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막낭종에 의한 편측 단독설하신경마비
Unilateral Isolated Hypoglossal Nerve Palsy Caused by Arachnoid C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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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막낭종은 거미막층 안에 위치한 양성 병변으로 대부분 소아 연령에서 진단된다. 성인에서 진단되는 거미막낭종은 흔하지 않으며 그중에서도 증상을 일으키는 거미막낭종은 드물다[1]. 설하신경마비는 드문 뇌신경마비로 대부분 종양이나 혈관이상 등과 같은 구조적인 병변에 의해 발생한다[2,3]. 수조 분절에서의 압박으로 인한 설하신경마비는 매우 드문 원인으로 저자들은 거미막낭종으로 인한 수조 분절의 압박으로 발생한 편측 단독설하신경마비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7세 남자가 3개월 전부터 서서히 음식물을 넘길 때 자연스럽게 못넘기고 걸리는 느낌이 있었으며 1개월 전부터 발음이 어눌해지고 혀가 틀어지는 느낌이 있어 내원하였다. 당뇨, 고혈압 등의 과거력, 가족력 및 외상력이 없었다. 또한 증상 발생 1개월 이내에 상기도 감염력이 없었다. 신체진찰에서 우측 혀의 경미한 근위축이 관찰되었고 혀를 내밀어보라고 했을 때 오른쪽으로 편위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Fig. A). 신경학적진찰에서 구음장애가 관찰되었으나 삼킴곤란, 연구개 상승은 관찰되지 않았고 구역반사는 정상이었다. 기타 피라미드징후나 호너 증후군의 증상 등 다른 신경학적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혈청검사에서 항사슬알균용해소(antistreptolysin)는 정상이었고 혈청내 엡스타인-바바이러스,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등의 바이러스 항체검사가 음성 소견을 보였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엡스타인-바바이러스와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는 정상이었다. 시각유발전위, 체성감각유발전위 및 턱관절 X선은 정상이었다. 근전도검사에서 우측 혀에 탈신경전위가 관찰되었으며 좌측 혀 및 경부 척추옆근은 정상소견이었다. 뇌자기공명영상 및 뇌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설하신경의 핵, 핵상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고 이외에도 내경동맥의 박리, 척추뇌기저장대확장증(vertebrobasilar dolichoectasia)이나 뇌동맥류와 같은 뇌혈관 이상 및 뇌실질의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특발성 단독설하신경마비 의심하에 prednisolone을 하루 15 mg씩 5일간 복용하였으나 호전을 보이지 않아 핵하 병변을 확인하기 위하여 뇌신경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다. 뇌신경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설하신경의 수조 분절에 낭종성 병변이 관찰되었고 겉보기확산계수, T1강조영상에서 저신호강도를 보여 거미막낭종과 부합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B-F). 이후에도 스테로이드 치료를 지속했지만 증상의 호전이 없어 수술적 치료를 권유하였으나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거부했고 이후 추적관찰 되지 않았다.
고 찰
거미막낭종은 양성 병변으로 1-2%의 유병률을 보이며 여자보다 남자에게 호발한다[1]. 60-80%는 16세 이전에 진단되며 그 중 대다수가 2세 이전에 진단된다[4].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거미막낭종은 두부손상, 뇌수막염, 뇌종양, 뇌수술에 의한 합병증이 주된 원인이다[4]. 성인에서 거미막낭종이 가장 호발하는 부위는 중두개와, 소뇌 후방, 대뇌볼록 순이며 증상을 일으키는 거미막낭종이 호발하는 부위는 안장, 안장위, 우회조, 사구수조 순이었다[1]. 본 증례는 설하신경의 수조 분절에 발생한 거미막낭종으로 매우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혀의 위약은 설하신경핵, 핵상, 핵하 병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핵상 병변은 혀의 근위축, 근섬유다발수축이 동반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위약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며 병변의 반대측으로 혀의 편위가 나타난다. 이는 주로 뇌피질의 파괴병터나 속섬유막, 대뇌다리 또는 교뇌 등의 피질연수로의 병변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반면에 핵, 핵하 병변은 혀의 위약과 함께 병변측으로 근위축, 근섬유다발수축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병변측으로 혀의 편위가 발생하게 된다. 본 증례의 경우 뇌신경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설하신경을 압박하는 핵하 병변이 관찰되었고 임상적으로 우측으로 혀의 편위와 함께 동측으로 근위축이 발생했기 때문에 영상검사와 임상양상이 서로 부합하는 소견이었다.
설하신경은 혀의 내재근, 외재근을 지배하는 운동신경으로 연수, 수조, 두개저, 경동맥 영역, 설하 구간으로 분류된다. 설하신경마비는 설하신경의 각각의 구간별로 서로 다른 호발 원인 질환이 존재한다[5]. Keane가 보고한 100명의 설하신경마비 환자 중 종양이 약 50%의 원인을 차지했고 총상이 두번째로 흔한 원인이었다. 이 외 뇌졸중, 히스테리, 다발경화증, 수술, 길랭-바레증후군, 감염성 질환이 대략 1/3의 원인을 차지하였다[3]. 설하신경은 혀인두신경, 미주신경, 척수부신경과 같은 다른 하위뇌신경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설하신경마비가 오는 경우는 드물다. 본 증례는 다른 하위뇌신경의 마비가 관찰되지 않았고 수조 분절의 거미막낭종으로 인해 단독설하신경마비가 발생하였다. 거미막낭종에 의한 단독설하신경마비의 다른 증례가 있었으나 이는 외상에 의해 발생한 증례였다[6].
본 증례의 경우 뇌자기공명영상 및 뇌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내경동맥의 박리, 척추뇌바닥장대확장증이나 동맥류와 같은 뇌혈관 이상이나 종양, 뇌졸중과 같은 뇌실질의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뇌신경자기공명영상에서 낭종성 병변이 관찰되었는데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는 표피유사낭종, 피부모양 낭종 등이 있다. 표피유사낭종은 겉보기확산계수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이고 피부모양 낭종은 T1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이게 된다. 반면에 거미막낭종은 겉보기확산계수 및 T1 강조영상에서 저신호강도를 보이게 된다[7]. 본 증례는 겉보기확산계수, T1 강조영상에서 저신호강도를 보여 거미막낭종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된다.
본 증례는 뇌신경자기공명영상에서 설하신경의 수조 분절을 압박하는 거미막낭종이 관찰되었고 이로 인해 단독설하신경마비가 발생한 매우 드문 경우이다. 설하신경마비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혀의 근위축, 근섬유다발수축 등 세밀한 신경학적진찰 및 신체진찰이 필요하며 더불어 다른 하위 뇌신경의 이상에 대한 세심한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단독설하신경마비가 발생할 수 있으나 수조 분절의 거미막낭종에 의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영상검사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