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losa-Hunt증후군(Tolosa-Hunt syndrome, THS)은 눈 주위 통증 혹은 두통과 함께 한 쪽의 외안근마비를 동반하는 질환이며 스테로이드 치료에 효과가 좋다[1,2]. 증상이 있는 쪽 해면정맥동의 부종이나 조영증강과 같은 전형적인 THS의 MRI 소견은 잘 알려져 있다[3,4]. 저자들은 외안근마비가 있는 쪽 해면정맥동의 조영 증강뿐만 아니라 반대쪽 경수막(pachymeninges) 및 주위 연부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조영 증강된 THS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환자의 MRI 영상을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평소 건강했던 50세 여자가 한 달 전부터 지속된 오른쪽 눈의 불편감과 통증, 복시 증상으로 병원에 왔다. 9개월 전에 오른쪽 눈의 통증 및 복시 증상이 있었으나 치료 없이 10일 후 저절로 호전되었다.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신경계진찰에서 정면을 볼 때 오른쪽 눈이 안쪽으로 2 mm 정도 편위되었고 오른쪽으로 볼 때 바깥쪽 움직임의 제한으로 오른쪽 눈의 흰자위가 4-5 mm 보였다. 오른쪽 얼굴 부위 감각기능을 포함한 뇌신경기능은 정상이었고 사지근력, 감각 및 심부건반사도 정상이었다. 항아세틸콜린항체를 포함한 자가면역항체(항핵항체, 항중성구세포질항체, 루푸스항응고인자, 류마티스인자)는 모두 음성이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백혈구, 단백질 및 당 수치는 정상이었다. 뇌 MRI에서 오른쪽 해면정맥동의 조영 증강과 함께 왼쪽 측두엽의 뇌막을 따라 왼쪽 해면정맥동과 접협동, 하악골, 익구개와(pterygopalatine plate)를 포함한 주위 연부 조직까지 조영 증강이 뚜렷하게 관찰되었다(Fig.). 전이암 혹은 림프종의 파종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한 경부 컴퓨터단층촬영 및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은 모두 정상이었고 뇌척수액의 세포검사에서도 악성 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른쪽 눈통증과 갓돌림신경 마비를 보이는 Tolosa-Hunt증후군으로 판단하였고 6일간 덱사메타손 5 mg을 하루에 4번씩 주사하였다. 치료 2일째부터 오른쪽 눈 통증이 사라졌고 4일째부터 복시 간격이 줄어들어 6일째 정면을 볼 때 오른쪽 눈의 안쪽 편위가 없어졌고 오른쪽 주시할 때 오른쪽 눈의 흰자위가 2 mm 정도 보였다. 경구 프레드니솔론으로 변경하여 하루 60 mg로 시작하여 일주일에 10 mg씩 감량하였고, 2달 후 복시 및 외안근 마비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고 찰
2013년에 개정된 국제두통학회(International Headache Society)의 진단기준(베타 버전)에 따르면, THS은 한쪽에 국한된 두통이 있으면서 해면정맥동, 상안와틈새 또는 눈확의 육아종성 염증이 MRI 혹은 조직검사에서 입증되거나,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같은 쪽의 눈돌림신경, 도르래신경, 갓돌림신경의 마비가 있어야 한다. 또한 두통이 외안근마비와 동시에 혹은 2주 이내에 선행되거나 두통 자체가 같은 쪽의 눈썹 및 눈 주변에 국한되어야 한다[5]. 특히 다른 구조적 질환, 예를 들면 혈관질환, 림프종, 암전이 또는 전신질환에 의한 증상과 감별이 필요하다.
임상증상이 부합되면 MRI나 조직검사의 이상소견이 없어도 THS의 진단이 가능했던 1988년 국제두통학회 진단기준에 의한 연구에 따르면 35%는 MRI 혹은 조직검사에서 해면정맥동의 육아종성 염증이 동반되며 33%에서는 MRI에서 특이소견이 없고 31%에서는 뇌종양 등의 다른 구조적인 질환이나 이상이 발견되었다[2]. 위 연구결과는 MRI소견이 THS의 진단에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THS의 진단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MRI 진단기준과 정상 MRI 환자에게 적용할 새로운 진단명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특징적인 MRI소견은 증상이 있는 쪽의 해면정맥동이 커져있거나 조영 증강을 동반하면서 주로 안와꼭지(orbital apex) 혹은 측두엽 부위로 침범되는 양상을 보인다[3]. 그 외에도 해면정맥동 주위의 연부조직에서 같은 쪽의 안와꼭지 혹은 접형동 및 중두개와 부위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4]. 비후성두개경막염(hypertrophic pachymeningitis)처럼 MRI에서 경수막 염증에 대한 조직학적 증거가 있는 경우도 있다[6].
본 증례는 안구통과 외안근마비가 있었으며, 스테로이드치료에 반응이 좋아 THS으로 진단하였지만, 전형적인 같은 쪽 해면정맥동의 조영 증강 외에도 증상이 없는 반대편 경수막 및 연부조직까지 조영 증강되는 비전형적인 소견이 관찰되었다. THS와 다른 원인에 의한 통증성안근마비(symptomatic painful ophthtalamoplegia, SPO)에 대해 발표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THS의 비전형적인 MRI 소견에 부합되지 않는 예가 THS와 SPO에서 각각 4.2%와 82.1%로 THS에서는 매우 드물다[7]. 따라서 본 증례에서 뇌척수액검사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을 통해 육아종성 염증을 일으키는 결핵과 같은 감염질환, 사르코이드증 등의 자가면역질환, 림프종, 암 그리고 혈관 질환들을 배제하였다. 조직검사는 스테로이드치료에 반응이 좋아 시행하지 않았다.
본 증례처럼 외안근마비의 반대편까지 광범위하게 조영 증강되는 THS는 현재까지 국내에 보고된 적이 없었다. THS의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질환들을 감별해야 하며, 특히 비전형적인 영상 소견이 관찰될 때는 더욱 더 감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THS에서 비전형적인 MRI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외안근마비가 없는 쪽 경수막이나 주변 조직까지 병변이 확장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감별을 위한 검사와 함께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