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증강을 보이는 간접 외상시신경병증
Indirect Traumatic Optic Neuropathy with Gadolinium Enhanc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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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시신경병증(traumatic optic neuropathy, TON)은 외상 후 발생하는 시신경의 손상을 말하며, 직접 혹은 간접적인 손상에 의한 것으로 나뉜다[1]. 직접 TON은 외부물질 혹은 안와구조물이 시신경을 관통하거나 압박하는 손상이며, 간접 TON은 두부 외상 발생시 간접적으로 시신경에 전달되는 에너지에 의해 발생한다[1,2]. 간접 TON은 폐쇄성 두부 외상 환자의 0.5-5%에서 발생하며, 시신경의 소관내 부위(intracanalicular segment)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된다[1-3]. 저자들은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뒤쪽 시신경 소관내 부위의 시신경에 조영증강이 관찰된 간접 TON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영상소견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51세 남자가 좌안의 시력저하로 신경과에 의뢰되었다. 7일 전 2 m 높이에서 떨어져 왼쪽 얼굴을 땅에 부딪히는 외상이 있었다. 당시 일시적 의식소실이 있었고, 안면부 CT와 단순방사선촬영에서 좌측 광대뼈와 노뼈(radius) 원위부 골절이 관찰되었다. 외상 후부터 좌안 시력저하를 호소하였고, 수상 후 7일째 신경과로 협진이 의뢰되었다. 시력검사에서 우안시력은 1.0으로 외상 이전과 차이가 없었으나, 좌안시력은 0.8에서 외상 이후 0.1로 감소되었다. 이시하라 색각검사표를 이용한 색각검사에서 14개 숫자 중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신경계진찰에서 좌안의 동공이 4 mm로 산동되었고, 직접 및 간접반사가 저하되었으며 상대구심동공결손(relative afferent papillary defect, RAPD)이 양성이었다. 외안근 움직임의 장애는 없었고, 안저검사를 포함한 다른 뇌신경진찰은 정상이었다. 안면부 CT에서, 골절이나 혈종 등 시신경을 압박하거나 관통하는 안와 주변의 이상은 없었다. 뇌MRI에서 좌측 뒤쪽 시신경 소관내 부위 시신경에 국소적인 조영증강이 관찰되었다(Fig. A). 뇌실질의 시각경로에 해당하는 부위의 이상은 없었다. 시각유발전위검사(visual evoked potential, VEP)에서 좌측 O1, O2, 및 Oz의 P100 잠복기가 연장되었다(Fig. B). 병력, 진찰, 뇌MRI 그리고 VEP 결과를 근거로 간접 TON으로 진단하였고, 하루 1 g의 스테로이드를 5일간 주사하였다. 치료 2일째 좌안시력이 0.2로 호전되었으나, 이후 5일째까지 더 이상의 호전은 없었다.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조금 있어 용량을 하루 2 g으로 증량해서 3일간 주사치료를 추가하였다. 증량 2일째 좌안시력이 0.3으로 호전되었으며 색각검사에서는 14개 중 1개를 맞출 수 있었다. 두 차례의 스테로이드 주사치료 이 후 경구 스테로이드로 변경하지 않고 중단하였다. 퇴원 1개월 지난 상태에서 추가적인 시력 회복 및 VEP의 호전은 없었고, 지속적인 회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과 관찰 중이다.
고 찰
TON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교통사고(63%)와 낙상(18%)이 흔하며, 신경학적으로는 시력저하 외에도 의식소실, 경련 및 뇌척수액 누출 등이 동반될 수 있다[1]. 본 증례는 낙상에 의한 간접 TON으로 일시적인 의식소실이 동반되었다. 간접 TON의 발생기전으로는 외상에 의한 시신경의 조직 손상이 있거나, 좁은 시신경관에서의 부종으로 인한 혈액공급장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3].
외상 환자에게 TON의 동반 유무를 진단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임상적으로는 시력 및 색각저하와 RAPD가 관찰되고, VEP와 망막전도검사(electroretinogram)로 병변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으며, CT로 두개골절, 혈종, 기종 및 연조직 손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3,4]. 본 증례에서도 시신경병증에 합당한 진찰이었고, VEP에서 시신경교차 이전 부위에 이상이 보였으며, CT와 MRI에서 직접 TON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없었다.
MRI는 현재 시신경염의 진단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TON도 부종과 염증으로 인해 MRI에서 이상소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자들이 찾아본 바로는 TON 진단을 위한 MRI에 대한 내용은 TON 이후 발생하는 시신경위축에 대한 것이다[4]. 환자의 MRI에서 좌측 시신경에 국소적인 조영증강이 뒤쪽 시신경 소관내 부위에 보이며, 이를 통해 TON도 시신경염처럼 조영증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간접 TON 환자의 MRI에서 시신경의 조영증강이 관찰되었던 보고는 없다. 시신경 위축은 지연성으로 발생하므로 초기에는 위축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2,5,6] 따라서 초기에 MRI로 TON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영증강 영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간접 TON의 치료로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치료, 시신경 소관내 감압수술, 혹은 시신경 소관내 감압 수술 이후 스테로이드 치료 등이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다[2,3,7]. Levin 등[5]은 133명의 TON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테로이드, 시신경감압술과 경과관찰 치료의 효과를 비교하였으며, 각 치료군들 간에 차이는 없었다. Cook 등[7]은 스테로이드치료 또는 시신경감압수술 모두 치료를 하지 않은 군보다 예후가 좋았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와 위약간에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6]. 증례 환자는 1 g의 스테로이드 주사치료에 조금 반응이 있어 2 g으로 증량하여 한 번 더 스테로이드 치료를 했고 시력이 0.1에서 0.3으로 호전되었으나, 퇴원 후 1개월 간 더 이상의 호전은 없었다. 스테로이드는 시신경 손상 이후 발생한 신경의 부종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효과적이다[6]. 이 환자는 증상발생 일주일이 지나서 스테로이드치료를 하였기에 증상의 호전이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TON은 일반적으로 시력저하가 심하지만, 신속한 치료는 증상의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심한 의식소실이나 다른 부위의 심한 손상으로 인해 시력저하를 간과하게 되는 등 TON의 진단을 늦추는 요인들이 있어 외상 환자들의 시력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시신경염이 의심되는 환자에게도 외상에 대한 병력을 통해 TON을 감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