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뇌를 주로 침범한 베르니케뇌병증
Wernicke’s Encephalopathy Mainly Involving the Cerebellum
Article information
베르니케뇌병증(Wernicke’s encephalopathy)은 티아민(thiamine, vitamin B1) 결핍으로 인한 뇌병증으로, 안구운동장애, 운동실조, 뇌병증 같은 임상양상과 함께 알코올중독자 또는 비타민 섭취 부족을 시사하는 병력을 통해서 의심할 수 있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소뇌 침범은 드물며 침범하는 경우에도 병변의 크기가 작다고 알려져 있다[1]. 저자들은 양측 소뇌의 위소뇌동맥(superior cerebellar artery) 영역 전체가 손상된 베르니케뇌병증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특별한 내과질환이 없는 55세 남자가 수평방향 안구운동장애와 사지의 실조, 혼돈이 발생하여 응급실에 왔다. 2년 전부터 매일 막걸리 2병씩 마셨다고 하며, 3주 전부터는 집에서 하루 한 끼 정도의 식사만 하면서 혼자 지내왔다고 하였다. 가족들에 따르면 환자는 일주일 전부터 몸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였으며 3일 전 마지막 전화 통화를 하였을 때는 발음이 어눌하였다고 하였다.
병원에 왔을 때 혈압은 147/78 mmHg, 맥박 105회/분, 체온 36.3°C, 호흡수 20회/분이었다. 신경계 진찰에서 의식은 각성상태였으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질문에 부적절한 대답을 하며 지남력이 손상되고 혼돈상태가 나타났다. 사지실조가 있었으며, 소뇌성 구음장애가 심하였으나 근력저하나 감각이상은 없었다. 시고정을 억제한 상태에서의 검사는 하지 못하였으나 제일안위(primary position)에서 뚜렷한 자발안진은 없었다. 수평안구운동이 제한되었고, 수직 주시 시에 주시유발안진이 나타났는데 상방 주시에서 더 심하였고 하방주시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입원한 날 평가한 한국판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Mini Mental Status Examination, K-MMSE)는 21점으로 주의집중, 계산, 기억회상, 시공간구성에서 장애를 보였다.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양측 소뇌 위소뇌동맥 영역 전체에 저음영이 보였으며 뇌동맥의 협착이나 폐색은 없었다(Fig. A). 액체감쇠 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 영상에서 위소뇌동맥 영역, 수도관주위회색질, 양측 내쪽 시상에서 고신호강도가 보였다(Fig. B).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ing, DWI)에서, 양측 위소뇌동맥 영역 전체에 고신호강도가 보였으며(Fig. C), 이 병변은 겉보기확산계수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 ADC map)에서는 저신호강도로 나타났다.
임상양상과 영상검사 결과로 알코올성 베르니케뇌병증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해 티아민 500 mg을 하루 세 번씩 정주하였다. 약물 투여 다음 날부터 안구운동이 급속히 호전되어 입원 2일째에는 완전히 회복되었으며 점차 실조와 구음장애도 호전 되어 입원 7일 째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입원 13일째 추적 촬영한 뇌자기공명영상의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는 병변이 호전되었고(Fig. D), 뇌확산강조영상에서 소뇌의 고신호강도 병변도 호전되었다(Fig. E). 인지기능저하는 회복이 상대적으로 느려서 입원 10일째 평가한 서울신경심리선별종합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에서 주의집중력과 시공간 지각, 구성 능력은 정상이었지만 언어능력, 기억력, 전두엽기능은 모두 15 percentile 미만으로 기능 저하가 있었다. 입원 15일 후 혼자 일상생활 가능한 정도로 회복되어 집으로 퇴원하였으며, 복시와 실조가 모두 호전되었다.
고 찰
티아민이 부족한 세포막은 삼투압차이를 유지하는데 장애가 생기고 이 때문에 세포독성이 나타난다[2]. 베르니케뇌병증에서는 뇌자기공명영상에서 가역적 세포독성 부종이 특징적이다. 이는 주로 뇌실주위 영역인 수도관주위회색질, 제삼뇌실주변, 내쪽 시상, 유두체에서 이상으로 나타나며[1], 드물게 치아핵, 꼬리핵, 뇌량팽대, 소뇌 피질이나 벌레부에도 병변이 생길 수 있다[2].
본 증례는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보고된 베르니케뇌병증의 소뇌 손상 영상[3-6]에 비해 그 범위가 넓은 반면 전형적으로 침범하는 부위의 신호 변화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베르니케뇌병증의 뇌병변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증례라고 할 수 있겠다.
본 증례 영상에서 병변이 소뇌에 집중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베르니케뇌병증에서 소뇌 침범은 병리학적으로 확인되었다. Baker 등[7]은 티아민 부족 알코올중독 환자의 소뇌를 부검한 결과 푸르킨예세포의 밀도가 현저하게 저하되어, 소뇌 푸르킨예세포가 티아민 부족에 특별히 민감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베르니케뇌병증의 임상양상이 나타나는 경우 뇌영상이 전형적이지 않아도 베르니케뇌병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안구운동 진찰에서 상방 주시할 때 심해지는 상방주시유발안진이 나타난 것도 전형적인 증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시고정 억제 상태에서 자발안진을 확인하지 못하여 안진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분석이 어려웠다.
베르니케뇌병증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바로 티아민 투여를 권장한다. 본 증례의 경우 환자가 혼돈이 있어 병력 청취에서는 증상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였고 음주력이 없다고 하였다. 이와 함께 전산화단층촬영상에서 양쪽 소뇌에 뚜렷한 저음영이 나타나 급성 뇌졸중과 감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베르니케뇌병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병원 도착 12시간 이내에 티아민을 투여하였다. 베르니케뇌병증 초기에 증상의 가역적인 특징과 티아민 투여의 안정성과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임상양상이나 영상결과가 전형적이지 않아도 티아민 조기 투여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