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측두엽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는 서서히 진행하는 행동, 관리 기능 및 언어의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신경퇴행임상증후군이다[1].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혈관치매 및 다른 신경퇴행질환들이 초기에 전두측두엽치매와 임상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으며 다양한 이차질환들과도 감별이 필요하다.
이차질환에는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 대사이상, 감염 또는 염증질환들이 있다[1]. 뇌출혈, 종양 등의 구조적 이상에서 기인한 인지기능저하와 치매를 감별하는 것도 중요하며 중증의 경동맥협착과 같은 뇌혈관질환도 여기에 포함된다.
경동맥협착을 가진 환자들에게 인지기능저하는 간과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신경계 증상이 없는 중증의 경동맥협착의 경우에도 인지기능저하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2]. 경동맥협착으로 인하여 뇌관류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며 뇌영상검사에서 뇌경색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 치매로 진행하기도 한다.
경동맥스텐트삽입술(carotid artery stenting, CAS) 이후 인지기능의 변화에 대하여 기술한 연구에 따르면 증상성의 중증 경동맥 협착에 대해 경동맥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한 환자들이 3개월 후 추적 검사에서 경동맥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군에 비하여 인지기능이 향상되었음을 보고하였다[3].
우리는 분명한 뇌병변 없이 중증의 우측 내경동맥 근위부의 협착을 동반한 환자에서 전두측두엽치매로 의심되는 행동이상이 나타났고 경동맥스텐트삽입술 치료 후 이러한 행동변화가 호전된 증례를 관찰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3세 여자환자는 1년 전부터 의심이 많아져 동네사람을 경계하고 누가 오면 숨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환자의 목걸이가 없어졌을 때 동네 이웃들이 가져갔다고 의심하였으며 예전과 달리 고집이 세지고 쉽게 화를 내며 눈치가 없어져 부적절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웃기도 하였다. 환자는 반복적으로 욕설이나 공격적 언어를 사용하면서 난폭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환자의 사위가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주사치료를 받게 해 주었는데, 오히려 환자는 자신을 해코지한다고 의심하였으며 그 후로도 사위에게 반복해서 욕설을 하고 비난하였다. 가족과 지인을 대하는데 냉정한 편이었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게 되었다. 5개월 전부터 증상은 더욱 악화되어 외출을 하려고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고 하였으며, 말수가 줄어 들고 게을러져서 살림을 등한시하였다. 기억력 저하나 언어능력 및 시공간감각 저하를 시사하는 다른 증상은 환자나 보호자 모두 없다고 대답하였다.
환자는 고혈압, 고지질혈증과 협심증의 병력이 있었고 발사르탄(valsartan) 80 mg, 다이크로짇(dichlozid) 12.5 mg, 아스피린 100 mg을 복용하고 있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운동, 감각, 뇌신경 및 소뇌기능의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한국형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version of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는 22점(16.97%tile)이었다.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는 0.5점이었으나 Sum of Boxes는 3점이었고 한국형도구일상생활능력(Korean-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 K-IADL)은 0.4점이었다. 환자에 대한 병력청취 결과, 1년 전부터 발생한 이러한 인지장애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서울신경심리선별종합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2nd Edition, SNSB-II)에서 환자의 시공간기능은 정상수준이었고 기억력은 다소 낮은 편이었지만(언어/시각지연회상: verbal/visual delayed recall, 16.01/22.23%tile) 상대적으로 전두엽 기능이 두드러지게 떨어져 있었다(Fig. 1). 연상단어구술검사(Controlled Oral Word Association Test, COWAT)와 Korean-Trail Making Test-Elderly’s version:B (K-TMT-E:B)는 각각 8.16%tile과 0.31%tile이었으며 사각삼각반복검사(Alternating square & triangle)와 루리아고리(Luria loop test)에서 보속증(perseveration)이 관찰되었다. 신경정신행동검사-간편형(Neuropsychiatric Inventory-Questionnaire, NPI-Q) 점수가 50점이었고 환자의 단축형노인우울척도(short version of the geriatric depression scale, SGDS)는 7점으로 경도의 우울증을 시사하고 있었다.
매사에 수동적이며 말수나 흥미가 저하된 무감동증, 폭언과 사위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 등의 탈억제된 행동 그리고 이웃이나 가족과의 친밀도가 떨어지고 사회성이 결여된 모습들이 점진적으로 발현하였고 신경심리검사에서 전두엽 기능저하가 두드러진 점 등을 고려할 때, International Behavioural Variant FTD Criteria Consortium (FTDC)에서 제시한 가능행동변이형전두측두치매기준(possible bvFTD criteria)을 만족하였다[4]. 행동변이형전두측두엽치매를 포함한 퇴행질환들과 혈관질환, 염증질환, 종양 등을 감별하기 위하여 혈액검사, 뇌MRI, F-18 fluorodeoxyglucose-양전자방출단층촬영(F-18 fluorodeoxyglucose-positron emission tomography, FDG-PET),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시행하였다.
일반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고 갑상선기능도 정상이었다. 뇌MRI에서 전반적으로 소량의 대칭적인 백질 변성이 관찰되었으나 분명한 뇌경색은 관찰되지 않았고 FDG-PET도 역시 정상이었다(Fig. 2). 그러나 뇌MRA에서 우측 내경동맥에서 중증의 협착이 관찰되었다. 관류CT나 단일광자컴퓨터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 등의 뇌관류 영상검사를 시행하지는 못하였으나 고식적뇌혈관조영술(conventional cerebral angiography)을 통해 우측 대뇌반구의 관류 저하를 확인하였다(Fig. 3). 우측 내경동맥협착의 정도는 NASCET (North American Symptomatic Carotid Endarterectomy Trial) 방법에 따라 95%로 측정되었다[5]. 우측 경동맥스텐트삽입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었고 특별한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다(Fig. 3).
