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척수병증(surfer`s myelopathy)는 2004년 Thompson 등이 처음 보고하였다[1]. 파도타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에게 잘 발생하며, 허리통증과 함께 운동감각이상과 소변장애가 특징이며, 장시간 반복되는 체간 과신전에 의한 급성척수허혈 때문으로 추정된다[2]. 저자들은 이러한 파도타기척수병증을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파도타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5세 남자가 횟수로 3번 째 파도타기를 하였고, 평소보다 무리하게 4시간 가량 파도타기를 한 직후 허리통증, 발저림과 소변장애가 발생하여 병원에 왔다.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혈압은 112/63 mmHg, 맥박은 분당 65회였으며 정상체온이었다. 환자는 키 181 cm, 체중 75 kg의 마른 체형으로, 동반 질환은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양쪽 바빈스키징후 양성, 하지의 건반사가 상지에 비해 항진되어 있었으며, 소변장애가 있었으나 근위약은 없었다. 양쪽 다리에 저림이 있었고, 통각은 정상이었으나 촉각과 온도감각이 흉수 10번 피부분절 아래로 감소되어 있었다. 배뇨장애로 인해 도뇨관을 삽입하여야 했으며, 미국척수손상협회분류(American spinal injury association class, ASIA) D로 나타났다.
기본 혈액검사는 정상이었고, 류마티스인자, 항핵항체,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ANCA), 루프스항응고인자 (lupus anticoagulant), C/S단백질, 항카디오리핀항체, 혈청 면역글로불린 아형 그리고 아쿠아포린 4항체까지 모두 음성이었다. 병원에 와서 촬영한 척추자기공명영상에 압박척수병증이나 출혈은 보이지 않았으나 T2 영상에서 흉추 9번부터 요추 1번까지 연필모양의 고신호강도가 보였고 부종은 없었다(Fig.). 뇌척수액 검사에서 압력은 정상이었고, 적혈구나 백혈구는 없었으며, 단백질은 42 mg/dL, 포도당은 70 mg/dL이었다. 뇌척수액도말과 배양검사에서 균이 확인되지 않았다. 전산화단층혈관조영술에서 혈관 이상은 보이지 않았으며, 심전도와 심장초음파검사도 정상이었다. 서핑 이후 발생한 척수병증으로 진단하였고, 경구 아스피린 100 mg과 함께 메틸프레드니솔론 1 g을 5일 동안 경정맥 투여하였다. 치료 3일 뒤부터 배뇨장애가 호전되어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있었고 경미한 감각이상만 남은 상태로 퇴원하였다.
고 찰
파도타기는 근력과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으로, 특히 초보 서퍼들은 노젓기와 함께 체간 과신전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하게 된다[1,3,4]. 파도타기척수병증의 국내외 증례를 보면 20대 남성 초보 서퍼가 가장 흔하며, 30분에서 4시간 정도 첫 파도타기를 한 후 발생하였다[4-6]. 운동 시간이 짧았던 증례에서도 예후가 나쁜 경우가 있어, 시간보다는 강도가 더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부분의 증례에서 파도타기를 한 첫 날 심한 허리통증과 함께 수시간에 걸쳐 하지 위약, 흉추 아래부위 감각이상과 소변장애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증상과 일치하는 척수병증이 신경영상에서 흉추와 요추에 걸쳐 척추 3분절 이상 확인되었다. 영상결과는 흉추 하방에 길이 방향으로 연필같은 병변이 특징적이었고, 조영증강도 있을 수는 있으나, 예후는 영상결과보다 처음 병원에 왔을 때의 증상과 연관이 많았다[3].
Chang 등의 보고에서 파도타기척수병증 환자 19명 중 2명만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초보자였으며 나머지는 처음 파도타기 한 날 척수병증이 발생하였다[4]. 한 증례는 수년 전 한 달에 한두 번 파도타기를 하던 환자가 오랜만에 파도타기를 하다가 척수병증이 발생하였다[7]. 대부분의 보고에 의하면 파도타기를 한 첫 날 발생하였지만 처음이 아닌 초보자에게도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증례도 이와 비슷하게 파도타기 초보자가 3번째 파도타기를 한 후 발생하였다.
이러한 환자의 일부에서 척수병변이 확산강조영상에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척수경색을 시사한다[4]. 하지만 파도타기척수병증의 급성허혈기전은 잘 밝혀져 있지 않다. 이 병을 처음 보고한 Thompson은 관통혈관의 손상, Adamkiewicz 동맥의 연축, 또는 과신전으로 척수에 장력이 가해져 경계 관류 영역에 일시적인 허혈이 발생하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1]. 엎드려 누운 자세에서 노젓기 동작 중 복압상승으로 인한 하대정맥 폐색 또는 섬유연골 색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5].
현재까지 파도타기척수병증에 효과가 입증된 치료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척수손상에서 사용되는 NASCIS (National Acute Spinal Cord Injury Randomized Controlled Trial-Nation al Acute spinal Cord Injury Study) 프로토콜에 준하여 메틸프레드니솔론 사용을 권장한다[8]. 하지만 스테로이드 사용이 파도타기척수병증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부분의 파도타기척수병증 증례는 예후가 좋았으며 극히 일부만 근력 호전이 없고 배뇨장애도 지속되었다[3,4].
척수병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이질적인 질환 군으로 혈관기형, 물리적인 협착, 종양, 혈관질환, 면역질환, 대사이상, 감염 또는 퇴행질환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다[4]. 특히 임상적으로는 급성횡단척수염과의 감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면밀한 신경계 진찰과 병력청취가 중요할 것이다. 파도타기를 한 후 발생한 병력이 있고 위의 질환이 배제된다면 파도타기척수병증을 진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첫 파도타기를 한 후 발생한 척수병증인 경우 파도타기척수병증을 강력히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증례와 같이 처음 파도타기를 한 것이 아니어도 초보자라면 한 번 이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임상의사가 파도타기척수병증에 대한 인식을 높여 추가적인 증례가 모아진다면, 이 질환의 병태생리 및 치료와 예후에 대한 연구도 한 단계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