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하신경마비(hypoglossal nerve palsy)는 혀와 설골하근(infrahyoid muscle)에 분포하는 뇌신경인 설하신경(hypoglossal nerve)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발생 원인으로는 두경부종양, 연수경색, 감염, 염증질환, 경동맥박리(carotid dissection), 경막동정맥루(dural arteriovenous fistula)와 같은 혈관이상(vascular anomaly), 수술 또는 시술에 연관된 증례 등에서 보고되었다[1-4]. 수술 후 발생하는 설하신경마비는 두경부 수술 또는 기관내삽관, 기관지경 등의 시술 후에 나타나지만, 설하신경의 복잡한 해부학적 경로와 근접한 뇌신경과 관계로 인해 단독설하신경마비(isolated hypoglossal nerve palsy)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4,5]. 저자들은 악하선수술 수년 후 발생한 단독설하신경마비의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27세 여자가 2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하는 혀가 말리는 느낌과 구음장애를 증상으로 신경과 외래를 방문하였다. 과거력에서 외상, 감염, 뇌혈관질환 등의 병력은 없었지만, 10년 전 타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악하선타석증(sialolithiasis)으로 진단받아 오른쪽 경부경유악하선적출술(transcervical submandibular sialoadenectomy)을 받은 병력이 있었다. 수술 당시에는 신경손상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방문 2년 전부터 구음장애가 발생하였고 혀의 위축도 서서히 심해져 신경과 외래에 방문하였다. 신체검사에서 오른쪽 혀가 위축되어 있었고(Fig. A), 혀를 정면으로 내밀 때 오른쪽으로 편위되어 있어서 오른쪽 설하신경마비로 진단하였다. 다른 뇌신경손상을 확인하기 위한 진찰에서는 양측의 얼굴근육의 비대칭이나 얼굴근육의 마비, 얼굴의 감각이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구역반사, 삼키기장애, 혀와 입인두의 미각을 포함한 감각이상은 없었다. 얼굴신경신경전도검사와 눈깜빡반사(blink reflex)검사도 정상이었다. 오른쪽 턱끝혀근(genioglossus muscle), 깨물근(masseter muscle), 혀의 내재 근육(intrinsic muscle of tongue)에서 실시한 근전도검사 결과, 급성 탈신경전위와 만성 탈신경전위 및 신경재분포전위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부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내 설하신경 주행경로에서 뇌와 주변 구조물에 이상 소견은 없지만 오른쪽 혀의 근육 위축을 보였다(Fig. B). 뇌혈관영상에서도 내경동맥의 박리를 포함한 뇌혈관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별한 치료는 하지 않고 관찰하였으며 6개월 후 외래 방문에서도 신경계증상과 징후는 변하지 않고 혀의 마비와 위축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고 찰
본 증례는 설하신경마비를 제외한 다른 뇌신경침범 증상이 없었고, 해당 부위의 과거 수술력을 제외한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아 악하선수술 후 발생한 지연단독설하신경마비로 진단하였다.
단독설하신경마비는 두경부종양, 외상, 뇌경색 또는 혈관이상이 원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드물게 감염, 길랭-바레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 다발경화증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4]. 수술 후 발생하는 설하신경마비는 편도절제술(tonsillectomy) 또는 종양 제거를 위한 두경부 수술, 기관내삽관 , 발치 또는 기관지경시술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6], 악하선타석증 치료를 위한 악하선적출술 이후에 발생한 증례는 드물다.
본 증례에서는 MRI에서 탈수초병변, 혈관이상 등의 특이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전기생리검사에서 말초신경계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결합조직병을 의심할 수 있는 신체검사와 병력은 보고되지 않았다. 근전도검사를 실시하며 예상하였던 신경병증 소견이 관찰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통증 등으로 인해 안정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자의 상태와 섬유증 변화 등으로 인한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 여러 검사와 병력 청취를 통해 다발경화증, 자가면역질환 또는 말초신경병 등을 감별진단하고, 증상의 발생을 기준으로 임상 경과에서는 이전 수술 당시에 관련된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8년 후 증상이 발생하게 되어 지연 단독설하신경마비로 진단할 수 있었다. 이전 보고에 따르면 수술 또는 시술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설하신경마비는 수시간 내지 수일 내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6,7] 일부에서 수개월 이후에서 지연성으로 발현한 경우도 있었다[5]. 증례는 후자의 경우와 같이 지연성으로 발생되었으나 그 시간 간격이 수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본 증례는 악하선수술 후 단독설하신경마비가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 이후 수년 후 지연되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단독설하신경마비의 원인을 조사할 때 구조적인 병변에 대한 조사 뿐만 아니라 이전 수술력의 정확한 병력 청취가 중요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