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무한증과 동공부등을 주소로 내원한 로스증후군 증례: 손가락주름유발검사의 적용
Ross Syndrome with Segmental Anhidrosis and Anisocoria: Application of Finger Winkle 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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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Ross syndrome is characterized by a triad of segmental anhidrosis, tonic pupil, and generalized areflexia. Selective postganglionic autonomic denervation could be the differential diagnostic point for other diseases of the autonomic nervous system. Here we report a patient with regional anhidrosis in his left hand and sole, and anisocoria. An evaluation of sweating and the pupillary response together with generalized areflexia confirmed the diagnosis of Ross syndrome. The finger wrinkle test is a simple and useful tool for revealing segmental sympathetic denervation.
로스증후군(Ross syndrome)은 1958년 Ross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으며, 긴장동공, 분절무한증과 건반사저하를 세 징후로 하는 드문 증후군이다[1]. 주요 증상은 시야흐림이나 빛번짐, 피부건조감, 보상다한증, 더위못견딤증 등으로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다[2]. 동공이상 없이 분절무한증만 있는 경우 광대증후군(harlequin syndrome)으로 부르며, 호너증후군이 동반되기도 한다. 우연히 발견되어 수년에 걸쳐 진행하거나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심한 다한증이나 실신이 동반될 경우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3].
저자들은 동공부등과 분절무한증으로 내원하여, 진찰소견 및 임상검사로 세 징후를 확인하고 로스증후군으로 진단된 증례를 보고하면서, 손가락주름유발검사의 유용성을 기술하고자 한다.
증 례
43세 남자가 좌측 손발의 땀분비 저하로 왔다. 5년전 문고리를 잡고 돌릴 때나 바닥을 걸을 때 좌측 손바닥과 발바닥이 건조하며 미끄러워 손잡이를 돌리지 못하거나 마루에서 넘어질뻔한 일이 종종 생겼으며, 당시 좌측 손에 땀이 나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3년 전 우연히 거울을 보던 중 좌우 동공의 크기가 다른 것을 발견했고 별다른 평가 없이 지내던 중 좌측 손의 건조감이 악화되어 병원에 방문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빈뇨로 2-3시간마다 화장실을 드나들었으며 배변장애나 기립시 어지러움, 두근거림은 동반되지 않았다. 빛번짐이나 시야흐림 증상도 없었다. 복용 중인 약도 없었으며, 유사 증상의 가족력이나 유해물질 노출의 과거력도 없었다.
신체진찰에서 좌측 손이 건조하고 매끄러웠으며 상대적으로 우측 손에는 땀이 흥건하였다. 동공의 모양이 불규칙하였으며, 우측 동공은 5 mm로 좌측에 비해 컸다(Fig. 1-A, B). 빛반사검사에서 우측 동공은 고정된 채 좌측 동공이 미약하게 반응하였고, 조절반사에서는 좌측 동공만 수축하였다. 세극등검사에서 홍체조임근의 움직임이 저하 되어 있었으며, 0.125% pilocarpin용액을 점안 했을 때 양안의 동공 수축을 확인함으로써 양안의 긴장동공을 증명하였다(Fig. 1-B, C). 뇌신경검사 및 운동-감각기능 검사는 정상이었으나, 우측 무릎의 심부건반사는 저하, 다른 모든 심부건반사는 소실되어 있었다.
분절무한증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전분검사를 시행하였는데 양 하지와 오른쪽 손바닥에서 전분 색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으나 왼쪽 손에서는 전분 색의 변화가 없었다(Fig. 2-A, B). 정량땀분비축삭반사검사(quantitative sudomotor axon reflex test; QSART)에서 오른팔의 땀분비는 정상 범위였으나, 왼팔의 땀분비는 소실되어 있었다. 왼쪽 정강이는 오른쪽에 비해 절반 수준의 땀분비가 측정되었으나 양측 다 정상범위에 들었다(Fig. 2-C).
말단부 자율신경기능의 평가를 위해 손가락주름검사(finger wrinkle test)를 시행하였다. 양손을 따뜻한 물에 5분간 담근 뒤 관찰하였을 때 오른쪽 손가락 말단부에 현저한 피부 주름이 생겼으나, 왼손 손가락에서는 주름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Fig. 3-A). 체열측정검사에서는 땀분비가 저하된 왼손이 높은 온도를 보였다(Fig. 3-B).
심혈관계 자율신경조절 장애 평가를 위한 발살바수기검사, 심박변이도검사, 기립혈압검사 결과는 정상 범위였으며, 말초신경병 동반유무 확인 위해 시행한 운동-감각 신경전도검사에서 H반사 소실 이외에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빈뇨에 대한 평가 위하여 배뇨전 요의를 최대한 느낄 때 측정한 방광 용적은 200-300 mL로 정상에 비해 방광용량이 적으나, 배뇨후 잔뇨량은 25 mL로 정상 범위에 속했다. 뇌와 경부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C5/6 추간판돌출 외에는 이상 소견이 없었다. 자가면역질환, 염증성질환, 내분비장애와 관련한 혈액검사에서 항핵항체 양성 소견 이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었다.
