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뇌경색과 말초신경병증이 병발된 과다호산구증후군
Concurrence of Acute Cerebral Infarction and Peripheral Neuropathy Associated with Hypereosinophilic 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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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Hypereosinophilic syndrome is a rare disorder involving the eosin concentration being elevated to more than 1500/μL in the peripheral blood for 6 months, and it causes various complications in the heart, skin, and nervous and respiratory systems. The simultaneous occurrence of neurological complications of hypereosinophilic syndrome is rare. Here we report a patient with hypereosinophilic syndrome who suffered from acute cerebral infarction and peripheral neuropathy during the same period.
과다호산구증후군은 6개월 이상 말초혈액의 호산구 농도가 1500/μL 이상 증가하면서, 과다호산구증에 의해 심장, 신경계, 피부, 호흡기 등에 합병증을 야기하는 드문 질환이다. 신경계 부작용으로는 급성 뇌경색, 말초신경병증, 뇌병증이 대표적이다. Moore 등[1]의 연구에 따르면 과다호산구증후군 환자의 65%에서 신경계 이상이 나타났으며, 그중 말초신경병증이 50%로 가장 많았고, 급성뇌경색(12%), 뇌병증(10%)이 뒤를 이었다. 이전 보고들은 각각의 신경계 합병증이 단독으로 발생한 사례들이었다. 하지만 본 증례와 같이 급성뇌경색과 말초신경병증이 같은 시기에 발생한 경우는 없었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6세 남자가 당일 새벽에 발생한 어지럼 때문에 본원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과거력 상 고혈압과 천식이 있었고, 4년 전 왼쪽 상소 뇌동맥 영역의 뇌경색이 있었다. 환자는 걷기 힘든 정도의 심한 회전성 어지럼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구역을 동반하였다. 신체진찰에서 특이소견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좌측 주시 동안 좌측으로 안진이 발생하는 주시유발안진이 있었으며, 비디오안구운동검사에서 양측 주시유발안진이 확인되었다. 두부충동검사는 음성이었다. 이외에 다른 신경학적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보행검사는 어지럼으로 시행하지 못하였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가 17650/μL로 상승되어 있었고, 이 중 호산구 수치가 33.5%를 차지하고 있었다. C반응단백질 90.07 mg/L, 적혈구침강속도 35 mm/hr로 상승하였고, D-이합체(D-dimer)도 1.06 mg/L로 약간 상승하였다. 자가면역항체검사에서 항핵항체 및 c-항중성구세포질항체가 양성이었으나, 뇌척수액과 기생충검사를 포함한 다른 검사는 정상이었다. 이어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양측 조가비핵과 좌측 내포의 후지에 색전성 급성뇌경색을 보였으나 뇌혈관은 정상이었다(Fig. A-C). 또한 심기능평가를 위해 시행한 심전도, 흉부경유심초음파(심장박출률 62%), 24시간 심전도검사도 정상소견이었다. 환자는 20년간 천식을 앓고 있었고, 내원 당시를 포함하여 6개월 이상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호산구증가증을 보이다가, 이번에 급성뇌경색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과다호산구증후군으로 진단하고 프레드니솔론과 항혈전제 치료를 시작하였다. 입원 3일째부터 어지럼 정도가 호전되기 시작하고 입원 6일째 환자의 혈중 호산구 수치는 호전되었으나, 같은 날 양하지 말단부의 통증과 우측 발처짐이 급성으로 발생하였다. 발처짐 발생 다음날 시행한 신경전도검사에서 양쪽 운동성 비골신경의 진폭이 소폭 저하되었고, 감각성 비골신경의 전도속도가 감소하여 양쪽 총비골신경병증이 의심되었다(Table 1). 이후 환자는 통증조절과 함께 재활훈련을 병행하였다. 발처짐 증상이 발생한 지 12일째, 말초신경병증 진행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신경전도검사를 하였다. 검사 결과 양쪽 비골신경, 우측 정중신경, 그리고 좌측 척골신경의 감각 및 운동신경 축삭변성 소견을 보였다. 또한 양쪽 경골신경의 운동신경검사와 비복신경에서도 이전보다 진행된 축삭변성이 관찰되어, 환자는 축삭성의 다발말초신경병증으로 진단되었다(Table 2). 어지럼이 발생한 지 16일째, 현훈은 거의 호전되어 재활의학과로 전과된 후 약 2달간 발목근력강화훈련을 포함한 재활치료를 받았으며, 증상이 호전되어 지팡이 보행이 가능한 상태로 퇴원하였다.
