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은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재발과 악화가 반복되거나 진행성 악화를 보인다[1]. MS치료로 질병조절치료(disease modifying therapy)를 사용하지만 상당수의 MS 환자들은 질병조절치료에 최적이하반응(suboptimal response) 혹은 치료실패(treatment failure)를 경험한다. 저자들은 인터페론베타(Rebidose®)에 순응도는 좋았지만 잦은 재발을 경험하던 재발-완화형 다발경화증(relapsing-remitting MS, RRMS)환자에게 teriflunomide로 변경 후 좋은 반응을 보인 증례를 보고한다.
증 례
45세 여자가 재발-완화형 다발경화증으로 인터페론베타를 투여 받고 있었다. 8년 전, 왼쪽 시신경염으로 처음 발현하였으며, 뇌 자기공명영상검사(MRI)에서 다발병변이 관찰되었으나 다발경화증의 진단기준에 만족하지 않아 임상단독증후군(clinical isolated syndrome)으로 진단하고 스테로이드 투여 후 질병조절치료 없이 경과관찰하였다.
3년 전 맛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과 혀끝 감각이상으로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뇌다리와 외측뇌실 주위에 새로운 뇌병변이 관찰되어(Fig. A), 재발-완화형 다발경화증으로 진단하였으나 출산과 모유수유로 질병조절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다. 2년 전 오른 목, 어깨 부위 감각이상으로 시행한 척수자기공명영상에서 경추 2번과 3번사이의 척수병변이 관찰되었다. 또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오른쪽 측두엽과 오른쪽 외측뇌실의 후각(posterior horn of lateral ventricle)에 새로운 무증상 뇌병변이 있어(Fig. B), 인터페론베타 치료를 시작하였다. 당시의 확장장애상태척도(extended disability status scale, EDSS) 점수는 1점이었다.
인터페론베타 투여 15개월째 오른쪽 목과 어깨의 감각이상이 발생하였고 자기공명영상에서 경추 2번의 척수병변과 오른쪽 뇌다리와 오른쪽 섬이랑(insula)에서 무증상 뇌병변이 발생하였다(Fig. C). 21개월째 오른쪽 얼굴의 감각이상이 발생하였고 오른쪽 뇌다리에 조영증강을 동반한 새로운 뇌병변이 확인되었고, (Fig. C), 26개월째 오른쪽 손과 얼굴의 감각이상이 발생하였고 경추 1-2번 부위의 척수염과 오른쪽 뇌다리에서 새로운 뇌병변이 확인되었다. 각각의 재발시의 확장장애상태척도점수는 1점으로 변화가 없었다. 인터페론베타에 대한 약물순응도는 좋았으나 2년 동안 3차례의 임상적 재발과 자기공명영상에서 새로운 병변이 확인되어 인터페론베타에 대한 최적이하반응으로 판단했고 작용기전이 다른 질병조절치료인 teriflunomide (14 mg/일)로 변경하였다. 현재까지 12개월 동안 재발이 없고 경미하게 모발이 가늘어지는 것 외에는 부작용은 없다. 약제변경 6개월째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Fig. D)과, 12개월째 시행한 척수 자기공명영상에서 새로운 병변은 없었고 이전에 보이던 병변은 크기가 줄어들었다.
고 찰
질병조절치료는 질병활성도를 줄여 재발을 억제하고 장애의 진행을 지연시킨다. 현재 사용중인 치료제로는 인터페론베타, glatiramer acetate (GA), mitoxantrone, natalizumab, alemtuzumab과 같은 주사제와 teriflunomide와 fingolimod 같은 경구제가 있다[1,2]. 인터페론베타, GA, teriflunomide는 1차 치료제로, mitoxantrone, natalizumab, alemtuzumab 등은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 고려되고 있다[2]. 1차 치료 후 효과가 부족하거나 약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지고 부작용 때문에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약제 변경을 고려해야 하며[2,3], 약제 변경의 기준으로 최적이하 반응이 사용되고 있다. 최적이하반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정립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들에서는 임상적 재발, 질병의 악화(확장장애상태척도점수의 진행) 그리고 자기공명영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2-4]. 최근에는 질병조절치료의 목적이 질병활성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질병무활성증거(no evidence of disease activity)에 대한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질병무활성증거의 기준도 치료반응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며 약제 변경의 기준이 될 수 있다[5].
다발경화증치료제를 변경할 때, 1차 치료제를 사용 중인 환자가 최적이하반응을 보이거나 순응도가 나쁜 경우 저위험군 환자에서는 같은 1차 치료제로 변경을 고려하며, 이전의 질병활성도를 넘어서는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2차 치료제로 변경을 고려한다[3]. 증례의 환자는 인터페론베타를 투여하고 있음에도 2년 동안 3차례의 임상적 재발이 있었고 스테로이드 투여에도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며,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새로운 병변 및 조영증강 병변이 확인되어 Freedman 등[3]이 보고한 기준에 따라 인터페론베타에 대한 최적이하반응으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모두 감각증상으로 재발하였고 확장장애상태척도점수는 1점으로 변화가 없어 저위험군 환자로 판단하여 인터페론베타와 같은 1차 치료제인 teriflunomide로 변경하였고 1년간 재발이 없었다.
Teriflunomide는 leflunomide의 활동성 대사물질로 림프구의 빠른 증식에 필요한 pyridine을 합성하는 효소인 dihydroorotate dehydrogenase를 선택적, 가역적으로 억제해 빠르게 분화하는 T와 B림프구에 의해 활성화된 자가반응세포의 증가를 억제하여 염증반응을 막는다[6]. Teriflunomide는 경구제제로 다른 다발경화증치료제에 비해 사용이 용이하고 순응도가 좋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복용의 편리성만으로 약제를 변경하기보다는 기존 약의 효과, 부작용 그리고 순응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증례에서도 작용기전의 차이가 약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었다.
저자들은 질병활성도가 높은 환자에게 인터페론베타와 작용기전이 다른 1차 약제로 변경하였고 현재까지는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다발경화증치료제의 사용과 변경에 있어 작용기전의 차이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