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는 만성신장병 환자에게 빈혈을 치료할 목적으로 1950년대에 사용되었었다. 당시 일부 환자에게서 코발트중독이 발생하였고, 심근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양측 감각신경난청, 양측 시각장애, 말초신경병 등의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났었다[
1]. 1960년대에 미국과 캐나다의 맥주 소비자들에게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심근병이 나타났었는데, 이는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맥주에 첨가된 코발트에 의한 중독증상으로 밝혀졌다[
2]. 최근에는 금속-금속관절면 엉덩관절성형술(metal-on-metal articulation total hip arthroplasty)의 금속증(metallosis)과 연관된 코발트중독이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3-
8]. 본 저자들은 이로 인한 코발트중독과 감각다발신경병을 경험하여 이를 국내에 처음으로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3세 남자가 왼쪽 다리의 위약과 양 발끝의 감각이상으로 신경과에 의뢰하었다. 환자는 10여 년 전 양측 엉덩관절의 무혈관골두 괴사로 세라믹-세라믹형 엉덩관절성형술(ceramic-on-ceramic total hip arthroplasty)을 받았고, 18개월 전에는 왼쪽 세라믹골두골절(ceramic head fracture)로 코발트-크롬합금으로 이루어진 금속-금속관절면 엉덩관절성형술을 다시 받았다. 환자는 수술력과 고혈압 이외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상용하던 약도 없었다. 말초신경병과 관련된 가족력은 없었다. 다만, 환자는 소주를 매주 한 병 정도 마신다고 하였다. 환자는 6개월 전부터 서서히 진행하는 운동성호흡곤란, 양 발끝의 감각이상, 난청, 시력저하로 다른 병원을 방문하였다. 다른 병원기록을 참고하였을 때, 환자는 상하지 위약 없이 주관적인 양측 발끝의 감각이상을 호소하였고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 검사에서 경한 하지 감각 다발신경병(sensory polyneuropathy)과 만성 왼쪽 L5뿌리병소견이 관찰된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Table 1). 심초음파검사에서 좌심실박출률(ejection fraction)이 40%로 감소되었고, 왼쪽 심실벽의 전반적인 운동감소를 보이는 확장심근병이 관찰되었다. 한 달 후 추적한 검사에서 좌심실박출률이 31%로 더 감소하여 환자는 심장내과로 전원되었다. 혈액검사에서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ANA)는 양성(1:40, 핵소체모양[nucleolar pattern])이었고, 핵주위항중성구세포질항체(perinuclear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p-ANCA)는 면역형광법(immunofluorescence, IF)에서는 양성이었으나 효소면역분석법(enzyme immunoassay, EIA)에서는 음성이었다. 그 밖에, C3 87.0 mg/dL (정상: 90-180 mg/dL), C4 19.3 mg/dL (정상: 10-40 mg/dL), CH50 58.1 U/mL (정상 46.7-63.3 U/mL)이었고, 항이중가닥DNA항체, 항2Ro항체, 항La항체, 항Sm항체, 혈청과 소변 각각에서 시행한 단백질전기영동(protein electrophoresis)과 면역전기영동(immunoelectrophoresis)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보름 간격으로 추적한 심초음파 검사에서 좌심실박출률은 11%로 더욱 감소하였고 환자는 심장이식 대기명단에 올라갔다. 이식 대기 중에 환자는 왼쪽 엉덩관절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이와 함께 왼쪽 무릎 신전의 위약 및 내측 종아리의 이상감각을 호소하였다. 엉덩관절에 컴퓨터단층촬영검사를 하였고 왼쪽 인공엉덩관절 관절면의 마모, 엉덩관절주변 결합 조직의 금속입자, 이물육아종(foreign-body granuloma)으로 추정되는 종괴를 발견할 수 있었다(
Fig. A,
B). 관절면의 마모로 인한 금속이온의 유리가 전신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여 혈청 코발트와 크롬 농도를 검사하였고, 혈청 코발트와 크롬 농도(코발트: 397,800 ug/L, 크롬: 236,000 ug/L)는 정상치(코발트: 3.9 ug/L, 크롬: 3 ug/L)의 수만 배에 달하였다. 확장심근병의 원인을 코발트 중독으로 생각하여 킬레이트치료(chelating therapy)를 시작하였고 세라믹-세라믹형 엉덩관절성형술을 왼쪽에 다시 하였다(
Fig. C,