고 찰
과다호산구증후군은 6개월 이상 말초혈액의 호산구 농도가 1500/μL 이상 증가해 있으면서, 과다호산구증가증에 의해 심장, 신경계, 피부, 호흡기 등에 합병증을 야기하는 드문 질환이다. 알레르기성 질환, 기생충, 악성종양과 같이 호산구증가를 야기하는 원인이 있을 때는 이차 과다호산구증후군이라고 하며, 위와 같은 원인이 제외되었을 때 일차 혹은 특발 과다호산구증후군이라 한다. 이와 관련된 신경계 합병증으로는 급성뇌경색, 말초신경병증, 뇌병증 등이 보고되었다. 본 증례의 환자는 20년 이상의 천식이 있었음을 고려하여 이차 과다호산구증후군에 의해 신경계 합병증이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
과다호산구증후군이 뇌경색을 일으킨다는 몇 가지 증례보고가 있다. Wise와 Olver [2]는 과다호산구증후군 환자에서 양쪽 대뇌와 소뇌의 다발성 경색이 관찰되었음을 보고하였다. Grigoryan 등[3]은 분수계 영역에 뇌경색이 발생한 과다호산구증후군 환자의 부검을 시행하였다. 연구자들은 병리검사를 통해 심초음파에서는 관찰되지 않은 심내막 혈전을 확인하였으며, 대뇌조직 소혈관이 피브린과 혈소판에 의해 폐색되어 있음을 보고하였다. 또한 다른 보고에서는 양측 다발성 혹은 분수계 영역이 아닌, 좌측 뇌섬엽피질의 소동맥 폐색양상의 경색을 보고하기도 하였다[4]. 과다호산구증후군의 심각한 합병증 중의 하나인 뇌경색을 일으키는 기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기전은 심장성 색전에 의한 뇌경색이다. 호산성 과립구에서 분비된 호산구성기초단백질이 심내막의 부분적 손상과 심근의 섬유화를 야기하며, 이러한 병리변화가 심장 내 혈전 생성을 촉진한다[5]. 두 번째 기전은 호산구 연관 단백질이 뇌혈관에 직접적인 손상을 야기하며, 호산구양이온단백질이 과응고작용을 유도하여 뇌경색을 일으킨다는 가설이다[6]. 증례의 환자는 심초음파 및 24시간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후자인 호산구에서 분비된 단백질이 대뇌 실질에 직접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어지럼은 흔히 소뇌와 뇌줄기의 병변에서 보이는 증상이나, 천막상부 병변에서도 여러 보고가 있다. 좌측 마비와 회전성 어지럼을 동반한 57세 남자의 뇌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우측 조가비핵에서 대뇌부챗살에 이르는 급성 뇌병변이 관찰되었다[7]. Park 등도 급성 회전성 어지럼을 보인 64세 남성의 뇌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좌측 내피에 국한된 급성 병변을 확인하였다. 본 증례의 환자도 급성 회전성 어지럼을 주 증상으로 보였으며, 이전 보고들과 유사하게 양쪽 조가비핵과 좌측 내포에 급성 경색 소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여러 가설이 있으며, 그중 하나로 시상과 전정피질을 연결하는 경로 손상이 제시되고 있다.
과다호산구증후군은 말초신경병증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다발성 단일신경병증, 대칭성의 원위부 운동신경병증, 신경근병증을 포함하여 다양한 신경병증을 보일 수 있다. Wichman 등[8]은 말초신경병증을 보인 7명의 과다호산구증후군 환자를 조사하였으며, 전기생리검사를 통해 말초신경병증이 축삭변성의 형태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Cengiz 등은 증례보고에서 양하지 운동신경의 축삭변성을 일으킨 말초신경병증 환자를 보고하였다. 본 증례의 환자도 두 번의 전기생리검사를 실시하였으며, 축삭변성의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이 진단되어 위 증례들의 소견과 일치하였다. 다만 신경생검을 시행하지 못하여 병리소견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과다호산구증후군이 말초신경손상을 일으키는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호산구의 침착이나 호산구 연관 생성물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본 증례는 위에서 제시한 과다호산구증후군의 두 가지 중요한 신경계 합병증인 급성뇌경색과 말초신경병증이 거의 동일한 시기에 발생한 증례이다. 기존 보고들은 대부분 단일한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한 증례였으며, 두 가지의 신경계 합병증을 보고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시기상에서 차이가 있었다.
Sethi 등[9]은 과다호산구증후군의 합병증으로 급성뇌경색이 발생한 증례를 보고하였다. 환자는 반혼수 상태의 중환자였으며 입원 3주 후에 전신이완이 발생하였다. 이어 시행한 신경전도검사에서 축삭변성에 의한 신경병증이 진단되었다. 하지만 환자는 중환자 상태로 장기간 입원 중에 말초신경병증이 발병하였음을 고려해볼 때, 중환자 다발신경병증을 배제할 수 없다. 본 증례의 환자는 내원 시 어지럼이 있었지만, 활력징후는 안정된 상태였고 다른 신경학적 징후가 없어 통상적인 병동생활을 하였다. 또한 뇌경색 발생 5일 만에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하였다. 말초신경 증상 발생 1일 뒤에 시행한 신경전도 및 근전도검사에서 초급성기에 해당하는 소견을 보였으며, 약 한 달 후에 시행한 검사에서는 아급성기에 해당하는 소견을 보였다. 두 번의 전기생리검사 결과에 따라 말초신경병증 발생 시기를 추정해볼 때, 급성뇌경색 발생과 비슷한 시기이며, 따라서 중환자 다발신경병증의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Lee 등[10]은 호산구증가증 및 피부 병변이 있어 치료 중인 환자를 보고하였다. 환자는 3년 후에 진행성의 양하지 힘 약화가 발생하였으며 혼합신경병증이 진단되었다. 당시에 뇌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하였으며 급성뇌경색이 진단되었다. 해당 증례의 환자는 뇌경색과 말초신경질환이 동반된 사례이다. 하지만 말초신경이상이 진행성으로 서서히 악화되는 중에 뇌경색이 병발하였다. 따라서 뇌경색과 말초신경질환이 같은 시기에 발생한 본 증례와는 차이가 있다.
과다호산구증후군은 드문 질환이다. 하지만 신경계를 포함한 여러 장기에 심각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또한 중추나 말초신경계 중 한 가지 합병증만 의심되는 과다호산구증후군 환자가 내원하였다 하더라도, 본 증례와 같이 중추와 말초 합병증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다른 신경계 합병증이 의심된다면,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하여 그와 관련된 합병증이 동반되었는지 평가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병발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 증상 발생시 신속히 대처함으로써 환자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