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상행대동맥박리의 복원수술 후 발생한 진행핵상마비 유사증후군
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Like Syndrome after Surgical Repair of Chronic Ascending Aorta Dis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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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A 70-year-old woman underwent cardiopulmonary bypass surgery for aorta dissection. After 10 days she developed a vertical gaze palsy, and 2 months later she presented with dysarthria, bradykinesia, postural instability, blepharospasm, and truncal tilt to the left. Brain imaging indicated old lacunes in the bilateral thalamus. Her symptoms remained unchanged during a 4-year follow-up, which seems to be incompatible with 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 However, the clinical features of this case were suggestive of PSP-like syndrome after cardiopulmonary bypass surgery.
진행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는 비전형적 파킨슨병 중 하나로, 수직주시마비, 거짓연수마비, 축경축, 인지기능 저하 그리고 조기 넘어짐을 특징으로 한다[1]. 진행핵상마비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지나, 대동맥궁 동맥류 또는 박리에 대하여 심폐우회술을 사용한 혈관치환술을 받았던 환자에서 진행핵상마비와 같은 임상증상을 보인 경우가 전세계적으로 드물게 보고되었다[2-4]. 심장수술 후 선택적 신속보기 마비가 발생한 증례는 국내에서 두 건의 보고가 있으나[5,6], 추체외로 증상이 동반된 경우는 국내에서 보고된 바 없다. 이에 저자들은 대동맥궁과 상행대동맥박리 수술 이후 진행핵상마비 유사 증상이 나타난 환자 증례에 대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기술하고자 한다.
증 례
70세 여자가 11년 전 협심증을 진단받고 추적관찰 중이었으며, 10개월 전부터 흉부 불편감의 빈도 증가로 촬영한 흉부컴퓨터단층촬영에서 만성대동맥궁과 상행대동맥박리(type A stanford)가 확인되어 부분적 심폐우회술을 사용한 인공혈관이식수술을 하였다(Fig. 1). 환자는 수술 이후 특별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다가 수술 10일 후부터 수직주시마비를 보여 신경과로 의뢰되었다. 신경학적 진찰은 안구운동검사에서 상방주시의 제한, 상방의 신속보기 제한, 하방으로는 측정과소와 함께 느린 신속보기가 보였고, 전정안구반사는 정상인 핵상수직주시마비를 보였다. 수평방향의 안구운동 및 수평 신속보기는 정상이었으며, 그 외의 신경학적 진찰은 정상이었다. 당시 복장뼈의 와이어로 인해 뇌자기공명영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환자는 이후 핵상수직주시마비만 지속되다가 수술 2개월 후부터 새롭게 발생한 구음장애, 보행장애를 호소하며 신경과 외래로 내원하였다. 가면얼굴, 발성과소, 경미한 구음장애, 눈꺼풀연축이 관찰되었고, 안구운동에서는 이전과 동일한 핵상수직주시마비를 보였다. 목은 경직되어 있었고 사지의 근육 긴장도는 정상이었으나, 양측의 경미한 운동완서, 반복운동시 피로와 경축이 나타났다. 근력과 감각기능, 건반사는 정상이었고, 병적과다반사는 없었다. 팔의 실행증, applause 징후, rocket 징후 등은 보이지 않았다. 보행검사에서는 앞으로 웅크린 자세, 양측의 팔 흔들기 감소, 왼쪽으로 편향된 자세, 불안정한 보행, 확연한 체위불안정 그리고 반복되는 넘어짐을 보였다. 환자의 파킨슨증 단계는 Hoehn and Yahr 3단계, 파킨슨병평가척도(Unified Parkinon’s Disease Rating Scale) 3부 점수는 26점이었다. 인지기능검사에서 전두엽 기능 검사 중 삼각사각반복검사(alternating square and triangle)와 루리아고리(Luria loop)검사는 정상이었으나, go-no-go 검사, 연상단어구술검사(Controlled Oral Word association Test)의 동물이름 대기는 정상보다 감소되어 있었다. 또한 색단어간섭검사(color word stroop test)에서 색읽기 감소와 주위집중력의 감소는 전반적인 전두엽 기능저하를 시사하는 소견이다. 수술 3개월 후에 촬영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시상의 과거 경색 및 작은 허혈 변화, 양측 줄무늬체와 전두엽 백색질의 다발성 작은 허혈 변화가 보였다. 뇌위축은 나이에 비해 심하지 않았다(Fig. 2A). Fluoro-propyl-carbomethoxyiodophenyl-tropane 양전자방출단층촬영(Fig. 2B)과 I-123 metaiodobenzylguanidine 스캔(Fig. 2C)은 정상이었다. 파킨슨증에 대하여 레보도파제재로 치료를 하였으나 약에 대한 반응은 거의 없었다. 환자는 증상 발생 4년 후 진행은 더 이상 없었으며 보행은 주관적으로 다소 호전되었다.