아스피린 100 mg,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75 mg,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 40 mg 그리고 올메살탄(olmesartan) 10 mg을 처방하였으며, 치료 1개월 후 외래로 방문하였을 때 특별한 정신병약(antipsychotic drug)의 투약 없이도 동네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난폭한 언어 및 행동장애들도 점차적으로 호전되었다. 사위에게 하던 비난과 욕설을 멈추었고, 부적절한 웃음이나 예의 없는 행동도 줄어 들면서 예전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외출을 하기도 하였으며 집안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치료 2개월 후 환자의 MMSE는 24(37.21%tile)점으로 호전을 보였고 SNSB-II에서는 기억력과 시공간기능이 치료 전보다 향상되었으나 전두엽기능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Fig. 1). SGDS는 8점으로 치료 전과 비슷하였으며 Alternating square & triangle과 Luria loop test에서 보속증(perseveration)은 계속 관찰되고 있었다. 하지만 NPI-Q는 시술 후에 0점으로 완전히 회복되었고 1년 6개월 후 외래 문진에서도 이상행동의 재발이나 악화 없이 주변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있었다.
고 찰
전두측두엽변성(frontotemporal lobar degeneration, FTLD)은 병리학적으로 전두엽과 측두엽 앞부분에서 병변이 발생하여 서서히 진행하는 행동이나 언어장애로 나타나며,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비해 기억력이나 시공간기능은 유지된다[1]. 전두측두엽변성의 임상적 변이형 중의 하나인 행동변이형전두측두엽치매는 성격이나 행동 변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신경퇴행질환들보다 심리적 요인이나 정신질환과 혼동하기 쉽다[1]. 또한 행동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종양, 뇌혈관질환 등 다른 이차질환들과도 감별이 필요하다.
본 증례 환자는 뇌MRA를 통해서 우측 경동맥의 중증 협착을 진단하였고, 경동맥스텐트삽입술 후에 환자의 망상 및 행동장애가 호전되었으며 이를 NPI-Q 점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전두측두엽치매와 유사한 임상양상이 만성적인 경동맥의 중증 협착(>95%)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임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 FDG-PET과 같은 뇌기능영상을 통해서 퇴행질환의 손상 정도를 알아볼 수 있으며 높은 음성예측치(89.8%)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는데[6], 본 증례에서도 FDG-PET검사에서 환자의 행동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퇴행질환일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보았다. 또한 치료 이후 행동증상의 개선이 18개월 이상 유지되어 더욱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였다.
경동맥스텐트삽입술 2개월 후 시행한 SNSB-II에서 전두엽기능의 호전을 관찰할 수는 없었으나 신경심리검사에 포함된 전두엽검사 만으로는 광범위한 전두엽기능 전체를 평가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더욱이 환자에서 보였던 망상이나 공격성, 성격변화 등의 증상 변화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본 증례에서는 경동맥스텐트삽입술 이후에 환자의 주 호소인 망상과 행동장애가 호전되었다는 점과 같은 맥락으로 NPI-Q 점수가 호전된 것이 전두엽기능의 호전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7,8]. Dubois 등이 보고한 Frontal Assessment Battery (FAB)를 보조적으로 시행하여 전두엽기능이상을 좀더 세밀하게 확인할 수도 있었으나 본 증례에서는 시행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전두엽 기능을 모두 평가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역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환자는 경도의 우울증이 동반되어 있었으나, 시술 전 후 SGDS의 차이가 없었으므로 망상이나 행동장애 등의 증상과의 관련성은 떨어진다고 보았다.
무증상성 중증의 경동맥협착 환자들을 대상으로 경동맥스텐트 삽입술 3개월 후 신경심리검사 결과, 전두엽기능뿐만 아니라 기억력도(Rey Auditory Verbal Learning Test immediate recall [p=0.011], Rey-Osterrieth Complex Figure delayed recall [p=0.024], TMT Part B [p=0.003], digit symbol coding [p=0.035]) 호전된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정보를 검색, 조작 및 관리하는 전두엽기능의 향상이 기억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을 것으로 분석하였다. 본 증례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전두엽기능의 호전이 기억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9].
경동맥협착을 가진 대부분의 환자들의 초기 증상은 일과성허혈 발작이나 뇌경색으로 나타난다. 증례 환자와 같이 심한 경동맥협착을 가진 환자에서 FDG-PET검사와 MRI에서 정상소견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행동변이형전두측두엽치매처럼 보인 경우는 저자들이 아는 한 이전에 보고된 적이 없어 이를 보고하여 증례를 공유할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FTDC criteria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possible bvFTD criteria의 민감도는 95%로 높았으나 특이도는 82%로 보고하였고 위양성진단의 경우 주로 알츠하이머병이었으며 레비소체치매, 혼합형치매, 프라이온병 등이 있었다[10]. 또한 혈관치매도 임상적으로 possible bvFTD criteria에 부합하여 위양성진단을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초기의 행동변이형전두측두엽치매가 의심되는 환자에게서 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다면 가역적인 감별 질환으로서 뇌혈관질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진단과정에 MRA나 CT혈관조영술(CT angiography)과 같은 비침습적 검사를 통하여 가능성을 배제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