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긴장연축(painful tonic spasms)은 통증을 동반한 일측성, 혹은 양측성 불수의근긴장이상자세(dystonic posturing)를 보이 는 드문 발작성이상운동증으로[1] 주로 시신경척수염 또는 다발 경화증의 급성기 이후 이들 질환의 경과 중 동반되는 증상이다. 저자들은 경미한 급성국소척수염의 단일증상으로 통증긴장연축 을 보였던 환자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28세 남자가 아침부터 시작된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 발작성 양측 하지의 근육연축을 주소로 응급실에 왔다. 활력징후는 혈압 140/80 mmHg, 맥박 100회/분, 호흡 20회/분, 체온 37.2℃이었고 최근 4주 이내 감염질환, 장거리여행, 약물복용, 예방접종 등의 과거력은 없었다. 신경학적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뇌신경검사는 정상이었다. 상지 근력도 정상이었고, 하지에서는 심한 통증 및 지속되는 근연축으로 정확한 근력평가가 불가능하였으나 양측에서 MRC grade IV/IV 이상이었다. 깊은힘줄반사는 양측 하지에서 항진되어 있었고, 바빈스키징후는 좌측에서 양성이었다. 이상운동증 양상은 양하지에서 발작적으로 발생하는 무릎의 신전과 발목의 발바닥쪽굽힘 자세가 1분 미만 짧게 지속되는 형태였으며,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었다. 환자는 이처럼 동일 형태의 발작성근연축이 하루종일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일어서거나 걷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증상은 자발적 움직임, 주변의 큰 소리, 가벼운 피부접촉만으로도 유발되는 특징을 보였다. 감각신경검사에서 양측 무릎이하로 경미한 저린 증상이 있었으나 척수병변을 시사하는 감각수준은 없었으며, 배뇨 및 배변기능도 정상이었다. 수막자극징후도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검사 및 일반생화학검사에서 크레아틴키나아제(11,041 U/L)와 크레아틴키나아제심근분율(48.3 ng/mL)이 매우 증가되어 있었으며 그 밖의 검사실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임상양상은 국소형 파상풍연축(tetanic spasm)과 유사하였으나 피부외상 흔적이 전혀 없었고, 수년 전 군복무시 파상풍 추가예방접종력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척수의 피질척수로를 침범하는 급성질환들을 의심하여 응급 척수영상검사를 시도하였으나 지속되는 하지의 발작성근연축으로 인해 시행하지 못했다. 뇌검사 및 뇌컴퓨터단층촬영은 정상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색깔은 투명하였으며 황색변색증은 없었고, 압력은 120 mmH2O, 백혈구 5-7/mm3 (림프구 82%), 단백질 35 mg/dL, 포도당 66.5/119 mg/dL (54%)이었고, 염색 및 배양검사, 항산균도말검사, 결핵균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은 모두 음성이었다. 표면근전도검사에서 가쪽넓은근 및 긴종아리근에서 고진폭의 2초 이내로 지속되는 간섭양상(interference pattern)의 긴장연축이 관찰되었다(Fig. A). 임상양상, 뇌척수액검사 및 표면근전도검사소견에 근거하여 염증척수병변에 의한 통증긴장연축으로 추정진단 후 경험적 항바이러스제(acyclovir, 3,000 mg/day)를 덱사메타손(20 mg/day)과 함께 정주하였고, 지속되는 근연축 증상조절을 위해 다이아제팜(200 mg/day)과 함께 클로나제팜(1 mg/day), 바클로펜(20 mg/day), 가바펜틴(2,400 mg/day)을 추가로 투여하였다. 치료시작 2주째부터 근연축의 빈도가 감소되었고 당시 시행한 흉추자기공명영상 고속스핀에코지방포화T2강조영상(thoracic spine fat saturated T2-weighted MRI)에서 흉추 5,6번 사이 척수에서 매우 경미한 국소 초점성고신호병변이 관찰되었다(Fig. B). 뇌자기공명영상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에서는 우측 곧은이랑피질과 전측두엽에서 고신호병변이 관찰되었다(Fig. C and D). 헤르페스바이러스 1, 2형을 포함한 기타 바이러스 뇌척수액중합효소연쇄반응 및 올리고클론띠검사는 모두 음성이었고, 면역글로불린G지수도 정상이었다. 추가적으로 시행한 시신경척수염면역글로불린G (NMO-IgG)를 포함한 류마티스인자, 항핵항체, 항이중가닥데옥시리보핵산항체, 항Ro항체, 항La항체, 안지오텐신전환효소, 부갑상선호르몬 역시 모두 정상이었다. 증상 발생 4주 후 환자는 독립보행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되어 퇴원하였으며, 추적 자기공명영상에서 뇌와 척수의 이전 병변들은 완전히 소실되었다.
고 찰
긴장연축은 과거에는 파상풍연축(tetanic spasms)혹은 발작성 근긴장이상증(paroxysmal dystonia)이란 용어와도 혼용되었으며, 짧은 시간(1-2분 이내) 지속되는 일측성, 혹은 양측성 근긴장이상자세(dystonic posturing)를 보이는 발작성이상운동증의 한 형태로 동일 환자에서는 고정된 형태로 나타난다[1-3]. 발병기전으로 척수내 축삭의 불완전탈수초화에 따른 혼선흥분의 횡적전달, 탈수초병변의 변화에 대한 감수성증가, 또는 이온채널기능저하 등이 추정되고 있으나 명확한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다[2,4,5]. 증상은 보통 하루 수 차례에서 수십 회 이상 발생하는데 본 증례에서 긴장연축이 하루종일 지속되는 긴장연축지속상태의 형태로 나타난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근연축은 표면근전도검사에서 여러 형태로 분류될 수 있는데, 간대경련(clonus)은 80-250 ms 간격으로 발생하며 40-80 ms 동안 지속되는 돌발파가 4개 이상 발생하며, 근간대경련(myoclonus)는 4 Hz 이하로 반복되는 4회 이상 근수축이 상대적으로 규칙성을 보이는 돌발파형태를 보인다. 긴장연축(tonic spasm)은 명백하게 하나의 운동신경 전위가 각각 기록되는 단위연축(unit spasm)과는 달리 운동단위들이 겹쳐지면서 나타나는 간섭양상(interference pattern)이 특징적이다[6]. 본 증례에서도 표면근전도에서 뚜렷한 간섭양상을 보였고 증상학적으로 극심한 통증과 고정된 형태의 발작성근긴장이상자세를 보여 발작성이상운동증(paroxysmal dyskinesia)이나 발작성근긴장이상증(paroxysmal dystonia)보다는 발작성긴장연축으로 판단하였다.
긴장연축은 피질척수로를 침범하는 다양한 신경계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시신경척수염 또는 다발경화증의 급성기 이후 이들 질환의 경과 중 나타나는 증상으로, 드물게 광범위한 급성횡단척수염의 초발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1-5]. 본 증례에서는 통증긴장연축이 미세한 국소척수염의 단일증상으로서 긴장연축지속상태로 발현된 점이 기존 보고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영상검사에서 전두엽과 측두엽회백질에 국한된 병변과 척수의 경미한 국소병변은 헤르페스바이러스에 의한 급성뇌척수염의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다른 원인에 의한 척수염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다만, 미세한 염증척수병변에 의한 억제성 하행신경로 기능저하로 척수운동신경세포의 과흥분상태가 유발되어 긴장연축지속상태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저자들은 본 증례에서처럼 통증긴장연축지속상태의 가능한 원인으로 미세한 국소척수병변의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