고 찰
현재까지 심폐우회술을 사용한 대동맥궁 및 상행대동맥 수술에서 발생하는 진행핵상마비 유사증후군의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없다. 일반적으로 수술과 관련된 대뇌증후군의 원인으로는 혈전색전증과 광범위한 대뇌 저산소증이 있다. 그러나 기존의 수술 후 발생한 진행핵상마비 유사증후군의 증례들을 보면 이러한 두 가지 요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점이 있다. 먼저 일반적인 허혈 뇌경색과 다르게 잠복기가 있고, 그 후 서서히 진행하는 이상(biphasic) 경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뇌허혈손상 이후 잠복기를 가지며 발생하는 경우로는 복측 옆측 시상의 허혈뇌경색 이후 지연성으로 발생한 떨림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지연 발생의 정확한 기전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신경세포 재조직화(neuronal reorganization)의 개념이 제기되고 있다[3]. 두 번째, 뇌영상검사에서 허혈손상 또는 경색의 증거가 보이지 않는 환자가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는 기존에 내재되어 있던 경미한 그리고 인지되지 못한 진행핵상마비가 수술에 의해 두드러지게 발현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에서 수술 전에 신경학적 징후 및 증상이 전혀 없었고, 질병의 경과가 급성으로 발생하여 잠복기를 가진 후 진행을 멈추는 점은 이러한 가설과는 거리가 있다[3]. 또한, 심폐우회술을 사용한 대동맥 수술은 매우 흔하나, 진행핵상마비 증상의 발생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뇌의 국소적인 취약성과 환자 개인의 감수성에 의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대동맥궁과 대동맥판융기는 신경능선세포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신경능선세포의 손상이 대동맥 구성요소의 이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취약성을 가진 환자에서 수술 중 저산소 부하가 진행핵상마비 유사 증상을 일으켰을 수 있지만, 이러한 가설은 증명되지 않았다[3,4].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에서 신경학적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중에서 흔한 증상은 신속보기마비이다. 국내에서는 본 증례와 같이 추체외로 증상을 보인 환자에 대한 보고는 없었지만 선택적 신속보기마비가 나타난 증례는 두 건이 있었다[5,6]. 발생기전으로는 흥분 및 억제돌발신경세포(excitatory and inhibitory burst neurons)와 범정지신경세포(omnipause neurons)의 손상이 제시되었으나, 뇌영상검사에서 뇌간의 손상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한 증례에서만 부검을 통해서 해당 부위의 손상이 관찰되었다[7]. 이처럼 뇌간 손상이 보이지 않는 의문점에 대하여 최근에는 신경세포주위 망(perineuronal net)의 손상이 제기되고 있다. 신경세포주위 망은 흥분 및 억제돌발신경세포, 범정지신경세포와 같이 고도로 활성화된 신경세포(highly active neuron)를 둘러싸고 있으며 시냅스 연결을 안정화시키고 이온 항상성을 유지시켜 신경세포 간의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세포주위 망은 신경세포에 비해 저산소증에 취약하여 심장수술시 저관류로 인해 손상을 받아 신속보기마비가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7]. 신경세포주위 망은 뇌간의 신속보기 중추뿐 아니라 뇌 전체에 걸쳐 고도로 활성화된 신경세포가 존재하는 곳에 분포되어 있어, 저산소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다른 신경학적 이상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본 증례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수술 후 갑자기 발생하여 이후 진행이 멈춘 점, 자세의 비대칭성, 도파민 운반체 영상의 정상소견이 내재되어 있던 퇴행성 질환의 발현보다는 혈관 문제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기존 보고들에 비해 비교적 고령이고 Pisa 증후군과 비슷한 양상의 자세 치우침, 눈꺼풀연축이 퇴행성 질환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점이다. Pisa 증후군은 근긴장이상의 일종으로 자세가 한 쪽으로 편향된 강직성 굽힘을 보이고, 파킨슨증을 포함한 퇴행성 질환에서 관찰되며, 진행핵상마비에서도 보고된 예가 있다[8]. 그리고 본 증례에서는 지속적으로 눈깜박임이 증가된 눈꺼풀연축을 보였는데, 진행핵상마비 환자에서 눈꺼풀연축 및 눈뜨기 실행증을 보이는 경우가 알려져 있으므로 눈꺼풀연축 역시 진행핵상마비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9].
본 증례는 증상 발생 시점에서 뇌영상검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3개월 후 촬영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보이는 허혈손상과 증상의 연관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 그리고 퇴행성 질환과 다르게 급성 발병, 자세의 비대칭성 그리고 지연 발병, 이상 경과, 추후 진행이 멈추는 경과를 보였고, 도파민운반체영상에서 정상소견이었다. 따라서 단순히 진행핵상마비나 혈관진행핵상마비로 생각하기 보다는 대동맥궁 및 상행대동맥 수술 후 발생한 진행핵상마비 유사증후군으로 진단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재되어 있던 진행핵상 마비의 발현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임상양상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병리학적 확정 진단 등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