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경화증과 비슷한 MRI 소견을 보이는 신경매독
Neurosyphilis Exhibiting Similar MRI Findings of Multiple Scler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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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매독은 매독균(Treponema pallidum)의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발생하며, 모든 시기의 매독에서 신경매독으로의 진행이 가능하다. 초기의 가장 흔한 형태의 신경매독은 뇌수막염이고, 후기에서는 뇌, 척수의 실질을 침범하는 진행마비(general paresis)이다. 수막혈관신경매독은 뇌매독의 모든 시기에 발현이 가능하고 두통, 혼동, 구역 및 구토 등 단순한 증상에서부터, 시력저하, 안면마비, 청력저하, 편마비, 언어장애, 감각이상, 보행장애 등의 다양한 임상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1-3]. 저자들은 아급성경과의 발음장애와 언어장애가 발생하여 검사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다발성경화증과 비슷한 소견을 보인 신경매독 환자 1예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3세 남자가 3개월 전부터 발생한 발음장애와 언어장애로 입원하였다. 입원 시 활력징후는 혈압 110/80 mmHg, 맥박수 60회/분, 체온 36.4℃였고, 신체검사에서 특이한 소견은 없었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병은 없었고 술, 담배는 하지 않았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발음장애와 운동실어증이 보였고 그 밖의 고위피질 기능 및 뇌신경기능, 운동, 감각기능 등은 모두 정상이었다.
뇌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의 T2강조영상과 액체감쇠회복역전영상(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 FLAIR)에서 고음영 병변이 좌측 두정엽의 피질주변(juxtacortical) 지역에서 보였고 양측 전두엽의 피질하백질(subcortical white matter)에서도 다수의 작은 고음영 병변들이 보였으며 T1강조영상에서는 같은 부위에 저음영병변이 보였고 가돌리늄-조영증강 T1 강조영상에서 조영은 보이지 않았다(Fig. A-C). 척수MRI는 정상이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색깔은 깨끗했고, 개방 뇌척수액 압력은 10 cmH2O였으며, 백혈구는 70/mm3(림프구 95%), 단백질 106.0 mg/dL, 포도당은 61 mg/dL(혈청 포도당 124 mg/dL)였다. 뇌척수액에서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s, OCBs)는 보이지 않았고 IgG지표는 0.51이었다. 뇌척수액의 항산균염색은 정상이었고, 체액배양검사 및 진균배양검사에서 균은 배양되지 않았으며, 엔테로바이러스,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및 결핵균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도 역시 음성으로 나타났다. 혈청검사에서 HIV항체는 음성이었고 항핵항체, 류마티스인자, 항SS-A항체, 항SS-B항체, 항호중구세포질항체는 모두 음성이었다. 신속혈장리아진(rapid plasma reagin, RPR) 검사가 양성이어서 시행한 혈청 VDRL의 역가는 1:64이었고 뇌척수액 VDRL의 역가는 1:16이었다. 혈청 FTA- ABS IgM 검사도 양성이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매독 관련 과거력을 질문하였지만, 알고있는 것이 없다고 하였고 여자 동거인의 혈청 RPR, FTA-ABS IgM, IgG는 모두 음성이었다. 신경매독으로 진단하여 penicillin G potassium (2,400만 U/day) 정맥주사를 14일간 투여하였다. 입원 60일째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병변의 크기는 감소되었고(Fig. D-F), 뇌척수액 검사에서 백혈구는 8/mm3, 단백질 61.8 mg/dL, 포도당은 61 mg/dL이었고(혈청 포도당 126 mg/dL), 뇌척수액 매독혈청검사의 역가는 1:8로 호전을 보였다. 이후 구음장애 및 운동실어증도 호전되는 추세로 퇴원하였고, 현재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사람 몸 속에 매독균이 감염된 후 보통 수일 내에 중추신경계침범이 나타나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에서 자연 관해를 거치게 되나, 대략 20% 정도에서 초기감염 후 12개월 내에 신경매독으로 발현을 한다[1-3]. 신경매독은 ‘the great imitator’라고 하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두통, 구역, 구토, 뇌신경마비 및 경련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초기부터 의심하지 않으면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4].
신경매독에서 보이는 MRI 소견은 신경매독의 다양한 임상양상만큼이나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페니실린의 출현으로 신경매독의 발병률이 현저하게 줄었고 과거 임상 연구들이 많아 신경매독에서의 MRI 연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35 증례의 신경매독환자의 MRI 분석 연구에서 신경정신과적 증상을 주로 보였던 진행마비신경매독군에서는 전반적인 뇌위축, 내측 측두엽과 기저전두엽의 T2/FLAIR 고음영변화, 뇌경색, 비특이적인 백질음영변화 등이 있었고 수막혈관신경매독군에서는 뇌경색 이외에 전반적인 뇌위축, 내측 측두엽의 음영변화, 국소고랑조영증가(focal sulcal enhancement) 등이 보였다. 본 증례는 신경정신과적 증상없이[5] 발음장애와 운동실어증과 같은 국소징후가 아급성의 경과로 발생한 수막혈관신경매독으로 뇌MRI에서는 좌측 두정엽의 피질주변지역과 양측 전두엽의 피질하백질에 가돌리늄조영증강이 없는 다발성 병변이 보였다. 본 증례의 감별질환으로 다발성경화증을 포함한 염증탈수초질환이나 중추신경계 혈관염, 색전뇌경색 등이 있다. 환자는 의식저하나 두통을 호소하지 않았고 전신질환의 과거병력이 없었으며 혈청면역검사에서 자가면역질환 항체가 모두 음성이어서 중추신경계 혈관염은 가능성이 떨어져 보였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당뇨병, 심장질환같은 위험인자도 없어 뇌경색의 가능성도 떨어져 보였다. MRI에서 피질주변 지역에 U모양 병변이 보였고 FLAIR/T2강조영상에서 고음영변화, T1강조영상에서 저음영변화를 보여(Fig. A) 다발성경화증의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었으나 본 증례의 진단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검사는 뇌척수액검사와 RPR검사다. 최근 다발성경화증이나 시신경척수염 같은 중추신경계 탈수초질환의 진단에 있어서 MRI의 유용성이 증가되면서 뇌척수액 검사는 진단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그 중요성이 감소되는 추세이다[6]. 하지만 뇌척수액 검사는 일차점진적다발성경화증(primary progressive multiple sclerosis)의 진단에 있어서 다발성경화증의 임상증거가 불분명한 경우 염증탈수초성 질환의 증거로 이용될 수 있고 다발성경화증을 다른 질환과 감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6,7]. 다발성경화증의 일반적인 뇌척수액 검사소견으로 OCBs와 IgG지표 증가가 보이고 세포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2/3에서 정상이고 5% 미만에서 15 cells/mL를 보이며 50 cells/mL를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되어있다. 본 증례의 뇌척수액검사에서 OCBs는 보이지 않았고 IgG지표는 정상이었으며 세포가 50 cells/mL 이상 증가된 소견은 중추신경계의 염증자가면역탈수초질환 보다는 감염성질환을 시사하는 소견이다. 다행히 본 증례에서는 PRP가 양성이 나와 신경매독이 쉽게 진단되었다.
최근 다발성경화증 진단기준에 뇌척수액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검사로 되어있지 않아 임상증상과 MRI 소견으로만 다발성경화증을 진단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다발성경화증은 항상 다른 질환들을 감별하고 난 후 진단되어야 하는 질환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중 뇌척수액 검사소견은 다발성경화증의 감별진단 중 하나로 되어 있는 신경매독의 진단에 있어서 중요한 검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