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소뇌위축 없이 실조증을 보이는 제8형 척수소뇌실조증 환자
Spinocerebellar Ataxia Type 8 Presenting as Ataxia without Definite Cerebellar A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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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형 척수소뇌실조증(SCA8)은 유전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염색체 13q21에서 CTG 삼핵산 반복서열의 비정상적인 확장으로 발병한다[1]. 보행실조, 사지실조와 구음장애를 주된 임상양상으로 하며 소뇌성 안진, 심부건반사의 항진, 바빈스키징후 등이 동반될 수 있다[2,3]. 뇌영상에서는 비교적 소뇌에 국한된 위축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2-4]. 저자들은 유전자 검사에서 제8형 척수소뇌실조증으로 확인된 환자에서 뚜렷한 소뇌위축을 보이지 않는 증례를 관찰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86세 남자가 5일 전부터 발생한 보행장애로 내원하였다. 고혈압으로 약물 복용 중이었으며 약 10일 전부터 배뇨장애 발생하여 타병원 입원하여 약물 치료 후 호전되어 퇴원하였으나 입원 후 부축해야 걸을 수 있는 정도의 보행장애가 악화되어 본원에 입원하였다. 50대 중반부터 손떨림이 있었으나 평소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병력 상 두부 외상이나 뇌졸중은 없었고, 가족력상에서 환자의 6명의 자녀 중 3명은 평소에 상지의 떨림이 심하다고 하였으며 20대 이후부터 서서히 증상이 발생한 것 같다고 하였다. 그중 54세 여자인 자녀에 대해 신경학적진찰을 시행하였고 양측 상지의 손가락-코검사에서 저명한 의도떨림과 측정이상을 확인하였다.
신경학적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인지기능은 정상이었다. 동공의 크기 및 대광반사도 정상이었고 눈의 운동 범위와 매끈따라보기(smooth pursuit), 수평방향으로 홱보기(saccade)도 정상이었다. 안진은 관찰되지 않았고 비디오안진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은 없었다. 구음장애나 삼킴장애도 관찰되지 않았다. 근력 및 감각기능은 정상이었다. 소뇌기능검사에서 급속길항운동은 양손에서 아둔하였으며 손가락-코 검사에서 뚜렷한 의도떨림 및 발꿈치-정강이 검사에서 측정이상(dysmetria)을 보였다. 롬버그검사에서 눈을 뜬 상태에서도 몸통 흔들림이 심하여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고 보행은 전혀 수행할 수 없었다.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고 바빈스키징후는 음성이었다. 갑상선기능 및 항체, 비타민 B12, E, 엽산, 지질단백질, 자가면역질환, 신생물딸림증후군 항체를 포함한 실험실 검사에서 정상소견을 보였고 심전도 및 단순흉부방사선사진에서도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 체성유발전위검사, 척추자기공명영상 및 뇌척수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교뇌의 직경 감소와 경미한 소뇌 후엽의 위축이 의심되었으나 뚜렷한 소뇌 위축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자율신경계이상검사에서도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력상 특이 소견이 있고 환자에게서 소뇌기능장애가 매우 뚜렷한 점을 고려하여 척수소뇌실조증을 감별하기 위해 SCA (spinocerebellar ataxia) 1, 2, 3, 6, 7, 8, 17형에 대한 유전학적 검사를 시행하였고 SCA 8형 유전자 검사에서 26회의 정상적인 CTA/CTG 반복 횟수를 보이는 대립유전자와 함께 86회로 증가된 반복 횟수를 보이는 대립유전자가 확인되어 제8형 척수소뇌실조증으로 진단하였다.
고 찰
제8형 척수소뇌실조증은 우성유전 소뇌실조증 유형의 하나로 염색체 13q21 영역에 위치하는 CTA/CTG 반복서열의 확장 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에서는 반대측 가닥의 CUG 반복이 RNA (ribonucleic acid) 수준에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5]. 진단은 이전에는 SCA8 유전자로 불렸던 ATXN8OS 유전자의 CTG 삼핵산의 비정상적인 반복을 확인하여 이루어지는데, 이 위치에 인접하여 존재는 CTA 삼핵산의 반복을 포함하여 평가한다. 흔한 초기 증상은 발화가 느려지는 특징적인 구음장애와 서서히 진행하는 보행실조로 나타나는데[2,3], 본 환자에서는 상하지의 저명한 의도떨림과 체위불안정에 의한 실조성 보행장애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의 경우 배뇨장애와 보행장애로 내원하여 척추질환이나 말초신경병증 감별 위해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 척추자기공명영상 및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했으나 특이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배뇨장애는 약물치료 후 호전되었으며 비뇨기과에서 시행한 경직장전립성 초음파 검사상 전립성 비대증이 확인되어 고령 환자의 기저 방광기능저하나 요로감염에 동반한 급성요저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환자의 보행실조증이 비교적 갑자기 생긴 점에서 뇌졸중과 최근 복용한 약물 부작용 및 감염증, 신생물딸림증후군도 고려 했으나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뇌졸중을 시사하는 소견은 없었고 보행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약물은 없었으며 실험실 검사상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퇴행성뇌질환인 척수소뇌실조증의 증상이 본 환자에서 비교적 갑자기 생긴 것에 대해서 실험실검사상 아급성의 보행실조를 설명할 소견은 없었으며, 환자를 초진 이후 일년 이상 추적 관찰하면서 보행실조는 서서히 악화되어 부축없이는 설수도 없는 상태로 진행한 점을 고려할 때, 일주일 이상의 요로감염이나 요저류와 같은 요인으로 입원 및 약물 치료를 하면서 발생한 전신 상태의 악화가 기저 퇴행성 질환의 증상의 악화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자녀의 반수에서 젊은 나이부터 상지 떨림증이 있었고 그중 한 명에게서 저명한 상지의 의도떨림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가족들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여 시행하지 못한 점은 본 증례의 한계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립저혈압검사를 포함한 자율신경계이상 검사에서 특이소견 보이지 않았으나 초기 배뇨장애를 동반했으며 제8형 척수소뇌실조증이 무증상이거나 다계통위축에 동반되는 경우도 보고된 바가 있어 추적 관찰을 통한 감별이 필요하다[6].
본 환자에서 저명한 보행실조, 사지실조를 보였고 유전자 검사에서 제8형 척수소뇌실조증으로 진단되었으나 뇌영상검사에서 뚜렷한 소뇌위축이 관찰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였다. 문헌에서도 무증상의 유전자 이상을 가진 노인 환자에서 경미한 소뇌위축을 보인 경우가 보고된 바가 있으나[7] 대부분의 증례보고에서는 일관된 구조적 뇌영상에서의 소뇌의 위축을 보고하고 있고[2-4] 본 증례와는 대조적으로 소뇌위축은 있으나 실조증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다양한 임상 표현형을 가짐을 유추할 수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초기 진단시 뚜렷한 소뇌위축은 보이지 않았으나 교뇌의 직경감소와 소뇌 후엽의 경미한 위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척수소뇌실조증에서는 일반적으로 증상과 연관을 보이는 소뇌위축을 보이는데 환자에서는 증상과 뇌영상사이에 일치되지 않았으며 거기에 더하여 갑자기 발생 혹은 악화된 보행장애에 대하여 가능한 다른 질환들을 먼저 감별해야 할 필요가 있어 진단이 늦어진 부분이 있었다. 따라서 본 증례를 바탕으로 소뇌실조증과 가족력을 보이는 환자에게 있어서 구조적 뇌영상에서 뚜렷한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더라도 척수소뇌실조증에 대한 감별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의 시행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