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뇌종양증후군(pseudotumor cerebri syndrome, PTCS)는 뇌압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증상들을 보이는 증후군으로, 원발 PTCS와 이차 PTCS로 나누게 된다[1]. 흔히 사용되었던 용어인 특발두개내압상승(idiopathic intracranial hypertension)의 경우 원발 PTCS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다른 이차적인 뇌압상승의 원인이 없는 경우이며 특징적으로 비만이나 최근의 체중 증가, 다낭난소증후군, 소아에서는 마른 체형이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1].
가성뇌종양증후군에서 가로정맥굴(transverse sinus)의 협착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2], 뇌압상승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16세 미만의 전형적인 가성뇌종양증후군에 해당하는 소아에서 스텐트 삽입을 통해 증상 호전을 보인 사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14세 여자가 내원 2주 전부터 지속되는 두통 및 급격히 진행하는 양안의 시력저하로 왔다. 구역과 구토를 동반한 전두부의 두통을 호소하였으며, 신경학적 진찰에서 안구운동장애는 없었으나 좌안에서 상대구심동공결손(relative afferent pupillary defect) 소견을 보였다. 안과 진료에서 시력은 우안 0.2, 좌안 0.06으로 근거리에서 손가락세기가 불가능하였다. 환자는 체질량지수 31.2로 중등도의 비만에 해당하였고, 안저검사에서 양안의 유두부종이 확인되었다(Fig. A). 발열 등의 감염징후나 경부강직은 저명하지 않았으며, 종양과 같은 이차적인 두개내압상승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시신경유두의 돌출, 시신경집 뇌척수액공간의 확장과 함께 뒤쪽 공막의 편평화 소견(Fig. C) 외에 수두증이나 종양 등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어 시행한 요추천자에서 개방압력이 40 cmH2O이상으로 상승되어 있었으며, 뇌척수액에서 백혈구와 적혈구는 보이지 않고 단백질 8 mg/dL, 당 50 mg/dL(말초혈액 80 mg/dL)로 정상소견을 보여 가성뇌종양증후군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가성뇌종양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이차적인 인자들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추가로 시행한 산부인과 검진에서 다낭난소증후군이 진단되었다. 환자는 경구 acetazolamide(250 mg 하루 2회)와 경정맥 만니톨 투여(0.5 mg/kg/dose, 8시간 간격)에 반응하였다. 두통과 시력저하가 일시적인 호전을 보여 만니톨 투여 6일 째부터 용량감량을 2-3일에 거쳐 시도하였으나, 2회의 감량 시도마다 반복적인 증상의 악화를 호소하였다. 자기공명정맥조영영상에서 좌측 가로정맥굴과 구불정맥굴의 형성저하증과 우측 가로정맥굴의 국소 협착이 의심되었고(Fig. D), 혈관조영술에서 우측 가로정맥굴과 구불정맥굴 이음부의 중증의 협착 소견과 함께 좌측 가로정맥굴과 구불정맥굴의 형성저하증으로 우측 가로정맥굴이 정맥순환에 있어 우세한 배출로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Fig. E). 우측 가로정맥굴과 구불정맥굴 이음부의 협착 부위에 풍선을 이용한 혈관 성형술과 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하였고(Fig. F), 최종 정맥조영술에서 원활한 조영제 흐름과 함께 기존에 보였던 위시상정맥굴(superior sagittal sinus)과 피질정맥들의 확장소견도 호전 양상을 보였다. 스텐트삽입 후 항혈소판제제(aspirin, clopidogrel)를 유지하였으며, 만니톨 용량 감소에도 환자의 시력 및 두통은 점차 호전 양상을 보였다. 만니톨 투여를 중단한 이후에도 증상의 악화는 보이지 않아 항혈소판제와 acetazolamide 250 mg를 하루 2회 복용하도록 유지하여 퇴원하였다. 1개월 뒤에 시행한 안저검사 및 광간섭성 단층촬영술(optical coherence tomography)에서 시신경유두부종이 호전되었고(Fig. B), 시력은 우안 0.4, 좌안 0.1로 측정되었다. 두통의 재발이나 합병증의 발생은 호소하지 않아 추적 뇌척수액검사를 통한 압력 측정은 시행하지 않았고 acetazolamide는 증량하지 않고 유지하였다.
고 찰
특발두개내압상승의 진단에는 과거 수정된 Dandy criteria가 주로 사용되었으나,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소아에서의 정상뇌압 범위에 대한 보고가 누적됨에 따라 진단기준과 용어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1]. 개정된 기준에서 기존의 특발두개내압상승은 원발가성뇌종양증후군에 포함되며, 다른 이차적인 원인이 없고 비만, 다낭난소증후군이 동반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하게 된다.
시신경유두부종이 동반된 원발가성뇌종양증후군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는 경우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에 치료의 목적은 시력의 보존과 함께 두통, 복시 등의 증상을 교정하는 데에 있다[3]. 일차적으로 acetazolamide가 널리 사용되고, 체중 감량과 이뇨제는 보조적인 치료법으로 이용되며,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수술적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3]. 대표적으로 시신경집창냄술(optic nerve sheath fenestration), 뇌실복강션트(ventriculo-peritoneal shunt), 요추복강션트(lumboperitoneal shunt)를 고려할 수 있으나 시신경집창냄술은 시신경 손상의 위험이 있고 두통에는 효과가 없으며, 션트는 폐색 등으로 인해 2년 재수술률이 75%, 3년에는 80%까지 보고되고 있다[4]. 현재까지 가성뇌종양증후군에서 뇌정맥굴의 협착이 동반된 경우에 스텐트삽입술이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는 보고가 누적되고 있으며[5], 본 증례에서도 시력저하와 심한 두통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혈관조영술상 협착이 확인되어 비교적 초기에 스텐트삽입술을 고려하였다. 성인에서 스텐트를 삽입함으로써 두통의 호전을 보인 사례가 국내에서도 보고된 바 있으나[6] 만성적인 변화로 인해 시력은 회복되지 못하였으며, 16세 미만의 비만과 다낭난소증후군이 동반된 전형적인 가성뇌종양증후군 소아에서 스텐트삽입을 통해 두통과 시력의 호전을 보인 사례는 아직 국내에서 보고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뇌정맥굴의 협착이 뇌압상승의 원인인지 뇌압상승으로 인해서 뇌정맥굴의 협착이 초래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본 증례의 경우 스텐트삽입 시 정맥내압이 측정되지 못하였으나 스텐트시술 전후로 정맥내압을 비교한 기존 연구에서 두개강내 정맥고혈압의 해소가 확인된 바 있으며[7], 본 증례에서는 좌측 가로정맥굴의 형성저하증이 있어 우측 정맥굴협착의 해소가 더욱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조기에 스텐트삽입 등의 수술적인 치료가 바람직해 보이나 적절한 수술치료 시기의 결정에 있어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텐트삽입에 연관된 문제점으로는 시술 후 두통, 스텐트내재협착, 스텐트의 이동, 혈관손상 등이 알려져 있으며, 일차적인 수술적 치료로 권고되지는 않으나 효용성 및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누적되고 있다[5]. 본 증례와 같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 정맥동굴의 협착을 보일 경우 늦지 않은 시기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이 만성적인 손상을 예방하고 환자의 시력 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