는 자가 항체에 의해 발생하며, 항원-항체 반응이 표피밑물집을 형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몇몇 인구 기반 연구들에서는 물집유사천포창과 뇌혈관질환 증가의 연관성이 보고되어 있다[2-4]. 하지만 물집유사천포창으로부터 뇌경색이 발생하는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들은 물집유사천포창 환자의 50-60%에서 호산구 증가가 동반된다는 기존 문헌 보고[5] 및 다발성 색전뇌경색(multifocal embolic infarction) 환자의 증례를 통해서, 물집유사천포창과 뇌경색 발생 사이의 연결 고리로 호산구(eosinophil)가 관여할 가능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증 례
56세 여자가 9일 전 갑자기 발생한 인지 기능 장애로 내원하였다. 증상 발생 전날 잠들기 전까지는 특이 소견 없었으나, 다음 날 일어난 후 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가방 안에 넣어둔 휴대 전화를 찾지 못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 수 분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했으며, 수일 전에 스스로 예약한 식당, 수 년 전 미국으로 이민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을 하지 못했다. 또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상기 증상들은 3일에 걸쳐 서서히 호전되었다. 응급실에서의 신경학적 검진에서는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의 기억 회상에서 1점이 감점되었으나, 그 외의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4년 전 물집유사천포창을 진단받고(Fig. A) 현재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7.5 mg을 하루 1회 복용 중이었다. 천식이나 알러지 질환의 병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증상 발생 전 새로 복용하기 시작한 약물도 없었다. 날 음식을 먹거나 음식을 덜 익힌 상태로 먹는 습관도 없었다.
갑자기 발생한 인지 기능 장애의 기질적 원인 감별을 위해 뇌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고, 확산강조영상에서 왼쪽 후대뇌동맥(posterior cerebral artery) 영역에 왼쪽 시상(thalamus)과 뇌량팽대(splenium of corpus callosum)를 침범하는 다발성 급성 뇌경색이 관찰되었다(Fig. B-D). 뇌자기공명혈관촬영 결과 연관동맥(relevant artery)의 협착 또는 폐색은 관찰되지 않았다. 시상이나 뇌량팽대부뇌경색은 모두 인지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6,7], 환자의 급성 인지 기능 장애를 상기 병변에 의한 증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뇌자기공명영상 결과로부터, 환자의 다발성 급성 뇌경색이 심장부정맥이나 전신응고항진상태(systemic hypercoagulable state) 등 모종의 색전성 원인(embolic source)에 기인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환자의 뇌경색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기본 혈액 검사와 몇 가지 특수 검사를 시행하였다. 백혈구 수치가 10,900/µL로 증가되어 있고, 그 중 호산구 수치가 4,153/µL (전체 백혈구의 38.1%)로 증가되어 있는 과다호산구증가증(hypereosinophilia)이 관찰되었다. 신장 기능 및 간 기능은 정상이었고, 활성화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activated partial thromboplastin time), 프로트롬빈시간(prothrombin time), 섬유소원(fibrinogen) 등을 포함한 혈액응고 상태(blood coagulation profile)는 모두 정상범위 이내였다. D-이합체(d-dimer)는 0.8로 약한 상승을 보였다. 심전도(electrocardiography), 경흉부 및 경식도심장초음파(transthoracic and transesophageal echocardiography), 24시간 심전도검사에서 심장기능의 이상이나 심장성색전증요인(cardioembolic source)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신적 응고항진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한 항카디오리핀항체(anti-cardiolipin antibody), 루푸스항응고인자(Lupus anticoagulant), C단백질(protein C), S단백질(protein S), 그리고 항트롬빈(antithrombin)은 모두 음성이었다.
물집유사천포창에 의한 과다호산구증가증으로 다발성 색전뇌경색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여, 과다호산구증가증의 조절을 위해 프레드니솔론을 30 mg으로 증량하였다. 환자는 응급실에서 아스피린 300 mg을 투약한 상태로 병실에 입원하였고, 입원 후 클로피도그렐을 추가로 투약하면서 와파린 10 mg부터 와파린 적정(warfarin titration)을 시작하였다. 입원 3일째에 프로트롬빈 시간 국제 정상화 비율(prothrombin time 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PT INR)이 1.78로 확인되어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은 중단하였고, 와파린 2 mg으로 프로트롬빈 시간 국제 정상화 비율이 목표 범위인 2-3 이내로 잘 유지되어 해당 용량을 유지하였다. 7일 간의 입원 기간 동안 환자의 증상은 악화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외래 추적 관찰에서도 항혈전 치료 및 과다호산구증가증의 치료를 유지하면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퇴원 후 3개월 및 1년 시점의 호산구 수치는 각각 644/µL (전체 백혈구의 11.1%), 397/µL (3.8%)로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다.
고 찰
물집유사천포창과 뇌경색의 관련성을 보고하는 몇몇 연구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물집유사천포창과 뇌경색이 연관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한 연구에서는 그 원인으로, 물집유사천포창의 염증전시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 상승에 의한 동맥경화의 유발 혹은 자가면역질환에서 자주 발견되는 항인지질항체(antiphospholipid antibody)에 의한 전신적 응고항진성을 제안하고 있다[2]. 그러나 본 증례에서 뇌경색의 형태가 동맥경화에 의한 것보다는 색전뇌경색을 시사하였고, 과다호산구증가증 이외에 심장성색전증요인이나 항인지질항체 등 색전뇌경색을 설명할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호산구는 주염기단백질(major basic protein)과 호산구양이온단백질(eosinophil cationic protein) 등 몇 종류의 세포독성 과립단백질을 분비한다. 주염기단백질은 여러 조직에 독성이 있는데, 혈관 내로 분비될 경우 내피세포를 손상시킨다[8]. 호산구양이온단백질은 응고인자와 상호작용하고 응고과정(coagulation cascade)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것이 과다호산구증가증의 응고과잉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8,9]. 호산구증가증과 뇌경색의 연관성을 보고하는 연구들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데, 과립 단백질들에 의해 발생한 전신적 응고항진성을 그 기전으로 제시하고 있다[10].
저자들은 본 증례를 통해 물집유사천포창 환자에서 과다호산구증가증에 의한 전신적 응고항진성이 뇌경색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안한다. 그러므로 물집유사천포창 환자에서 뇌경색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러한 혈액학적 이상 자체가 뇌경색을 촉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항혈전제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뇌경색의 이차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