D). 3개월 후 혈청 코발트와 크롬 농도(코발트: 111.9 ug/L, 크롬: 34.5 ug/L)는 참고치의 삼십 배 수준까지 하락하였고 추적한 심초음파 검사에서 좌심실박출률은 57%까지 증가하였다. 이러한 경과 후, 환자는 왼쪽 무릎 신전위약과 내측 종아리의 감각이상 및 그 이전부터 호소하던 양 발끝의 감각이상에 대해 신경과에 의뢰되었다. 당시 신경학적진찰에서 왼쪽 무릎 신전위약은 Medical Research Council (MRC)등급 2, 허벅지 굴곡위약은 MRC등급 4+ 였고 3왼쪽 복재신경(saphenous nerve) 영역의 통증감각은 오른쪽에 비해 10%만 느껴진다고 하였다. 양측 엄지발가락에서 위치 및 진동 감각은 정상이었고 Romberg검사 및 일자보행(tandem gait)는 무릎 신전의 위약으로 인해 할 수 없었다. 환자는 양 발의 감각이상은 킬레이트치료 후에 다소 호전되었으나 무릎 신전위약은 큰 차이가 없다고 표현하였다. 다른 병원 검사로부터 6개월, 킬레이트치료 시작일로부터 3개월 후에 시행한 근전도검사와 신경전도검사에서 육아종으로 인한 물리적 압박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왼쪽 대퇴신경병이 관찰되었고, 양측 비복신경(sural nerve)의 감각신경활동전위가 이전 검사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보였으며, 활동전위가 측정되지 않았던 양측 표재비골신경(superficial peroneal nerve)의 감각신경활동전위도 관찰되었다(
Table 2). 검사로부터 6개월 후에 추적한 신경학적진찰에서 양 발의 이상감각은 더 호전되었고 왼쪽 무릎 신전의 위약도 MRC등급 3 정도로 호전되었으나 신경전도검사에서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심초음파검사에서는 좌심실박출률이 63%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고 찰
본 저자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금속-금속관절면 엉덩관절성형술 이후 금속증으로 인한 코발트중독과 말초신경병, 그리고 이물육아종에 의한 대퇴신경병을 보고하였다. 이는 환자의 임상경과와 전기생리학적검사로 확인이 되었다.
해외의 증례보고들을 살펴보면, 코발트-크롬합금으로 이루어진 인공엉덩관절의 금속증과 연관된 말초신경병을 보고한 것은 총 일곱 건뿐이다[
3-
8]. 비교적 잘 알려진 코발트중독의 증상임에도 이토록 보고 횟수가 적은 이유는 확장심근병 같은 코발트중독에 의한 다른 임상증상에 비해 가벼운 것으로 인식되어 간과되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인공엉덩관절의 금속증에 동반된 이물육아종에 의한 대퇴신경병의 보고는 찾을 수 없었다.
관절면마모의 발병기전은 기계적마모(mechanical wear)와 부식(corrosion)으로 설명한다. 다만, 전신코발트증상과 관련된 증례 보고들은 대부분 이전 세라믹인공관절의 실패 후 재수술한 병력이 있고 재수술 당시 관절강 내에 미세한 세라믹입자가 발견되었는데, 이 세라믹입자가 기계적마모를 더 촉진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발트중독이 어떻게 말초신경병을 일으키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동물실험에서는 코발트가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그리고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에 장애를 일으키고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의 형성을 유도한다고 밝혀진 바 있어 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9]. 유일하게 한 증례에서 비복신경생검까지 시행하였었는데, 이 증례에서는 축삭소실이 주된 병리소견이었으며 축삭 주위로 염증세포의 침윤은 관찰되지 않았다[
3].
코발트농도뿐만 아니라 크롬의 혈중 농도도 본 증례를 포함한 대부분의 증례에서 높게 나타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초신경 병증이 크롬중독에 의한 증상으로 평가되지 않은 이유는, 만성크롬중독 환자의 증상으로 접촉피부염, 피부 및 점막의 궤양, 폐종양, 만성폐쇄폐질환 등에 대한 보고는 있으나, 말초신경병에 대한 보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10]. 또한, 증례들에서 나타난 심부전, 양측 감각신경난청, 및 양측 시각장애와 같은 증상들은 모두 과거 크롬 중독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던 증상들이다.
엄중한 내과와 신경과 문제를 동반할 수 있고 조기진단과 치료가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하기 때문에, 원인미상의 감각다발신경병 환자가 엉덩관절수술병력이 있다면 코발트중독과 연관된 말초신경병을 감별진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