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열공경색 환자에서 동반된 고혈압뇌간뇌병증
Hypertensive Brainstem Encephalopathy in a Patient with Acute Lacunar Infar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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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뇌병증은 가역적후뇌병증(posterior reversible encephalopathy syndrome, PRES)의 한 종류이다.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과 함께 두통, 시력 장애, 오심, 구토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호소하며, 영상검사에서 심한 뇌부종을 동반한다. 주로 두정엽과 후두엽을 침범하나, 드물게 뇌간과 소뇌를 침범하는 경우가 보고된다[1]. 그러나, 뇌간과 소뇌의 뇌부종이 심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증상은 그리 흔하지 않다. 국내에서 뇌간병증과 열공경색이 동반된 증례가 보고된 바 있으나[2], 이들은 같은 소혈관질환이더라도, 각각 병태생리가 달라 흔히 동반되지 않는다. 뇌병증은 극심한 고혈압으로 인해 뇌혈관자동조절(cerebrovascular autoregulation)이 손상되거나, 뇌경색의 경우 만성적인 고혈압으로 뇌혈관에 작은 동맥류(microaneurysm), 지방유리질증(lipohyalinosis), 그리고 작은 죽종(microatheroma)이 생기면서 유발될 수 있다[3]. 우리는 열공경색이 발병하면서 무증상(subclinical) 고혈압뇌간뇌병증이 동반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2세 여자 환자가 내원일 아침 갑자기 생긴 구음장애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과거력상 고혈압, 당뇨, 임신중독증, 골수이식 등의 병력은 없었다. 신체검사에서 혈압 250/130 mmHg, 맥박 분당 107회, 체온 36.5도로 심한 고혈압을 보였다. 신경학적진찰상 오른쪽 코입술주름(nasolabial fold)이 편평하였고, 우측 상하지 근력은 모두 MRC 등급 4+로 감소되어 있었다. 그 외에 감각 및 소뇌 기능 장애는 보이지 않았다. 안저검사는 시행하지 않았지만, 두통, 시력 장애 및 복시 등도 없었다. 전해질 및 신장기능검사(혈액요소질소, 크레아티닌)를 포함한 일반혈액검사상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단순흉부방사선 촬영에서 심장비대가 관찰되었다. 뇌CT에서 뇌실주변백질 및 소뇌, 뇌간의 저음영 병변이 보였다(Fig. A). 확산강조영상에서 왼쪽 기저핵에 급성뇌경색이 관찰되었으며(Fig. B), 자화율강조영상(susceptibility weighted imaging, SWI)에서 광범위한 미세출혈이 있었고(Fig. C), CT에서 보였던 저음영 병변은 액체감쇠역전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 imaging, FLAIR)에서 고신호강도로 관찰되었다(Fig. D). 환자는 입원 후 항고혈압제(labetalol)를 정맥주사로 사용하면서 급성기에 고혈압을 조절하였고, 추후 amlodipine (Hyundai Pharm Co., Ltd., Seoul, Korea), telmisartan (Boehringer Ingelheim GmbH, Ingelhium, Rheinland-Pfalz, Germany), 푸로세미드(furosemide; Ilyang Pharmaceutical Co., Ltd., Youngin, Korea)를 경구 투약하여 조절하였다. 이차고혈압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레닌/알도스테론(renin/aldosterone) 및 복부CT에서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 혈관의 협착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하였고, 1달 후에 재촬영한 FLAIR MRI에서 왼쪽 기저핵 경색의 흔적은 보였으나, 시상, 소뇌, 뇌간의 고신호강도 병변은 호전되었다(Fig. E).
고 찰
고혈압뇌병증은 만성콩팥병, 크롬친화세포종, 임신중독증 등으로 인해 극심한 고혈압이 생기면서 유발되기도 하나, 급격히 악화되는 본태고혈압에서 가장 흔히 보인다. 질병의 기본 병태생리는 혈압 상승으로 인한 작은 뇌혈관들의 과관류(hyperperfusion),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저하 및 자동조절이 손상되면서 세포외공간으로 체액 누출로 생긴 혈관성부종이다[4].
후순환계는 뇌혈관자동조절이 뇌의 다른 부위에 비해 저하되어있다[4]. 뇌의 과혈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이 내경동맥 및 앞순환 영역에 주로 분포하는데, 이러한 분포가 적은 두정엽 및 후두엽이 고혈압뇌병증이 가장 호발하는 부위이다. 소뇌 및 뇌간만을 침범하는 경우는 드물며, 광범위한 천막상부(supratentorial)병변으로 두정엽 및 후두엽, 뇌실주위백질도 같이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혈관성부종은 세포독성(cytotoxic)부종과는 달리, 확산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지 않는다[4]. 또한 뇌영상검사에서 보이는 혈관성부종이 아무리 심하다 하더라도 외상, 뇌종양, 뇌경색 등으로 인한 부종과는 달리, 환자의 증상이나 신경학적진찰에서 뇌간 침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별할 수 있다[5].
이 증례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혈압이다. 환자는 과거력상 특이 병력이 없으나, 내원 초기에 혈압이 매우 높았던 점과 단순흉부촬영상의 심장비대, 뇌영상에서 광범위한 미세출혈과 뇌실주변백질변성이 심하게 있는 것을 고려해 볼 때, 기존에 있던 고혈압을 진단받지 않은 채로 지냈을 수 있다. 만성고혈압이 있어 급성열공경색이 발병하였고, 그로 인해 급격히 혈압이 상승하면서, 뇌혈관 자동조절이 손상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뇌간 부위까지 고혈압뇌병증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소뇌와 뇌간에 뇌부종이 동반되었으나, 실제 환자가 호소한 증상은 왼쪽 기저핵의 열공경색에 의한 것이 었으며, 소뇌 및 뇌간 침범 시의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고혈압을 조절한 후 1달 후 찍은 뇌MRI에서 뇌간, 소뇌 및 시상의 병변이 사라지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되었다. PRES에서 확산제한(restricted diffusion)은 15-30%까지도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중 많은 경우가 비가역적인 손상이나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나, 이 환자의 기저핵의 병변은 위치와 형태로 볼 때 급성열공경색으로 생각한다[6].
고혈압뇌병증의 경우 두통 및 경련을 포함한 비특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증례의 경우, 이러한 고혈압뇌병증의 비특이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 따라서, 무증상(subclinical) 고혈압성뇌간뇌병증에 해당하며, 그 원인이 급성뇌경색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