고 찰
로스증후군은 자율신경계의 부분적 이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진단을 위해서는 전형적 세 징후의 확인과 각 증상의 다른 원인에 대한 배제가 필요하다. 한편 질환의 양성 경과로 인해 적극적인 평가를 받지 않은 미진단 증례가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안과학회지에 호너증후군과 동반된 증례가 보고된 바 있다[4].
부분자율신경이상의 범주에 속하는 질환으로 한쪽 얼굴을 포함한 신체 상부의 홍조와 과발한을 특징으로 하는 광대증후군, 긴장동공과 건반사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Holmes-Adie증후군이 있다. 각 증후군의 증상 또는 징후가 겹치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면서, 이러한 질환들은 땀분비신경섬유, 혈관운동신경섬유 그리고 동공조절섬유 등 수초화 되지 않은 자율신경 말단의 선택적 손상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부분부전을 일으키는 스펙트럼 질환으로 파악되고 있다[3].
발병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이후 로스증후군의 형태로 발생한 자율신경계부전 사례와[5] 로스증후군이 두 일란성 쌍둥이 모두에 이환된 사례로[6] 미루어 감염 후 자가면역 또는 유전적인 기전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공조임근에 작용하는 신경절이후부교감신경섬유와 섬모체신경절의 변성으로 긴장동공이 유발되고 건방추와 알파운동신경 사이의 무수초연접효능 감소로 건반사의가 소실 또는 저하가 초래되며, 국소 피부 땀샘 유출과 피부 혈관수축 반응과 같은 피부 교감신경 활성도 소실 혹은 저하로 분절무한증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교감신경절 세포의 손상 또는 신경절후섬유의 결손으로 무한증이 유발되며 등뿌리신경집 또는 척수사이신경세포의 소실에 의해 건반사가 소실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나 손상 기전은 알려진 바가 없다. 말초자율신경계와 등뿌리신경절 모두 신경능선세포 기원으로 이러한 공통점에 근거하여 특정 자극에 의한 조직 손상 취약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다른 자율신경조절장애와 달리 로스증후군에서는 체위 변화에 따른 혈압변화나 심박수에 관여하는 근육교감신경 활성도는 정상으로 피부교감신경에 선택적인 자율신경 부전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부전의 정도에 따라 다양하고 전신적으로 영향을 미쳐 기립저혈압, 두통, 발살바수기시 심박수 저하, 설사, 배뇨/배변장애를 호소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3]. 본 증례의 경우 동반된 배뇨장애가 자율신경 조절장애의 일환으로 추정되나, 방광 용적의 감소만이 확인되어 연관성은 불확실하다.
분절무한증의 비교적 흔한 원인으로는 호너증후군을 들 수 있으며, 그 밖에 쇼그렌증후군, 전신홍반루푸스, 피부경화증 등의 자가면역질환 또는 뇌줄기 하부 또는 경부 상방의 병변에서 동반되기도 한다. 드문 원인으로 전자율신경기능 이상의 제한된 형태로 발현하는 감염후 무한증증후군, 특발성순수땀샘운동부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증례에서는 이러한 질환들과 달리 체간의 뚜렷한 비진행분절무한증이 있어 임상적으로 감별이 가능하였다.
저자들이 사용한 QSART와 전분검사는 발한장애의 평가에 있어 표준으로 자리잡은 검사이다. QSART는 정량분석이 가능하나, 신경절후 섬유 이후만을 평가할 수 있으며, 고가의 장비와 유발 약물을 이용한 검사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발한장애 환자들이 가장 불편감을 호소하는 말단부의 평가에 적합하지 못하다. 전분검사는 장비가 필요하지는 않으나 역시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정량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기저 발한 양에 따라 위음성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체열측정검사는 말단부 혈관운동성을 반영하는데 반사교감신경이상증의 평가에 제한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본 증례에서는 말단부 평가가 어려운 QSART검사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적용하였다.
손가락과 발가락 주름은 땀분비와 마찬가지로 교감신경에 의해 조절된다. 교감신경 말단의 무수신경섬유는 진피와 피하에 위치한 말초혈관 및 진피와 연결되어 있는 사구체혈관을 수축시켜 피부주름을 형성하는데, 교감신경의 말단 가지가 손상된 환자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주름이 관찰되지 않는다. 손가락주름 유발검사는 따뜻한 물에 양손을 5분간 담그는 것만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말초신경 손상의 응급 평가를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7]. 이 방법은 정량적이지는 않으나, 말단부를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본 증례와 같이 편측성 자율신경장애가 있는 경우는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다.
한편 손발을 섭씨 40도의 소금물에 30분간 담그거나 국소마취제의 공융혼합물을 사용한 손가락주름유발 방법으로 소섬유신경병을 반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데[8], 피부생검을 통한 표피내신경섬유밀도치와 비교하여 소섬유신경병 진단에 거의 비슷한 민감도를 보였으며, 교감피부반응보다 뛰어났다[9]. 또한 교감신경차단술 환자에서의 손가락주름유발검사 연구에 의하면 교감피부반응과의 일치율이 전분검사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다[10].
로스증후군은 자율신경계의 선택적 부전으로 요약 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 이상을 보이는 의심 증례에서는 로스증후군의 세 징후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가 권장된다. 이 중 분절무한증의 확인을 위해서는 QSART나 전분검사보다 간단하고 비침습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손가락주름유발검사가 유용할 것이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2014년도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임상연구비 지원으로 이루어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