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혈관연축에 의한 반복적인 일과성 단안실명
Recurrent Transient Monocular Blindness Caused by Retinal Vasospa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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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성 단안실명(transient monocular blindness)은 대개 시신경(optic nerve) 혹은 망막혈류순환(retinal circulation)의 관류저하(hypoperfusion)로 발생한다[1]. 색전질환 혹은 경동맥의 동맥경화가 대부분의 원인이며, 보통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로 치료한다. 내경동맥의 심각한 협착을 갖고 있는 환자는 동맥내막절제술(endarterectomy)을 고려하게 된다[2].
색전혈전과 경동맥질환이 배제됐다면, 일과성단안실명의 원인으로 망막혈관연축(retinal vasospasm)을 반드시 감별해야 하며, 이는 의료진이 의심하지 않으면 감별하기 어려운 병인이다. 망막혈관연축에 의한 일과성단안실명은 안저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칼슘채널길항제(calcium channel blockers)에 효과가 있다는 몇몇 연구들이 있다[3].
저자들은 반복적인 일과성단안실명을 보이는 망막혈관연축 환자에게 칼슘채널길항제를 사용하여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관찰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고혈압과 골관절염으로 amlodipine과 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복용중인 67세 여자가 7일 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좌안 시력 소실로 내원하였다. 증상은 전조 없이 발생하는 좌안의 완전 시력 소실이었으며, 약 5분 정도 지속 후 서서히 호전되는 양상이었다.
증상과 동반되는 두통, 안구통, 복시, 구음장애, 편측마비, 감각이상, 어지럼 등의 신경계 증상은 없었고, 증상에 선행하는 외상의 병력도 없었다.
증상이 없을 때 시행한 시력은 우안 0.9, 좌안 0.8이었고, 안압은 우안 11 mmHg, 좌안 9 mmHg였다. 동공은 대칭적이었으며 빛반사(light reflex)와 안구운동은 정상이었다. 동공확대검안경 검사(dilated funduscopy)에서 망막혈관(retinal vessel)에 색전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망막은 정상이었다(Fig. A). 시각전위유발검사에서 p100의 파형, 잠복기, 진폭은 정상이었고, 뇌파 검사도 정상이었다.
C-반응단백질(CRP), 항응고인자(hypercoagulability factor), 전혈구검사(CBC), 혈당(blood glucose), 적혈구침강속도(ESR), 갑상선기능검사 등의 혈액검사에서 비정상 소견은 없었다. 두부 자기공명영상촬영에서 뇌병변이나 혈관협착은 관찰되지 않았고, 24시간 심전도검사와 심장초음파검사는 정상이었다.
재원 중 하루 평균 5회의 좌안의 완전 시력소실 증상이 발생하였으며, 주로 아침에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감고 난 후 증상 발생을 호소하였다. 인위적으로 의료진이 시도해 보았을 때는 10회 중 3회 유발되었으나, 환자는 허리를 숙이는 경우 이외에도 누워있을 때도 증상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기에 일관되게 확인되는 정확한 유발 자세는 알 수 없었다.
환자에게 1시간 간격으로 phenylephrine hydrochloride 5 mg/tropicamide 5 mg을 투여하여 입원 중 지속적으로 산동된 상태를 유지하고, 증상 호소 시 최단 시간 내에 안과 검사실로 이동하여 검안경검사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재원 3일째 증상 발생 시 검안경검사를 시행할 수 있었고, 망막 정맥의 일부에서 혈류(venous flow)의 정체(stasis)와 망막 세동맥(branch arteriole)의 연축(spasm)이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B). 증상이 호전된 후에는 상기 소견이 다시 호전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Fig. C). 검안경검사 중 증상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증상 발생 중 안압은 확인할 수 없었다.
환자는 혈관연축성 일과성 단안실명(vasospastic transient monocular blindness)으로 진단되었고, 니모디핀(nimodipine) 30 mg을 하루 3회로 처방 받았으며 이 후 증상의 발생 횟수는 하루 약 5회에서 1-2회로 감소되었다. 퇴원 후 일주일 뒤에는 증상의 발생은 하루 약 0-1회로 보고되었고, 니모디핀 30 mg을 하루 4회로 증량 후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일과성 단안실명은 색전, 혈전 혹은 만성적인 경동맥의 관류 저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등의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2]. 그러나 이와 같은 약물 치료에 호전이 없는 경우 다른 원인을 의심해야 하는데, 망막혈관연축은 일과성 단안실명 환자들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병인 중 하나이다[4]. 혈관연축은 미세혈류순환의 부적절한 수축 혹은 불충분한 확장으로 정의된다. 대개 혈관연축은 정서적 스트레스, 추위, 육체적 활동 등에 의해 유발되며 주로 가임기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4].
망막혈관연축에 의한 일과성 단안실명을 진단할 때에 가장 중요한 점은 증상이 발생하는 동안에 망막혈관의 변화를 영상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다. 본 저자들은 질 좋은 안저영상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검안경검사를 시행하였다. 하지만 증상의 발생을 예측할 수 없고, 지속시간도 길지 않아 시각 증상을 가장 심하게 호소하는 시점에 안저 영상을 얻지 못한 부분은 본 증례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망막혈관연축에 의한 일과성 단안실명 환자들에서 입원 중 최적의 평가를 위한 프로토콜의 확립을 위해 안과와 신경과의 긴밀한 협진 체계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환자는 주로 아침에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감고 나서 증상이 발생하였는데 본 증례에서는 증상 발생 중 안압을 측정하지 못하였다. 실험적으로 누운 자세나 엎드려 있는 자세에서 정상보다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안압상승과 혈관 연축 사이의 뚜렷한 연관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 본 증례에서는 특정자세에서 반복적으로 증상이 유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압과 증상의 뚜렷한 연관성은 확인하는 것에는 제한이 있었다.
칼슘채널길항제는 엔도텔린(endothelin)-1로 인한 혈관수축의 감소를 개선할 수 있어 치료제로 사용된다[5]. 이전의 연구에서 칼슘채널길항제의 효과를 보고하였고[3,6], 베라파밀(verapamil), 니페디핀(nifedipine), 니모디핀 등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직 표준처방은 보고된 바 없다[3]. 본 증례의 환자는 니모디핀 90 mg에서 뚜렷한 효과가 있었다. 니모디핀은 dihydropyridine 계열의 칼슘채널길항제로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할 수 있어 뇌혈관질환의 혈관연축에 흔히 쓰인다. 주로 겹순환혈관(collateral vessel)의 이완으로 혈액 순환의 개선을 통해 혈관연축의 예후를 호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혈관연축의 빈도는 변화가 없으며 그 기전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다. 본 환자의 경우 이미 고혈압 조절을 위해 같은 칼슘채널길항제인 amlodipine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중추 영역에 좀 더 선택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진 니모디핀을[7] 추가한 이후 뚜렷한 호전을 보였다. 약제의 용량은 환자의 혈압에 의해 좌우되어 혈압을 감시하며 용량을 조절하여야 한다. 대개 혈관연축에 의한 일과성 단안실명은 칼슘채널길항제로 좋은 예후를 보인다.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2014년도 정부(미래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o. 2014M3C7A1064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