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다발혈관염은 소혈관을 침범하는 전신괴사혈관염으로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tineutorphil cytoplasmic antibody, ANCA)가 흔히 관찰되어 Wegener 육아종증(Wegener’s granulomatosis), Churg-Strauss증후군(Churg-Strauss syndrome)과 함께 항호중구세포질항체연관혈관염(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associated vasculitis)이라 불린다[
1]. 주로 콩팥을 침범하여 괴사사구체염을 일으키고, 말초신경도 잘 침범하는데 다발단신경병 형태로 잘 나타나며, 폐를 침범하여 폐출혈을 일으킨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하여 뇌출혈, 뇌경색 등이 생긴 증례들이 드물게 보고되어 있지만[
2-
7], 국내에는 뇌내출혈 후 단시일 내에 뇌경색이 생긴 예는 없어 보고한다.
증 례
63세 남자가 3일전에 발생한 구음장애로 방문하였다. 환자는 5년 전에 심근경색과 사이질폐질환이 있어 아스피린, 항고혈압제, 기관지확장제를 복용 중이었다. 내원 20일 전에 우측근력약화로 내원하여 1.5 cm×1.0 cm 크기의 좌측 기저핵뇌출혈이 있어 신경외과에서 입원하여 보존치료 후 내원 10일 전에 퇴원하였고 뇌출혈 때문에 아스피린은 복용하지 않은 상태이었다. 내원 당시 혈압은 159/91 mmHg, 체온은 37.1°C, 심박수는 분당 90회, 호흡수는 분당 18회이었다. 다른 신체진찰에서는 특이소견이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뇌신경진찰에서 양측 동공빛반사, 각막반사는 정상적으로 관찰되었고 다른 뇌신경검사도 정상이었다. 우측 상하지에서 뇌출혈에 의한 Medical research council 4등급의 근력약화가 있었다. 감각장애는 없었고, 건반사는 정상이었다. 우측에서 바빈스키징후가 나타났다. 내원 시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이 13.6 mg/dL이었고 백혈구는 14,180/mm3 (호중구 11,100/mm3, 림프구 1,360/mm3, 단핵구 1,110/mm3, 호산구 200/mm3)로 증가되었다. 적혈구침강속도는 80 mm/hr, C-반응단백질은 6.73 mg/dL로 증가되었다. 간기능검사와 신장기능검사는 정상이었다. 혈당 수치는 91 mg/dL이었다. 소변검사에서는 현미경혈뇨는 있었으나 단백뇨는 없었다.
B형간염바이러스항원/항체, C형간염바이러스항체,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항체, VDRL은 음성이었다. 류마티스인자는 38 IU/ml로 증가되었고 항핵항체는 1:640 양성, 골수세포형과산화효소-항중성구세포질항체(p-ANCA)는 300 AU/ml로 양성이었다. 당백분해효소3-항중성구세포질항체, 루푸스항응고인자, 항카디오리핀항체, 항이중나선DNA항체, 항RNP항체, 항Sm항체, 항Scl-70항체, 항Ro항체, 항La항체, 항CCP는 모두 음성이었다. CH50은 10 U/ml 이하로, C4는 13.7 mg/dL로 감소되었고 C3는 108.9 mg/dL로 정상이었다. 혈관촬영을 포함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는 양측 기저핵과 좌측 뇌량(corpus callosum)에 급성다발뇌경색이 있었으며 크기는 모두 1.5 cm 이하이었고, 좌측 기저핵에 내원 20일 전 생긴 뇌출혈이 남아 있었다(
Fig. A). 대뇌혈관들에서 뚜렷한 협착의 소견은 없었다. 심전도에서는 정상동리듬을 보였고 흉부경유심초음파검사에서 특이소견은 없었다. 흉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는 양측 폐에 광범위섬유화를 동반한 폐기종 소견이 있었으나 육아종병변은 없었다. 우측 손저림이 있어 시행한 신경전도검사에서 신경전도속도 저하에 비해 복합근육활동전위의 감소가 뚜렷한 축삭신경병증이 있었고 우측 정중신경과 척골신경에서 뚜렷한 다발단신경병이 나타났다. 혈관염신경병이 의심되어 비복신경조직검사를 시행하였는데 혈관벽 주위로 섬유소모양괴사와 염증세포 침윤이 보이는 혈관염 소견이 있었고, 전형적인 육아종이나 호산구침윤은 관찰되지 않았다(
Fig. B). 혈관염치료를 위해 프레드니솔론(60 mg/일)을 경구투여하고 시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 780 mg을 4주 간격으로 2차례 정맥주사 하였으나 폐염이 발생하여 시클로포스파미드는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 150 mg/일) 경구투여로 바꾸었다. 프레드니솔론은 6개월 동안 감량하면서 소량(10 mg/일)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2년 동안 뇌경색과 뇌출혈 재발은 없다.
고 찰
본 증례의 환자는 항호중구세포질항체 양성을 보이고 비복신경조직검사에서 혈관염을 보여 항호중구세포질항체연관혈관염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비복신경조직검사에서 육아종의 소견이 없고, 폐전산화단층촬영에서 폐섬유화와 폐기종의 소견 이외에 Wegener 육아종증에서 보이는 육아종 병변이 없고, Churg-Strauss 증후군의 특징인 말초혈액검사에서 호산구증가증이 없어 현미경다발혈관염으로 진단하였다.
현미경다발혈관염에서 뇌경색은 소혈관의 괴사혈관염에 의한 혈전성향(thrombophilia)과 혈류역학 저하에 의해 뇌경색이 발생하게 되며 주로 혈관염의 활성기에 발생한다[
3-
5]. 뇌내출혈은 혈관염에 의해 약해진 소혈관의 파열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데 고혈압에 의한 혈류역학스트레스가 있을 때 잘 생길 수 있다[
2,
3]. 본 증례에서도 뇌경색이 발생할 때 시행한 뇌혈관자기공명영상에서 대뇌혈관의 협착이나 폐색 등 폐쇄성 병변은 없었고, 적혈구침강속도가 80 mm/hr, C-반응단백질은 6.73 mg/dL로 증가되어 있어 혈관염의 소동맥 침범에 의한 발병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미경다발혈관염에서 신경계 증상은 다발단신경병 형태의 말초신경병이 많고[
1], 뇌경색과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이 발생한 예는 드물고 국내에서는 뇌경색이 발생한 1예만 보고되어 있다[
5]. 뇌출혈과 뇌경색이 단시간 내에 병발한 예는 일본에서만 2예가 보고되었고[
6,
7] 국내에서 보고된 적은 없다. 저자들은 현미경다발혈관염이 진단된 환자에서 뇌출혈 발생 후 20일 만에 뇌경색이 일어난 드문 예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